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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라고 합니다.

 

‘세계 책의 날’을 맞이하여 알라딘에서 제공한 10개의 질문에 답합니다.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책을 읽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읽을 때도 있고(특히 일요일 아침에), 밤에 잠자기 전에 읽을 때도 있습니다(잠이 오지 않을 때에). 저녁에 TV 드라마가 재미없을 때 읽기도 합니다.

 

 

주로 침대에서 책을 읽는데 침대 헤드 쪽으로 베개를 길게 세워 놓고 거기에 등을 기대고 앉아 다리를 세워 다리에 책을 올려놓고 보길 좋아합니다. 이 자세라면 편해서 몇 시간이고 책을 볼 수 있습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무조건 종이책입니다. 종이책이 잘 생겼다고 생각할 정도로 종이책에 열광합니다. 종이의 질감을 사랑합니다. 읽으면서 밑줄을 긋기도 하고 내 느낌이나 생각을 메모하기도 하고 중요한 페이지는 접어 둡니다. 나중에 들춰 보기 위해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차례가 있는 페이지에다 접은 페이지 쪽수를 적어두고 핵심 단어를 적어둡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합니다.
82쪽, 불행한 예술가
98쪽, 도덕주의
105쪽, 용기 희망

 

 

책 속에 하는 메모는 예를 들면 이렇게 합니다.

 

 

 

 

혜민 저,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읽으면서 137쪽에 있는 “완벽하지 않아도 85퍼센트 정도 괜찮다 싶으면 넘기고 다음 일을 하세요. 완벽하게 한다고 한없이 붙잡고 있는 거, 좋은 거 아닙니다. 왜냐하면 완벽이라는 것은 내 생각 안에서만 완벽한 거니까요.”라는 글에 밑줄을 긋고 (내가 리뷰를 쓰게 되지 않는 이유가 그놈의 완벽주의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완벽주의의 다른 말은 ‘바보스런 소심함’이다.)라고 메모했습니다.  

 

 

 

 

 

 

 

이성복 저, <고백의 형식들>을 읽으면서 90~91쪽에 있는 “나의 치명적인 단점”과 “약간의 장점”이란 글에 밑줄을 긋고 자신의 단점을 쓸 땐 ‘치명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자신의 장점을 쓸 땐 ‘약간의’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주목해서 (나의 장점을 쓸 땐 ‘약간의’를 붙일 것. 겸손이 느껴지는 낱말이네.)라고 메모했습니다.

 

 

 

 

 

 

에밀 시오랑 저,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를 읽으면서는 43쪽에 있는 “그들의 눈이 뜨이자마자 비극은 시작된다. 이해 없이 바라보는 것, 그것이 천국이다. 그러므로 지옥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곳, 지나치게 이해하는 곳이리라.......”라는 글에 밑줄을 긋고 (어떤 불행한 사건을 이해 없이 바라본다면 불행에 전염되지 않는다. 그 사건을 이해하며 보는 순간 불행의 땅에 한발 들여놓게 된다. 예) 일제강점기 시절 ‘정신대’에 대해 깊이 알수록 불행한 사람이 됨. 철부지는 행복한 사람임.)이라고 메모했습니다.

 

 

 

 

어떤 생각을 메모하면 생각만 하고 메모하지 않을 때보다 더 잘 기억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 읽은 책을 나중에 들춰 보고 덧붙여 메모하기도 합니다. 옅은 심을 넣은 샤프 연필로 메모합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너무 많이 놓여 있습니다. 침대 바로 옆에 책상이 있는데 그 밑에 백 권 이상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을 말하라면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새기고 싶은 명문장> 등입니다.

 

 

 

 

 

 

 

 

 

 

 

 

 

 

 

 

 

 

 

 

 

 

 

 

 

 

 

 

 

 

 

 

 

 

이미 읽은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와 <고백의 형식들>과 <무한화서>를 자주 들춰 보려고 머리맡에 두었습니다.
이외에도 반 이상 읽었으되 다 읽지 못한 책이 열 권이 넘는데 이것들도 함께 있습니다. 꼭 다 읽어서 ‘독서 노트’에 기록해 놓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 놓고 읽지 못한 책들이 있습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몇 년 전에 거실 책장에 책을 분야별로 정리를 잘 해 뒀는데 그 뒤에 잘 정리하지 못해 엉망이 된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책을 갖고 있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천 권 넘게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천 권을 넘지 말 것.’이라고 계획을 세운 적이 있고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천 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몇 권을 구입하면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몇 권을 똑같은 수로 처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약 네 권을 구입하면 네 권을 처분하는 방식.) 하지만 생각만 그러할 뿐 현재 처분을 하지 않고 계속 구입만 하게 되어 쌓아 두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책이 있는 줄 알지만 막상 없애려면 그 어떤 책도 아깝기 때문입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아쉽게도 어릴 땐 책과 친하지 못했습니다. 책이 재밌다는 걸 몰랐습니다. 집에는 세로쓰기로 된 한국문학전집이나 세계문학전집이 많았는데 몇 번이고 읽으려고 시도했으나 글자가 작고 내용이 어려워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왜 그 시절엔 어머니들이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가서 “네가 맘에 드는 책을 고르면 사 줄게.”라고 하지 않았는지 그 시대를 원망한 적이 있습니다. 하긴 그땐 지금에 비하면 계몽되지 않던 시대였지요. 독서가 중요한 건 알지만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던 시대였으니까요. 운동의 필요성도, 금연의 필요성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대였어요. ‘어깨동무’와 ‘소년중앙’ 같은 잡지는 많이 보며 자랐습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놀랄 만한 책이 없습니다. 제가 워낙 평범해서요.
기독교인이 아니면서 <현대인의 성경>이란 책이 있는 것,
식물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하려고 샀던 <관엽식물>이란 책이 있는 것,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집을 예쁘게 꾸미는 것에 관한 책이 있는 것,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건강 서적이 있는 것 정도입니다.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서머싯 몸과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만나면 광팬이 되어 버려 고단해진다든지(사람에게 열광하는 게 고단할 것 같음.) 반대로 실망하게 될 수 있어서 별로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실제로 작가를 만나고 무척 실망한 적이 있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건 좋겠습니다. 이런 걸 물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그 소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것입니까 아니면 누군가의 경험을 듣고 썼습니까 아니면 백 퍼센트 상상력으로 쓴 것입니까?” “그 책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것(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은 무엇입니까?” “어떤 분야의 책을 가장 많이 읽었습니까?”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준 저자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식상한 질문인 줄 알지만 답변이 궁금합니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다음의 세 권은 사 놓고 읽지 못한 책입니다.
호시 신이치, <도련님과 악몽>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다음의 다섯 권은 앞으로 구입해서 읽을 예정입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도스토예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의 단편선>
이승우, <지상의 노래>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녹색평론사에서 나온 <녹색평론선집 2>입니다. 480쪽의 두꺼운 책이라서 부담스러우나 언젠가는 다 읽고 말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책입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임어당, <생활의 발견>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두 권을 뽑은 이유는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경이로움을 느낀 책이기 때문에 여러 번 읽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죄와 벌>을 읽고 도스토예프스키를 천재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뒤에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읽었는데 그것도 좋았습니다.

또 한 권의 책은 <현대인의 성경>입니다. 제가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글자가 크고 가로쓰기로 되어 있는 이 책을 사 놓고 참 뿌듯했습니다. 다 읽지 못했고 부분적으로 읽었는데 역시 성경엔 좋은 구절이 많더군요.

 

 

 

 

 

 

 

 

 

 

 

 

 

 

 

 

 

 

 

 

 

그런데 무인도에서 시간이 많을 텐데 세 권은 적군요.

제가 아끼는 <지하생활자의 수기>와 <쇼펜하우어 인생론>을 비롯하여
무척 분량이 많은 책이라 평소에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책들도 뽑겠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조정래, <태백산맥>과 <아리랑> 시리즈
박경리, <토지> 시리즈
명희, <혼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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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4-23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이 있군요. 부럽습니다.ㅠ

페크pek0501 2016-04-24 00:39   좋아요 1 | URL
10년이 더 된 책장인데 처음 공개합니다. 창피해서 못 올렸는데 이젠 대담해졌어요.
좋은 현상일까요?

그런데 사진을 올려놓고 보니 밑에 청소기 호스가 보여요... 웃겨웃겨... ㅋ

stella.K 2016-04-24 15:49   좋아요 0 | URL
말씀 안하셨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텐데...ㅎㅎ

페크pek0501 2016-04-25 13:20   좋아요 1 | URL
아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을 땐 몰랐는데
이곳에 올려놓고 보니 보이더라고요. 옥의 티죠. 그렇다고 제 사진이 옥이라는 건 아니고요... ㅋ

yamoo 2016-04-2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거실의 넓은 서재가 정말 멋지군요!! 역시 집은 넓은 곳에서 살아야 합니다...책이 많을수록요~ㅎ
재밌게 잘 봤습니당~^^

페크pek0501 2016-04-24 00:42   좋아요 1 | URL
인상적, 이거 좋은 말이죠?

사진이 더 넓어 보이는 것 같아요. 책이 많아 공간이 좁아지는 건 싫어서 책 처분을 해 가면서 책을 구입해야 하는 건데, 쉽지 않네요. 책광이다 보니.(독서광 아니고...)

저도 님의 페이퍼를 재밌게 잘 보았지요~~~

성에 2016-04-25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대 보기 드믄 진정한 애독자십니다.
저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 바른 의미 >에서 균일하다면 그가 곧 위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다니엘 호돈의 < 큰 바위 얼굴 >의 주인공 같이요.
팩님도 독서 분야에서 만큼은 - 다른 건 잘 몰라서 - 위인 반열에 강추합니다.
좋은 책 이름 많이 담아 갑니다.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6-04-25 13:21   좋아요 1 | URL
위인이라니요... 크하하하하~~~~~
좋게 봐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으음~~ 독서광은 아니고 책광은 맞는 것 같습니다. 여자들은 대개 옷이나 가방 사는 걸로 기분 전환을 한다는데, 저는 책 쇼핑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걸 보면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hnine 2016-04-25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사진을 보고, 그리고 다른 문항들을 읽으면서 제가 상상하던 pek님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만큼 일관성있는 글을 쓰셨다는 말씀도 되겠지요.

페크pek0501 2016-04-25 13:23   좋아요 1 | URL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최대한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은 합니다. 왜냐하면 말이죠. 거짓말을 하려면 앞뒤가 맞게 치밀하게 해야 하고 기억력도 좋아야 하는데, 제가 점점 머리가 나빠져 가고 있어서 제가 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솔직히 쓰면 문제를 일으킬 게 없겠죠.

좋은 하루 되세요.

2016-04-25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5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6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8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수철 2016-04-27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도 하시는구먼요.(저도 했습니다 ㅎㅎ)

재밌게 잘 읽고 가연.^^


페크pek0501 2016-04-28 18:19   좋아요 0 | URL
아, 한수철 님.

알라딘 이벤트 맞아요. 몇 명 뽑아서 적립금 5만원인가(?) 주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작성하는 모든 사람들에겐 천 원의 적립금을 주고요.
꼭 천 원을 받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이벤트에 참여해 보는 거죠.
문제가 재밌잖아요. 책에 대한 문제라서 그런 것이겠지요?

마태우스 2016-04-28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언니 책장정리 넘 잘하셨네요 전 정리에 잼병이라...ㅠㅠ 책꽂이에서 책 찾으려면 한시간씩 걸려요 ㅠㅠ

페크pek0501 2016-04-28 18:20   좋아요 0 | URL
크하하하하~~~

저도 그래요, 마태우스 님. 책 한 번 찾으려면 시간이 걸려요. 정리를 잘 해 놓다가도 어느새 엉망이 되어 버리지요.
엉망인 걸 숨기기 위해 멀리서 찍었더니 거실이 커 보이는 효과가 있네요.
책 제목이 안 보이게 하려고 머리를 썼어요. 잔머리... ㅋ

희망찬샘 2018-06-03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 따라 들어왔다 예쁜 서재 보고 갑니다.

페크pek0501 2018-06-04 11:32   좋아요 0 | URL
아, 이 글을 보시게 되었군요.
희망찬샘 님, 오랜만이에요.
댓글, 고맙습니다.
 

 

 

1.
며칠 전에 악성 댓글의 사건을 종료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다시 이렇게 그것과 관련한 글을 올리는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종료하는 것에 변동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저에게 어느 님이 올린 페이퍼를 보라고 전해 주었습니다. 그 글을 읽고 나니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글은 남녀평등에 대한 제 생각이 잘못되었고 불쾌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를 오해한 내용이었습니다. 제 닉네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저를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쓴 문장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닉네임을 밝히지 않은 것은 저에 대한 배려인 듯합니다.)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숲을 보지 않고 한 그루의 나무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여자도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라는 문장만 보고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이라는 문장을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음의 글이 제가 쓴 그 문제의 글입니다. 다음의 글로 인해 악성 댓글을 받게 된 것입니다.

 


..........
남녀평등에 대한 생각
저는 여자도 군대를 갔다 와야 남자와 동등해질 거라고 믿는 1인이에요.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이론적으론 그런 것 같아요. 사무실에서 무거운 것 들어야 할 땐 남자에게 도움을 청하기보다 몇 번 나누어서 스스로 들어야 하는 여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데이트 비용도 반씩 나누어 내야 하고요... ㅋㅋ 여자로서 혜택은 다 받으면서 남녀평등을 외치는 건, 잘못된 것 같거든요. 님이 좋은 생각거리를 주셨습니다. ㅋ - (어느 서재에 내가 쓴 댓글)

..........
(제가 어느 서재에 쓴 댓글을 복사 붙이기 해서 제 페이퍼에 넣었던 것임.)

 

 


여기서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이라는 문구를 간과해 버리는 실수를 합니다. 이 문구에는 많은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데 말이죠. 만약 제가 이렇게 썼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저는 여자도 군대를 갔다 와야 남자와 동등해질 거라고 믿는 1인이에요. 그래야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너희들은 군대도 안 갔잖아?”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여자들 역시 여자라는 이유로 받는 특혜를 기대하지 않고 뭐든 열심히 하려는 마인드가 생길 것 같아서요. 물론 현실적으로 여자가 군대를 가는 게 어렵지요. 체력 면에서 여자는 남자와 같을 수 없으니 군대 생활을 해내기가 힘들고, 또 성추행이나 성폭력 등의 문제도 있으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요.
..........

 

 

이렇게 길게 자세히 썼더라면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쓴 그 문제의 글은 재미로 ‘페크의 인터뷰’ 형식으로 쓴 것이므로 길게 자세히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제 주장을 피력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니까요.

 

 

여기서 저는 실수 하나를 저질렀습니다. 저 역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남녀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을 간과하고 제 주위에 있는, 공주 대접만 받으려는 여성들에게만 주목하고 그 글을 썼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한마디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제가 올린 그 글을 보길 바라면서요. 그래서 무거운 것을 몇 번 나누어 들어야 한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제 주위엔 월급을 많이 받는 여자들이 많은데 그들은 남자들과 함께 있을 때 ‘여자’라는 이유로 돈을 내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강의를 듣고 강의한 교수님과 여럿이 식사를 하러 가면 남자가 돈을 내고 여자들은 돈을 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때 월수입이 많지 않은 남자가 식사 값을 내고 돈 잘 버는 여자들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돈을 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런 문화에 많이 접하다 보니 남자와 동등하게 여자도 데이트 비용을 반씩 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말한 것입니다. 저도 같은 여자로서 여자들이 그렇게 멋있는 여자들이었으면 했습니다.

 

 

결국 무엇에 주목하고 글을 쓰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2.
만약 제가 ‘남녀평등’에 대한 글을 쓸 기회를 얻는다면 이렇게 쓸 것 같습니다.

 

 

..........
남자와 여자는 체력 면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남녀가 동등한 근로 조건에서 일하는 사회는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링에서 체급이 다른 두 권투 선수를 경기하게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라이트급 선수와 헤비급 선수를 싸우게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과가 뻔한 그것은 공정한 시합이 될 수 없다. 스포츠에서 체급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처럼, 일터에서도 남자와 여자의 힘이나 근육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

 

 

 

 

 

 

3.
제가 2011년 12월 16일에 <페미니즘의 도전>이란 책을 읽고 쓴 리뷰가 있습니다. 제 서재에 올린 것인데, 일부만 복사 붙이기로 옮기겠습니다. 제가 쓴 리뷰이니까 저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글일 것 같아 옮기는 것입니다. 그래야 저에 대한 불쾌감을 느낀 분들의 마음이 다소나마 풀릴 것 같아서입니다.

 

 

제가 2011년 12월에 쓴 리뷰입니다.

 

 

....................

 

(상략)

 


우선 저자는 머리말에서 ‘물음’에 대해 말한다. 모든 물음은 질문하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사고방식을 반영한다는 것. 질문은 질문하는 사람의 교양과 예의뿐 아니라 권력을 드러낸다는 것.

 

 

(중략)

 

 

내가 무심코 한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니. 그렇다면 평상시 하는 말에도 주의가 필요하겠다. 나의 말에 어떤 편견과 선입감이 작용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검토해야겠다. 인간이 인간답게 인간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저자는 우에노 치즈코의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한다.

 

 

여성주의 사유 방법의 출발은 “그들이 말하게 하라.”였다. 우에노 치즈코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문서화된 역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여성의 역사가 출발하다 보니, 그동안 역사는 남성에 ‘의해’ 여성에 ‘대해’ 쓰여진 문서나 재현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남성들이 쓴 것은 여성에 대한 ‘사실’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 대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환상을 갖고 있는가와 관련된 남성들의 관념을 웅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남성이 생산한 여성에 대한 지식은 남성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지, 여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고 있지 않다.(214쪽)
-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남성에 의해 쓰인 여성의 역사에서 여성의 모습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여성 모두가 갖고 있는 시각은 남성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시각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에 불과함을 말하고 있다. 보부아르의 표현을 빌리면,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다는 것이겠다. 이것이 세월이 흘러도 남성 중심의 사회가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중략)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알랭 드 보통이 <불안>이란 저서에서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을 인용해 쓴 것, “어릴 때 우리 모두 가졌던 환상, 즉 우리가 살아가는 제도가 날씨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환상을 머리에서 씻어내야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라는 글이 생각났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환상’이란 일시적으로 임시변통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를, 얼마든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제도를 마치 늘 존재해 왔고 또 늘 존재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함을 말하는데, 이것은 명백히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게 어디 ‘제도’뿐이겠는가.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원칙들을 일말의 의심 없이 꼭 지켜야 마땅한 옳은 것들로 수용하여 고정관념의 노예로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우리의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있으면 곧 2012년이 된다. 예전에 비해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요즘도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여자가 뭐 하러 밤늦게 싸돌아 다니냐?”라는 말로써 여성이 여성을 비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또 신문을 통해 한국인이 이주 노동자를 무시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사람을 존중하는 세상’에 살기 위해서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 이 책은 아직 유효하다.
....................

 

 

 

 

 

 

 

 

 

 

 

 

 

 

 

 

 

 

원문을 보실 분은 여기로...   http://blog.aladin.co.kr/717964183/5281993

 

 

 

 

 

 

4.
제 글로 인해 답답했거나 분노를 느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합니다. 별 생각 없이 글을 썼으니까요.

 

 

불미스러운 일로 여러분을 피곤하게 만든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함께 전합니다. (저도 더 이상 이런 글을 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댓글을 쓰신 그분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저로 인해 불쾌하셨다면 사과를 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런 제게 에밀 시오랑이 위로 한 줄 주는군요.

 

 

 

 

 

 

 

 

 

 

 

 

 

 

 

 

 

 

똑같은 주제, 똑같은 사건에 대해 나는 하루 동안에도 열 번, 스무 번, 아니 서른 번이나 의견을 바꿀 수가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가장 저질의 사기꾼처럼 ‘진실’이란 단어를 발음할 수 있다!(100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읽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페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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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4-2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의견을 덧붙이면 ; `항상 숲을 봐야만 한다`는 것도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닐 것입니다. 나무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요. pek0501 님은 나무를 이야기하셨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pek0501 님이 나무를 이야기하셨고, *** 님이 숲을 이야기했다면,
저는 생태계를 이야기하고 싶네요.
http://blog.aladin.co.kr/maripkahn/7485260

페크pek0501 2015-04-23 12:43   좋아요 0 | URL
만약 제가 어느 곳에 여행을 한다면 말이죠
숲을 보길 포기하고 관심 가는 나무 한 그루 잡아서 그것만 관찰하며 여행하겠습니다.
때론 숲보다 나무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설명하자면 어느 나라 전체를 둘러볼 게 아니라 그 나라의 한 도시를 잡아서 그리고 도시 안의 어느 곳을 잡아서 거기서 여러 날을 묵으면서 그곳의 전문가 수준이 될 만큼 그렇게 여행하다가 오겠습니다.

숲에 주목하면 개개의 나무의 가치를 알 수 없거든요.

좋은 봄날 되세요. ^^

2015-04-22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3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며칠 전, 저는 누군가로부터 악성 댓글을 받았고
그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글을 한 편 올렸습니다.
4월 18일에 올린 <... 예의 없는 댓글을 받고 나서>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그 글에서 그 ‘악성 댓글’을 그대로 공개했습니다.
그 글을 읽고 놀라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악성 댓글의 내용을 보고도 놀라셨겠지만
그것을 공개하는 저의 태도에도 놀라셨을 것입니다.

 

 

저에게 실망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페크 님,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요?”

 

 

라고 저에게 말하고 싶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사실 그렇게 말씀하실 분이 한두 분쯤 계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분은 한 분도 계시지 않았고,
댓글(비밀 댓글을 포함함)을 쓰신 분들 모두가 한결같이 저를 응원해 주셔서
안심이 되었고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댓글은 쓰지 않았지만 공감을 눌러 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악성 댓글을 쓴 그가 제 글을 읽고 더 이상 악성 댓글을 쓰지 않길 바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제가 가만히 있으면 그가 언제 또 악성 댓글을 쓸지 알 수 없었고,
그런 공포를 느끼며 블로거 활동을 할 수는 없었기에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지금 새벽이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어저께) 퇴근해서 집에 오는 길에 문득,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악성 댓글을 내 글에서 삭제하자.’라고.

 

 

그가 제 글을 봤다고 가정하면,
그가 겪을 정신적 고통도 헤아려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와 똑같이 진흙탕에서 뒹군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이렇게 저를 진흙탕으로 끌어내린 그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조금 전, 4월 18일에 올린 <... 예의 없는 댓글을 받고 나서>라는 글에서
그의 악성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그 이외의 글은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그 글을 이미 수백 명의 사람들이 봤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글을 앞으로 처음 보는 사람은 그 악성 댓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를 것입니다. 그의 닉네임까지 삭제했으니까요.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의 닉네임이 들어간 ‘인터넷 기록’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의 문제의 악성 댓글은 본인이 삭제해도 되니까 문제될 게 없겠고요.)

 

 

4월 18일엔 악성 댓글을 공개하는 것이 최선이었듯이,
오늘은 그 악성 댓글을 삭제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아 그렇게 했습니다.

 

 

4월 18일에 그 글을 올리고 나서 제 마음이 많이 편해졌듯이,
오늘은 그 악성 댓글을 삭제하고 나서 제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이번 일은 제가 6년 넘게 해 온 블로거 생활 중에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제 글로 인해 ‘페크’의 이미지가 손상되었을 테니까요.

 

 

어쨌든 악성 댓글의 사건은 이것으로 종료합니다.
오늘부터 이 사건은 몇 년 전쯤의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으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제게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분들이 계셔서 외롭지 않았고 위로가 많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제 마음이 한가해지면 그분들의 서재에 방문하여
감사의 말씀을 직접 전하겠습니다.

 

 

매우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페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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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1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3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04-21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댓글을 공개하셨던 마음도, 내리신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페크pek0501 2015-04-23 14:58   좋아요 0 | URL
이해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제가 지나쳤어요. 뒤늦게 깨달은 게 아니라 일을 저지르면서도 이미 알고 있었죠.
지나쳤다는 것을...

저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하고만 있게 될 것 같아서요.
제 마음고생을 적게 하기 위한 방법이었지, 다른 악의는 없었어요.
또 보아요.

2015-04-21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3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르고숨 2015-04-2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자주 들어오지 않아서 이런 사태를 전혀 모르고 지냈네요.
해당 포스팅에서 바로 이름이 파악되는 사람을 두고 그분, 그분. 이 동네의 화법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만. 그러니까,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 물고 뜯고 씹히고 맛보고 있는 이 긴 글들의 요지는 ‘당신의 댓글이 마음에 안 들고 내 기분이 나쁘다.’ 이거지요?
네. 옳게 보셨습니다. 기분 나쁘시라고 단 댓글이니까요. 세월호 1주기에 보게 된 페크 님의 본문이 그만큼 제게도 불쾌했기 때문입니다. 페크 님의 글이 저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얘깁니다. 누구나 읽으라고 올리신 글에, 누구나 달 수 있는 댓글창에, 익명으로도 아니고 제 이름으로 감상을 남겼습니다. ‘맞아요, 맞아요.’ ‘좋아요, 좋아요.’가 아니면 페크 님께는 ‘악성’ 댓글인 모양인데, 제가 말을 조금 바꿔보지요. ‘악성’ 본문에 맞춤한 댓글입니다.
작년 4월 16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었고 서재에서 페크 님이 ‘소소한’ 글을 올리셨다 내린 사실은 누군가 말해주어 알고 있었습니다. 제 취향과 거리가 아주 멀어서 페크 님의 글을 읽지 않는 제게 ‘페크 님 스토커’일지도 모르겠다는 말은 이 긴 글들 중 가장 모욕적이네요. 이번 4월 16일에도 질질 울다가 서재에 들어왔더니 페크 님이 바로 보였고 작년의 일이 기억났던 것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큰 슬픔과는 상관없이 ‘소소한’ 어쩌고 하는 게 여전하시기에 참지 못하고 글을 남긴 거고요.
‘하수’의 글 교정까지 해주시니 고맙군요. 만취한 때나 제정신일 때나 제가 글을 못 쓰는 건 매한가지라는 걸 알겠네요. 글 교정은 하면서 내용에 대한 대응은 하나도 없는 건 오히려 페크 님 아니십니까? 제 글 하나 해부당하면서 ‘고수’ 님의 뽐내기가 실현된다면 제 글 따위 뭐. 시간 나시면 이 댓글도 교정 부탁합니다.
위로를 많이 받으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이만 갑니다.

페크pek0501 2015-04-23 15:00   좋아요 0 | URL
이번 글은 잘 쓰신 것 같습니다.

한수철 2015-04-2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 님, 안녕하세요, 음, 오랜만에 님 서재에 댓글을 남기는 듯싶습니다.^^

제 느낌에... 아마 지금 거의 무섭다... 그런 정서에 사로잡혀 계실 것 같습니다. 뭐, 그렇지는 않으시다면, 다행이지요.

음... 제가 겪은 에르고숨 님은 아주 집요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다독이기 위해 남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스타일이죠.

각설하고, 짧게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절대로 주춤하지 마시고, 대응을 차분히 잘하십시오!

이번 경우, 에르고숨 님의 댓글의 형식은 사납고 기도 안 차는 것이었지만,

내용은 사실 `경청`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한편 평소 제가 아는 pek0501 님은 문장을 섬려하게 구사하는 분인데,

실은, 그래서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따라서 손가락이 먼저 추천은 했지만 마음으로 댓글을 남길 수가 없었더랬죠.

여하튼 그런 부분에 대해 적확히 다시금 피력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떤 의견이신지, 특유의 논리적인 언어로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차제에, 악플러로부터 자유로워지시길 바라고요....

흠흠....실례 많았습니다.

페크pek0501 2015-04-23 15:05   좋아요 0 | URL
님 덕분에 글3을 올릴 수 있었어요.
어느 님의 페이퍼를 보게 되었는데 제가 페미니즘의 기본도 모르는
형편 없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저를 재료 삼아 지적 유희를 하는 것처럼
읽혔습니다. 그분이 그래도 저를 봐 주신 건 제 닉네임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제가 그 댓글을 공개한 야비한 점을 폭로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
제 글에 대해서만 감상을 말했다는 것, 그래서 화를 낼 수 없었습니다.자존심은 상했지만요. 그나마 저를 봐 주신 것 같아서요...

워쨌든 님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제가 갈 길의 방향을 잘 잡아 주셨으니까요.

진심으로 (진심입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2015-04-22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3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2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3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2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3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5-04-2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얼굴을 안보는 인터넷 공간에서 더욱 상호간의 예의가 필요한것 같아요 ㅡ.ㅡ

페크pek0501 2015-04-23 15: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중요한 건 예의라는 것이죠.

저도 반성할 점이 없는 건 아니랍니다.

또 뵙겠습니다.

에르고숨 2015-04-2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수철 님 말씀처럼) 무서우십니까? 페크 님? 자신이 회 떠지고 있는 걸 몰랐다가 뒤늦게 알게 된 사람의 기분은 어떨 것 같습니까? 페크 님의 예의는 어디 있습니까? 문장이 단정하기만하면 좋은 글이고 예의를 다한 글입니까? 단정한 문장이 품고 있는 보수적인 내용이 여러 사람들에게 불쾌감과 분노를 주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를 왜 ‘왜 나를 미워하지?’로 받아들이십니까? ‘님좀짱’이라는 댓글만 바라십니까?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게 될 것을 왜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기어이 이상한 ‘스토커’ 만들어놓고 자족하십니까?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 댓글, 기분 나쁜 댓글을 왜 ‘악성 댓글’이라고 하십니까? 제 댓글 어디에 근거 없는 비방과 인신공격이 있습니까? ‘성장하지 못했다’는 근거 ‘있는’ 비방임을 위에서 설명 드렸고 나머지는 제 의견과 감상인 댓글이었습니다. 페크 님이야말로, 댓글의 내용에는 답하지 않으면서 예의 운운 글쓰기 운운, 저를 회 떠서 악플러로 낙인찍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예의 그 ‘영향력’으로 말입니다. 주위에서 페크 님 편을 마구 들어주면 페크 님의 의견과 태도가 옳고 선한 것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정도로 자아가 약하십니까? 분위기를 보아하니 제가 어지간히도 씹혔나 봅니다. 한수철 님이 저를 아시는군요. 한 군데 틀리긴 했지만. 이만 갑니다.

페크pek0501 2015-04-23 15:15   좋아요 0 | URL

잘 읽었습니다.
 

 

 

1. 알라딘에서의 나의 성적

 

 

그동안
마이리뷰를 23편 올렸고
마이페이퍼를 276편 올려서
총 299편을 올렸다.
오늘 또 한 편을 올리니 총 300편이 된다.
(이 글이 300번째로 올리는 글이다.)

 

 

나, 자랑스럽네. 뭐가?

 

 

이 꾸준함과 이 지구력과 이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이 서재가 탄생한 날은 2009년 1월 30일 13시 58분이었다.
이 시간에 처음으로 알라딘에 내가 쓴 글을 등록했고
글을 등록하자마자 이 서재가 탄생했다. (나는 서재가 생기는 걸 몰랐으므로 한참 뒤에 알았다.)

 

 

그러니까 약 6년 동안 300편의 글을 썼다. 

 

 

내가 올린 글을 연도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고 한다.

 

 

.........................................................
2011년 pek0501님이 작성해주신 글은 총 42개이며, 작성해주신 글자수는 162,168자 입니다. 이는 <엄마를 부탁해> 같은 단행본으로 만든다면 1.41권을 출간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pek0501님은 전체 알라디너 중 1,466번째로 글을 많이 작성해주신 알라디너십니다.

 

 

2012년 pek0501님이 작성해주신 글은 총 47개이며, 작성해주신 글자수는 180,393자 입니다. 이는 <엄마를 부탁해> 같은 단행본으로 만든다면 1.57권을 출간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pek0501님은 전체 알라디너 중 1,055번째로 글을 많이 작성해주신 알라디너십니다.

 

 

2013년 pek0501님이 작성해주신 글은 총 59개이며, 작성해주신 글자수는 229,802자 입니다. 이는 <엄마를 부탁해> 같은 단행본으로 만든다면 1.99권을 출간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pek0501님은 전체 알라디너 중 717번째로 글을 많이 작성해주신 알라디너십니다.

 

 

2014년 pek0501님이 작성해주신 글은 총 77개이며, 작성해주신 글자수는 1,224,134자 입니다. 이는 <엄마를 부탁해> 같은 단행본으로 만든다면 10.63권을 출간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pek0501님은 전체 알라디너 중 608번째로 글을 많이 작성해주신 알라디너십니다.
.........................................................

 

 

 

좀 이상하네. 2014년에 내가 그렇게 많이 썼나, 하는 생각이 드네. 2013년에 비해 2014년의 글자 수가 여섯 배가량 증가하다니 믿을 수 없네.

 

 

그리고 또 믿을 수 없는 건 내가 올린 글의 양으로 볼 때 겨우 608번째라니. 내 앞에 607명이나 있다니. 그래서 내가 ‘서재의 달인’으로 뽑히지 못했나 보다.

 

 

2014년의 글 중에서 1위에서 5위까지, 이런 것도 살펴볼 만하다.

 

 

내가 1년 동안 쓴 글 중에서
어떤 글이 가장 추천을 많이 받았을까?
어떤 글이 가장 댓글을 많이 받았을까?
어떤 글이 가장 Thanks to를 많이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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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백을 하자면

 

 

고백을 하자면, 내가 올린 글에 댓글이나 공감이 하나도 없을 때 요런 생각이 들었다.

 

 

‘흥, 누가 댓글을 쓰기만 해 봐라. 댓글 영을 기록하고 말 테다.’

‘흥, 누가 공감을 누르기만 해 봐라. 공감 영을 기록하고 말 테다.’

 

 

이어서 요런 생각도 했다.

 

 

‘영이라고 해서 앞으로 내가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할 줄 알고? 노력하지 않을 테다. 더 못 쓸 테다. 비뚤어질 테다.’

 

 

하하~~.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오히려 힘이 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아마 ‘이번에 꼴등을 하면 어떡하지?’ 하고 조마조마해 하기보단 ‘이번에 꼴등을 한 번 해 보겠다.’ 하고 여유를 가지면 오히려 버틸 힘이 나는 모양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댓글도 공감도 영이 아니다. 누군가가 댓글을 썼고 누군가가 공감을 눌렀기 때문이다. 

 

 

그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3. 책에서 얻는 위안 한 줄

 

 

일이 술술 잘 풀리는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연구를 하지 않는다. 연구할 일이 없을 테니까.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생길 때 연구를 하는 법이다. 예를 들면 늘 인기 있는 강사는 더 좋은 강의를 위한 연구를 하지 않는다. 인기가 있는데 연구할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데 만약 수강생이 빠져 나가 인기 없는 강사가 되었다고 느꼈을 때 그 강사는 더 좋은 수업이 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 불행은 때로 인간의 지적 수준이나 능력을 향상시킨다.

 

 

 

 

 

 

 

 

 

 

 

 

 

 

 

 

 

 

에밀 시오랑의 글 중 이런 글이 있다.

 

 

.........................................................
심리학자는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 경험하며 스스로 터득하여 되는 것이다. 어떤 이론도 심리적 신비를 푸는 열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 심리학자가 되려면 행복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불행을 경험해야 하고, 야만인이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세련되어야 하고, 사막에서 살고 있는지 불구덩이에서 살고 있는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충분히 절망해야 한다.

- 에밀 시오랑 저,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221쪽.
.........................................................

 

 

 

이 글을 읽어서 좋았던 점은 내가 불행한 일을 당할 경우 이런 생각으로 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불행을 겪다니... 나는 심리학자의 경지에 가게 되려나 봐.’

 

 

이런 게 바로 책에서 얻는 위안이다.

 

 

 

 

 

 

 

 

4. 단단한 마음

 

 

지난 12월 21일에 올린 다음의 글에서 네모 칸에 들어갈 낱말은 ‘불행’이다.

 
 
....................................
빈칸에 공통으로 들어갈 낱말을 쓰시오.

 

(1) 훌륭한 인간의 특징은 □□한 환경에서도 끈기 있게 참고 견디는 것이다.
(2) □□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3) □□은 돈과 사람의 가치를 가르쳐 준다.
(4) □□에 처해 있으면서도 타락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위대하다.

 

답 : 불행
....................................
 

 


삶에서 큰 불행이든 작은 불행이든 불행을 피할 수가 없다면,

 

 

불행을 견딜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우리 모두 그런 단단한 마음을 갖고 사는 2015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올해가 며칠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끝마무리를 잘하시고 ‘새해 계획’을 잘 세우시기 바랍니다.

 

다음엔 <2014년에 내가 읽은 문장 베스트 10>이란 제목의 글로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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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4-12-27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수고 많으셨어요.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페크pek0501 2014-12-28 15:4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스텔라 님도 수고 많으셨어요.

아, 님 댓글이 없었다면... 훗훗... 저 비뚤어질 뻔했잖아욧...ㅋㅋ

웃을 일이 많은 새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세실 2014-12-28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학자가 되려면 행복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불행을 경험해야 하고, 야만인이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세련되어야 하고, 사막에서 살고 있는지 불구덩이에서 살고 있는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충분히 절망해야 한다.` 큰 위로가 됩니다.
앞으로 제게 불행이나 절망해야 할 일이 생기면 심리학자가 되려나 보다 해야겠군요^^ 저를 다듬어 가는 과정이겠지요.

새해에도 우리 변함없는 우정 나누어요. 앞으로도 자주 뵙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마무리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특히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페크pek0501 2014-12-29 13:12   좋아요 0 | URL
세실 님도 건강하고 복된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이곳이 참 좋습니다.

(질문에 답변 : 강남터미날은 더 가깝습니다. 10분이면 날아갑니다.)ㅋ

yamoo 2015-01-0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해 50편의 글을 꾸준히 쓰셨네요. 그 꾸준함이 부럽습니다. 저는 워낙 게을러서 글 올릴 때는 확 올리다가 시간 없다는 핑계로 몇 개월을 방치하곤 하지요. 올해에는 저도 좀 꾸준함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ㅎ

페크pek0501 2015-01-05 18:05   좋아요 0 | URL
꾸준함... 저처럼 무능한 사람의 강점이 꾸준함이 아닐까 생각해요. ㅋㅋ
저도 자주 올리진 못하고 매주 한 편은 올리자, 하고 있어요.
자주 뵙길 바랍니다.
찾아와 주시니 고맙고 반갑습니다. ^^

마태우스 2015-01-1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글에 이어서. 저는 한때 일년에 500편 글쓰는 걸 당연하게 쌩각했더랬지요. 근데 지금은 님이 기록한 77편을 ˝아 나도 저 정도 쓰면 좋겠다˝고 부러워하고 있답니다. 올해는 소박하게 24편으로 할래요. 한달에 두편 정도 못써서야 어찌 알라딘 서재인이라고 하겠습니까. 우리 모두 힘냅시다.

페크pek0501 2015-01-13 23:30   좋아요 0 | URL
아! 소박하셔라.

77편 중의 글에서 인용문이 많이 들어간 글도 있지만 그것도 한 편으로 치는 까닭은
글이 긴 것도 있으니까요. 긴 글은 두 편쯤으로 생각해도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으음~~ 제가 볼 때 님은 24편 이상 쓸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방인’ 번역 논쟁이 눈에 띄어 여러 글을 읽었다.

그러다가 어느 님의 서재에서 내가 이런 댓글을 썼다.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

 

저는 오래전 이방인을 읽었어요. 책세상의 것으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곳은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내용을 잘 기억해요.

문학이란 어떤 문장이든 한 가지로만 해석할 수 없는 것 즉 다의성이 있는 것이라서 무엇이 어떤 것을 의미한다고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저는 주인공을 이해하며 읽었어요.

인간은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 또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그러나 이해하려 들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니까 아랍인에게 총을 쏜 동기가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가 아니라 새 번역본에 따르면 아랍인의 칼날에 비친 햇빛이 위협적이어서 정당방위로 쏘았다고 하던데, 만약 그렇다면 이 작품은 명작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당연한 행위인데 그야말로 평범한 작품으로 떨어지고 말지요. - 제 생각임.

 

 

 

제 친구 중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A가 B에게 전화를 했는데, A가 어떤 말을 했죠. 그런데 평상시엔 웃음으로 받아 넘길 수 있는 내용인데 B가 배가 고프고 짜증스러울 때 전화를 받은 거였어요. 그래서 엉뚱하게 그 짜증을 A에게 쏟아 부었죠. 마구 화를 낸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B가 사과를 하더랍니다. 배가 무지 고프고 짜증스러울 때 전화를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론 뜨거운 태양 때문에 총을 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그런 일 있었죠. 공중전화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앞사람이 통화가 길어서 짜증이 난 거예요. 햇볕이 무지 뜨거운데 그래서 서 있기도 힘든데 앞사람이 통화가 길어지자 화가 치밀어서 그 앞사람을 칼로 찔렀다는 사건입니다. 신문에 났었죠. 인간은 이렇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뫼르소를 다 이해할 순 없지만(이건 가능하지도 않고) 저는 이런 맥락으로 이해했어요.

 

 

 

해석 불가능한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에 동의하며 써 봤습니다. 뫼르소의 마음을 어찌 알겠습니까? 자신의 마음도 모를 때가 많은데... 그저 뫼르소의 마음을(또는 생각을)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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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4-2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6989252

다른 분들의 감상평과 다른 저의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혹시 pek0501 님, 의견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페크pek0501 2014-04-25 20:33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올리자마자 외출할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이제야 님의 글을 보고 왔습니다.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저자가 살아 있지 않으니 물어 볼 수도 없고...
그리고 궁금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

페크pek0501 2014-04-26 23:23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니 제가 몇 년 전에 <이방인>과 연결시켜 쓴 글이 있어요.
제가 <이방인>을 어떻게 해석하며 읽었는지 알 수 있는 글이에요.
마립간 님이 제 의견을 물으신 것에 대해 이 글이 답변이 될 것 같아요.

.......................................
‘이방인’이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 뫼르소는 양로원에서 지내던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알리는 전보를 받고도 평소와 다름없이 식당에서 태연히 점심을 먹는다. 또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아랍인을 권총으로 쏘아 죽이고 나서 살인의 동기에 대하여 “그것은 태양 때문이었다.”라고 말한다. 찌는 듯한 더위와 뜨거운 태양 때문에 총을 쏘았다는 것이다. 뫼르소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정말 그렇게 느껴서 말한 것이다. 이런 뫼르소를 우리는 이해할 수 있을까.

마침내 뫼르소에겐 사형 선고가 내려진다. 검사는 이렇게 말한다.

“배심원 여러분, 어머니가 사망한 바로 그 다음날에 이 사람은 해수욕을 하고, 부정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으며, 희극영화를 보러 가서 시시덕거린 것입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알베르 카뮈 저, 이방인, p126, 책세상>

검사의 말에 의하면, 어머니가 사망한 바로 그 다음날에는 해수욕을 해서는 안 되고, (이성과) 부정한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되며, 희극영화를 보러 가서 시시덕거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 뒤에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며 도덕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과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나눠 생각하는 우리의 사고는 우리가 모든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근거해서 생긴 것 같다. 그러나 우린 모든 인간을, 모든 인간의 행동과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사람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살아온 삶의 역사가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며 생활방식이 다르다. 이렇게 나와 아주 다른 타인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타인에 대한 완전한 이해란 불가능한 일이라는 전제로, 한 가지 잣대로 누군가에 대해 정상적인 사람인지 아닌지를, 또는 도덕적인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타인에 대해 우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땐 ‘사람은 각기 다르다’라는 생각으로 이해하길 포기해야 하는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겐 남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인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남들이 보기에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뫼르소. 그는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겐 어딘가 뫼르소와 닮은 데가 있을 것이다.
.......................................

원문을 보시려면... http://blog.aladin.co.kr/717964183/4227695

2014-04-27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29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29 1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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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9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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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30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30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4-05-06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당방위가 되면 이방인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마립간님의 서재에도 들러서 논쟁을 읽어봐야겠지만요.

페크pek0501 2014-05-07 13:0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 님!

그 부분만큼은 저도 확신해요. 정당방위의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 소설이 인간을 이해하게 만드는 무엇이 들어 있다고 볼 수 없어요. 우리가 몰랐던, 작가가 짚어낸 무엇이 있기에 그 작품은 위대한 작품이 될 수 있는 거죠.

제 글에서 쓴 것 - '중요한 것은 인간에겐 남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인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것을 이미 카뮈는 알고 쓴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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