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 말 없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한다. 이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한다. 
















김범준, <오십에 읽는 장자>


위나라에 아주 못생긴 사람이 하나 있는데 그의 이름은 애태타입니다. 남자들이 그와 함께 지내면 곁에서 떠나지를 못하고 여자들이 그를 보면 부모에게 청하기를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느니 애태타의 첩이 되겠다”라고 하는데 그 숫자가 몇 십 명으로 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애태타가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걸 들은 사람 하나 없습니다. 그는 항상 다른 사람의 생각에 동조할 뿐입니다.

내편 <덕충부> 中에서

(92쪽)


애태타는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대단한 선물을 주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인물이었지요. 그러고 보면 사랑이 그리 어렵지만도 않은 듯합니다. 외로운 누군가의 곁에서 ‘아,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마음이 들도록 이야기를 들어 주면 되니까요. 이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 줄 것.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곁에 있어 줄 것. 그렇게 사랑을 실천할 것,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98~99쪽)


⇨ 장자에 나오는 애태타는 추남인데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 이유는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않고 다른 이의 말을 들어 주기 때문이란다. 이것이 쉬운 것 같아도 우리가 막상 해 보려고 하면 쉽지 않으리라.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지러울 테니까. 




장자는 ‘왕태’라는 인물과 그를 찾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움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왕태는 발이 하나가 없습니다. 전국 시대에 발이 하나 없다는 건 어떤 죄를 지어 발이 잘렸음을 의미합니다. 상당히 중한 벌이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배우려는 자가 공자의 제자, 노나라 인구를 반씩 갈라 나눠 가질 정도라고 합니다.(207쪽)


왕태의 인기 비결은 화려한 언변도, 찬란한 외모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에게 뭔가를 가르치지도 않았고, 의논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그저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뿐이었지요. 그런데 왕태를 찾아간 사람들은 왕태의 바로 그 무덤덤한 모습에 매혹됩니다. 그저 매혹된 정도가 아닙니다. 마음속 허전함을 지니고 왕태를 찾아갔던 그 많은 사람은 무엇인가를 가득 얻고 돌아간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교훈을 얻습니다.(208쪽)


하나, 가르치려 하지 말 것.

둘, 괜한 의견은 자제할 것.

셋, 그저 곁에 있을 것.(208쪽) 


⇨ 새해부터 내가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여 듣는 배려심을 가질 수 있을까? 



책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오늘도 하나 배웠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침묵하며 들어 줄 것.

(그래도 난 침묵하지 않고 말할 거야. 그게 사는 재미니까. 그래도 알아 두긴 하겠어....)



....................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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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25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출판사에서 요즘 오십에 읽는 고전 시리즈로 나오는 것 같아요. 얼마전에 베스트셀러에 주역이 있었어요.
페크님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12-25 17:45   좋아요 2 | URL
맞아요, 다 세일즈 포인트가 높은 걸로 봐서 독자들의 반응이 좋은가 봐요.
이 책도 참 괜찮은 책이에요. 필사하고 싶은 글이 많습니다. 장자의 글도 좋지만 김범준 저자의 글도 좋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stella.K 2023-12-25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쉽지 않습니다. 특히 상대가 나의 화를 돋구는 사람이면. ㅋ 그래도 매력적이 되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네요.
40에 읽는 논어가 하도 판을쳐서 50은 취급을 안하는 줄 알았더니 있네요. ㅋ
크리스마스 잘 저물어 가네요. 잘 마무리 하세요.^^

페크pek0501 2023-12-26 12:57   좋아요 2 | URL
화 나게 하는 사람이면 만날 필요가 없지요.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도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 그런 사람을 만날 필요가 있나요? ㅋㅋ
잘 들어 주는 것, 어렵지 않을 것 같아도 막상 해 보려면 쉽지 않을 듯합니다.
요즘 나이로 시작하는 책들이 인기예요. 기획을 잘한 것도 있겠지만 저자들을 잘 뽑은 것 같아요.
위 책의 저자도 글을 잘 써요. 장자에 있는 구절을 뽑아 놓고 원고지 10매 이상의 글을 쓰는데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써요. 좋은 책입니다.^^

모나리자 2023-12-25 2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단히 좋은 에너지를 가진 인물인바 봅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존재만으로도 그런 마음의 끌어당김을 가진
인물이라니요. 요즘 시대에는 침묵만으로 어필하기는 힘든 시대니까요. 옛 시대의 일이니 조금은 다른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연말연시 잘 보내시고 새해에 건강하시고 좋은 책과 함께 하시길 바랄게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12-26 12:59   좋아요 2 | URL
뭐든지 잘 받아 줄 것 같은 인상을 가졌나 봅니다. 따뜻함이 느껴지게...
그렇죠. 차 접촉 사고가 나도 언성을 높이는 사람이 이기죠.ㅋㅋ
모나리자 님도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책과 함께 행복하시길요.^^

레삭매냐 2023-12-25 2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하는 말을 줄이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해보도록 해야
겠습니다.

쉽지 않겠지만요.

페크pek0501 2023-12-26 13:00   좋아요 2 | URL
저도 쉽지 않겠지만 새해부터 말수가 적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당~~

yamoo 2023-12-26 0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십에 읽는 시리즈...저도 예스에서 많이 구경했지요.
동양고전은 번역이 매우 중요한지라...저는 이 시리즈 구경만 했습니다..ㅎㅎ
김범준은 화술에 대한 책이 매우 좋고 것도 끌림의 대화를 전후한 2-3권 정도가 좋고 나머지는 재탕이라는 인상이 짙어요.
이 책은 자게서로 분류되는 건데...저는 좀 거시기해서 패수했습니다..ㅎㅎ

오십(사십?)에 읽는 주역이 있는데...이 시리즈 중에서 이 책이 제일 나은 거 같아 구입했는데...그나마 읽은 만했습니다.^^

페크pek0501 2023-12-26 13:05   좋아요 2 | URL
오십에 읽는~ 시리즈를 다 사고 싶더군요. 위의 책을 읽어 보면 술술 읽히고 내용도 좋고 금방 완독할 수 있는 책입니다. 전혀 지루하지가 않아요.
원래 인기 작가가 되면 출판사의 유혹에 넘어가 재탕한 책을 내게 되지요. 그래도 독자로선 선택권이 넓어져서 나쁠 게 없다고 봐요. 저는 이 책 참 좋더라고요. 어떻게 문단과 문단을 잇는지 어떻게 글을 끌어가서 결론에 도달하는지 그 과정을 보는 게 흥미로워요. 각 꼭지마다 장자의 짧은 구절을 가지고 긴 글을 쓸 수 있는게 신기합니다. 저에게 좋은 참고서 같은 책이에요.
아, 오십에 읽는 주역. 검색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3-12-26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해야하는데 점점 말이 많아져 걱정입니다.
장자나 쇼펜하우어 책을 옆에 두고 매일 새기며 들어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3-12-27 15:09   좋아요 2 | URL
저도 페넬로페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말수를 줄이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습니다.
매일 새기며 다짐하기!, 를 해 보겠습니다.^^

세실 2023-12-28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는데 이미 읽으셨군요^^ 역시!!
유시민님도 장자를 가장 좋아한다고 해서 기대됩니다.
세상에 여전히 읽지 않은 책이 많다는거, 신나는 일입니다.

페크pek0501 2023-12-29 12:36   좋아요 0 | URL
세실 님, 알라딘에 오랜만의 등장이십니다. 넘 반가워요. 새 글이 올라오지 않아 업무가 바쁘신가 보다 했어요.
장자의 글을 가지고 저자의 상상력을 더해 잘 버무린 책 같습니다. 에세이 한 편, 한 편을 어떻게 완성해 나가는지 그 과정을 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저자의 반성과 사유를 담은 글이 빛나 보입니다. 저와 독서 취향이 같으시니 세실 님도 이 책을 좋아하실 듯. 세실 님, 오늘도 굿 데이^^

희선 2023-12-31 0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본래 말을 잘 안 해서... 다른 사람이 하는 말 듣는 거 더 좋아해요 책을 읽는 것도 그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은 보면서 가끔 내 생각과 좀 다른데 하기도 하는군요 이런저런 생각도 잘 받아들인다면 좋을 텐데...

페크 님 2023년 마지막 날 편안하게 보내세요 늘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12-31 13:10   좋아요 1 | URL
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하시는군요. 그럼 인기 많죠.
희선 님도 올해 마지막 날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제야의 종소리 들으며 소원을 빌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1-10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가르침 얻어갑니다! 경청하고 가르치려 하지 말고 괜한 의견 자제하고. 맞는 말씀입니다!

페크pek0501 2024-01-10 18:54   좋아요 1 | URL
알고는 있으되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댓글, 고맙습니다.^^
 
고독한 기쁨 - 그날 이후 열 달, 몸-책-영화의 기록
배혜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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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통증을 겪으면서도 책과 영화에 대해 기록하는 기쁨만은 놓치지 않은 저자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우리는 어느 곳에서나 희망의 끈을 잡고 있어야 한다. 진지하게 생각하며 이야기를 풀어 가는 저자의 시간 속으로 이제 우리가 들어갈 차례다. 프레이야 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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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2-21 2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프레이야님이 또 책을 내셨군요. 축하할 일이네요.^^

페크pek0501 2023-12-22 21:09   좋아요 3 | URL
예. 축하할 일이죠. 올해 제가 아는 사람들 중 책을 낸 것이 열 권쯤 되네요. 두 권 이상 낸 분들도 있고요.
내년에도 지인들이 열 권쯤 출간할 걸로 예상합니다. 그만큼 글쓰기가 인기 분야라는 거겠죠.
저는 칼럼보다 리뷰 쓰는 게 더 힘들어요.ㅋㅋ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얄라알라 2024-01-01 21:11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저도 이런 저런 모임 지인분들 내셨다고 카톡 링크 걸어보내주시는 책들이 열권은 될 것 같아요. 저도 페크님처럼 두 권 이상 낸 지인도 알고 있고요^^ 와 정말 책내기가 핫한 트렌드인가봅니다!

페크님 처럼 문장 다듬고 또 다듬고 깔끔하게 갖춰 쓰신다면 당연히 글 쓰기 힘들어질 것 같아요. 생각나는 대로 휘리리리 쓰는 저는 모를 창작의 고통^^ ㅋ

페크pek0501 2024-01-07 12:35   좋아요 0 | URL
어느 지방에서는 1인 1책 내기, 같은 행사도 있더라고요.
무슨 겸손의 말씀을..ㅋㅋ 휘리리리~~ 쓰시는 것 같아도 안 그럴 걸요.^^

얄라알라 2024-01-01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프레이야님, 이번 책 표지 부군께서 찍으셨을까 프레이야님께서 직접 찍으셨을까 상상하는 이 즐거움.

축하드립니다. 꼭 읽어볼게요

페크pek0501 2024-01-07 12:3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의 부군께서 찍으신 것 같더라고요. 프레이야 님이 올리신 글에서 본 것 같아요.
얄라알라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무반주 음악처럼’(87~88쪽)


시작은 그리 아름다운 얘기가 아니다. 열일곱 살에 덜컥 임신한 여학생 얘기니까. 그렇게 만든 남자는 어딘가로 가고 없다.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듣자 어머니는 꼴좋다며 딸을 쫓아낸다. 무책임한 아버지는 가출하고 없다. 학생은 선생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혼자 사는 선생님은 자기 집에 들어와서 살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에 아름다움이 조금씩 붙기 시작한다.


그런데 선생님의 아버지가 정신이 온전치 않다. 노인은 재산을 훔치러 들어왔다며 아이를 구박하고 폭력으로 대한다. 고민을 거듭하던 선생님은 시골에 사는 두 노인한테 도움을 청한다. 농사를 짓고 소를 치는 노인 형제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순박한 농민을 닮은 그들은 엉겁결에 아이를 받아들인다. 오갈 데 없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런데 그들은 어렸을 때 부모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로 학교를 안 다니고 외톨이로 살아서 목장과 농장 일 말고는 아는 게 없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여자와 살아 본 적도 없다. 무슨 얘기든 해서 아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처음에 아이한테 기껏 한다는 얘기가 곡물과 소에 관한 얘기다. 콩과 소의 가격이 어쩌고저쩌고…….  


그렇게 어색한 순간들을 거치면서 그들의 집은 서서히 아이의 집이 되고, 그 아이가 그곳에서 학교를 마저 다니다가 낳은 아이의 집이 된다. 그들은 부모보다 더 부모가 되어 준다. 생물학적 가족이 해체된 자리에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들어선다. 황야의 무법자처럼 살아온 두 노인에게도 변화가 생긴다. 소들을 돌보던 그들이 인간을 돌보면서 평생 자신들에게 붙어 있던 외로움을 떨쳐낸다. 그들에게 타자는 지옥이 아니라 구원이다.


켄트 하루프의 소설 『플레인송』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레고리오 성가 같은 무반주 종교음악처럼 소박하고 꾸밈없고(플레인) 순수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것인지 모른다.




....................

‘무반주 음악처럼’이라는 글의 전문을 옮겼다. 

저자가 모 일간지에 연재했던 글이고, 책 <따뜻함을 찾아서>에 실린 글이기도 하다.

일간지에서 처음 이 글을 읽고 생각한 것은 ‘글이 참 아름답구나’였다. 

문장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느껴졌고 게다가 읽는 재미도 있었다.

소설을 간단히 요약하여 인용하면서도 아름답게 쓸 수 있다니....

이렇게 쓰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걸까? 

감탄하며 읽고 나서 필사해 두었다.


일간지에 매주 연재되는 왕은철 님의 글들을 보면서 

이 글들이 언젠가는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책이 나와서 반갑게 구매했다.

여러분도 글을 감상해 보시기를.... 















왕은철, <따뜻함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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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2-19 18: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왕은철 선생이 역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에세이도 쓰셨나 보네요.

쿳시 전문가로만 알고 있네요 저는.

페크pek0501 2023-12-20 13:01   좋아요 1 | URL
번역가로 활동을 많이 하신 분이죠. 에세이도 몇 권 쓰셨어요.
쿳시뿐만 아니라 찰스 디킨스, 호세이니 등 많은 작가의 작품을 번역했어요.
따뜻한 겨울 보내십시오.^^

모나리자 2023-12-19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땨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군요. 두 노인들과 아이와 어린 엄마가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사람사는
냄새를 풍기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요즘은 여유있는 시간 보내시겠네요. 눈구경도 따뜻한 방에서 해야 좋더라구요.ㅎ
편안한 날 보내시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12-20 13:05   좋아요 2 | URL
그렇죠? 저도 뒷이야기가 궁금해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글은 읽고 싶은 책이 생기게 하나 봅니다.
여유가 있어 1월부터 수강할 강좌 하나를 찜해 두었어요.
어제 어머니와 걷기 운동을 하러 나왔다가 눈이 오는 바람에 중단했어요. 눈과 비는 실내에서만 환영할 것들이에요. 아, 연말!! 연말이 다가오고 있네요. 잘 지내십시오, 모나리자 님.^^

서곡 2023-12-23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내일이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군요 즐겁게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3-12-25 16:58   좋아요 1 | URL
하하~~ 이제야 서곡 님의 댓글을 봤어요.
서곡 님도 즐거운 성탄절과 연말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그녀는 기차를 탄다. 커다란 짐을 가진 할머니가 손잡이에 매달려 서 있고 빈 좌석이 없다. 할머니 앞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 학생이 뭔가를 펴들고 열심히 읽고 있다. 그녀는 금방 학생의 이기주의에 기가 막혀서 울분을 터트린다. "뭐예요? 당신은 젊은 학생이면서 이 무거운 짐을 가진 노인이 안 보여요. 빨리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하세요." 그러나 뜻밖에도 할머니 쪽에서 반박했다. "그만두시오. 나는 아직 노인이 아니고, 첫째로 이 짐은 솜이에요." 차 안의 모든 손님은 웃음을 터트린다.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쓴 '마음껏 참견을 할 것'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여성처럼 누구나 따끔한 충고를 해 주고 싶을 때가 있으리라. 그러나 그녀가 가벼운 솜을 무거운 짐으로 잘못 알아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한 결과를 낳았듯이, 충고자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충고를 하려고 할 때 우리 대부분은 상대편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말하더라도 듣는 이의 성품에 따라 충고를 고맙게 들을 수도, 불쾌하게 들을 수도 있으니 충고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여러분에게 도박에 빠져 있거나 외도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고 가정하자. 여러분은 따끔한 충고를 해야 한다고 보는가, 따끔한 충고를 삼가야 한다고 보는가? 이에 대해 갑과 을 두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보자. 충고를 해야 한다고 보는 갑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친구가 가서는 안 될 길로 가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충고를 하지 않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도박에 빠진 친구는 멈추지 않으면 재산을 탕진할지 모릅니다. 외도를 하고 있는 친구는 멈추지 않으면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를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충고가 필요 없을 만큼 완전한 사람은 없으며, 충고가 필요한 이에게 충고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습니다. 친구와의 사이가 나빠지고 본인이 인심을 잃더라도 방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충고를 하는 것이 참다운 친구입니다"라고.



충고를 삼가야 한다고 보는 을은 이렇게 말한다. "도박에 빠지거나 외도를 하는 이들은 본인이 떳떳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음을 알지만 그 유혹의 힘이 너무 세서 중단할 수 없는 겁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도박을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고, 외도를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는 겁니다. 그것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오거나 스스로 깨달은 바가 있어야 끝낼 수 있을 뿐, 누구의 충고도 먹혀들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충고를 환영하는 사람은 드물어서, 성과 없이 친구의 기분만 상하게 만들기 십상이니 충고를 삼가야 합니다"라고.



이번에는 나의 의견을 말하련다. 예전엔 갑의 의견과 같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도박이나 외도뿐만 아니라 어떤 일로도 당사자가 충고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아니면 친구 간에 따끔한 충고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충고가 친구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두 사람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한 사람의 안팎을 속속들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 친구의 안팎을 속속들이 안다고 해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시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인간은 대체로 남의 충고에 따르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친구에게 충고를 할 게 아니라 친구에 대한 이해심을 갖는 게 좋을 듯싶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충고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 올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2023 꼰대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꼰대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특징으로 '굳이 안 해도 될 조언이나 충고를 한다'가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조언이나 충고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 수 있다.





.......................................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글입니다.

종이 신문에는 내일 날짜로 게재됩니다. 

아래의 ‘바로 가기’ 링크를 한 번씩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1215010001786





*********

오늘 올린 글을 끝으로 24개월간의 칼럼 연재가 끝납니다. 

그동안 저를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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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14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여섯 가지로 정리된 이유가 매우 설득력 있습니다 ... 편안한 저녁 되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3-12-14 20:57   좋아요 1 | URL
서곡 님, 감사합니다.
이런 인사를 받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듯합니다. 칼럼 연재가 오늘의 글로 끝나니까 말이죠.
앞으로는 독서와 리뷰 쓰기, 로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서곡 2023-12-14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원섭섭 감개무량하시겠습니다 그간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페크pek0501 2023-12-14 21:08   좋아요 1 | URL
저로선 좋은 경험이었어요. 많이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고, 글을 계속 쓰려면 앞으로 깊은 공부가 필요함을 느꼈답니다. 감사합니다.^^

희선 2023-12-15 0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한테 뭔가 말하는 건 많이 생각해야겠네요 아니 안 하는 게 더 나을 듯합니다 다른 사람한테 뭔가 말해도 그걸 따르는 사람보다 따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으니... 자신이 잘못한 거나 잘못된 길로 가는 건 스스로 깨달아야죠 자신한테 따끔한 말 해주는 거 좋아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사람 많지는 않겠습니다

페크 님 그동안 글 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 글을 쓰셔서 홀가분하면서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겠네요 쓰던 곳은 아닐지라도 글을 아주 못 쓰는 건 아니니 앞으로도 쓰고 싶은 게 있으면 쓰시기 바랍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12-15 22:57   좋아요 1 | URL
충고는 해 주고 싶을 때가 있고 누가 충고하면 듣기는 싫고 그럴 것 같네요.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이면 다행이지만
잘못하면 사이가 나빠질 수 있으니 신중할 일이에요.
1년만 연재하려던 게 1년 연장 제의를 받고 욕심이 나서 2년동안 하게 됐어요. 근데 더 이상 못하겠더라고요.
다른 신문에 쓰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경인일보가 좋아요. 내년은 쉬겠지만 아마 또 쓰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1~2년은 쉴 생각입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3-12-15 0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24개월이 흘렀군요. 처음에 연재하신다고 좋아하시던게 생각나는데 시간이 참 빠른거 같습니다 ㅜㅜ

충고는 참 어려운거 같아요~ 내가 듣기는 싫은데 내가 하고는 싶은? ㅋㅋ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페크pek0501 2023-12-15 22:59   좋아요 2 | URL
시간이 정말 빠르죠? 그런 말 있잖아요. 하루는 길고 1년은 짧다. 이틀은 길고 2년은 짧은 것 같습니다.
맞아요. 나는 듣기 싫은데 하고 싶은 충고!!!
새파랑 님,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2023-12-15 0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충고 안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에 찬성입니다.

페크님 24개월 동안 수고 많으셨네요.
귀한 시간들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페크pek0501 2023-12-15 23:00   좋아요 2 | URL
저도 충고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저에겐 연재가 좋은 경험의 시간이었어요. 자기 능력의 한계에 부딪힌 순간도 많이 경험했고요.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3-12-15 0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년이란 세월동안 칼럼을 쓰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다는 말 드리고 싶어요
그동야 수고 많으셨어요.

페크pek0501 2023-12-15 23:01   좋아요 3 | URL
4주 1회도 힘든데 1주 1회로 쓰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칼럼 글감 구하기에서 해방된 기쁨이 있습니다. 매달 숙제를 매달고 살다가 해방되었으니...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yamoo 2023-12-15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동안 양질의 글을 써주시는라..^^
2년은 정말 긴 시간인데, 페크 님의 도전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일취월장 하셔서 다음에는 단행본으로 만나뵙기 기대합니다!

페크pek0501 2023-12-15 23:03   좋아요 1 | URL
보다 좋은 글을 써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에요.
정말 저로선 도전이었어요. 연재 덕분에 책 반 권 분량의 글을 썼습니다.ㅋㅋ
야무 님, 고맙습니다.^^

cyrus 2023-12-15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했습니다. 페크님의 글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지면이 또 생길 거라 믿습니다. 내년에도 건필하세요. ^^

페크pek0501 2023-12-15 23:04   좋아요 1 | URL
글이 빛을 발한다는 표현, 참 좋네요. cyrus 님, 고맙습니다. 님도 건필하십시오.^^

stella.K 2023-12-15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시마 유키오의 예는 정말 웃겨요. ㅎㅎ
근데 이 자리 양보가 참 어렵더군요.
얼마 전, 사람 많은 버스를 타게 됐는데 전 그저 빈 자리가 없나 둘러 봤을 뿐인데
어느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자리를 양보해서 좀 민망했어요. 금방 내릴 거라서 슬쩍 일어나는 거면
좋은데 그것도 아니고 바로 제 옆에 서서 가길래 어찌나 민망하던지.ㅋㅋ
근데 충고에 대해선 저도 언니의 생각에 기본적으로 동감이긴 한데 그래도 전 제 친구가 도박이나 외도를 한다면
충고를 할 것 같아요. 그건 윤리와 도덕의 문제고 나중에 왜 나한테 따끔하게 야단쳐 주지 않았냐고
친구 맞냐고 원망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친구가 좋은 삶을 살 길 바란다면
때론 담대하게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그 친구가 나중에 어떤 삶을 살지 너무 보이잖아요.
그런 거 외에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면 그냥 지켜봐 줘야죠.ㅋ

24개월 쉽지 않죠. 수고 많으셨어요. 아쉬운 마음은 접으시고 자유를 만끽하시길.^^ .

페크pek0501 2023-12-15 23:09   좋아요 2 | URL
웃긴 이야기를 스텔라 님이 언급해 주시네요. 저는 저 이야기를 책에서 보고 막 웃었습니다. 작가가 소설을 쓸 때는 진지한데 - 금각사에서 보듯이 - 에세이는 정말 웃깁니다. 알라딘에 딱 맞는 책이 없어 못 넣었어요. 오래된 책이어서 그런가 봐요.
그래서 저는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양보할 때 내리는 척하고 다른 문 앞으로 가 서 있어요.ㅋ
스텔라 님의 의견도 일리 있어요. 친구를 위해 충고하는 게 좋다는 의견, 나올 법합니다. 칼럼의 특징 상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하는지라 저는 안 하는 쪽을 택해 썼어요.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잘 안 고쳐지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요. 충고를 수렴할 사람은 스스로 상의를 해 와요. 그럴 땐 솔직히 말해 줄 수 있겠지요.

어느 새 24개월이 흘렀을까요? 저도 너무 시간이 빠른 것 같아 놀랍기도 하답니다.
아쉬움보단 자유로움을 느낀답니다. 스텔라 님, 긴 댓글 고맙습니다.^^

2023-12-15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5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3-12-15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4개월 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하셨군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페크님.^^
처음 도입부 글을 읽다가 기억이 떠올랐어요. 일본여행 때 전철 안에서 양보할라치면 사양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노인의 대국 답게 정말 건강하고 허리도 꼿꼿하시고요. 미시마 유키오의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있었다니
읽고 싶어지네요.
오랫동안 글을 연재하셨으니 다른 곳에서 또 연락이 오지 않을까요? ㅎ
아무튼 시원섭섭하실 것 같습니다. 할 일이 없는 것 같은 자유도 맛보시길요.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12-16 12:21   좋아요 2 | URL
24개월 동안 두 번의 공포를 경험했어요. 마감날은 다가오는데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서요. 어찌나 무섭던지 이젠 더 하라고 해도 못하겠더라고요. 또 연재를 하더라도 1~2년간의 재충전 시간을 가진 후에나 가능할 듯요.
제가 더 유능했더라면 더 연재를 할 수 있는 건데...ㅋㅋ 이 부분은 좀 아쉬워요.
벌써 연말 인사를 나눌 시간이 왔군요. 이달 중순이 넘었으니까요.
모나리자 님도 행복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2023-12-15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7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7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3-12-16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마지막 칼럼 기고네요. 고생한 만큼 성장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
곧 연말인데 당분간 푹 쉬세요.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23-12-17 10:55   좋아요 1 | URL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이죠. 망신당할까 봐 최선을 다해 쓰긴 했어요. 내가 이렇게 집중형 노력파인가, 처음 알았어요. 자신 없는 일을 벌여 놓으면 인간은 노력하게 되어 있나 봅니다.
당분간 쉴 생각이에요. 쉬면서 책이나 읽으며... 맛있는 거 많이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빵이 항상 우리를 배부르게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인간이나 자연 가운데에서 어떤 너그러움을 깨닫는 것은, 그리고 순수하고 영웅적인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은 반드시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 더욱이 그것은 우리가 우리 괴로움의 원인을 모르는 경우에도 우리의 굳은 관절을 풀어 주고 우리로 하여금 유연성과 탄력성을 지니게 한다.(249쪽)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그리고 토지를 재산으로 보거나 재산 획득의 주요 수단으로 보는 누구나 벗어나지 못하는 천한 습성 때문에 자연의 경관은 불구가 되고 농사일은 품위를 잃었으며, 농부는 그 누구보다도 비천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농부는 자연을 약탈의 대상으로만 알고 있다.(250쪽)


우리가 흔히 잊기 쉬운 것은, 태양은 인간의 경작지와 대초원과 삼림지대를 차별 없이 똑같이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태양의 광선을 똑같이 반사하거나 흡수한다. 인간의 경작지는 태양이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 내려다보는 멋진 풍경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태양의 눈에 이 지구는 두루두루 잘 가꾸어진 하나의 정원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태양의 빛과 열의 혜택을 이에 상응하는 믿음과 아량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250~251쪽)


이 콩의 결실을 내가 다 거둬들이는 것은 아니다. 이 콩들의 일부는 우드척을 위해서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밀의 이삭이 농부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서는 안 되겠으며, 그 낟알만이 밀대가 생산하는 모든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농사가 실패하는 일이 있겠는가? 잡초들의 씨앗이 새들의 주식일진대, 잡초가 무성한 것도 실은 내가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닌가? 밭농사가 잘되어 농부의 광을 가득 채우느냐 아니냐는 비교적 중요한 일이 아니다. 금년에 숲에 밤이 열릴 것인지 아닌지 다람쥐가 걱정을 않듯 참다운 농부는 걱정에서 벗어나 자기 밭의 생산물에 대한 독점권을 포기하고, 자신의 최초의 소출뿐만 아니라 최종의 소출도 제물로 바칠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251쪽)


⇨ 세속적인 논리와 세속적인 가치만 중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글들이다. 밭은 농작물을 수확하는 땅이기 이전에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2.

태양의 따스함이 정말 고맙게 느껴지는 가을의 어느 맑은 날에 언덕 위의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호수를 내려다보며, 물 위에 비친 하늘과 나무들의 그림자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수면 위에 끊임없이 그려지는 동그라미 모양의 파문을 관찰하는 것은 마음이 무척 차분해지는 일이다. 이 넓은 수면에는 동요가 있더라도 그것은 이처럼 곧 잠잠해지며 가라앉게 된다. 그것은 마치 물이 가득한 항아리를 흔들어놓으면 그 물이 출렁대지만 가장자리에 닿으면서 결국엔 수면 전체가 다시 잠잠해지는 것과 같다.(282~283쪽)


⇨ 태양의 따스함을 우리도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지 않던가. 


나의 경험. 무더운 여름날 가족과 함께 놀러간 계곡에서였다. 계곡물에서 물놀이를 하고 난 뒤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데 물에 젖은 몸이 떨리도록 추웠다. 그때 갑자기 구름을 헤가르고 태양이 나타나더니 햇볕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태양의 따스함이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3.

9월이나 10월의 이런 날 월든 호수는 완벽한 숲의 거울이 된다. 그 거울의 가장자리를 장식한 돌들은 내 눈에는 보석 이상으로 귀하게 보인다. 지구의 표면에서 호수처럼 아름답고 순수하면서 커다란 것은 없으리라. 하늘의 물. 그것은 울타리가 필요 없다. 수많은 민족들이 오고 갔지만 그것을 더럽히지는 못했다. 그것은 돌로 깰 수 없는 거울이다. 그 거울의 수은은 영원히 닳아 없어지지 않으며, 그것의 도금을 자연은 늘 손질해준다. 어떤 폭풍이나 먼지도 그 깨끗한 표면을 흐리게 할 수는 없다. 호수의 거울에 나타난 불순물은 그 속에 가라앉거나 태양의 아지랑이 같은 솔이, 그 너무나도 가벼운 마른걸레가 쓸어주고 털어준다. 이 호수의 거울에는 입김 자국이 남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입김을 구름으로 만들어 하늘로 띄워 올리는데, 그 구름은 호수의 가슴에 다시 그 모습이 비친다.(283~284쪽)


⇨ 월든 호수는 돌로 깰 수 없는 거울이고, 그 거울에는 입김 자국이 남지 않는다고 한다. 아름다운 시구절 같다. 




4.

내가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여름날 아침이면 나는 자주 호수 한가운데로 보트를 저어가서는 그 안에 길게 누워 몽상에 잠기곤 했다. 그러고는 산들바람이 부는 대로 배가 떠가도록 맡겨놓으면 몇 시간이고 후에 배가 기슭에 닿는 바람에 몽상에서 깨어나곤 했는데, 그제서야 나는 일어서서 운명의 여신들이 나를 어떤 물가로 밀어 보냈는지를 알아보았다. 그 시절은 게으름 부리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고 생산적인 작업이던 때였다. 하루 중 가장 귀한 시간들을 그런 식으로 보내기 위하여 오전 나절에 몰래 빠져나오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당시 나는 정말로 부유했다. 금전상으로가 아니라 양지바른 시간과 여름의 날들을 풍부하게 가졌다는 의미에서 그러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들을 아끼지 않고 썼다. 그 시간들을 조금 더 공장이나 학교의 교단에서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288쪽)


⇨ 나도 소로우처럼 호수 한가운데로 보트를 저어가서 산들바람이 부는 대로 움직이는 보트 안에 길게 누워 몽상에 잠기는 경험을 하고 싶네. 자연에 몸을 맡기고 누워 있으면 기분이 어떠할까?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소로우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있었을 법한데, 자연과 함께 산 시간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5.

시 한 줄을 장식하는 것이 

나의 꿈은 아니다.

내가 월든 호수에 사는 것보다

신과 천국에 더 가까이 갈 수는 없다.

나는 나의 호수의 돌 깔린 기슭이며

그 위를 스쳐가는 산들바람이다. 

내 손바닥에는

호수의 물과 모래가 담겨 있으며, 

호수의 가장 깊은 곳은 

내 생각 드높은 곳에 떠 있다.(290~291쪽)


⇨ 글의 출처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걸로 보아 소로우가 쓴 시인 듯.




6.

열차는 호수를 보기 위하여 멈추는 일이 결코 없다. 그러나 기사관사와 화부과 제동수制動手 그리고 정기승차권을 가지고 있어 이 호수를 자주 지나는 승객들은 호수를 보았기 때문에 좀 더 나은 사람들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나는 상상을 해본다.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이 평온과 순수의 표본 같은 호수를 보았다는 것을 그 기관사는(적어도 그의 본성은) 밤에도 잊지 않을 것이다. 비록 한 번밖에 보지 않더라도 이 호수의 모습은 혼잡한 보스턴의 거리들과 기관차의 검댕을 씻어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호수를 ‘신의 안약眼藥’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 사람이 있다.(291쪽)


⇨ 소로우는 평온과 순수의 표본 같은 호수를 보았던 사람들은 좀 더 나은 사람들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을 해 본다고 한다. 비록 호수를 한 번밖에 보지 않은 이들도 호수의 모습이 그들의 마음을 정화해 줄 것이라고 한다. 소로우에게 있어 월든 호수는 사람들의 마음을 깨끗이 정화시켜 주는 특별한 호수다.


 


7.

화이트 호수와 월든 호수는 지상의 커다란 수정이며 빛의 호수들이다. 만약 이들이 영원히 응결되고, 훔칠 수 있을 만큼 작은 것들이라면 아마 제왕들의 머리를 장식하는 보석으로 쓰기 위하여 노예들이 캐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 호수들이 액체 상태인 데다 그 양이 풍부하며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영원히 확보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이들을 무시하고 ‘코히누르의 다이아몬드’를 뒤쫓는다.(299쪽)


⇨ 이 글을 읽으면 호수가 크고 값진 보석으로 느껴진다. 


소로우는 화이트 호수를 월든 호수의 쌍둥이 동생(297쪽)이라고 생각한다. 




8.

자연을 놓아두고 천국을 이야기하다니! 그것은 지구를 모독하는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300쪽)


⇨ 소로우는 자연만한 천국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

"자연 묘사에 있어 미국 문학뿐만 아니라 서양 문학을 통틀어서도 《월든》을 따를 만한 작품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절이 바뀌면서 변화하는 월든 호수 및 주위 숲의 모습, 또 그 속에 사는 온갖 동식물이 참으로 생생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옮긴이의 말,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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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14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오네요.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데, 하루 종일 흐립니다.
사진 속의 시간은 가을 같아보여요. 따뜻하고 청명한 날의 느낌이 듭니다.
주말부터 추워진다고 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12-14 18:17   좋아요 2 | URL
사진 속의 시간은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시간 속, 인 듯합니다. 11월에 찍어 둔 것 같아요.
오늘 비가 와서 공기가 맑은 점은 좋더라고요.
또 추워지겠지요.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