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 calm and carry on 

서른 살을 맞은 생일. 친구가 저에게 준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친구야 명심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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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2-2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려 깊은 친구분을 두셨네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얼그레이효과 2011-03-01 07:0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후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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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지난 1월 18일 끝내고, 지금까지 노는 중이다. 뭔가 하지 않으면 불안한 느낌이 싫어서, 책을 여러 권 겹쳐 읽어보는 시도까지 했지만, 좋은 극복 방식이 아닌 것 같아 일단 2월까지는 마냥 놀기로 했다. 사회에서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난 만큼, 내 의견도 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친구에게 상담까지 받기도 했다. 친구의 위로는 결국 좀 놀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마치 "뒤를 좀 돌아봐"같은 자신의 일에 매진한 사람들이 쓰는 경구같은  시간을 보냈는지 스스로에게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그 의심을 안심으로 바꾸는 것이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사는 데 필요한 것 같았다. 일단 아무런 의견 개진은 최대한 안 하기로 했다. 한다면 단순한 욕설 정도로 정리하기로 했다. (나 왜 이렇게 랩을 하는 거지. ~하기로 했다)

요즘 대학 동기 한 명이 안 좋은 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말 정도에 이 소식을 들었는데, 난 그때 놀라움만 가슴에 가둔 채, 그 친구의 불안감을 매만져주지 못했다는 약간의 자책같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그 친구의 투병 과정에 필요한 모금을 시도하기로 했고, 오랜만에 '과대'기질을 발휘해 모금 과정의 마무리에 와 있다. 어떤 보람 혹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연락하여 뜻을 모으는 과정에서 오는 어떤 스트레스. 사실 뭐 그런 것은 없다. 다만 좀 거창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영화를 보고 스스로 그 영화를 비평할 때 제법 진지하게 꺼내본 질문 이상은 아니었던 삶과 죽음. 그 문제를 정작 내 대학 친구가 겪고 있다 생각하니 왠지 내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친구에게 긴밀히 온라인으로 쪽지를 보냈다. 그 친구가 남편과 함께 지혜롭게 자신의 병을 극복해 나가는 것에 삶의 한 면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친구는 요즘 밝고 명랑한 소식, 표정으로 자신의 근황을 올린다. 그 친구가  내게 보내온 쪽지는 막 감동적인 문구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놀랐다', '어쩌겠나', '이겨내야지' 등. 무덤덤 그 자체였다. 거기에 '너 정말 대단하다'와 같은 진부한 응원을 보탠다는 게 초라하게 느껴졌다.  

친구에게 전이된 무덤덤함이 오래 간다. 사람들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격하게 분노하는, 그리고 열렬히 갈구하는 그런 현상들, 대상들에 대해 이상하게 밀가루 맛이 나는 것 같다. 당분간은 이 상태를 즐길 계획이다. 지금은 책도 영화도 '그냥' 읽고 '그냥' 봐야겠다. 넣으려고, 집을려고 애쓰지 말고, 가만히 놓아두고, 또 비워야 겠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 나는 이것을 슬럼프라고  이름 붙이려 애썼는데, 그 수고로움마저도 잠시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입력도 출력도 아닌, 전원을 다 끈 상태라는 걸 인정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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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02-1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자기를 채우고 있는 열정이나 기운이 빠져나가면 맘이 좀 허해지기 마련인가봐요.

친구분이 얼른 낫길 바랄게요.

얼그레이효과 2011-02-24 00:44   좋아요 0 | URL
arch님 오랜만이에요. 진단이 정확하신 것 같아요. 조금 쉬니 머리가 돌아가는 듯해요. 다시 달려야죠!
 

1. 오늘 명동 CGV에서 영화 <황해>를 보고 왔다. 이 영화는 시사회 평을 공개한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속에서 영화가 보여준 장점과 그 매력은 예로 들어 110분대에 다 한 것 같은데 나머지 46분을 더 끌었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것 같다. 

2. (나는 이 영화를 오늘 다시 볼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잘'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정우와 김윤석은 영화 내내 불쌍한 마음이 들 정도로 캐릭터에 빠져 들어 있다.  연기를 정말 잘 한다.

3. 그리고 이 영화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들. 카메라 맨을 포함한 스탭들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정말 이 영화는 스탭들이 고생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만큼 영화 한 씬에 대한 정성이 많이 들어가 있다.  

4. 나홍진 감독 그리고 스탭들의 관계에 대한 안 좋은 루머들이 있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 루머들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스탭들의 '개고생'이 느껴진다. 

5.(그런 맥락에서) 영화 제작 과정의 윤리와 다르게 <황해>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영화를 보는 사람, 관객에게 보여줘야 할 윤리란 이런 것임을 영화로 보여준다는 생각을 했다.  

6. 이 영화는 <추격자>와 다른 보기 방식으로 봐야 한다. <추격자>와 뭔가 유사하다는 느낌 속에서 <추격자>를 볼 때 고수했던 영화 보기와 그것에 관계된 정서 상태를 유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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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있는가? 몇 시간 전, 동네 '부#치킨'에 들러,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시켜, 혼자 다 먹고 생각해 본 질문이다. 며칠 전부터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통큰치킨'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들이 '닭세권'에 있는지, 또 긴 대열에 동참해 '얼리어닭터'의 묘미를 느끼고자 했다. 덩달아 나온 것은 기존 치킨 회사들에 대한 푸념이었다. 치킨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 대한 승진 여부를 궁금해 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최근 '닭'담론의 과잉 속에서, 정작 닭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매일마다 터지는 사건 속에서, 또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시끄러워질 만한 '상징적 사건'이 터진 것이고, 고로 사람들은 닭을 먹는 게 아니라, '사건을 먹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이 상황에서 롯데마트가 가장 고마워 해야 할 대상은 언론일 것이다. 언론은 때마침 사람들에게 갈급했던 '재미난 괄호'에 친숙한 문제 하나를 얹어준 셈이다.  

'없는 닭'으로 인해 벌어진 이 하나의 '연극 같은 일'은, 정말 '연극 같아서'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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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3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02: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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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1 2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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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7 1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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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1 0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1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12월 5일 새벽, 트위터 소식을 보니 리영희 선생님께서 소천하셨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고인의 죽음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생전에 고인을 책이 아닌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대학생 시절,  교수님, 학우들과 함께 선생님의 강연을 기획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의 강인한 눈빛은 잊혀지지 않는다. 선생님은 지병때문에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셨지만, 무엇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 자세는 강직하고, 또 강직해 보였다. 특히 고령에도 여전히 '정세'란 개념 아래 한국의 상황을 예리하게 짚어보시려는 식견은 대가의 모습을 느끼게 했다. 신영복 선생님과 강정구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많은 교수님들의 인사 속에서 선생님은 위트를 잊지 않으셨고, 다음에 또 볼 것을 기약하셨다.   

오늘 새벽은 당시 선생님의 강연 내용을 기록해놓은 노트를 찾아야겠다...  

선생님, 평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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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2-05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충격적입니다. 하늘에서 한반도를 내려보시면 선생님 많이 답답하실 것 같습니다.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12-08 01:09   좋아요 0 | URL
그 곳에서도 나라를 위한 글을 쓰시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조선인 2010-12-06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뉴스를 보다가 화들짝 했더랬지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ㅜ.ㅜ

얼그레이효과 2010-12-08 01:09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오랜만입니다. 많은 이들의 추모를 받고 가신 선생님, 거기서도 나라를 위한 염려들로 가득찬 생활을 하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