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크 트웨인의 미완성 동화를 만났습니다.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이란 제목의 동화인데요, 이 동화의 원작은 작가가 딸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기록해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딸에게 많은 이야기를 즉석에서 지어 들려주곤 했는데, 그 가운데 기록으로 남겨진 것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그동안 원고가 잠자고 있다가, 오랜 잠을 깨고 세상에 나온 작품입니다. 물론, 미완의 작품이기에 원고 그대로 출간된 것은 아닙니다. 칼데콧 상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 부부인 필립 & 에린 스테드 부부가 글을 새롭게 다듬고 삽화를 넣어 하나의 훌륭한 동화로 재탄생한 작품입니다.

 

나의 어린 시절 한 자락을 차지했던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작가인 마크 트웨인의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작품에 손을 뻗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동화 속 주인공은 조니라는 소년인데, 너무나도 가난한 삶의 자리에 있는 아이죠. 이 아이는 어느 날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축인 전염병과 기근이라는 이름의 닭을 팔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이때부터 조니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수많은 동물들을 만나기도 하고, 어느 왕국의 사라진 왕자를 찾아 길을 떠나기도 합니다. 과연 조니는 사라진 왕자를 찾을 수 있을까요?

 

동화는 마크 트웨인 작품답게(?)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내용이 곳곳에 감춰져 있습니다. 사회비판적 내용 역시 담겨 있는 게 마크 트웨인 작품의 맛(?)입니다. 이 동화 역시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조니가 살던 그곳은 이런 곳입니다. 운 없고 배고픈 사람들이 평생 운 없고 배고픈 채로 산다. 반대로 미합중국에서는 모두가 공평하게 동등한 기회를 가진다.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자가 있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불경을 저지르는 것이다!”(12) 하지만, 이 문구 자체가 해학적이고 풍자적입니다. 왜냐하면, 조니가 사는 그곳은 미시간이거나 미주리이기 때문입니다.

 

동화 속 왕자를 납치해간 이들을 왕은 거인이라 부릅니다. 거인이라 부르며, 이들은 마땅히 퇴치해야할 괴물처럼 치부해 버리죠. 그런데, 실상 이들은 가진 자들에게 착취당하기만 하고, 인간 대접 받지 못하는 민중을 대표합니다. 그들이 눈물 흘리는 장면을 살펴보면, 이들이 그동안 어떤 대접을 받아 왔었는지를 알 수 있답니다.

 

조니는 깊게 숨을 내쉬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마침내 한 말을 떠올렸다. 끊임없이 어리석은 폭력에 휘말리는 인간들을 구원해 낼 절호의 말을. 인간들이 어쩌다 한 번만이라도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니는 말했다. “여러분을 알게 돼서 정말 기뻐요.” 그러자 거인들은 눈물을 흘렸다(152-3)

 

인간적 대접의 인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눈물 흘리게 마련인 동화 속 거인들’. 언제나 착취당하고 외면당하기만 한 평범한 이들이 거인으로 내몰려야만 하는 사회. 어쩌면 그 사회를 작가는 비판하고 있는 것이겠죠.

 

아무튼 이런 비판적 내용과 함께 다소 환상적인 내용을 담은 동화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은 마크 트웨인이라는 이름의 무게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동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써니 사이드 업 Wow 그래픽노블
제니퍼 L. 홀름 지음, 매튜 홀름 그림,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베리 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작가 제니퍼 L. 홀름과 그녀의 오빠 매튜 홀름이 함께 만든 그래픽 노블 써니 사이드 업은 잔잔한 감동이 있는 작품입니다.

 

친구와 함께 떠나기로 계획 되어 있던 바닷가 여름휴가를 기다리던 써니(선샤인 르위)의 여름휴가는 바닷가가 아닌 은퇴자 마을인 파인 팜즈에서 보내게 됩니다. 오빠의 폭주와 이로 인해 깨져 버린 가정의 평화. 물론, 이 평화는 어쩌면 오래전에 깨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쉬쉬하며 모른 척, 아닌 척 덮어 두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이렇게 깨져버린 가정의 회복을 위해 부모님은 잠시 써니를 할아버지에게 맡긴 겁니다.

 

온통 노인들밖에 없는 은퇴자 마을에 오게 된 10살 소녀 써니. 써니는 그곳에서 어떤 여름을 보내게 될까요?

 

참 다행스러운 건 그곳에서 써니는 또래 사내아이인 파인 팜즈의 관리인 아들을 만나게 된 겁니다(써니에겐 다행스러운 우정의 기회를 얻은 것이지만, 생각해보면, 이 소년은 언제나 그곳에서 외톨이였겠어요. 그런 외로움을 달래준 것이 바로 만화였겠어요. 정말 만화 속 히어로들은 이 소년에겐 외로움을 달래줄 히어로인 게 분명하네요.). 이제 둘은 만화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쌓아가게 됩니다. 여기에 골프공 줍기 알바, 고양이 찾아주기 알바를 하고요.

 

써니 사이드 업은 전반적으로 잔잔합니다. 하지만, 그 잔잔함 속에 감동이 찾아오기도 하고, 때론 격정과 같은 슬픈 현실이 감춰져 있기도 합니다. 써니를 힘겹게 만드는 건 오빠 데일의 탈선이랍니다. 술과 마약으로 인해 이성을 잃어버린 오빠 데일, 그로 인해 깨져버린 가정의 평화. 어쩌면, 써니를 정말 힘들게 하는 건, 바닷가로 휴가를 떠나지 못함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오빠의 변해버린 모습이 아닐까요? 이런 모습을 보며, 진정 귀한 보물은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또 하나, 감정을 감추고 체면을 차리는 모습이 진짜 치유를 가져오진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때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전하는 방법이 치유와 회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도 보게 됩니다.

 

때론 무료하다 싶을만큼 잔잔한 일상이라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님을 알게 되고요. 써니의 유쾌하지 않은 파인 팜즈에서의 여름은 놀랍게도 많은 추억을 선사하고, 좋은 기억들을 선물합니다. 그저 어마어마한 계획이라곤 기껏해야 우체국에 가고, 마트에 가는 일이 전부인 은퇴자 마을에서의 여름은 써니에겐 도리어 선물과 같은 시간이었음을 발견하게 되죠.

 

어쩌면, 오늘 우리의 일상의 삶 역시 이처럼 잔잔할 지라도 선물과 같은 귀한 보물들이 곳곳에 감춰져 있는 것은 아닐지 돌아보게 해주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선화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킹콩의 원작가인 에드거 월리스가 추리소설 작가임을 얼마 전(작년) 알게 되었다. 작가의 추리소설들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시리즈로 도서출판 양파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는데, 그 첫 번째 작품인 트위스티드 캔들과 두 번째 작품 네 명의 의인을 통해서다.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 작품의 제목은 수선화 살인사건으로 전작들보다 제목에서부터 뭔가 흥미로운 사건을 만나게 될 것만 같은 기대를 품게 한다.

 

중국에서 활동하다 영국으로 건너온 명탐정 탈링은 백화점 사장인 손튼 라인을 만나 그에게 사건을 의뢰받는다. 백화점 매니저(밀버그)가 회사 돈을 횡령하고 있음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러 부른 건데, 이때 마침 손튼 라인은 백화점 경리 직원(오데트)에게 치근덕거리다가 보기 좋게 퇴짜를 맞게 되고. 이에 모욕감을 느낀 손튼 라인은 회사 돈 횡령죄를 오데트에게 덮어씌움으로 복수하려 한다. 바로 이 일을 도와줄 것을 탈링에게 요청하지만, 탈링은 그런 짓은 할 수 없다고 사양하게 되고, 오히려 뒤에서 오데트를 도우려는 마음을 품게 된다. 왜냐하면, 탐정 탈링은 오데트란 여인에게 한 눈에 반했기 때문. 이렇게 한 눈에 반하는 게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탈링은 이때부터 오데트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데, 사건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정말 찌질하고 못된 악덕 기업가인 손튼 라인이 그만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그 시체엔 수선화 한 다발이 놓인 모습으로 말이다. 이렇게 해서 이 사건은 수선화 살인사건이 되는데. 모든 정황은 오데트가 범인이라 가리키고 있다. 이에 사건을 뒤쫓는 탈링은 괴로운 가운데서도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데. 과연 오데트가 정말 범인인 걸까?

 

탈링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가운데 놀라운 사실들이 많이 드러나게 된다. 오데트의 경우, 가난한 여종업원인 줄 알았는데, 그의 집을 찾아가보니, 집이 아닌 저택. 그의 엄마는 엄청난 부를 가진 부인이다. 그런 부잣집 딸이 왜 가난한 여종업원으로 백화점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걸까? 그것도 악덕 사장의 추근거림을 감당해내며 말이다.

 

탈링을 놀라게 하는 또 하나의 진실은, 중국에서부터 따라와 자신을 돕고 있는 중국인 조수 링추에 대해서다. 놀랍게도 손튼 라인을 죽이는데 사용된 총은 다름 아닌 탈링의 것이었다. 그 총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조수인 링추 뿐이다. 이렇게 링추에 대해 의심을 하며, 링추의 소지품을 엿본 결과, 링추의 여동생과 살해당한 손튼과는 연관성이 있었다. 손튼이 바로 링추의 여동생을 추행함으로 링추의 여동생이 명예자살을 했던 것이다. 게다가 링추의 여동생 별명이 바로 작은 수선화였다. 링추는 살해된 손튼에게 원한을 품고 있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렇게 또 한 사람 링추가 수선화 살인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용의자도 있다. 자신의 횡령행위가 들통나버려 파면 위기에 있던 백화점 매니저 밀버그가 바로 그 사람. 밀버그는 교활하게도 자신의 모든 증거를 보란 듯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파괴해 버린다. 회계사무소 화재사건을 통해 말이다. 그리곤 자신은 청렴한 사람인 양 군다. 그것도 자신의 진면목을 다 알고 있는 탈링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말이다. 탈링이 자신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역시 악당의 전형적 캐릭터인데, 요 녀석도 참 의심스럽다.

 

여기에 더하여 탐정 탈링의 감춰진 신분 역시 사건을 복잡하게 만든다. 물론, 이 복잡함은 소설을 읽는 독자에겐 별로 복잡하진 않지만(주인공을 전적으로 믿는 믿음 때문에 그렇다. 혹 주인공마저 범인으로 의심할 만큼 철저하게 객관적 관점에서 소설을 접근하는 추리소설에 최적화된 독자들에게라면 탈링의 감춰진 신분은 충분히 탈링을 유력한 용의자로 구분하고 소설을 바라보게 만들 것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기엔 충분하다.

 

또 한 사람, 희생자인 손튼 라인을 절대적으로 숭배하는 범죄자 샘 스테이란 인물 역시 소설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자는 손튼의 다소 유희적 선의에 의해 손튼을 신으로 여길 만큼 신봉하고 절대적으로 따르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에게 있어, 손튼이 평소 증오감을 표현한 인물(오데트)을 향한 증오는 사건을 복잡하게 만든다.

 

소설은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구일지를 궁리하게 만든다. 계속되는 반전 속에서 궁금증을 품고 소설을 읽게 만드는 작품인데, 추리소설의 느낌만으로 본다면, 개인적으로는 전작들보다 더 재미나게 읽은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들은 고전적 느낌을 갖게 하면서도 여전히 재미나게 읽기에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생의 기억
다카하시 가쓰히코 지음, 박현주 옮김 / 네오픽션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106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붉은 기억의 작가 다카하시 가쓰히코의 전생의 기억을 읽었다. 그렇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 역시 붉은 기억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1996년 작품이다. 도합 8편의 각양각색의 기억에 얽힌 단편소설들.

 

책을 읽고 나면 혹 나에게도 이런 봉인된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봉인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그런 기억이 있는지 조자 모른다. 또는 왜곡된 기억을 진실된 기억인양 알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그들이 우연한 기회에 기억을 되찾게 된다. 대체로 끔찍한 진실을 담고 있는 기억들을.

 

어떤 이는 두통 치료를 위한 최면 치료를 하는 가운데, 전생의 기억을 되찾게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특별한 노래를 들으며 꽁꽁 감춰졌던 기억의 자락을 엿보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오랜만에 방문한 고향, 그곳에서 맡게 된 냄새를 통해, 또는 오랜만에 방문한 어린 시절 자랐던 고장의 풍경이나 장소를 통해, 봉인된 기억이 해제되기도 한다.

 

이 장소, 어린 시절의 봉인된 기억의 장소들은 8편 소설 모두 모리오카라는 곳이다. 몇몇 소설은 모리오카라는 지명이 분명히 명시되기도 하고, 또 몇몇 소설은 모리오카라는 지명이 명시되지는 않지만, 연상되어지는 풍경이 모리오카처럼 느껴진다. 오랫동안 발전되지 않고 정체된 공간, 그 공간을 방문하면서 봉인된 기억들이 해제되며, 주인공들은 뜻하지 않은 진실 앞에 서게 된다.

 

좋은 감정을 가진 지인이 알고 보니 자신 가문을 파괴시킨 장본인이 되기도 하고. 가족을 버리고 도망친 아빠가 알고 보니 불륜을 행한 모친과 애인에 의해 살해되기도 하고. 이처럼 많은 경우, 기억이 봉인되었거나, 일정 기간의 기억이 삭제되어 있던 이유는 가족의 끔찍한 죄악을 무의식 가운데 숨기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런 봉인된 기억들을 풀어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잃었던 기억을 되찾는 작업은 독자에겐 즐거운 여정임에 분명하다. 무엇보다 반전의 기억이 참 재미나다. 때론 오소소 소름을 돋게 만들기도 하고.

 

이처럼 소설은 때론 피하고 싶은 기억을 만나기도 하고. 때론 누군가의 아픈 기억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때론 애틋했던 가슴 시린 기억을 되새기기도 하고. 때론 왜곡되고 뒤틀린 기억을 바로 잡기도 한다.

 

모든 추억은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지만, 대개는 열쇠로 굳게 잠겨 있기 때문에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그 열쇠를 열어보기도 하지만 싫은 추억을 만나게 되면 사람들은 당황하며 뚜껑을 얼른 덮고 만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스러운 추억만을 추출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좋든 싫든 열쇠를 열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271)

 

소설을 덮으며 묻게 된다. 나에게도 혹 열어야 할 기억이 감춰져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말이다. 어린 시절 특별한 굴곡 없이 무난하게 성장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혹 그 안에 봉인된 기억, 어쩌면 원치 않은 기억들을 왜곡시켜 간직하고 있진 않을까 하는 의심, 그리고 막연한 기대와 흥분을 말이다. 왠지 그런 기억이 있으면 재미날 것 같은 기대를 말이다. 물론, 그럴 리 없음을 잘 알면서 말이다.

 

아무튼 소설집 전생의 기억은 재미나다. 때론 기괴하기도 하지만, 기괴함 속에 미스터리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흥분시킬 재미가 감춰져 있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은 뭐가 있을까 찾아보게 된다. 찾아보니 이 작가 작품은 몇 권 없다. 아니 엄청 많은데, 우리말로 번역된 작품이 세 권 밖에 없어,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한 권 남았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샤라쿠 살인사건밖에는. 아쉬움을 안고, 이 책을 얼른 찾아 봄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중록 2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 사극이 가미된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 잠중록2권에선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감을 품고 책장을 펼쳐본다.

 

이번에도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짐으로 촉으로 향하려는 황재하(환관 양숭고)의 발걸음은 연기되고 만다. 이번엔 황제가 애지중지 사랑하는 동창공주의 수하 환관이 벼락을 맞아 불타 죽은 사건이 벌어진 것. 절에서 벌어진 행사에서 벼락이 커다란 초에 떨어지게 되었고, 하필 그 곁에 있던 환관이 초와 불꽃에 휩싸여 죽게 된 사건인데, 이 환관은 얼마 전 한 소녀를 과도하게 처벌한 일로 인해 항간에서는 천벌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 사건은 굳이 조사가 필요 없을 것 같은 사건인데, 천둥벌거숭이 같은 공주 동창공주는 자신의 최애 환관이 죽은 사건을 천재추리환관 양숭고에게 의뢰한다. 물론, 양숭고의 진짜 신분은 천재추리환관이 아니라 일가족 살인마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중인 천재추리소녀황재하다.

 

이렇게 촉으로의 발걸음을 뒤로 하고 또 다시 황궁에 얽힌 사건을 맡게 된 황재하. 그 앞에 두 번째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건 바로 공주의 남편, 황제의 부마인 위보형이 말에서 떨어진 사건이다. 누군가 위보형을 노리고 편자를 끊어놨는데, 범인은 누구일까? 어떻게 위보형이 타게 될 말을 예측하고 조작해 놨을까?

 

그리고 또 다시 한 사건이 벌어진다. 역시 주변에서는 천벌을 받았다 말하게 되는 한 문둥병자의 죽음이다. 이 사건은 일명 밀실사건이다.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황재하와 주자진은 장항영(황재하를 장안에 잠입시킨 일로 기왕 군대에서 쫓겨난 사람인데, 황재하는 다시 장항영의 취직을 도모한다. 이번 사건에는 장항영이 깊이 관여되어 있다.)의 집에서 보게 된 선황의 그림 속에서 놀라운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선황이 10여 년 전에 그려 장항영의 아버지에게 하사했다는 그림 속엔 세 가지 내용을 추측케 하는 그림이 담겨 있는데, 첫 번째 그림은 불에 타죽게 되는 그림, 두 번째 그림은 밀실에 갇혀 죽는 그림, 세 번째 그림은 새에 쪼여 죽는 그림이다.

 

과연 미래를 예측한 듯한 그림과 지금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이번 이야기에서는 황재하를 둘러싼 로맨스의 구도가 더욱 복잡해진다. 황재하와 결혼하기로 했던 왕온은 자신의 가문에 먹칠을 했다며, 황재하를 저주해마지 않던 그였는데, 어째 양숭고가 황재하임을 알게 되고, 도리어 살짝 마음을 여는 느낌도 든다. 여기에 황재하의 연인 우선이 등장하고. 무엇보다 이들을 바라보는 기왕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뒤에 감춰진 애정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로맨스는 본격 진행은 없다. 뭔가 일어날 듯 일어나지 않는 독자와의 줄다리기는 여전하다.

 

이번 사건 속에서는 세 사람의 딸, 그리고 세 사람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가난하여 딸을 팔았지만 이제는 사업으로 부를 갖게 된 전관색과 그의 팔려버린 딸과의 재회. 성질 괴팍한 초 만드는 노인과 그의 사랑 받지 못하는 딸의 비련의 운명. 여기에 모든 것을 다 가진 공주와 모든 것을 다 주려는 황제, 하지만,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가진 황가의 부녀. 이렇게 세 사람의 딸과 세 사람의 아버지. 무엇보다 사건이 진행되는 가운데 딸을 향한 부정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여기 이들 부녀관계를 바라보는 기왕과 항재하의 대화가 있다.

 

황상처럼은... 되지 않으면 좋겠지요. 딸을 그토록 사랑하고 아끼면서도 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아버지는요. 여지원 같아서도 안 되겠지요. 사랑스러운 딸을 어떻게 지켜줘야 하는지 모르는 과묵하고 고집스러운 아버지요. 남자가 부드러움을 드러내는 것을 수치라 여겨 시종 난폭한 태도로 딸에게 상처를 주며 말입니다. 전관색 같은 아버지도 아니에요. 힘들고 어려울 때는 딸을 포기했다가, 환경이 좋아지니 다시 찾아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요. 이미 간극은 메울 수 없는데 말입니다.”

그러면 네 마음속에 있는 좋은 아비란 어떠한 사람이냐?”

황재하는 정원 나무 밑에서 몰래 딸을 바라보고 있던 한 사람을 생각했다. 딸 앞에서는 지나가는 말처럼 다른 집 딸아이는 아비에게 직접 신발을 만들어 줬더라는 말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사람들에게 딸을 자랑하며 우리 집 딸은 다른 집 열 아들보다 낫다고 말하고 다녔던 사람, 자신의 아버지.(551-2)

 

하지만, 황재하는 그 아버지를 다시는 볼 수 없다. 누군가에게 살해됐기에. 그리고 그 누명을 자신이 짊어지고 있기에. 그래서 더욱 황재하는 자신 앞에 놓인 사건들의 진상을 파헤쳐야만 한다. 하루라도 빨리 촉으로 건너가 자신의 사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이제 3권에서는 과연 촉으로 갈 수 있을까? 아님, 또 다시 다른 사건에 발목이 잡히는 걸까? 아니 무엇이든, 황재하 앞에 어떤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 사건을 황재하는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