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의 값 : 잎이와 EP 사이 - 백승연 희곡 반올림 42
백승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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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책을 가리는 편은 아닌데(물론, 이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희곡 단행본을 읽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내 기억으론 몇 년 전 희곡들을 모아놓은 희곡집을 단행본으로 읽은 적 외엔 없는 것 같다. 그런 나에게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희곡 단행본이 다가왔다.

 

제목이 상당히 독특하다. 함수의 값: 잎이와 EP 사이란 제목이다. 솔직히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어쩐지 부담스러움을 조금 느끼긴 했다. 나 같은 수포자들에겐 함수의 값이란 제목은 어쩔 수 없이 그렇다.

 

아무튼, 책장을 펼쳐 희곡이란 독특한 장르 속으로 들어가 본다.

 

역시, 생소하다. 대화로만 이어지는 진행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소설과 달리 배경묘사나 인물묘사, 그리고 여타 상황설명 등이 생략된 대사만으로 줄거리를 찾아가기에 처음엔 많이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나 책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어느덧 깊이 빠져든다. 어느 샌가 대사를 큰 소리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의외의 좋은 점이 있다. 독서 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점.^^ 물론 그만큼 생략된 부분에 대한 독자의 상상이 개입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묘한 즐거움이 있었다.

 

희곡 작품 자체의 내용은 아프다. 먹먹하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현실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아프다니. 그렇다면, 그 한가운데서 매일을 견뎌내야만 하는 이 땅의 청소년들은 어떨까 싶어 먹먹했다. 비록 고민과 방황, 갈등의 시간을 지나는 청소년들이지만, 여전히 푸름을 잃지 않길 응원해 본다.

 

주인공 이수는 수학 문제 푸는 것이 취미인 아이다. 아니, 수학이 이수의 삶의 존재 목적이기도 하다. 이수에겐 꿈이 있다. 그 꿈은 세상을 완벽하게 설명해낼 논리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이수는 수학을 통해서만 진짜배기 이면을 볼 수 있다 생각하며, 이 논리를 찾는다. 하지만, 그런 논리는 멀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이수에겐 잎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내며, 그 잎이가 사는 공간, 모든 것의 이면이자 무결점의 완벽한 세상을 만들어낸다. 그 공간에 이수가 있다. 잎이가 사는 공간은 이수만의 공간이다. 아니 또 한 사람, 이수의 친구 서인이 그곳에 함께 서 있다. 그런데, 정말 서인에게도 이 공간이 잎이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여기에서 또 하나의 불행, 아픔이 잉태하게 된다.

 

스펙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아이들. 온통 입시 스펙 쌓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아이들. 하지만, 정작 진지하게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은 하나도 없는 아이들의 공간. 과연 이런 공간에서 꿈을 붙잡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데, 왜 책의 제목은 함수의 값일까? 어쩌면, 아이들의 인생을 이미 어른들이 변수 x를 정해놓음으로 그들이 선택해야 할 함수의 값은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져 버렸다는 의미를 가리키는 것이라면 내가 너무 나가는 걸까?

 

아무튼 입시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청소년들의 먹먹한 현주소를 희곡이란 장르로 접하게 되는 특별한 책이 함수의 값: 잎이와 EP 사이. 서로 내용과 모양은 다르겠지만, 각자의 고민을 품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매일의 아침을 여는 청소년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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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구미호 블랙홀 청소년 문고 7
김태호 외 지음 / 블랙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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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 이웃집 구미호는 특별한 책입니다. 우선 각 단편들은 모두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거나, 존재할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귀신이 등장하고, 구미호가 등장하며, 좀비가 등장하기도 합니다(좀비를 퇴치하는 퇴마사와 비슷한 느낌을 갖는 죽지 않는 노인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다섯 작가들의 서로 다른 느낌의 이야기들이 폭염에 시달리는 여름밤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어 줍니다.

 

첫 번째 이야기 사라진 얼굴1등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이룸 기숙학원이란 곳에 들어가 1등이 되길 꿈꾸는 아이들. 아이들의 관심은 최연소 수능 만점자였던 수연이의 만점노트입니다. 수연과 같은 방 룸메이트가 되길 소원하는 아이들. 수연과 같은 방이 된 아이들은 처음엔 성적이 확 오르는데, 언젠가부터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게 됩니다. 어쩐지 수연이란 존재가 의심스럽답니다.

 

이야기는 1등을 위해선 자신의 얼굴이 사라져도, 자신의 이목구비가 사라져도 감수할 용의가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왜 하필 얼굴이 사라지는가를 생각해봤습니다. 그건, 1등을 위해선 봐야할 것을 보지 않고, 들어야 할 소리를 듣지 않는 아이들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요? 아이들에겐 곁에서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되는 건 관심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성적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오히려 나보다 성적이 좋은 아이가 떨어져나가면 자신에게 기회가 온다 생각하며 좋아합니다. 아니, 나보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에게 뭔가 일이 생겨 떨어져 나가길 바라는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어쩜 귀신보다 더 무서운 모습이 아닐까요? 아니, 아이들을 이런 상태로 몰아넣는 세상이야말로 귀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요?

 

이웃집 구미호에서는 구미호가 등장합니다. 수호는 언젠가부터 혼자만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남들은 듣지 못하는 이상한 소리. 병원에서는 이명이라 하지만, 수호에겐 실제 들리는 소리입니다. 결국 수호는 이 소리가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옆집엔 너무나 예쁜 소녀 강미호가 살고 있었고요. 입술이 빨간 소녀 미호. 그런데, 미호에겐 감춰진 비밀이 있습니다. 미호는 다름 아닌 구미호거든요. 그런, 미호에게 감춰진 비밀은 또 있어요. 다름 아닌 아빠의 폭력으로 시달린다는 겁니다. 여러 차례 아빠가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아빠다운 아빠를 만나지 못하고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미호. 그래서 더욱 애틋합니다.

 

이야기 속 구미호는 선한 마음으로 인간과 천 일을 살아야만 사람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한 마음을 품을 수 없게 만드는 인간들뿐입니다. 미호는 한 번도 온전히 천 일을 선사해준 아빠(새아빠)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수호네 집 현관문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다 수호와 눈이 마주진 미호의 빨간 눈동자를 상상하다 오싹했답니다. 그런데, 정말 오싹한 건, 인간이 되기 위해 선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지만, 그런 구미호에게 선한 마음을 품을 수 없게 만드는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특히나 가정에서 폭력을 일삼는 자들의 모습이 머리를 쭈뼛쭈뼛 서게 만듭니다.

 

지박령 열차에선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청춘들이 나옵니다. 취직하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하던 청춘이었는데,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어야만 할 정도로 힘겨워 하던 직장생활이 못내 먹먹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기다릴 엄마를 향한 그리움, 미안함, 애틋함 등으로 인해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같은 곳을 순환하는 열차의 지박령이 되어 같은 곳만을 맴도는 영혼. 그 애틋함, 먹먹함이 오롯이 느껴져 눈물짓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소녀가 돌아올 때는 마치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도 받게 합니다. 이사 간 새로운 집, 새 방에서 만나게 되는 귀신. 그 귀신에겐 세상을 떠날 수 없는, 아니 남아 있는 자들에게 외치고 싶은 경고의 음성이 있답니다. 그건 바로 미성년 성폭행을 행하고 영상을 찍어 퍼뜨림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었던 원흉의 정체에 대해 외치고 싶은 겁니다. 이야기는 미성년 성폭력, 리벤지 포르노의 폭력성과 피해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아울러 범인을 잡아내는 통쾌한 결말은 덤이고요.

 

마지막 이야기 재차의를 찾아서는 토종 좀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문헌에 재차의란 존재가 등장하는데, 이 재차의를 좀비로 해석하여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역시 좀비에 관심이 많은 작가이기에 좀비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재차의란 나 여기 있다.’라고 하며 나타나지만 실재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을 가리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이들 재차의(좀비)들을 그들이 있어야 할 죽음의 공간으로 몰아넣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혹 오늘 우리에겐 이런 행위가 있는지. 없다면, 혹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로 가득한, 자신의 의지나 생각이 아닌 그저 좀비들로만 가득한 세상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다섯 이야기 속엔 모두 우릴 오싹하게 하는 존재들이 등장하는데, 정말 오싹한 존재들은 누구일지를 묻게 됩니다. 오히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대체로 연민을 품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 귀신이나 구미호 등이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 아닙니다. 귀신이 아니지만, 구미호도 아니지만, 멀쩡한 인간이지만,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 이 세상엔 가득하고, 그들로 인해 세상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건 아닌지 묻게 됩니다. 진짜 오싹한 존재들은 어쩌면 내 곁에 있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 이 사실이 등골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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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걸스 4 - 어린 스파이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스파이 걸스 4
앨리 카터 지음, 김시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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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를 양성하는 비밀스러운 학교, ‘갤러허 아카데미에 다니는 소녀들 이야기 스파이 걸스4권이 나왔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어린 스파이에게 불가능이란 없다랍니다. 뭘 하기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걸까요? 책속으로 잠시 들어가 봅니다.

 

비밀스러운 조직 캐번 서클에 의해 위협받는 주인공 소녀 케미는 이번에 또 다른 멘붕 사건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건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던 선생님인 솔로몬 선생님의 또 다른 얼굴을 알게 된 겁니다.

 

알고 보니 솔로몬 선생님이야말로 캐번 서클의 조직원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케미의 아빠를 죽게 한 장본인이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정보기관들에 의해 추격 받는 솔로몬 선생님. 수많은 감시를 뚫고 선생님이 케미를 찾아와 알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사라집니다. ‘비둘기를 따라가라.’고 말입니다.

 

믿었던 선생님의 또 다른 얼굴을 알게 된 케미는 멘붕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에 솔로몬 선생님의 후배이자, 케미의 마음을 훔쳐갔던 잭, 잭의 정체는 뭘까요? 생각해보면, ‘캐번 서클이 등장하는 장소엔 언제나 잭이 있었는데, 과연 잭을 믿어도 좋을까요? 아님, 잭 역시 캐번 서클의 숨겨진 조직원인 걸까요? 사실, 잭의 경우, 앞에서도 계속하여 그 진정한 신분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하는 분위기였는데, 정말 의심스러운 걸까요?

 

그런데, 잠깐! 솔로몬 선생님이 그렇게 나쁜 악당이자, 이중 스파이였다면 왜 위험을 무릅쓰고 케미를 찾아왔던 걸까요? 과연 선생님이 전해준 이상한 말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요?

 

스파이란 존재는 언제나 위장이 일상이게 마련입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진실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하는 존재가 스파이입니다. 소설은 이러한 스파이의 맹점을 파고들며, 과연 진실이 뭘까 하는 의심을 품게 함으로 재미를 끌어냅니다. 여기에 아직은 숙련되지 않았지만, 언제나 주인공들이 그렇듯, 숙련된 스파이들을 대상으로 작전을 하게 되는 주인공들의 활약이 돋보이고요. 이번 이야기에서는 소녀들의 활약이 더 본격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완성된 스파이들을 만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어린 스파이에게 불가능이란 없다가 아닐까요?

 

또한 이번 이야기를 통해, 앞에서 계속 의심케 했던 잭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됩니다. 아울러 케미의 아버지 죽음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진실에도 말입니다. 그리고 의심을 잠재우며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상대, 영원한 우군이 있음도 알게 되고요.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믿어서도 안 되는 스파이의 자리.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신뢰하며 자신의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친구들이 있고, 친지들이 있음이 <스파이 걸스 시리즈(‘갤러허 걸스 시리즈’)의 또 하나의 반짝거림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진실을 의심해야만 하는 자리에 있는 스파이들이지만, 그럼에도 진실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죠.

 

하나의 진실, 그 장막을 걷어낸 이번 이야기 이후로는 또 어떤 사건과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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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시스터 9 -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벽장 속의 도서관 14
시에나 머서 지음, 김시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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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뱀파이어, 다른 한쪽은 토끼(평범한 사람)인 쌍둥이 자매 아이비와 올리비아, 이 둘을 중심으로 펼쳐나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뱀파이어 시스터, 9번째 책이 드디어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 책의 제목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이다.

 

이번에 주된 사건은 학교에서 진행되는 무도회다. 그 진행 책임을 다름 아닌 올리비아가 맡게 된 것이다. 올리비아는 갑자기 진행된 학교 무도회 준비 위원장으로서 무도회를 준비하게 되는데, 몇 가지 문제들이 올리비아를 힘겹게 한다.

 

첫째, 자신에게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쌍둥이 자매 아이비 때문이다. 둘 사이엔 어떤 비밀도 없기로 했는데, 과연 아이비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뭔가 불길하고,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둘째, 날마다 함께 있고 싶고, 수시로 목소리를 듣고 싶은 남친 잭슨. 하지만 잭슨은 너무나도 바쁜 슈퍼스타다. 함께 무도회에 가자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남친. 이로 인해 올리비아는 무도회 준비를 하면서도 즐겁지 않다. 자꾸 마음이 분산된다. 게다가 가끔씩 어렵사리 연결된 전화 통화에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곤 한다. 남친 잭슨을 믿지만, 그럼에도 흔들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과연 올리비아는 무도회에서 누구와 춤을 추게 될까?

 

셋째, 이 문제가 제일 직접적으로 올리비아를 괴롭게 하는 일인데, 세 명의 선배들이 무도회 준비를 자신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 한다. 그동안 올리비아와 아이비를 괴롭혔던 대표 토끼이자 응원단장인 샬럿 브라운이 마치 세 명이 되어 올리비아를 괴롭히는 것 같다. 과연 이 세 사람을 올리비아는 물러나게 할 수 있을까?

 

올리비아에게 이런 고민들이 있다면, 아이비에게도 역시 고민이 있다. 무엇보다 큰 고민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 때문. 알고 보니 아이비는 뱀파이어 가운데서도 특별한 능력이 있는 뱀파이어였다. 그래서 힘을 제어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것. 그 일을 위해 멀리 트란실바니아에 있는 비밀스러운 학교 왈라키아 아카데미에 입학해야 한단다. 쌍둥이 자매 올리비아와 떨어져야만 한다. 이런 시간을 보내야 함도 슬프지만, 아이비는 학교에 대한 일들을 올리비아에게도 비밀로 해야 한단다. 아이비는 끝내 이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아니 비밀을 지켜야만 하는 걸까?

 

아이비의 또 하나의 고민은 무도회에 대한 것(물론, 아이비는 이게 고민인줄도 모른다. ~ 아이비 정말 눈치 없다.^^). 언젠가부터 남친 블렌던과의 관계가 묘해진다. 과연 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아이비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 아이비가 남친 블렌던을 뭔가 오해하고 있다. 그것이 뭘까? 어쩌면 아이비는 남친 블렌던 만이 아니라, 뱀파이어에 대해서도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비의 생각처럼 뱀파이어는 언제나 어두운 옷만을 입고, 즐거움과는 멀어진 존재여야만 하는 걸까? 뱀파이어에게 무도회는 정말 끔찍한 것에 불과할까? 블렌던 역시 같은 생각일까?

 

, 이처럼 이번 이야기에서는 올리비아와 아이비가 직면한 고민들과 문제들로 인해 사건은 꼬이기 시작하지만, 이런 위기와 갈등은 멋지게 해결되어간다. 이런 이야기가 흥미진진, 재미나다. 9권을 손에 들자, 딸아이(5)와 쟁탈전을 벌인다. 딸아이도 그리고 철없는 그 아빠도 벌써 10권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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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소 다림 청소년 문학
차오원쉬엔 지음, 양태은 옮김 / 다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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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은 생소하다. 아동문학에 있어서도 그렇다. 차오원쉬엔 이란 작가 역시 나에겐 그렇다. 하지만, 작가에 대해 살펴보니, 나의 무지와는 상관없이 잘 알려진 작가다. 그는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2016년에 수상했다. 중국 작가로서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건 그가 처음이라 한다.

 

그런 차오원쉬엔의 단편소설집 바다소를 만나게 되었다. 1995년 작품으로 도서출판 다림에서 2005년 번역 출간되었던 작품인데, 금번(2018) 개정판으로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책 속엔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빨간 호리병박, 바다소, 미꾸라지, 아추가 그것이다.

 

빨간 호리병박은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집에 살고 있는 소년소녀의 우정과 첫사랑, 그리고 오해와 이별, 후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뉴뉴는 완이란 사내아이에게 관심을 갖는다. 언제나 물속에서 수영을 하는 완이란 아이를 통해, 물속에서 수영함으로 얻게 되는 자유를 발견하게 되고, 그 자유를 자신 역시 추구하게 된다. 완의 아버지는 유명한 사기꾼으로 감옥에 있다. 이런 사실이 완이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한다. 뉴뉴는 그런 그런 완과 자연스레 친해지고, 함께 강에서 헤엄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완의 거짓말에 뉴뉴는 실망하게 되고, 완의 아버지가 유명한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완에 대한 이미지 위에 덧입혀짐으로 둘의 관계는 깨지게 된다. 그런데, 정말 완은 거짓말쟁이 사기꾼일까?

 

어린 시절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아버지가 뒤에서 잡은 상태에서 자전거에 오르게 된다. “아빠, 손 놓으면 안 돼요.” 신신당부하며 자전거를 구르고, 꼭 잡고 있다는 아빠의 말을 믿고 자전거를 타게 되지만, 나중에야 이게 거짓말임을 알게 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게다. 아빠가 굳게 잡고 있으니 걱정 없이 믿음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게 하려는 하얀 거짓말’. 나 역시 딸아이에게 처음 자전거를 가르쳐줄 때, 똑같은 거짓말을 했다. 완이 뉴뉴에게 수영을 가르치며 했던 거짓말은 이와 결이 같다. 하지만, 결국엔 그 아버지가 인근 지역에서 유명한 사기꾼이란 편견이 완의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에 머물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둘의 관계를 깨뜨리는 슬픈 거짓말이 되게 한다. 그렇게 떠난 완과 남겨진 빨간 호리병박이 애틋함을 남기는 작품이다.

 

바다소는 가난한 가정의 소년이 가정을 일구기 위해 바다소와 벌이는 투쟁의 과정을 그려낸다. 점점 노쇠해져 가는 할머니에게 생활을 의탁할 수 없어, 생활전선에 뛰어든 열다섯 살 소년. 소년은 튼튼한 바다소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되고, 결국 건강한 바다소를 사오게 되는데, 그 돌아오는 길이 쉽지 않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소년의 불굴의 의지가 돋보인다.

 

미꾸라지속 주인공 싼류는 고아에 집도 없다. 버려진 오래된 낡은 벽돌 공장 가마 속에서 살아가는 그는 농사짓기 전 물이 가득한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연명한다. 그런데, 마을에는 싼류 말고도 스진쯔란 아이 역시 미꾸라지를 잡는다. 싼류에 비해 커다란 아이. 이에 싼류는 미꾸라지 잡기를 위한 자리다툼에 언제나 스진쯔의 눈치를 보게 된다. 스진쯔는 점차 욕심을 품고, 이에 약자인 싼류는 점점 미꾸라지 잡는 일에서 내몰리게 된다. 이런 모습에 화를 품게 만드는 이야기. 그러나 결국엔 이런 갈등을 넘어 화해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미꾸라지를 더 많이 잡기 위한 욕심, 경쟁의 과정을 통해, 약자가 당하게 되는 설움이 돋보인다. 아울러 다툼을 통해 오히려 우정을 쌓게 되는 과정이 가슴 뭉클하게 하는 단편이다.

 

마지막 아추는 동네의 망나니 아추에 대한 이야기다. 배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추는 마을 사람들의 돌봄 가운데 마을의 아픈 손가락으로 자라난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를 앗아간 사고, 그리고 사고 뒤에 도사린 어른들의 이기심에 세상을 향한 원망을 키워낸 아추는 마을의 괴물로 성장하게 된다. 그런 아추가 세상을 향해 쏟아내는 반항과 절규가 애절하다. 물론, 못된 악인의 모습마저 정당화 될 순 없다. 그럼에도 아추로 하여금 그런 길로 가도록 몰아 세웠던 주변의 어른들 역시 있었음도 간과할 수 없는 묵직한 반성으로 남게 한다.

 

네 편의 단편들이 오늘 우리의 현대적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마치 70년대 우리의 시골 풍경 속에서 만들어져가는 이야기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야기 자체가 괴리감보다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건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게다. 아니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때론 오해도 하고, 때론 절망의 상황 속에서 신음하기도 한다. 때론 갈등하고 괴롭히며, 이로 인해 약자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때론 불행한 상황을 재료로 하여 악이 되어 주변을 어둡게 물들이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깨진 관계들 속에서 결국엔 아름다운 관계를 회복하게 되는 이야기들. 그렇기에 따스한 힘이 있다. 감동이 있다. 날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대단히 매력적인 작가라 생각된다. 그의 작품들을 찾아보니 참 많다. 하나하나 만나볼 욕심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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