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숙청의 문을
구로타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로타케 요의 그리고 숙청의 문을을 펼쳐 읽는 내내 굉장하다!”는 감탄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소설은 상당히 잔혹하다. 피가 낭자하고, 살육이 펼쳐진다. 그것도 존재감 없던 다소 어리바리하던 여교사에 의해 벌어지는 살육의 현장이기에 도리어 이러한 위화감에서 오는 공포가 존재한다.

 

소설은 어느 평범한 여교사의 변신에서부터 시작된다(여교사의 변신은 유일한 가족이자 혈육인 사랑하는 딸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엄마와 함께 먹을 케이크를 사서 돌아오던 길, 폭주족들에 의해 사고를 당하고 죽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들을 향한 복수의 문이 열린 것.). 문제 학생들이 가득한 학교, 이미 학교는 배움의 터전이 아닌, 사회의 암적 존재들인 범죄자들을 안전하게 피신하게 하는 장소요, 안전하게 숨어 범죄자로 성장케 하는 장소에 불과하다. 그런 문제아들이 가득한 학교, 그런 학교 중에서도 문제아들만 모아놓은 교실 D. D반 학생들은 이제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어쩐 일인지 전원이 학교에 출석하였다.

 

그런 학생들의 담임인 곤도 아야코는 뭔가 평소와 다르다. 자신을 철저하게 드러내지 않으며 아이들의 온갖 조롱을 피하는데 급급하던 아야코가 어쩐지 당당하다. 굼뜨던 행동은 절제된 동작에 알 수 없는 활기와 함께 속도감도 있고. 이런 아야코가 드디어 일을 저지른다. 반 학생들 전원 29명을 인질로 잡은 채 아이들 하나하나의 죄목을 들먹거리며 처형을 시작한 것.

 

아야코는 철저하게 준비했다. 학교 건물에 폭발물도 설치하고, 교실로 진입하는 복도에는 최고성능의 초소형카메라까지 설치해놓았다. 자신은 총과 칼로 무장하고. 칼질과 총질 역시 허투른 동작 하나 없이 잘 훈련된 느낌의 아야코.

 

이런 아야코의 변신에 처음엔 학생들도 반발을 하지만, 반발하는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척결당한다. 29명의 반원 전원을 인질로 잡고 여리기만 하던 여교사의 숙청의 문이 열린 것.

 

소설은 시작부터 독자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한껏 긴장감으로 흥분된 마음으로 몰입하게 되며 소설에서 결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마지막 순간까지.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지만, 결코 느슨하지 않고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로 마지막까지 몰아간다.

 

여교사와 범죄아들을 모아놓은 학생들간의 대치, 그리고 범죄자가 되어버린 여교사와 이를 막기 위해 출동한 특대본부 반장 겐마 이하 대원들 간의 대치, 여기에 끼어들게 되는 학교 관계자, 학부모들, 그리고 방송. 이런 대립구도 가운데서 소설은 시종일관 몰아붙이는데, 과하다 싶으면서도 전혀 과하지 않게 몰입하게 만든다.

 

마치 만화처럼 여리기만 하던 여교사가 갑자기 여전사로 등장하는 부분이 현실감 없지만, 이런 현실감 없음이 도리어 소름 돋게 만든다.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한 여전사의 탄생으로 말이다. 게다가 끔찍하게 벌어지는 살인의 행위들, 그런데도 끔찍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죽어야만 하는 이들의 죄악상에 가슴을 무겁게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는 안 됨에도 통쾌하게도 만든다. 어쩌면 이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가 통쾌하다기보다는 죄에 대한 단죄가 통쾌하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아울러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건, 소설 속 온갖 죄로 가득한 학생들의 모습이 어쩌면 오늘 우리네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이기도 하다.

 

학생이란 신분 뒤에 교묘하게 숨어서 온갖 끔찍한 만행들을 저지르는 녀석들. 인간성이라고는 이미 찾아볼 수 없는 녀석들. 자신들의 행위가 죄악이란 생각은 하지 못하며, 그저 하나의 놀이라고 여기는 녀석들. 이 녀석들은 21세기가 낳은 괴물들이다. 그런 괴물들을 낳고 기른 부모의 시선 역시 평면적이지 않게 절묘하게 드러내주며 묘사하고 있어 소름 돋는다.

 

소설 뒤편에는 두 가지의 반전이 도사리고 있어 이 부분 역시 소름. ! 간만에 엄청난 소설을 읽었다. 저자 구로타케 요란 이름을 깊이 각인해 본다.

 

요즘 세상에는 타인의 마음속 아픔을 모르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농담의 한도를 모르고, 무슨 문제가 생기든 자신에게는 관대하며, 천박하게도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을 다른 사회에서 찾고, 자신은 끊임없이 반성과 사죄의 테두리 바깥에 서려고 한다. 직접 단호하고 분명하게 일러주면 무자각한 인간들도 조금은 깨닫지 않을까. 이러한 강경책이라도 쓰지 않으면 머저리 같은 녀석들의 눈은 영원히 뜨이지 않을 테니까. 반쯤이라도 뜨면 피해를 입는 사람이 확실히 줄어든다.(1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자들이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통찰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제정세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감춰진 힘의 역학구조에 관심하는 작가만의 특별한 시선이 독자들을 열광하게 하지 않나 싶다.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이 출간된 3의 시나리오(2) 역시 이러한 작가의 특출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04년 작품으로 금번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2004년이면, 이미 15년여 흘렀는데, 당시의 정세 속에서의 고민이 지금의 시점에서도 과연 유효할까 싶은데, 놀랍게도 지금의 상황에서도 전혀 이질감이 없이 마치 지금의 고민처럼 다가온다. 그만큼 우리의 정세는 여전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이정서라는 소설가가 베이징에서 살해됨으로 시작된다(이정서라는 캐릭터는 마치 작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정서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할 묘안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이정서. 하지만, 잘 풀릴 것만 같던 이정서의 제안은 갑자기 틀어지게 된다. 미 대통령마저 좋아했던 제안이 갑자기 틀어진 이유는 뭘까? 미 대통령을 좌지우지하는 검은 세력이 그 뒤에 존재하는 걸까?

 

이정서의 북핵문제에 대한 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미국은 도리어 제3의 시나리오라는 것을 진행하려 한다. 이정서는 바로 이것 제3의 시나리오를 눈치 챘던 것. 이로 인해 미국에 의해 제거된 것이다. 과연 제3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미국의 운명 뿐 아니라, 한국의 운명을 결정할 검은 세력이 계획하는 제3의 시나리오는 뭘까? 과연 한반도의 운명은 제3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게 될까?

 

소설은 두 권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로 술술 금세 읽힌다. 무엇보다 우리의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고 읽게 된다. 현실과 소설의 구분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점이야말로 김진명 작가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아울러 한국의 운명을 자기들 멋대로 결정지으려하는 자들, 그 거대한 세력 앞에 작은 날개 짓에 불과할 것만 같은 작은 도전, 그 움직임이 커다란 반향을 만들어내는 점이야말로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끓어오르게 한다. 여전히 우리의 운명을 누군가의 손에 맡겨야만 하는 불쌍한 조국이지만, 그럼에도 분명 우리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고 도전하는 꿈틀거림이 이 민족에는 남아 있음을 항변하는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 예술 탐정 시리즈 1
후카미 레이치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급 주택지에 있는 한 저택에서 화랑 주인이 칼에 가슴을 찔린 채 살해되었다. 열쇠로만 잠그고 열 수 있는 방문은 잠긴 상태, 게다가 유리창은 쉽게 열 수 없는 빗장으로 안에서 잠긴 상태다. 그런데, 창문 안쪽 빗장에는 피해자의 피가 묻어 있고, 창문 바깥쪽에는 창문에서 뛰어내린 발자국이 찍혀 있다. 그 발자국은 담 밖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외부인이 범인 같은데, 정말 외부인의 소행인 걸까?

 

혹시 내부인이 외부인의 범행인양 꾸민 것이라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정작 그날 밤의 기상 조건은 바닥에 발자국이 오래 남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기에 일부러 발자국을 조작해 놓은 것이라 여기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정말 외부인의 소행인걸까?

 

그런데, 외부인이 범행을 위해 침입해왔다면 무엇을 노리고 살해 현장을 밀실로 만들어 놓은 걸까? 밀실로 만들어놨다고 해서 아무런 이익이 없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집안에 있는 가격을 쉬이 매길 수 없을만한 미술 작품들은 하나도 도둑맞은 게 없다.

 

뿐 아니라 밤이 되면 정원에 풀어놓아 정원을 지키던 도베르만은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죽은 채 발견되었다. 워낙 훈련이 잘 되어 있어 낯선 외부인이 던져주는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 명견인데 누군가 던져준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죽었다는 건 내부인의 소행임을 가리키는 걸까? 그렇다면 정말 내부인 가운데 범인이 있는 걸까?

 

이렇게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이를 조사하는 운노 형사와 경찰들의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후카미 레이치로의 추리소설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은 본격추리소설이다. 밀실사건이 등장하게 되고, 이 밀실의 비밀을 풀어가는 내용이 소설의 줄거리를 이룬다. 또한 일종의 알리바이 트릭이라 부를 수 있는 내용도 등장한다. 이처럼 본격추리소설이면서도 여타 본격추리소설과 차별화된 점이 소설엔 있다. 바로 예술 미스터리라는 점.

 

소설 곳곳에는(주로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부분) 피해자인 화랑주인이 생전에 쓴 미술평론이란 형식으로 미술평론 내용이 실려 있다. 이 부분은 추리소설의 흐름을 언뜻 방해하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 내용 자체가 에콜 드 파리화가들에 대한 높은 이해와 평론을 담고 있어 꼭 읽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에콜 드 파리화가들에 대한 선이해가 전무했음에도 이 부분만으로도 에콜 드 파리화가들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를 한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할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또한 소설 속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 가운데 나오는 밀실 트릭의 경우들에 대한 설명 역시 밀실 트릭에 대해 쭉 정리되어 있어 좋았다(일본 추리소설 가운데는 이처럼 추리기술들을 소설 속에서 정리해 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 소설 속에는 밀실 트릭을 정리해준다.).

 

운노 형사의 조카인 슌이치로가 소설 속에서 진실을 추리해내는 탐정 역할을 맡고 있다. 예술적 재능을 타고 났지만 한 곳에 정착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 슌이치로. 그의 활약은 그를 예술 탐정이라 부르게 만들고, 작가의 <예술 탐정 시리즈>를 만들어 낸다. 그 첫 번째 책인 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에서는 어쩐지 기대만큼 활약이 많지 않은 듯싶어 조금은 아쉬운 감이 있지만(물론, 사건은 슌이치로가 해결해낸다.), 다음 이야기에서 더 멋진 활약을 기대해 본다.

 

,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며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독특한 캐릭터인 오베시미 경부의 정체가 조금은 의심스럽긴 하다. 형사 시절 엄청난 실적을 냈었노라는 전설은 난무한데, 정말 오베시미 경부에게 그런 과거가 있을까 싶은 현재의 모습들. 어쩐지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만 하는 생각이 없는 것만 같은 그의 정체는 정말 명수사관일까, 아님 지 멋대로 행동하는 못된 망나니 같은 경부에 불과한 것일까? 다음 편에서도 어쩐지 이 독특한 캐릭터인 오베시미 경부는 등장할 것만 같은 기대감을 품어본다.

 

후카미 레이치로라는 또 한 사람의 좋은 추리소설 작가를 만난 기쁨도 있던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닥터 화이트 - Novel Engine POP
기바야시 신 지음, 엔타 시호 그림, 김봄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년 탐정 김전일(필명: 아마기 세이마루), 신의 물방울(필명: 아기 타다시)의 작가가 자신의 본명 기바야시 신 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신작 소설 닥터 화이트(2015)를 만났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의료소설인데, 마치 인기리에 방영하는 재미난 의학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의 흥미진진한 의료 미스터리 소설이다.

 

기자인 마사키는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아침 운동을 나간 공원에서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알몸에 흰 가운만을 걸친 소녀. 마사키는 소녀가 누군가에게 몹쓸 짓을 당했으리라 여기며, 오랜 친구이자 의사인 마리아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그 병원에 입원시키게 된다.

 

그런데, 이 소녀는 아무런 폭행도 당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왜 소녀는 그런 괴이한 상태로 공원에 떨어진 걸까? 외계에서 불시착한 외계인일까?(하하, 실제 소설을 읽으며 혹시?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처음엔 말도 하지 않던 소녀는 자신을 뱌큐야라 밝히는데, 소녀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누구든 만나면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능력이다. 마치 초능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대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한다. 예를 든다면, 마사키의 숨결에 아주 약하게 담겨 있는 냄새를 통해 마사키의 건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추리해낸다. 그렇다. 뱌큐야의 능력은 초능력이 아닌 의학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근거로 한 추리다. 이런 의미에서도 소설은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아울러, 소녀 뱌큐야의 정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소설을 의료 소설만이 아닌, 의료 미스터리 소설로 분류하게 만든다.

 

정확한 직감과 냉철한 추리력을 근거로 한 진단 능력. 이런 능력을 가진 뱌큐야는 마침 몇 차례의 오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다카모리 종합병원을 살려낼 DCT(진단 협의팀)의 일원이 된다.

 

의사가 아님에도 방대한 의학지식과 정확한 진단 능력을 가진 뱌큐야는 다카모리 종합병원에서 활약을 하게 되는데, 과연 소녀는 어디에서 온 걸까? 누군가 의도적으로 소녀를 마사키 앞에 데려다 놓은 것 같은데, 그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의도는 무엇일까? 또한 소녀의 활약으로 과연 다카모리 종합병원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거짓말과 같은 능력을 가진 소녀 뱌큐야는 어느 폐쇄적인 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의료병기처럼 느껴진다. 소설 속에 이런 세력이 있음을 이야기하지만, 그 세력이 무엇인지는 끝내 침묵한다. 단지 이 세력으로부터 소녀를 뱌큐야 앞에 데려다 놓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고 있지만 말이다. 이런 침묵이 다소 의아하긴 하다. 어쩌면, 굳이 밝힐 이유가 없어 작가가 침묵하는 걸 수도 있고, 아님, 후속 작품이 계속 이어지기에 여지를 남겨둔 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후속 작품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왜냐하면 마지막 단락이 에필로그로 끝나지 않고, “에필로그=프롤로그란 이름으로 끝을 맺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튼 소설은 재미나다. 술술 읽힌다. 완전 몰입하게 만든다. 소설을 그대로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드라마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싶다. 병원이 위치한 자리, 그 풍경 등이 영상으로 만든다면 제법 좋은 화면이 나올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드라마 영상과 같은 장면들이 만들어지곤 했다.

 

의학 드라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얌체 의사, 그리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의사, 바람둥이 의사 등이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데, 이들 제멋대로인 의사들이 팀을 이루어 조금씩 하나 되어 가는 과정은 가슴 속에 뭔가를 꿈틀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이들을 하나 되게 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외부의 적이다. 공통의 적이 생길 때, 하나로 뭉치게 될 테니 말이다. 소설 속에도 이런 외부의 적이 등장한다. 다카모리 종합병원을 꿀꺽 삼키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변화시키려는 자들, 그에 병합한 기존 인물, 이런 그들과 맞서 실력대결을 펼치는 장면 역시 재미나다.

 

의료란 소재와 미스터리란 소재가 만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신나고 재미난 소설이다. 역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만화가의 소설이라 그런지 속도감 있게 빠르게 읽히면서도 엄청 재미나다. 그러면서도 뭔가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아오르게 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작이 연달아 출간되어 정신없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두 권이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연달아 출간되었다. 그 중 한 권이 바로 도서출판 재인에서 출간된 인어가 잠든 집이다. 이 작품은 2015년 작품으로 작가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작가의 역작이라고 한다. 기존의 작가 작품에 익숙한 분들, 특히 작가의 초창기 작품들에 익숙한 독자라면, 상당히 색다른 느낌을 갖게 될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 스스로 본격추리소설과의 작별을 고한 지 이미 오래이기에 본격추리소설을 기대한 것은 아님에도 작가의 여태까지의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과도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어떤 분들은 작가의 작풍 3기가 휴먼 미스터리라고 말하는데(사실 요즘 들어 작가의 작품이 감동을 강조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휴먼 미스터리만이 아닌 정통(?) 미스터리 소설 역시 없지 않다. 물론, 본격추리소설은 이젠 안녕이지만.), 이 작품 인어가 잠든 집은 글쎄, ‘휴먼 미스터리라기보다는 그냥 휴먼 소설내지 사회파 소설’(이 역시 사회파 미스터리보다는 사회파 소설이라 부르면 좋겠다. 물론, ‘사회파 소설이란 규정 자체가 사회파 미스터리를 지칭하는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이라 부르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만큼 미스터리적 요소는 미약하다는 말이다. 물론 미스터리적 요소를 굳이 찾자면 없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잠든 인어가 되어 버린 미즈호가 수영장 바닥에 내려가 손이 끼게 된 원인이 밝혀지는 부분이라든가. 뇌사 상태의 미즈호가 종종 보여주는 순간들, 예를 들면, 부모가 잡은 손이 움찔한다던지, 언뜻 미소를 지은 듯한 그런 장면들인 어쩐지 미스터리 소설의 느낌을 살짝 느끼게도 한다. 그럼에도 굳이 미스터리라는 틀에 이 소설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저 가슴 먹먹한 휴먼 소설 내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사회파 소설이라 규정하면 좋을 듯.

 

작가는 뇌사상태에 빠진 미즈호를 통해, 큼직한 주제들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뇌사라 판정받게 되면 정말 죽음일까? 죽음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며,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가? 장기기증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과학의 힘을 빌려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그렇게 연장되는 삶을 정말 삶이라 부를 수 있을까? 첨단 과학의 힘을 빌려 뇌사 상태의 신체를 유지시키려는 노력을 부모의 사랑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부모의 욕심이라 봐야 할까? 등등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한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 부부는 이미 별거에 들어간 쇼윈도 부부다. 둘은 딸을 위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는 이혼을 연기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하는 딸 미즈호가 수영장에 빠져 뇌사상태에 빠졌다. 의사는 뇌사라 말하며, 장기기증을 권한다. 이에 부부는 딸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고민하다 딸이 직접 선택한다면 장기기증을 결정했으리라 생각하며 장기기증을 결정한다. 그렇게 장기기증을 결정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딸의 손을 잡은 부부. 그런데, 놀랍게도 둘은 같은 느낌을 받는다. 딸의 손이 순간 움찔했다는 그런 느낌을.

 

이에 엄마는 딸의 장기기증을 철회하고, 딸을 살리기 위해 연명치료를 계속하게 된다. 여기 아빠의 회사를 통해, 과학기술의 힘을 입어 산소호흡기 없이 호흡을 가능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자극을 주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통해, 딸의 신체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들기까지 한다. 이렇게 딸의 신체를 움직여줌으로 딸의 근육은 살아나게 되고. 딸의 뇌는 여전히 죽어 있다고 판명되는데도 나머지 모든 기관은 모두 정상상태에 이르게 되어, 딸은 평안히 잠든 모습처럼 보이게 된다.

 

과연 딸 미즈호는 살아 있는 것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가운데 독특한 느낌의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소설을 읽으며, 작가의 작품이라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무튼, 이번 소설은 뇌사, 죽음, 장기기증 등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게 만들며, 아울러 소설을 읽는 내내 먹먹함을 한 가득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