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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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학원 추리소설인 방과 후로 데뷔한 인기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두 번째 학원물인 동급생을 읽게 되었다(작가 역시 이 책이 자신의 두 번째 학원물이라고 말하는데, 작가의 실제적 첫 작품인 마구역시 학원물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싶다. 그러고 보니 마구와 이 책 동급생이 의외의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야구부원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도사이 전기라는 회사가 소설 이면에 도사리고 있다.).

 

소설은 고3학생들이 맞는 5월 중순의 어느 날 시작된다. 미야마메 유키코란 여학생의 죽음 소식과 함께 말이다. 유키코는 야구부의 유이한 매니저 가운데 한 아이인데, 갑자기 도로로 뛰어 들다가 트럭에 치어 죽고 말았다는 것. 그런데, 그 뒤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유키코는 임신한 상태였다고.

 

유키코의 임신 상대는 다름 아닌 니시하라, 니시하라는 유키코의 죽음에 책임을 통감하며 과연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런 가운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유키코는 아마도 중절수술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은 듯싶은데, 산부인과 앞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듯 도로로 뛰어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목격된 한 중년 여자. 그 여자는 다름 아닌 학교에서 학생들이 할멈이라 부르는 미사키란 교사다. 엄한 사감선생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 여교사인 미사키가 그곳에 있었다는 증언에 니시하라는 분명 미사키에게 쫓겨 다급하게 도망치다 사고를 당한 것이라 여기고 미사키를 추궁한다. 이런 과정 가운데 학생들은 학교이 부당한 처사에 대항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미사키 선생 역시 살해당하고 만다. 그것도 니시하라의 교실에서. 이렇게 니시하라가 의심을 받게 되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아울러 유키코의 죽음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감춰져 있는 걸까?

 

또한 니시하라 주변에서 맴도는 또 한 소녀, 미즈무라 히로코(도사이 전기 전무 따님, 학교에선 공주님과 같은 존재)는 니시하라와는 어떤 관계인 걸까?

 

소설은 우선 재미나다. 적당한 트릭과 혼선이 독자들의 시야를 흐리게 하니 본격추리소설로 재미나다. 게다가 학원물 고유의 억압에 대한 항거(너무 거창한 단어인가?) 역시 적당히 녹아 있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여기에 남녀 관계까지 버무려 있으니 재미없을 수 없다. 뿐인가? 작가의 초창기 작품이면서도 본격추리소설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파 소설 마냥 묵직한 사회비판적 메시지 역시 담고 있다. 바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의 악마성에 대해 말이다. 어쩌면 이 주제가 소설의 가장 큰 관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처음 시작부터 사실 이 주제로 시작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소설은 재미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부분의 책들이 그렇듯 말이다. 뿐 아니라 학원물이라는 장르이니 학원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빠뜨리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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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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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를 다 읽었다. 백은의 잭, 질풍론도, 눈보라 체이스, 그리고 연애의 행방으로 이어지는 <설산 시리즈>. 여기에 한 권 더한다면 작가의 에세이집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역시 <설산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설산 시리즈>가 만들어진 못자리가 되는 책이니까.

 

위 책들 가운데 에세이집을 제외한 나머지 네 권이 <설산 시리즈>로 묶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지 스키나 스노우보드, 즉 스키장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동일한 소재 때문만은 아니다. 네 권의 책은 분명 또 다른 연관성이 있다.

 

먼저, 백은의 잭의 지리적 배경은 신게쓰 고원 스키장이지만, 질풍론도눈보라 체이스, 그리고 연애의 행방은 모두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이 배경이다. 또한 처음 세 권 백은의 잭, 질풍론도, 눈보라 체이스에는 모두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네즈 쇼헤이라는 스키장 패트롤 요원과 세리 치아키라는 스노우보더 선수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둘 간의 관계가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고.

 

아무튼 이렇게 <설산 시리즈>로 묶을 수 있는 책 가운데, 2번째 책이자 나에겐 마지막 책인 질풍론도를 드디어 읽었음에 뿌듯한 만족감을...

 

이야기는 한 연구원이 해고당하며 시작한다. 이 사람은 자신을 해고한 연구소에 앙심을 품고 복수하기 위해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탄저균 K-55라는 세균을 훔쳐낸다. 실온 10도 이상이 되면 깨지는 유리 용기에 담긴 탄저균 K-55를 한 스키장 눈 속에 파묻고, 그 자리를 표시하는 테디 베어 인형 하나를 나무에 걸어놓고 온 것. 그렇게 전달된 두 장의 사진과 함께 요구하는 3억 엔.

 

그런데, 이렇게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그만 허망하게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이렇게 탄저균이 묻힌 장소에 대한 정보를 아는 사람은 사라지게 되는데, 과연 탄저균을 찾아낼 수 있을까? 만약 찾지 못한다면, 그렇게 날씨가 따뜻해진다면, 엄청난 재앙이 시작되고 만다.

 

질풍론도는 스키장에서 느껴지는 속도감만큼 긴박함 가운데 진행되는 소설이다. 어쩌면 뻔하다 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런 뻔함을 긴박감과 소소한 반전에 반전을 통해 매우고도 남는다. 여기에 달달한 남녀의 감정, 그리고 탐욕스러운 존재들의 등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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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베토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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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4번째 책인 어디선가 베토벤3번째 책인 언제까지나 쇼팽의 마지막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본 전역의 방송에 갑자기 등장한 파키스탄 대통령의 감사인사, 그 대상은 바로 미사키 요스케에 대한 감사였다. 피아노 연주로 테러현장에 ‘5분간의 기적을 만들었던 그 사건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방송이었던 것. 이 방송을 들은 는 고등학교 시절의 사건을 회상하게 된다. 바로 미사키 요스케의 첫 번째 사건을.

 

시간으로 미사키 요스케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기후현의 현립 가모키타 고등학교가 그 배경이다. 이제 갓 문을 연 신설학교인 가모키타 고등학교, 이곳엔 다른 고등학교와 달리 음악과가 있다. 바로 이 음악과에 미사키가 전학생으로 등장한다. 엄청난 외모의 아우라와 함께. 그런데, 외모 뿐 아니다. 무엇보다 실력이 엄청나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미사키의 실력은 선생님도 감탄할 지경. 이런 엄청난 실력을 가진 미사키는 한 순간 수많은 학생들의 동경을 받다가 곧장 질시의 대상이 된다. 너무나도 차이나는 실력, 그 모든 것을 재능의 탓으로 돌리고, 공평하지 못한 음악의 신에 대한 불만을 미사키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렇게 미사키의 험난한 전학생 생활이 시작된다. 물론 미사키는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지만 말이다. 이런 가운데, 방학 중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던 날 연습을 위해 학교에 있던 음악과 학생들은 폭우로 고립되게 되고, 학교 역시 붕괴의 위험 아래 놓이게 된다. 미리 학교의 위험을 눈치 챘던 미사키는 와 함께 학교 안전을 점검하던 중 학교가 완전히 고립되기 직전 목숨을 걸고 학교를 탈출한다. 학생들이 처한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그런데, 바로 그 시간 또 한 학생이 학교 밖으로 나갔다. 이와쿠라 도모키란 학생인데, 이 학생은 학교 건설을 담당한 건설회사 이와쿠라 건축사장의 아들이자, 평소 미사키를 미워하며 괴롭히던 학생. 그 학생이 폭설로 고립된 학교 밖 도로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 시간에 학교 밖에 있던 학생은 오직 미사키 뿐. 이렇게 미사키는 학생들의 질투와 질시 뿐 아니라 공공연하게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과연 이런 상황 속에서 미사키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렇게 이번 이야기에서는 미사키가 경험한 첫 번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시리즈 책 가운데는 제일 재미있었다(아직 국내에서 발간되지 않은 시리즈 마지막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물론 이번 이야기에서도 음악적 요소가 상당히 많이 나오지만, 소설의 정체성을 의심할 만큼 많이 나오진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이야기가 추리소설의 맛을 제일 많이 느끼게 해서 좋았다(이는 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다.).

 

소설을 통해 열등감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열등감이란 녀석이 가슴 속에 싹트기 시작할 때, 얼마나 악한 모습을 보이는 지를 말이다. 열등감은 상대를 향한 미움과 질시, 그리고 폭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치를 떨게 된다. 그런 폭력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미사키란 캐릭터는 역시 매력적이다.

 

이번 소설에서의 가장 큰 반전은 어쩌면 마지막 한 문장에 있다. 이는 사건의 해결이나 범인 등의 전개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므로 살짝 밝혀본다. 미사키의 첫 번째 사건을 회상하며 그 이야기를 기록한 는 다름 아닌 나카야마 시치리다. 과연 이렇게 밝힌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정말 그런 사건을 작가의 고등학생 시절 경험했던 걸까?(실제 작가는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장소 기후현 출신이다.) 아님 독자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인걸까? 아무튼 그 한 문장이 묘한 감흥을 준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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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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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청소년과 어린이 독자 뿐 아니라 성인 독자들에게도 사랑받는 이금이 작가의 청소년 소설인 주머니 속의 고래를 만났습니다. 유진과 유진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청소년 소설이라고 합니다. 2006년 작품인데, 이번에 개정판으로 새롭게 찾아와 반가운 마음에 읽게 되었답니다.

 

먼저, 제목이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머니 속의 고래, 과연 여기에서의 고래는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소설 속 주인공 가운데 하나인 민기네 아빠는 평소 고래 사냥이란 노래를 즐겨 부릅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주제곡이기도 하고, 동명 영화인 고래사냥의 주제곡이기도 한 노래 고래 사냥”. 노래 속 고래는 억압된 세상에서 찾는 자유, 희망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소설 속 고래 역시 비슷합니다. 청소년들이 품고 있는 꿈이자 희망이 바로 고래입니다.

 

그러니 소설은 각기 삶의 자리에서 힘겨운 삶의 무게로 버거워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희망을 품고 꿈을 좇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소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민기는 잘 생긴 얼굴이 연예인을 해도 좋을 만합니다. 그래서 막연한 생각에 오디션을 보곤 하지만, 정작 주목 받지 못합니다. 잘 생긴 얼굴 역시 일반인들 중에 그렇다는 말이지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 가운데서는 그리 특출 나지도 않답니다. 게다가 특별한 특기도 없고요. 공부 역시 그다지 잘하지도 못하고요.

 

현중은 민기와 함께 오디션에 나가곤 하지만, 현중은 민기보다 더 심각합니다. 그나마 민기는 얼굴이라도 잘 생겼는데, 현중은 그렇지도 못하거든요. 얼굴도 평범하고 공부는 꼴찌, 춤도 노래도 그다지 재능이 없답니다. 그럼에도 오디션을 보던 가운데, 점차 그 길에 대한 집념을 보인답니다.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오디션을 보는 끈기, 어쩌면 이것이 현중의 재능이 아닐까요?

 

준희는 얼굴에 커다란 점이 있는 소년입니다. 그래서 남들 앞에 드러나고 싶지 않은, 투명인간으로 살고 싶은 소년인데, 정작 얼굴의 커다란 점이 투명망토에 뚫린 구멍처럼 준희를 드러나게 한답니다. 게다가 준희는 태어나면서부터 공개입양된 소년이랍니다. 동네 모든 사람들에게 입양된 아이로 알려진 소년. 준희에겐 랩이 분출구입니다. 랩을 사랑하는 힙합 소년이랍니다.

 

마지막 주인공은 연호라는 소녀인데, 민기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소녀랍니다. 노래에 재능이 있지만, 무명 가수인 철없는 엄마의 모습에 노래를 부르지 않는 소녀. 외증조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만, 할머니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생활비 걱정, 월세 걱정에 머리가 아픈 연호랍니다. 소설 속 삶의 무게는 아무래도 연호의 것이 가장 크게 느껴집니다. 물론, 당사자에게는 모두 자신의 무게가 힘겹겠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네 명의 청소년들이 힘겨운 삶의 자리에서 자신들의 꿈을 향해 나가는 이야기가 바로 주머니 속의 고래입니다. 연예인을 꿈꾸며 계속하여 오디션을 보는 현중과 다른 친구들 간의 대화가 참 인상적입니다(드림박스의 연습생이 된 연호, 연호의 첫 가이드녹음을 축하하는 자리에서의 대화랍니다.).

 

나 드림박스로 또 오디션 보러 갈 건데 얘기 좀 잘해 주라.”

분식집에서 현중이 연호에게 말했다.

너 아직도 그 꿈 못 접었냐?”

준희가 물었다.

접으면 그게 꿈이냐? 종이지.”

현중이 김이 설설 오르는 어묵 국물을 떠먹으며 대답했다.(249)

 

꿈이란 접지 않고 계속 간직하며 나아가는 것이라는 현중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접으면 그게 꿈이냐? 종이지.” 이 땅의 청소년들 역시 자신들만의 고민을 품고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모든 청소년들이 그 꿈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고, 주머니 속의 고래로 품고 나아가길 응원해 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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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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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평의 어느 강 위, 놀이 배를 타던 연인은 계획이 있었다. 강 위에서 멋진 프러포즈를 하리라는 계획이. 하지만 그 계획은 노에 걸린 한 물체로 인해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노에 딸려 강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건 작은 아이의 백골. 그리고 시체의 목에 걸린 목걸이. 그건 바로 예원이 직접 만들어 아들 선우 목에 걸어줬던 목걸이다.

 

예원과 선준 부부의 삶은 위태롭기만 하다. 3년 전 아들 선우를 잃어버렸기 때문. 그런 선준에게 금평의 어느 형사에게서 연락이 온다. 아들의 시신을 발견한 것 같다는 연락이. 유전자 검사를 해봐야 확실하겠지만, 아들 선우의 목걸이를 건 아이의 시신이라는 말에 선준의 삶을 위태롭게 지탱해주던 바닥 하나가 또 허물어진다.

 

하지만, 아직 예원에게 말할 순 없다. 확실해지기 전까진. 과연 아이 시신은 선우의 것일까? 선우가 맞다면 이젠 이 끔찍한 시간들이 끝나는 건가? 만약 선우가 아니라면 선우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또다시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끔찍한 시간을 지나가야만 하는 걸까?

 

아이를 찾아 헤매는 일에 모든 것을 걸었던 예원, 예원은 급기야 분노조절장애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아내가 사라졌다. 그곳 병원에 입원해 있던 한 아이를 데리고. 선우가 살아있었다면 딱 그만할 나이의 아이, 로운. 엄마에게 관심 받고 싶은 불쌍한 아이 로운. 그런데, 로운은 예원의 집에서 선우의 사진을 보자 그 아이를 봤다고 말한다. 게닥 이름을 알고 있었다. 선우라는 이름을. 아니 이선우라고 성까지. 여기에서 두 부부는 잃어버린 아들에 대한 한 자락 단서를 얻게 된다. ‘울림기도원이라는 단서를. 과연 그곳은 어디인가? 그곳에 정말 선우가 있는 걸까? 만약 선우가 그곳에 있다면, 강바닥에서 올라온 아이는 누구의 시체란 말인가?

 

무엇보다 그토록 똑똑하던 아이, 부모의 전화번호를 모두 알고 있는 아이가 어찌 부모에게 전화 한 통화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걸까? 과연 선우를 잃어버린 그날 밤, 불꽃놀이 불꽃이 밤하늘을 밝히던 그 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소설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애끓는 심정이 가득 느껴져 부모 된 입장에서 읽는 내내 먹먹하고 아팠다. 하지만, 아픈 만큼 소설에 대한 몰입도는 깊었다. 소설의 속도감 역시 빠르다. 그리고 그날 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드디어 그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야말로 소설의 가장 큰 반전이다. 아울러 한없이 아프고 먹먹하다.

 

또한 영혼을 파괴하는 사이비 종교의 끔찍함에 치를 떨게 된다. 종교다움을 상실한 종교, 종교의 탈을 쓴 악마들이 얼마나 악할 수 있는지를 소설은 너무 잘 보여준다.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의 제목인 구원의 날에 희망을 걸게 된다. 이 제목이 배반하지 않길 바라며 아이를 잃어버린 부부에게 감정을 투영하게 된다.

 

소설은 아이를 유괴하고 아이의 영혼을 파괴하는 파렴치한 존재들의 악마성을 드러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소설은 부모로서의 부족함을 한없이 돌아보게 만든다. 연약하기만 한 아이들을 향해 여전히 폭력이 난무하며, 아이들을 외롭게 만들고, 때론 귀찮아하기만 하는 덩치만 크고 나이만 먹은 존재들의 부족함에 대해 반성하게 만든다.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부모답지 못한 부모들의 모습을 변론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그 악을 휘두르는 부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깜짝 놀라게 된다. 이런 놀람과 반성, 그리고 부끄러움을 넘어 부모로서 자녀들 앞에 바르게 서야겠다는 결단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래서 부모에게는 또 다른 구원의 날로 인도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몸살을 잃듯 먹먹했던 것만큼 작가의 매력에 푹 빠졌던 소설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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