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수사단
주영하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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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금상 수상작인 콩가루 수사단은 제목부터 흥미를 끈다. 제목은 가볍게 진행되는 추리소설을 상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책은 대단히 무게감이 있다. 맘에 안 드는 사람에게 흉기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묵직하니까. 정말 무겁다. 책이 말이다. 700페이지가 넘으니까. 그런데, 책의 묵직한 무게만큼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엔 상당히 오랫동안 콩가루 가족의 활약, 그 여운에 젖어 있어야 했다. 솔직히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미나게 읽었다.

 

소설은 장편소설이라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내리고 있는데, 7편의 단편(어쩌면 중편이라 말하는 게 맞을지도) 연작소설이다. 소설은 경찰대를 나와 서촌 경찰서 강력 1팀에서 이제 제법 관록이 붙어가는 형사 백현호의 18평 아파트에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시작된다. 가족이 흩어지지 않고 모여든다는 건 축복이라 말할 수 있을 텐데, 이 경우엔 축복이 아닌 재앙이다.

 

고시원에서 쫓겨나 갈 곳이 없어 동생 집에 스며든 큰 누나 백진주는 미스터리 소설가 지망생이다. 하지만, 현실은 10년 묵은 은둔형 백수가 본업이다. 큰 누나에 이어 작은 누나 역시 현호의 집에 찾아온다. 3번째 이혼을 코앞에 둔 프로 이혼녀 백현주, 그녀는 언니 백진주를 언제나 기죽이는 전직 동네 여신이다. “콩가루 수사단의 완성은 이들의 어머니 오희례 여사의 입주로 완성된다. 전세사기를 당하고 아들 집으로 온 엄마는 어쩐지 프로 참견러 느낌이 물씬 나는 여사다.

 

이렇게 시작된 콩가루 집안, 그런데, 둘째 누나가 데려온 조카, 이제 갓 돌이 지난 조카가 어린이집 등원한 첫날 사라졌다. 그것도 감쪽같이. 곳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감당했던 cctv 어느 곳에도 범인도 아이가 사라지는 장면도 찍힌 바가 없는데, 과연 어디로 사라진 걸까? 범인은 누구일까? 이렇게 역사적인 콩가루 수사단이 재결합된다(콩가루 수사단은 이들 남매의 아빠가 살아 있을 때, 이미 여러 사건을 해결한 바가 있다.).

 

이렇게 시작하여 콩가루 수사단은 여러 사건들을 멋지게 해결해 낸다. 물론, 첫 번째 이야기 속 사건인 조카 지우의 유괴 사건 역시 멋지게 해결하고 말이다. 잘 나가는 화가가 자신의 12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사건은 자살로 결론 나게 되지만, “콩가루 수사단은 이 사건이 타살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빨간 구두를 신고 뛰어내렸기 때문. 과연 자살하는 사람이 자신의 집안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데, 일부러 구두를 신고 뛰어내릴까? 그런데, 의심이 가는 주변 인물들은 모두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 과연 이 사건의 알리바이 트릭은 무엇일까? 또한 어떻게 화가를 뛰어내리게 했을까?

 

예식장에서 연달아 일어난 이상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가장 행복하고 기뻐해야 할 바로 그날 신부가 수많은 하객 앞에서 결혼식 도중 옷에 똥을 산 사건을 필두로 몇 차례 확인된 이상한 사건들을 해결하기도 한다.

 

드디어 현주의 추리소설이 입상했다. 대상도 우수상도 아닌 입상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작품을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것. 이렇게 만나게 된 출판사 편집자를 통해, 추미스 공모전 대상작품으로 선정되었지만, 작가와 연결이 되지 못해 끝내 수상이 취소되었던 놀라운 작품의 작가가 소설 속 모습과 같은 모습으로 자살했음을 듣게 되고, 이 사건을 콩가루 수사단이 추적하기도 한다.

 

그런데, 소설이 진행되는 가운데 언젠가부터 이들 삼남매의 엄마인 오희례 여사에게 뭔가 숨겨진 과거가 있는 것만 같다. 자녀들에게도 감춰진 오희례 여사의 과거는 무엇일까? 이 과거는 마지막 이야기에서 밝혀진다.

 

7건의 사건들 모두 하나같이 재미나다. 흥미진진하다. 번뜩이는 트릭과 추리의 과정들이 독자를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소설 콩가루 수사단이 독자에게 선물하는 가장 큰 선물은 사실 사건 해결만이 아니다. 그건 바로 콩가루 집안이 각자의 개성으로 인해 부딪히고 아웅다웅 다투지만 그런 가운데 점차 하나로 끈끈하게 뭉쳐가는 모습이야말로 독자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뿔뿔이 흩어졌던, 아니 뭉쳐서 더 아웅다웅하게 되는 콩가루 집안이지만, 콩가루가 멋지게 버무려져서 떡에 맛을 제공하듯 말이다. “콩가루 수사단의 활약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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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디바 왕수복
이윤경 지음 / 물오름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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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설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들을 만나는 행복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생소했던 인물들에 대해 소설적 흥미와 함께 알아간다는 재미가 있다. 물론, 소설이라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며 접근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번에 또 한 명의 인물에 대한 소설을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생소한 인물인데, 왕수복이란 인물이다. 이난영과 같은 시대의 대중가수인데, 당시 조선의 남녀 대중가수 인기투표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인물이다. “10대 가수상의 대상을 받은 격이다.

 

그런데, 그런 왕수복이 왜 이리 생소한 것일까? 물론, 나 자신의 무지함이 한 몫 하고 있겠지만, 왕수복은 독립 후 월남하였기 때문이다(월남이란 표현이 잘못되었을지 모르겠다. 애초 평안도 태생이자 평양이 그녀의 삶의 터전이었으니 말이다.). 분단 이후 북녘 땅에서 활동하였기에 우리에게선 어쩌면 알아서도 안 되고, 알고 싶지 않은 대상이 된 것은 아닐까?

 

암울하던 일제강점기 시대에서 대중문화의 선봉에 서 있던 여성 왕수복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재미났다.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왕수복은 3년제인 평양 기생학교에 입학하여 최우등생으로 졸업하게 된다. 이렇게 주목을 받은 왕수복은 평양 기생이란 타이틀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 사실이지만, 이 타이틀은 왕수복을 따라다니며 마치 원죄마냥 왕수복을 힘겹게 한다. 가수를 은퇴하고 일본 유학을 통해 성악을 공부한 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기생이란 타이틀이 따라다녔으니 말이다.

 

나라를 잃은 조선인들의 힘겨운 삶을 노래로 어루만져줬던 여인. 많은 이들이 일제 편에 서서 전쟁을 독려하던 그 때에도 과감히 거부하며 은퇴의 길을 선택했던 여인이 걸었던 길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아울러 그녀의 뜨겁던 사랑 역시 소설의 재미를 더하여 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효석의 마지막 사랑이 바로 이 여인 왕수복이었다니 놀라웠다. 이효석의 소설 <풀잎> 속 주인공이 바로 왕수복과 이효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 책을 읽고 난 뒤엔 이효석의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노천명의 약혼자와 결혼하여 평생을 같이 살았다는 스토리도 흥미롭다(이를 통해 노천명의 시 역시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사실들만으로도 당시 얼마나 이슈의 중심에 서 있던 여인이었을지 상상이 간다. 무엇보다 서슬 퍼런 일제 앞에서 아리랑을 부른 그 기개는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비록 남북의 분단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그리고 사상의 대립이 여전히 우리에겐 진행형이며 여전히 강력한 올무로 작용하는 사회이지만, 그럼에도 이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활발하게 독자들을 찾아간다면, 우리의 역사가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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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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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은 잠자는 숲이다. <가가 형사 시리즈> 첫 작품인 졸업이후 3년 만인 1989년에 내보인 작품인데, 전편에서 대학4학년이던 가가가 형사가 되어 등장한다.

 

도쿄의 유명한 발레단인 다카야나기 발레단사무실에서 한 남자가 사망하였다는 소식과 함께 사건이 시작된다. 그를 죽인 사람은 발레 단원이자 사무원이기도 한 사이토 하루코. 그녀는 늦은 밤 발레단 사무소에 왔다가 몰래 건물에 침입한 신원미상 남성의 공격에 곁에 있던 화분으로 머리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정당방위처럼 보이는 이 사건, 하지만 또 다른 진실이 그 안에 감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발레단 사무실에 들어와 사망에 이른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단순한 도둑이나 강도처럼 여겨지지는 않는데, 그럼 왜 발레단 사무실에 무단침입 한 것일까?

 

이렇게 사건이 미궁에 빠져가던 차, 발레단의 마스터이자 안무가이며 연출가인 가지타 야스나리가 리허설 현장에서 죽임을 당한다. 누군가 가지타를 독살한 것.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과연 수많은 단원들이 있던 자리에서 감쪽같이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던 걸까?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신원불명의 사망한 남성 신분이 밝혀지고, 이 남성과 발레단, 그 접점은 뉴욕 생활과 관계가 있음이 드러나게 되는데, 과연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 것일까? 여기 얽히고설킨 인간관계가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열쇠다.

 

이제 형사로 등장하는 가가 형사, 그는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가가 형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을 펼치며 과연 첫 작품에서 연인으로 등장했던 사토코와의 관계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였는데, 안타깝게도 둘은 그저 옛 연인관계에 머물고 있다. 간혹 안부나 전하는 관계. 가가는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생활을 거쳐 이제 형사가 되어 있는데, 어느덧 노총각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지금 시대로 본다면 30살 내외라면 노총각 근처에도 가지 못할 테지만, 80년대 후반에 이 나이면 노총각이라 할 수 있으니, 이런 시대변화도 느끼게 한다.

 

아무튼 이번 작품은 발레단이라는 다소 폐쇄적인, 극히 인간관계가 한정된 독특한 직종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 안에서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서로를 향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 치열한 삶의 모습까지. 소설은 발레라는 일반인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직종, 어쩐지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삶을 살아갈 것만 같은 그네들의 처절한 삶의 무게 역시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가가의 뜨거운 사랑의 감정까지 이 책은 덤으로 전해준다. 아니 덤이 아니라 이게 가장 임팩트 있는 소재일까? 아무튼 졸업에서 보였던 가가보다는 더 원숙한, 그러면서도 조금은 닳은듯하면서도 여전히 열정을 품고 있는 가가의 모습이 오히려 대학시절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책 제목이기도 한 잠자는 숲그 속의 공주에게 열정의 키스를 누가 하게 될까? 바로 우리 가가 형사다. 누구에게? 당연히 공주에게다. 소설 속 발레단의 공연 속 공주가 누구인지 놓치지 말자. 그 공주에게 입 맞추는 가가의 모습은 단지 열정만은 아니다. 모든 것을 감수하며 감당하려는 사랑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래서 더 임팩트가 강하며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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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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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시리즈 작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를 뽑으라면 단연 <가가 형사 시리즈>를 말하게 될 게다. 지금까지 도합 10권의 책이 나왔으니, 시리즈 작품이 그리 많지 않은 작가가 큰 애정을 쏟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가가 형사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가가 형사 시리즈> 가운데 읽은 작품은 별로 없다. 세 번째 작품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아홉 번째 작품인 기린의 날개, 그리고 열 번째 작품인 기도의 막이 내릴 때가 그 동안 읽은 전부였다. 그래서 <가가 형사 시리즈>를 처음부터 읽어보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첫 번째 작품인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을 손에 들어본다.

 

이 작품은 가가 형사가 아직 형사가 아닌 대학생 신분으로 등장한다. 졸업이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대학 4학년, 이제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 이제 곧 학창시절은 끝나고 사회인으로 세상으로 나가게 될 청춘들의 마지막 학창시절이 그 배경이다. 같은 고교출신이면서 T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7명의 남녀. 이들의 마지막 청춘의 시간은 아프기만 하다. 언제나 함께 어울리며 캠퍼스의 파릇함을 누렸던 청춘들이 이제 청춘의 보호막을 벗어나 사회인이 되기 위한 지독한 통과의례일가? 이들은 끔찍한 사건 앞에 서게 된다. 그토록 얌전하기만 하던 친구,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친구 쇼코가 자살을 한 것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밝은 미래를 꿈꾸던 친구, 자신이 좋아하던 여행을 살려 여행회사에 취직했음을 행복해했던 친구인데, 왜 자살하게 된 걸까?

 

이렇게 친구들은 친구의 죽음을 각자의 방식으로 추적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친구가 자살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완전 밀실은 아니더라도 밀실에 근접한 공간인 여성 전용 원룸에서 살해된 친구,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친구들, 특히 가가와 그의 연인 사토코, 그리고 나미카가 주로 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그러던 가운데 친구들의 고등학교 다도 은사였던 미나미사와 선생님 댁에서 갖게 된 다도 모임, 일명 설월화 게임의 자리에서 나미카가 죽고 만다. 누군가 설월화 게임을 통해 차를 마시고 다과를 먹는 자리에서 나미카를 살해하고 만 것이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범인은 친구들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과연 누가? 서로 그토록 가깝기만 하던 친구사이였는데, 누가 친구를 연속적으로 살해하는 걸까? 과연 두 사건은 연속성을 갖는 연쇄살인인 걸까?

 

그토록 가깝다고 여겼던 친구사이였건만, 과연 서로는 상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던 걸까? 이런 끔찍한 사건들을 직면한 가가는 과연 얼마나 멋지게 사건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작가의 공식적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로 데뷔한 다음 해인 1986년에 발표된 작품. 그래서일까? 작가의 의욕이 더욱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은사와 함께 친구들이 해마다 즐겼던 다도모임 설월화 게임안에 트릭이 감춰져 있다. 이런 트릭이 사실 상당히 복잡하게 느껴진다. 어찌 보면, 너무 복잡하여 독자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며, 또한 누군가에게는 촘촘하게 잘 짜인 트릭이라 감탄을 이끌 수 있는 그런 경계선이라고 할까? 아무튼 작가의 왕성한 의욕이 느껴졌다.

 

또한 첫 번째 살인인 쇼코의 죽음, 그 현장인 원룸 건물의 밀실 트릭 역시 멋지다. 이 트릭은 공학을 전공한 작가의 이력이 녹아 있다. 스포일러를 하진 않겠지만, 그 트릭에 담긴 과학적 내용은 이 작품이 1986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최첨단 과학 정보가 담긴 트릭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엇보다 가가와 그 친구들이 사회로 나오기 위한 그 지독하리만치 아픈 통과의례가 먹먹함으로도 다가왔으며, 아울러 가가 형사의 아직은 형사와 교사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던 대학시절을 만난 즐거움이 있던 작품이다. <가가 형사 시리즈>의 첫 작품을 읽었다는 배부름도 있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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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전주곡 - 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 <안녕, 드뷔시> 외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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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작 단편소설집 안녕, 드뷔시 전주곡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이러한 제목을 통해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알 수 있다.

 

책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작가의 공식적인 데뷔작인 안녕, 드뷔시(작가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대상수상을 한 공식적인 첫 작품이자,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의 전주곡과 같은 책이다. 특히, 다섯 개의 단편 가운데 마지막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마지막 인사는 바로 안녕, 드뷔시의 사건이 시작되는 바로 그 밤으로 끝난다. 그러니 이 이야기 바로 직후, 안녕, 드뷔시가 펼쳐지게 되는 셈이다(휠체어 탐정의 마지막 인사야말로 안녕, 드뷔시전주곡이다.

 

그럼, 나머지 네 편의 단편을 포함한 다섯 편 모두는? 다름 아닌 안녕, 드뷔시의 스핀오프인 셈이다. 안녕, 드뷔시에 등장하는 인물인 휠체어 탐정 겐타로, 그리고 겐타로를 돌보는 요양사 미치코가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작가의 또 다른 시리즈인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의 외전인 셈이다. 특히,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의 외전이라고 보면 적당하다. 아니, 어쩌면 이 두 책,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안녕, 드뷔시 전주곡을 아예 <휠체어 탐정 시리즈>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도 결코 자기 비하에 빠지지 않는 할아버지, 자기 비하는커녕 여전히 카랑카랑 성깔 사나운 할아버지인 겐타로 사장의 캐릭터가 대단히 매력적인 이야기들이다. 사실,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어쩐지 꺼려지는 고약한 심정이 독자들에게 없지 않다. 여기에 더하여, 겐타로 사장은 노인 중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주인공인데도 그런 인물이 결코 뒷방에 물러나 있지 않은, 오히려 모든 이들을 좌지우지하며 활약하는 그 모습이 노인인구가 자꾸 늘어만 가는 시대에서 더욱 귀감(?)이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첫 번째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모험과 마지막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마지막 인사두 사건 간에는 고작 일 주일의 간격밖에 없다. 그러니 이 두 사건은 시기적으로 이어지는 사건이며, 그 두 사건 사이에 실려 있는 3가지 이야기는 이 두 가지 사건들보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생환은 겐타로 사장이 쓰러져 폐인이 될 뻔 했다가 그나마 언어가 돌아오고 상체의 활동을 회복하게 되는 눈물 나는 극복기가 그려진다. 사실 이 이야기는 단지 그런 역할만 하는 가 싶었는데, 마지막에 가선 감춰진 사건이 순식간에 드러나며 휠체어 탐정으로서의 첫 번째 사건 해결이 나온다.

 

세 번째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추격에서는 노인들을 향한 묻지마 범죄가 등장한다.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어느 노년 여성을 향해 벌였던 중학생들의 노인 사냥을 떠올리게도 하는 주제인데, 이 이야기는 의외로 경쟁을 배제한 교육에 대한 맹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노령 연금 수령의 맹점 역시 지적하고 있지만 말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과 네 개의 서명은 첫 번째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모험에 등장하는 겐타로 사장의 측근이 되는 어깨들의 존재에 대한 전주곡이라 해야 할까? 암튼 두려움도 없이 천방지축 날뛰는 겐타로 사장의 묘한 인간적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물론, 다른 작품들 역시 까칠한 모습 이면에 인간적 매력이 감춰져 있지만 말이다.).

 

마지막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마지막 인사야말로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안녕, 드뷔시전주곡이 되는 이야기이다. 아울러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매력적 주인공 미사키가 실제 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미사키 요스케는 첫 번째 이야기인 휠체어 탐정의 모험에서도 살짝 등장하긴 한다.). 그렇기에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마지막 이야기가 제일 재미날 수도 있겠다. 물론, 다섯 편 모두 재미나다.

 

책을 읽고 난 후엔 휠체어 탐정인 겐타로 사장의 묘한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아예 <휠체어 탐정> 시리즈가 나오면 안 될까 물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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