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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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등단 35주년(2020년 기준)을 맞아 내놓은 추리소설,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을 읽으며 든 생각은 무엇보다 반갑다는 감정이었다. 왜냐하면, 본격추리소설과 이별을 고했던 작가가 다시 본격추리소설 느낌이 가득한 소설을 냈다는 생각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마요는 갑자기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된다. 고향에 남아 있던 아버지. 고향에서 오랫동안 교사집안이었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된 것. 고향에서 존경받는 교사인 아버지를 누가 왜 살해한 것일까?

 

마요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고향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죽어가는 시골 마을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학 동창들을 만나게 된다. 마침 오랜만의 동창회를 앞둔 시기였기에 고향에 정착해 있는 동창들 뿐 아니라 각지에서 성공한 동창들 역시 작은 시골 마을에 몰려든 상태. 그런 상태에서 아버지의 죽음, 그 범인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그 탐정 역할을 하는 이는 아버지의 동생인 다케시 삼촌이다. 마요조차 그 존재를 모르다가 불과 몇 년 전에 알게 된 삼촌. 미국에서 마술을 배우고 나름 성공한 마술사인 듯싶은데, 무슨 사연인지 귀국하여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삼촌. 천생 교사인 아버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성격의 삼촌. 그 삼촌이 바로 사건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어느 명탐정보다 더 예리한 사고와 구렁이 같은 모습으로. 소설 제목의 블랙 쇼맨이 바로 이 삼촌이다.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유도심문에 능한 능구렁이 삼촌이 바로 이 블랙 쇼맨이다. 이런 탐정 역할의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본격추리소설의 느낌이 나서 오히려 더욱 반가웠다.

 

게다가 서점의 책 소개 글을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블랙 쇼맨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며 돌아왔다.”는 글귀가 보인다. !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 블랙 쇼맨을 시리즈로 계속 만날 수 있다니, 정말 좋다. 특히, 이런 본격추리소설로 계속 이 시리즈를 이어주길 고대해본다.

 

또한 이 소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상황이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는 점.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 역시 이런 코로나 상황 속에서 호흡하고 있다. 이런 점이 여태 겪어보지 못했던, 그러나 이미 우리의 또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 상황 속에서 소설 속에 더욱 공감하며 쉽게 동일화되어 몰입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

 

책엔 책속의 책’ <환뇌 라비린스>가 일러스트로 구현되어 있다. 아코디언 접지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 책속의 책 <환뇌 라비린스>는 이 책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모티브이기 때문에 이렇게 일러스트로 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책값이 다소 비싸지만 책을 덮는 순간 누구나 블랙 쇼맨의 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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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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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탄탄한 독자층을 갖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등단 35주년(2020년 기준)을 맞아 발표한 신작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은 작가의 요즘 작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본격추리소설에서 사회파소설로, 다시 감동소설로 그 영역을 확장시켜나간 작가의 등단 35주년을 맞아 내 놓은 작품은 감동소설이라 볼 수 있다(물론 또 다른 신작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은 다르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는 가치관을 가진 레이토는 없는 놈이 되는 일도 없다고 불운의 아이콘처럼 되어 버렸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한 회사에서는 누군가의 실수로 벌어진 문제를 뒤집어쓰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만다. 웨이터로 취직한 곳에선 그곳 아가씨의 유혹에 넘어가 하룻밤을 보낸 일로 인해 잘리고 만다. 그 다음 취직한 회사에서는 제품의 하자를 속이는 회사의 모습에 고객에서 솔직히 하자를 밝혔다가 퇴직금은커녕 일한 봉급도 받지 못하고 내쫓기고 만다.

 

그러다 결국 절도행각으로 붙들린 레이토, 꼼짝없이 전과자가 되어 형을 살아야할 위기 앞에 그를 향해 내민 손길이 있었다. 레이토의 이모라는 여인이 등장한 것. 자신의 삶과는 전혀 다른 상류층 여인인 이모는 레이토에게 월향신사란 곳의 관리를 맡긴다. 보다 더 정확하게는 그곳에 있는 신비한 나무 녹나무의 파수꾼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녹나무에 들어가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신비한 나무. 과연 이 신비한 녹나무에 얽힌 소문은 진실일까? 녹나무의 파수꾼이 된 레이토는 그곳을 찾는 이들의 진심어린 모습에 점차 매료된다. 과연 이들이 한다는 기념은 무엇일까? 기념을 하는 시기는 그믐 즈음과 보름 즈음인데 두 시기의 차이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녹나무가 들어주는 소원은 어떤 종류의 것일까? 과연 녹나무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

 

소설은 미스터리 소설이라기보다는 감동소설이다. 하지만, 미스터리적 요소가 없진 않다. 무엇보다 이 녹나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파수꾼이 된 레이토를 알아가게 된다. 녹나무의 파수꾼이 되었지만, 정적 녹나무의 효능도 어떻게 기념하는지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 게다가 이모 역시 알려주지 않는데,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라는 말만 하며. 그렇기에 녹나무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는 장면이 마치 추리과정처럼 느껴진다. 마치 오리무중에 빠진 범인을 추리하여 밝혀내듯 말이다.

 

여기에 또 한 사건, 레이토가 마음에 두고 있는 아가씨 유미의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이 불륜인지, 그리고 그가 녹나무에 와서 하는 기념과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 역시 미스터리의 요소가 느껴진다.

 

하류인생인 레이토 앞에 찾아온 녹나무 파수꾼이란 이상한 직업, 이 일을 통해 레이토의 미래는 신비롭게 열리게 된다. 마치 녹나무의 또 하나의 능력인 양.

 

소설은 무엇보다 가족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녹나무가 효력을 발휘하는 대상은 가족이다. 그것도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혈연의 테두리 안에 가족의 의미를 축소시키진 않는다. 녹나무의 신비한 효력은 혈연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지만 그럼에도 소설은 이런 혈연을 뛰어넘는 가족의 신비 역시 보여준다.

 

녹나무가 가진 능력은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염원이다. 아니 어쩌면 이는 후대를 향한 기대와 바람, 희망의 전달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녹나무를 통해 가족 정신이 이어진다. 심지어 가족을 향한 마음과 감정도. 그렇기에 녹나무는 현실 속에 자리한 환상의 공간이다. 이러한 환상적인 공간을 통해, 상처 난 관계는 치유되어지고, 깨어진 관계가 회복되며, 허물어진 관계는 새롭게 세워져간다. 물론, 그 범위는 가족이란 한계가 정해져 있지만. 그럼에도 녹나무를 통해 전해지는 감동은 가족의 한계를 뛰어넘어 모든 독자에게 전해진다.

 

아울러 하류인생, 그저 하루하루 살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 여기는 극히 염세적인 한 청년이 성장해나가는 과정 역시 소설의 또 하나의 큰 힘이다. 결국 인생이란 어떤 인생도 존중받아야 마땅한 인생이며, 가치 없는 생명은 하나도 없음을 알려준다. 그러니 소설을 읽는 당신 역시 마찬가지라는 속삭임, 이것이야말로 소설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힘이다.

 

녹나무의 파수꾼을 읽고 난 후엔 어쩌면 우리 안에도 이런 신비한 힘을 가진 녹나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가족을 향한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간절한 기대와 소망, 등을 전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녹나무의 신비함을 발휘하지 않을까? 녹나무가 주는 감동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여진처럼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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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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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주 번역가의 번역으로 새롭게(2019) 옷을 입고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분신1993년 작품으로 국내에는 레몬이란 작품으로 2005년 출간되었던 작품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왜 레몬이란 작품으로 출간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출간되며 되찾은 제목 분신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다(원제 역시 분신이다.).

 

소설은 두 여인의 관점에서 각 장마다 반복 교차하며 사건이 진행된다. 홋카이도에서 자란 여대생 우지이에 마리코, 그리고 도쿄에서 자란 고바야시 후타바. 이 두 여인은 평범한 가정의 여대생이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먼저, 마리코는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다 결국 중학생 시절 끔찍한 사건을 겪게 된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화재사건이 벌어져 집이 전소하게 되는데, 이 사건은 다름 아닌 엄마가 주도한 사건이다. 화재와 함께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사건이었지만, 엄마만 희생되고, 아빠와 마리코는 살아남게 된다.

 

대학생이 된 마리코는 엄마가 죽음을 계획하기 전 도쿄에 다녀왔고, 그 당시 사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지도에 표시된 곳, 그리고 가지고 있던 사진에서 뭔가 실마리를 잡게 된다. 아빠의 젊은 시절 함께 찍은 사진 속 여인은 얼굴이 지워져 있다. 이런 사진을 가지고 있던 엄마의 죽음은 분명 사진 속 여인과 연관이 있겠다 생각된 것. 이에 사진 속 미지의 여인이 엄마의 죽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기 위해 도쿄로 향한다. 과연 아빠의 대학시절과 연관된 사진 속 얼굴이 없는 여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마리코가 만나게 되는 진실은 무엇일까?

 

한편 도쿄에서 자란 후타바는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 미혼모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데, 밴드활동을 하던 후타바는 tv에 출연하게 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밴드활동을 허락받으며 엄마와 했던 단 하나의 약속은 전문 가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 tv 등에 얼굴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상한 약속이었다. 그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게 된 상황. 물론 엄마는 반대하지만, 결국 후타바는 tv에 출연하게 되고, 그 뒤 엄마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뭔가 이상하다. 자신이 tv에 출연한 그 일이 엄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만 같은데.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후타바 역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게 된다.

 

이렇게 각기 다른 방향에서 두 여대생이 자신들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둘은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둘은 서로 상대가 자신과 너무나도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말 같은 걸까? 얼마나 같을까? 쌍둥이일까? 둘은 이렇게 서로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들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쫓으며 서로를 향해 다가서게 된다. 과연 두 여인은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끝엔 과연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소설은 그 제목이 이미 어느 정도 스포일러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이 1993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클론 복제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접근은 놀랍기만 하다. 역시 공대출신 작가이기에 의과학에 대한 관심이 있는 걸까?

 

이와 함께 복제된 사람은 과연 진짜일까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복제된 생명 역시 참 생명일까, 아님 그 생명은 다른 의도로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이런 생명윤리의 질문을 작가는 던진다.

 

루이뷔통의 복제품이 헐값에 팔리는 것처럼, 아무리 귀중한 문서라도 복사물은 가차 없이 파괴되는 것처럼, 위조화폐가 통용될 수 없는 것처럼, 나란 존재도 이렇다 할 가치가 없지 않을까?(449)

 

이처럼 복제 인간이란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소설을 풀어나가지만, 소설은 너무 흥미진진하고 몰입도 최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대체로 그렇듯 실망할 수 없는, 아니 작품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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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럴 3 - 최후의 전쟁 페럴 3
제이콥 그레이 지음, 정회성 옮김 / 사파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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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책 가운데 후속작품을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출간이 멈춰버린 작품들이 몇 있답니다. 그래서 더욱 기다려지는 작품이 말입니다.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책 페럴이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이 2015년이니까, 벌써 5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1권이 출간 된 후 불과 몇 달 후 2권 역시 출간되어 구입해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1,2권은 연달아 출간되었는데, 3권은 감감무소식.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봐도 3권의 자취를 찾을 순 없었답니다. 한 달여 전일까요? 그때도 문득 책꽂이에 꽂힌 페럴1,2권을 보면서 생각이 나 검색해 봤지만, 역시 감감무소식이었답니다.

 

그런데, 소름 돋게도 그렇게 검색 한 후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 책 1,2,3권을 서평이벤트 한다는 소식에 얼마나 반갑던지. 마치 서평이벤트에 당첨이라도 된 것 마냥 설렜답니다.

 

페럴은 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랍니다. 이들 페럴은 동물과 대화하며, 동물을 친구로, 인생의 동반자로, 때론 부하로 불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랍니다(여러 동물과 통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만의 고유 동물이 정해져 있답니다. 소설의 주인공 커는 까마귀 페럴이랍니다.). 이 능력은 혈통을 통해 전해지는데, 그 능력을 가진 부모가 죽으면 그 자녀에게 이어지게 됩니다. 페럴들 가운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는 자신의 동물로 변신하기도 한답니다. 주인공 커는 까마귀로 변신하기도 하고, 까마귀 속으로 영혼이 들어가기도 하는 특별한 능력을 각성하게 된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랍니다.

 

커의 시작은 불우한 환경에서 시작됩니다. 부모에게 버려진 채 까마귀들에 의해 키워진 부랑아와 같은 소년 커. 그런데, 이미 수년 전에 페럴 간의 전쟁이 있었고, 이 전쟁에서 아들을 살려내기 위한 부모의 희생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은 부모에게 버려진 불행한 존재가 아닌, 부모의 희생으로 살아난 인생임을 말입니다. 아울러, 자신이 바로 페럴이란 존재임을 알게 된 커는 또 다른 페럴들과 관계를 맺게 되면서 점차 페럴의 능력을 훈련하고 키워나게 됩니다. 하지만, 페럴들이 모두 선한 존재들인 건 아닙니다. 오히려 호시탐탐 악한 페럴들이 이들을 위협합니다. 이러한 선과 악의 대립이 소설을 이끌어 간답니다.

 

1까마귀와 말하는 소년에서는 거미 페럴 스피닝맨이 최고 악당으로 등장합니다. 2미드나잇스톤의 비밀에서는 파리 페럴 신시아 대번포트가 최고 악당으로 등장하고요. 3최후의 전쟁에서는 또 다른 악당이 최고 악당으로 등장하는 데, 그게 누구인지는 스포일러가 되니 비밀이랍니다. 그런데, 이들 최고 악당들이 악당이 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또한 씁쓸함과 아픔을 담고 있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누군가에게 의해 멸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폭력의 희생자가 되기도 하거든요. 이런 폭력의 피해가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로 괴물과 같은 악당들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악한 행위가 용납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판타지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대립구도가 선과 악의 갈등구조일 겁니다. 이런 갈등 구조 속에서 연약하기만 한 주인공이 점차 성장해나가면서 악을 향해 용기 있게 도전하고 싸워나가는 모습이야말로 판타지 소설의 포기할 수 없는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 커의 이런 성장, 용기, 포기하지 않는 정신 등을 소설을 통해 만나게 됩니다. 또한 주인공의 불우한 성장과정, 부모의 희생, 동료의 배신, 우정 등 역시 소설의 맛을 더해주고 있답니다. 어린이 독자들에겐 다소 두툼한 분량의 소설이지만, 커와 까마귀들, 그리고 여러 페럴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판타지의 세계 속으로 금세 빠져들게 되는 소설이랍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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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오아물 루 그림,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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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만큼 유명한 책도 드물 것이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아온 동화(?). 그런데, 어린 시절 <어린 왕자>를 처음 읽었던 기억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당시 책을 읽고 참 어렵다 생각했던 것이 주된 감상이다. 어린 시절 잘 이해되지도 않으면서, 그저 끝까지 읽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인데, 짧은 분량인데도 참 읽기 버겁던 기억이다.

 

그 뒤 성인이 되어 다시 읽었던 <어린 왕자>, 그 땐, “왜 이걸 동화라고 하지?” 했던 기억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 <어린 왕자>는 동화라 부르기엔 조금 주저하게 될 만큼 어렵다. 그럼에도 참 아름다운 느낌을 받게 되기에 동화라 말하기에도 적합하리라.

 

무엇보다 주옥같은 표현들이 많아 두고두고 읽고 가슴에 품을만한 작품임에 분명하다. 묘한 건, <어린 왕자>는 문득 읽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도 문득 꺼내 읽어보고 싶은데, 어찌된 일인지 책을 찾을 수 없다. 몇 차례의 이사를 하며 책들을 양가 부모님 댁으로 분산하였는데, 아마도 그 중에 끼어 있나 보다. 아내와 함께 집안의 책들을 샅샅이 찾아보아도 찾을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던 차, 김석희 작가(사실 번역을 더 많이 하여 전문 번역가라 부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지만 말이다.)의 번역으로 열림원에서 출간되어 서평이벤트를 하고 있기에 얼른 신청했다.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어린 왕자>는 계속 새롭게 쓰이고 있다고. 무슨 의미인가 하면,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서 인용하곤 하는 <어린 왕자> 이기에 독자는 <어린 왕자> 작품을 통해서만 <어린 왕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어린 왕자>의 편린을 만나게 된다. 그런 독서 경험들은 다시 읽게 되는 <어린 왕자>속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며들며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문득 해보게 되었다.

 

불어는 전혀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책 뒤편에 실린 원어 본문들을 보며 괜스레 배부른 느낌을 갖는 건 또 뭘까? 아무튼 이 책은 뒤편에 원어 본문들, 그리고 중간에 옮긴이의 글이 제법 길게 실려 있어 어린 왕자 치곤(?) 책의 부피감도 있다. 소장하며 문득 마음이 갈 때, 꺼내 읽어보며 또 다른 감흥을 느낄 순간을 기대해보며 책장에 곱게 꽂아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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