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다. 허기져!!! 장을 봐 온 이십리터재활용봉투를 곁에 두고 냉장고에 넣는다. 부산오뎅, 양배추 1/4쪽, 팽이버섯, 크림치즈, 그릭요거트 2통...은 키핑. 고구마와 감자. 그리고 너 두부와 싸리버섯, 정육점에서 사온 삼겹살 오천원어치, 아 - 그리고 나흘 만의 반주인 동해동동주는 냉동고에 잠시 기다려라. 허겁 지겁 달달, 깻잎 씻고 두부는 전자레인지에 4분....양념장도 해야지 간장 식초, 맛술 까나리액젓 거기에 명이나물 간장까지...깨도 톡톡.....준비되었나!!  막걸리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 잔 준비완료!!!   그래 잘했어. 오늘 저녁 러닝을 간단히 하려다가 더 더 더 한시간 넘고, 거기에 삼십분 추가, 에 또 십분 프리미엄으로 100' 러닝이라구. 


요즘은 다이소에 들르거나, 아직 끊지못한 쿠팡을 통해 작업용 재료들을 사들이고 있다. 어제는 빵 쿠키용 도구나 기구다. 물론 양념장 소분용 통들도, 심지어는 김장용 버무림 대형원형 통까지 사들인다. 밀고 짜고 흘리고 칼질하고 해볼 꺼리들이 잔뜩이다. 이렇게 준비하다가 해가 저무는데 찬바람이 불 듯싶다. 이거는 아닌데, 챙기고 나서는 저녁밤, 저무는 석양이 아름답다. 천천히 길게 마음이 먼저 가지 않게 다독이면서 간다. 레진용 실리콘 몰드와 흙손 작업은 해 두었고, 결과를 기다려보면 된다.


몸은 조금만 더 하한선을 지키기로 해본다. 확실히 사흘의 결과가 잠시 올라간 혈압을 내린다. 평정심을 찾지 못해 안달이던 습관들을 조절해보기로 한다. 더 천천히, 조금 더 러닝이 당분간 이어질 듯 싶다. 어젠 치팅데이인 셈이다.


어젠, 동창회에서 연락이 와, 발표를 해달라고 해서, 뭘 어떻게 할까를 달리는 내내 고민해본다. 지난 불타는 청춘의 4년을 지나, 지금을 다르게 나눈 선후배들과 삶을 건드리는 방법은 있을까 하다가 실수라는 키워드를 챙겨낸다. 그래 괜찮겠다, 그리고 여러 유형의 캔버스에 대해서 나누면 좋지 않을까 정리해둔다.


그리고 전시준비작업용 글감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세 갈래로 소분할 수 있겠다 싶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 일은 없겠지만, 일상들을 차곡차곡 재워놓아서 쉽게 분리할 수 있겠다 싶은 느낌이 든다. 그래 준비에 치이지 않기, 준비하는 재미를 듬뿍 느껴보기가 우선인 듯싶다.


볕뉘


벌써 이 년을 꼬박 채우려한다. 25년 1월부터의 흔적을 모아 나누려한다. 기대된다. 이렇게 또 한 매듭을 짓고 갈 수 있다니... ... 시월 러닝마일리지가 벌써 200k가 넘다니, 고맙다 발 무릎 어깨 등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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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날씨예보를 본다. 강수량 1mm 안쪽 그런데도 운동장으로 향하는 길, 갑자기 빗발이 세진다. 복장을 챙기고 17도 내외하는 날씨에 러닝을 하려는 운동장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육상선수들의 야외 훈련은 없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들른 후배임원에게 근황도 듣고 점심도 같이 한다. 대구탕 이전한 곳도 손님들이 북적거려, 받지 않는 전화끝에 와서 대기다. 특대구탕 주셔요. 그래도 단골이라 바로 챙겨주신다. 바싹마른 친구는 경주에 내려와 회의를 마친 월요일 외에는 공장에 상주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현황과 현실을 건네다가 아이디어도 듣고, 기분좋은 점심을 마치고 카센터에 타이어와 엔진오일도 바꿔주고 또 일년 더 타게된 카니발도 안심이 되고 든든해진다.


평정심과 음식, 혈압과 맛 이런 키워드로 쫓아가다나니, 식폭에 대한 부분이 걸린다. 혈압에 대한 해석도 분분한 모양인데, 음식들이 너무나 맵고 짜서 교감신경이 반응, 공격적으로 느껴 혈압이 올라가는 부분에 대한 코멘트도 듣다. 술을 좋아하는 이로서 간 또한 술이 들어오면 긴장모드의 간은 음식이 아니라 술부터 처리해서 보낸다고 한다. 여러 메커니즘들을 겹쳐듣다보니 어느 것 하나 온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하지 말아야 된다는 걸 가려듣게 된다. 


몇 번의 감량시도와 외식을 하지않거나 절식을 하면서 느낀 양념하지 않는 맛들이 기분 좋은 기억이 몇 번있다. 아 그대로도 맛나구나. 그러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림작업을 하거나 스트레스 만땅인 일들이 생겨 목축이게 되면, 노동주 한 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일과 술이 섞이기도 하는데 요즈음은 하루에 서 너잔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왠일로 저녁밤에 받지 않는 것이다. 콩당콩당하는 듯도 하고 밤저녁에는 마시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아, 어제는 그래서 빗 속에 천천히 3k정도 예열조깅을 하고,  인터벌 작정을 하고 나선 것이다.  중고등학교 육상선수들은 아니나 다를까 실내트레이닝을 하고 있었고, 조금 줄어든 비 사이를 나홀로 돌고 있게된다.  스타트 라인에서 출발해 1k, 두바퀴 반, 그리고 200미터를 걷고가 1회전, 8회 반복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 느끼게 된 것은, 몸이라는 놈은 또박또박해서 절대 겉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하고싶은 것을 이쪽 ---에서 저쪽--으로 바로 건너뛰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에 그 구간을 잘게 쪼개서 하나 하나 이것은 가능한 거야 하고 다짐을 주어야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동범위를 향상하고 가소성이란 개념이기도 하다.


오키로 십키로를 더 공중부양하고 싶다면 이 길 외에는 없다. 1k씩 쪼개고, 2k씩 모으고, 3k씩 점점 다가서는 것이다.


어제는 6회로 마친다. 뿌듯하기도 하고 할 수 있겠다는 느낌도 드는 날이기도 하다. 배가 고파져 순두부집을 간다는 것이 뒷문을 잘못 들어서 고등어집을 간게 화근이 아니라 외려 잘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잔 생각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밍밍한 맛, 무미의 맛 ; 어쩌면 그 세계로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볕뉘


<레디 투 런>의 사진을 보다나니, 저자들이 왼쪽 책의 부부였다. 그 사실도 모르고 읽다니. 달팽책방 행사의 외톨이 역 저자와 사회자도 부부다. 중요한 것은 아니고, 그나마 잘 된 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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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대회는 신청하기도 어렵다. 삼십분이면 매진된다고 하니, 끼어들 틈이 있겠는가. 그래서 서울대회와 이 대회들은 신청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서서히 줄이거나 인근 한시간 이내 거리 지역마라톤 정도만 참석한다. 인원도 그렇게 대규모가, 아니 그런 경우도 있지만 비교하여 봐줄만 하다. 지난 주말 경주마라톤 중계를 보다가 샐러드와 도시락을 준비해서 작업실로 향한다. 골인하는 영상들을 보니 무척 더운 듯하다. 하지만 여기는 바다다. 햇볕은 있고 25도를 가르키지만 시원한 바람은 좋은 역할을 한다. 


아직 해보지 못한 세시간주 또는 30k 롱런을 계획해본다. 20k까지 힘을 충분히 비축하고, 몸의 오버를 경계해야 한다. 기분 좋아도 빨라지지 않기. 다짐한다. 수제맥주 축제 광고깃발과 행사마켓, 국화빵 달콤한 것들이 지천이다. 이전에 라이딩해서 돌아다녀본 30k를 이번에는 러닝으로 소화시킬 생각이다. 오버 아닐까. 아니길 바란다. 더 천천히. 그리고 워치를 보지 않기로 한다. 참고 참고 참는다.  해수욕장 구멍가게에서나 포카리와 양갱충전을 하면되지 하고 간다. 반환점에서 다른 러너가 화이팅을 외쳐주고 외친다. 반갑고 힘난다. 뒤에서 따라온 듯싶다. 드디어 그 구멍가게. 슈퍼. 오늘도 고스톱을 치고 있으려나, 늘 그렇듯 손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쩜백 고스톱이 정겨운 곳.에 헐 불이 꺼지고 문이 잠겨있다. 과자부스러기 하나 없다. 세상에나.


준비한 물을 마시고 다시 출발. 환호마을 입구 gs마트에서 포카리와 자유시간, 얼마만이냐. 이십년도 더 된 듯 싶다. 물주머니엔 포카리를 채우고 남은 것으로 당충전이다. 아직 보지 않았다. 워치. 일어나려니 뻑적지근, 휴우. 이러면 안되는데, 에너지 충전했잖아. 조금씩 어기적달리다보니 곧 익숙해진다. 달릴 수 있어 가자. 가보자. 환호버스환승장을 턴해서 영일대 해안가다. 이 보다 더 좋은 경치, 더 좋은 가을날이 있을 수가 있을까? 


봐 둔 국화빵 트럭...네 개만 주세요. 하니, 일곱 개란다. 삼천원에, 남편분은 알아들었는데 아니, 네네 일곱개 주세요. 헉 세 개 들고 네 개는 등에 넣고 달린다. 고마운 록쌕이다. 나에겐 록사꾸만큼 익숙해지지 않는 단어들이긴 하다. 벌써 두 시간이 넘는다. 한 시간만 버티자. 수제맥주 한 잔 하고 갈까? 싶은데 퐝퐝마켓은 나풀거리는 깃발과 다르다. 맥주축제도 한 주 뒤의 일이라니, 보고싶은 것만 보는게지. 이크.  지금까지 보낸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줄어든 것이 보일 때, 힘이 난다. 그 다음부터는 뽕을 맞은 듯싶지만 조심조심해보자. 이렇게 다그치니 시간을 늘어지면 잘 가지를 않는다. 두시간 반까지 이렇게 길다니, 해오름대교를 올라가서 영일대 해수욕장을 접하는 순간에도 남은 시간이 곱절로 늘어난 듯싶다.


 다시 전망대를 턴해서 마지막을 향한다. 세시간은 넘었고 30k는 잘 만하면 만들 듯한데, 쉽지않다. 196'으로 마무리한다. 28.5k


 볕뉘


1.


몸이란 놈은 탑을 쌓듯 차곡차곡인 것 같다. 쌓을 기회를 두 세 번은 주지만 더 이상은 없다. 몸에 채워넣어야, 나이테같은 몸의테두리를 경험해야 그제서야 뇌를 설득해낸다. 가도 된다고 좀더 멀리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도 꿀은 반드시 준다. 그래서 정직하다. 싶다. 


2.


아름다운 가을날이다.


3.


아참, 위의 책은 달리는 것에 도움을 준다기 보다는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몸의 그릇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진지하고 날카로운 조언이다.  몸이라는 그릇을 키워가는 작업, 단단하게 뿌리내리는 일들이 병행되지 않으면, 반드시 몸짓한다. 통증이라는 신호로 그 동안 소홀히 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칠 수 있다. 그래서 운동은 자신할 수 없다. 자신의 몸과 끊임없는 대화, 조금씩 조금씩 지평을 넓히는 작업이 우선순위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달리기만 하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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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싸, 책을 가져오지 않았군!! 북토크가 있는 날인데, 첫장을 읽다가 개요는 알겠고, 그럼 할 수 있는 건 뭐지? 대중교통이 비단 자가용을 버리면 된다는 이야기란 말인가? 젊은 남성 중상상위층의 수도권적 발상이란 말인가? 그래 사실 접으려고 했어. 고만고만한 연구, 이것을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이라구 획일화된 주장 외에 다른 것들이 없잖아? 그렇지 않아!!


자본주의 때문이야 신자유주의잖아 먹먹한 기후위기를 이렇게 삶과 일상이 붙어있지 않는 시선으로 스스로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주장하다니 과도한 건 아닐까?


14년째 일터 일로 생활은 하면서도 포항의 2005년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 포항역에서 효자역 그리고 괴동역을 지나 포스코로 출근하는 통근기차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포항 교통역사의 분기점으로 전현우 연구원은 이 부분을 짚고 있다.


첫 발령을 받고 포항에서 대전으로 가는 과정은 지난했다. 마침 신경주역이 생겨, 그곳에서 산업도로를 오갔던 기억, 2015년 포항역 KTX가 생긴 것도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절반의 시간으로 대전을 오갈 수 있다니, 자차가 있는 여건에서는 정말 주말짬을 이용하기가 편하다. 하지만 돌아오는 시간 오천까지 오려면 택시비만 이만원가까이 나오고, 버스를 타면 보경사로 잘못타거나 빙빙 돌아오면 역에서 문덕까지 시간반이나 걸린다. 그는 이를 마찰시간이라고 했다. 차가 있고,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해도, 불편한 지점들이 한 두가지 걸리는 것이 아니다. 반면 수도권이나 대전세종의 교통망은 대학생이나 노약자, 노인, 환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기회는 평등한 편이다.


그래서 프런트의 한 분은 이를 이동권도 인권이란 개념을 쓴다. 아플나 늙은나에 대한 배려가 없는 도시, 모두 궁하면 자차 승용차나 사시지라고 개인부담을 일삼는 결과를 낳은 이동권불평등구조다. 


티키타카를 하는 사회자 신새벽님은, 이름처럼 연구틀밖을 도식에 갇혀 잘 나오지 않는 전연구원을 끄집어낸다. 무겁네요. 분위기가 살지 않고 공중으로 떠 있는 듯해요. 그래서 어쩌라구요. 프런트 객석에 한 분 한 분 짚어가며 얘기를 강권하는 이 분위기는 또 대체 뭐람? 그녀는 책 편집 리딩을 하면서 교통철학자라는 표현을 쓴다. 교통에 철학이라, 읽었으면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겠지. 산업별, 교통별, 건물별로 에터지 소비 막대그래프를 눈여겨 보지 않았더라면 이 분이 철학자라는 인식을 못했을 것이다. 진짜 문제예요. 결어다니고 버스타고 현장 곳곳을 걸어다니며 이동하면서 취재하는 연구자였다니 점점 이해할 듯하다. 


프런트의 뾰족한 질문이 있다. 당신이 시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도발이다. 회심의 미소인지 경주까지 아우르는 지도 피피티가 배경처럼 깔려있다. 한 분 한 분 돌아가며 나누는 이야기들은 서로 겹쳐있다. 옆에 있는 분이 이렇게 자전거를 애용하는 줄 몰랐다. 건강을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이동용으로 자차를 없애다니...(애기했잖아요. 소득있는 젊은 남성이기에 가능하다고) 대구에서 온 이십년차, 십년차 여성은 버티고 버티다가 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나이가 들거나 병등거나 하는 남생각의 관점에서 이동을 생각한 것은 이 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한다.


마흔의 연구원은 SRT KTX포항유치를 요구하는 지역의원과 원희룡장관 주장에 마무리 화면에 수염에 머리묶은 모습으로 나온다. 전혀 다른 이미지. 제 몸을 불살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농담삼아 애기하는 시민운동가의 모습도 겹친다. 


달라진 모습만큼 세상은 다르다. 수도권에서 생각하는 것과 여기서 생각하거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많다. 


문득 자차로 이동해서 주차를 하다가 벌금커넥션때문에 벌금을 낸 경험에 반발해서, 대체 주차장도 만들지 않고 역을 이용하라니 단선적으로 반발하는 내가 겹치기도 한다. 하지만 시선들은 그렇게 단일하지 않다. 중앙상가나 거리나 곳곳을 발품 자전거품으로 경험한 나로서 그 이상의 발견들이 많다.


그의 시장 아니디어 남포항역을 한전사거리 중흥동에 만들어서 외곽의 역은 동해선으로 연결시키고 이곳은 종착역으로 만들어 사랑과 해병대와 바둑과 상권이 흐르는 도시로 만들 수 있다는 제안에 급 관심이 생긴다.




볕뉘


책을 완독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자신감있게 이야기하는 것은 북토크에 끝까지 남았기 때문이다.


러닝을 하고 효자목욕탕에서 사우나를 하고 정갈하게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래 <오송역> 책을 샀고,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를 읽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민음사 관계자 신새벽님의 글들도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우연이 겹치고 부딪쳐 저 태어날 아이의 심금을 울리고, 그 아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남포항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을 왔다갔다할지 누군들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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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이 되어간다. 약을 타러갈 때면, 이틀 전 한 피검사 결과가 어떨까? 가정혈압을 재면서 긴장하는 모습을 느낀다. 대소롭지 않게 느끼면 될 일이지만, 백의혈압처럼 의원이나 병원은 그리 익숙하지 않고 긴장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어쨌든 편안함을 주고 들고 간 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의사선생님을 만나면 기분좋다. 오늘도 들고 간 책에 먼저 관심을 주신다. 헉 이렇게 어려 --운




1. 읽다가 보니 작정하고 읽은 작품들이 없다. 선입견만 있어서, 너무도 유명해서 읽지 않는 작가이기도 하다. 읽다보니 참 겸손하다고 할까 아니면 말들을 세세히 잘 고른다고 할까 , 이 책 또한 작정하고 쓴 작품이기도 하니 그가 정갈하게 들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한 구절이 들어온다. 냉장고에 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재료로 요리를 해내는 장면, 많지 않아도 그저 사과 매실 등등으로 만드는 모습이 스치듯 기록되어 있다. 50대후반이니, 청춘시절 공연음식점의 경험으로 설명되지 않는 다른 일상의 숙련미가 들어왔다.


정말 해보고 싶다. 아무렇지 않게...






2.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접힌 부분 다음을 읽어나간다. 부계가 아니라 모계사회가 30여군데 세계 안에 있다고 한다. 가부장의 질곡을 풀어내는 대목들을 읽다가 진료실 호출이 있어 제대로 닫지도 못하며 들어간다. 이 책 앞 부분 아니 <감정의 기원>이었구나, 책을 좋아해서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읽는 대목이 나온다.


아 난, 거기까지는 아니었는데 싶다.

해보고 싶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 책열정은 본받고 싶다.말 남긴다.









 3. 이 책은 최신의 흐름을 반영한 역작이다. 아마 제대로 평가가 되어야 할텐데 그럴 수 있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평가하는 대목은 그녀의 불안정성과 불확정성, 그리고 얽힘을 그대로 반영한 인문사회과학 서적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를 들면 이분법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해당되지 않는 부분을 연결시켜 이분법이 갇힌 한계를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도 수작이다. 마음대로 될 수 없다.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되고 이런 길을 걸으면 이럴 가능성과 함께 기술한다. 


그리고 계속 언급되는 어슐러 르귄의 작품들 <소설 가방이론?>, 해러웨이나 최신 저술은 참고문헌을 책에 한계짓지 않는다. 영화, 미디어, 예술작품, 특히 자주 언급되고 회자되는 SF작품들이다. 안타깝게도 <빼앗긴 자들>의 아닐레스?와 우레스 행성..배경과 연관되는 SF독서를 진중하게 하지 못한 것이 걸린다. 위의 <일상의 유토피아>가 흐름들을 짚어주기도 한다.




4. 폭발이나 교란. 위의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대규모 교란, 살아있는 것들은 필연적으로 제거하거나 없애버리는 과정이 있다. 손가락 모양을 배아세포 단계에서 만들려면 나머지 부분을 없애야 한다. 없애거나 지우거나 하는 것이 더 풍요롭고 풍부해지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저술에 일관되게 그것이 갖는 힘을 기술해내기는 힘들다. 그 점에서 이 두 책은 뛰어나다. 삶죽음은 죽음삶은 멀리 관조해내는 일이 아니다. 가까이있는 일이고 일상이다. 한글런에서, 기적의 마라톤에서 자원활동을 한 유지원러너는 2001년생이다. 그때 그때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한글런에서도 레이싱패트럴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무척 말랐군하며서 스친 모습이 마지막이다. 하루키의 책에서도 갓 결혼한 젊은 러너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장면이 묘사된다. 똑 같은 운동장에서 숨을 가누며 다가오는 모습이 그 장소에 어른거리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고 안전을 위한 더 높은 강도의 기준들 관리들이 이 계기도 만들어졌으면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5. 막내녀석이 건넨 책 띠지엔 필요한 곳에 필요하게 해 두었다. 군대독서내공이 읽힌다. 이 가운데 뜨끔한 곳이 있다. 명상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자신을 내려놓고 갈피짓는 시간, 짬을 시작하지 못하는 모습이 겹친 것이다. 여러 효과와 단단함, 시도. 여러 결들을 책을 통해 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 좋다는 걸 정작 어정쩡하게 서있는 내 모습이 걸렸다.


해보고 싶다. 오분 십분  삼십분....






볕뉘


나쁜? 기름기가 줄고 눈에 띠게 좋아진 수치는 물론 러닝의 결과이기도 한 것 같다. 하루키만큼 월마일리지를 달릴 몸이 되는 것도 고맙다싶다. 하지만 이렇게 너스레를 떨지 말고 찬찬히 하고 싶은 일들과 연결시켜가며 달리기를 풍부하게 만들고싶은 마음도 든다. 의사선생님이 말한다. 감마 지피티 튀잖아요. 어 한잔 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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