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이 되어간다. 약을 타러갈 때면, 이틀 전 한 피검사 결과가 어떨까? 가정혈압을 재면서 긴장하는 모습을 느낀다. 대소롭지 않게 느끼면 될 일이지만, 백의혈압처럼 의원이나 병원은 그리 익숙하지 않고 긴장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어쨌든 편안함을 주고 들고 간 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의사선생님을 만나면 기분좋다. 오늘도 들고 간 책에 먼저 관심을 주신다. 헉 이렇게 어려 --운
1. 읽다가 보니 작정하고 읽은 작품들이 없다. 선입견만 있어서, 너무도 유명해서 읽지 않는 작가이기도 하다. 읽다보니 참 겸손하다고 할까 아니면 말들을 세세히 잘 고른다고 할까 , 이 책 또한 작정하고 쓴 작품이기도 하니 그가 정갈하게 들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한 구절이 들어온다. 냉장고에 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재료로 요리를 해내는 장면, 많지 않아도 그저 사과 매실 등등으로 만드는 모습이 스치듯 기록되어 있다. 50대후반이니, 청춘시절 공연음식점의 경험으로 설명되지 않는 다른 일상의 숙련미가 들어왔다.
정말 해보고 싶다. 아무렇지 않게...


2.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접힌 부분 다음을 읽어나간다. 부계가 아니라 모계사회가 30여군데 세계 안에 있다고 한다. 가부장의 질곡을 풀어내는 대목들을 읽다가 진료실 호출이 있어 제대로 닫지도 못하며 들어간다. 이 책 앞 부분 아니 <감정의 기원>이었구나, 책을 좋아해서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읽는 대목이 나온다.
아 난, 거기까지는 아니었는데 싶다.
해보고 싶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 책열정은 본받고 싶다.말 남긴다.
3. 이 책은 최신의 흐름을 반영한 역작이다. 아마 제대로 평가가 되어야 할텐데 그럴 수 있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평가하는 대목은 그녀의 불안정성과 불확정성, 그리고 얽힘을 그대로 반영한 인문사회과학 서적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를 들면 이분법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해당되지 않는 부분을 연결시켜 이분법이 갇힌 한계를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도 수작이다. 마음대로 될 수 없다.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되고 이런 길을 걸으면 이럴 가능성과 함께 기술한다.
그리고 계속 언급되는 어슐러 르귄의 작품들 <소설 가방이론?>, 해러웨이나 최신 저술은 참고문헌을 책에 한계짓지 않는다. 영화, 미디어, 예술작품, 특히 자주 언급되고 회자되는 SF작품들이다. 안타깝게도 <빼앗긴 자들>의 아닐레스?와 우레스 행성..배경과 연관되는 SF독서를 진중하게 하지 못한 것이 걸린다. 위의 <일상의 유토피아>가 흐름들을 짚어주기도 한다.
4. 폭발이나 교란. 위의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대규모 교란, 살아있는 것들은 필연적으로 제거하거나 없애버리는 과정이 있다. 손가락 모양을 배아세포 단계에서 만들려면 나머지 부분을 없애야 한다. 없애거나 지우거나 하는 것이 더 풍요롭고 풍부해지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저술에 일관되게 그것이 갖는 힘을 기술해내기는 힘들다. 그 점에서 이 두 책은 뛰어나다. 삶죽음은 죽음삶은 멀리 관조해내는 일이 아니다. 가까이있는 일이고 일상이다. 한글런에서, 기적의 마라톤에서 자원활동을 한 유지원러너는 2001년생이다. 그때 그때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한글런에서도 레이싱패트럴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무척 말랐군하며서 스친 모습이 마지막이다. 하루키의 책에서도 갓 결혼한 젊은 러너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장면이 묘사된다. 똑 같은 운동장에서 숨을 가누며 다가오는 모습이 그 장소에 어른거리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고 안전을 위한 더 높은 강도의 기준들 관리들이 이 계기도 만들어졌으면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5. 막내녀석이 건넨 책 띠지엔 필요한 곳에 필요하게 해 두었다. 군대독서내공이 읽힌다. 이 가운데 뜨끔한 곳이 있다. 명상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자신을 내려놓고 갈피짓는 시간, 짬을 시작하지 못하는 모습이 겹친 것이다. 여러 효과와 단단함, 시도. 여러 결들을 책을 통해 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 좋다는 걸 정작 어정쩡하게 서있는 내 모습이 걸렸다.
해보고 싶다. 오분 십분 삼십분....
볕뉘
나쁜? 기름기가 줄고 눈에 띠게 좋아진 수치는 물론 러닝의 결과이기도 한 것 같다. 하루키만큼 월마일리지를 달릴 몸이 되는 것도 고맙다싶다. 하지만 이렇게 너스레를 떨지 말고 찬찬히 하고 싶은 일들과 연결시켜가며 달리기를 풍부하게 만들고싶은 마음도 든다. 의사선생님이 말한다. 감마 지피티 튀잖아요. 어 한잔 하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