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회는 신청하기도 어렵다. 삼십분이면 매진된다고 하니, 끼어들 틈이 있겠는가. 그래서 서울대회와 이 대회들은 신청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서서히 줄이거나 인근 한시간 이내 거리 지역마라톤 정도만 참석한다. 인원도 그렇게 대규모가, 아니 그런 경우도 있지만 비교하여 봐줄만 하다. 지난 주말 경주마라톤 중계를 보다가 샐러드와 도시락을 준비해서 작업실로 향한다. 골인하는 영상들을 보니 무척 더운 듯하다. 하지만 여기는 바다다. 햇볕은 있고 25도를 가르키지만 시원한 바람은 좋은 역할을 한다. 


아직 해보지 못한 세시간주 또는 30k 롱런을 계획해본다. 20k까지 힘을 충분히 비축하고, 몸의 오버를 경계해야 한다. 기분 좋아도 빨라지지 않기. 다짐한다. 수제맥주 축제 광고깃발과 행사마켓, 국화빵 달콤한 것들이 지천이다. 이전에 라이딩해서 돌아다녀본 30k를 이번에는 러닝으로 소화시킬 생각이다. 오버 아닐까. 아니길 바란다. 더 천천히. 그리고 워치를 보지 않기로 한다. 참고 참고 참는다.  해수욕장 구멍가게에서나 포카리와 양갱충전을 하면되지 하고 간다. 반환점에서 다른 러너가 화이팅을 외쳐주고 외친다. 반갑고 힘난다. 뒤에서 따라온 듯싶다. 드디어 그 구멍가게. 슈퍼. 오늘도 고스톱을 치고 있으려나, 늘 그렇듯 손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쩜백 고스톱이 정겨운 곳.에 헐 불이 꺼지고 문이 잠겨있다. 과자부스러기 하나 없다. 세상에나.


준비한 물을 마시고 다시 출발. 환호마을 입구 gs마트에서 포카리와 자유시간, 얼마만이냐. 이십년도 더 된 듯 싶다. 물주머니엔 포카리를 채우고 남은 것으로 당충전이다. 아직 보지 않았다. 워치. 일어나려니 뻑적지근, 휴우. 이러면 안되는데, 에너지 충전했잖아. 조금씩 어기적달리다보니 곧 익숙해진다. 달릴 수 있어 가자. 가보자. 환호버스환승장을 턴해서 영일대 해안가다. 이 보다 더 좋은 경치, 더 좋은 가을날이 있을 수가 있을까? 


봐 둔 국화빵 트럭...네 개만 주세요. 하니, 일곱 개란다. 삼천원에, 남편분은 알아들었는데 아니, 네네 일곱개 주세요. 헉 세 개 들고 네 개는 등에 넣고 달린다. 고마운 록쌕이다. 나에겐 록사꾸만큼 익숙해지지 않는 단어들이긴 하다. 벌써 두 시간이 넘는다. 한 시간만 버티자. 수제맥주 한 잔 하고 갈까? 싶은데 퐝퐝마켓은 나풀거리는 깃발과 다르다. 맥주축제도 한 주 뒤의 일이라니, 보고싶은 것만 보는게지. 이크.  지금까지 보낸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줄어든 것이 보일 때, 힘이 난다. 그 다음부터는 뽕을 맞은 듯싶지만 조심조심해보자. 이렇게 다그치니 시간을 늘어지면 잘 가지를 않는다. 두시간 반까지 이렇게 길다니, 해오름대교를 올라가서 영일대 해수욕장을 접하는 순간에도 남은 시간이 곱절로 늘어난 듯싶다.


 다시 전망대를 턴해서 마지막을 향한다. 세시간은 넘었고 30k는 잘 만하면 만들 듯한데, 쉽지않다. 196'으로 마무리한다. 28.5k


 볕뉘


1.


몸이란 놈은 탑을 쌓듯 차곡차곡인 것 같다. 쌓을 기회를 두 세 번은 주지만 더 이상은 없다. 몸에 채워넣어야, 나이테같은 몸의테두리를 경험해야 그제서야 뇌를 설득해낸다. 가도 된다고 좀더 멀리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도 꿀은 반드시 준다. 그래서 정직하다. 싶다. 


2.


아름다운 가을날이다.


3.


아참, 위의 책은 달리는 것에 도움을 준다기 보다는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몸의 그릇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진지하고 날카로운 조언이다.  몸이라는 그릇을 키워가는 작업, 단단하게 뿌리내리는 일들이 병행되지 않으면, 반드시 몸짓한다. 통증이라는 신호로 그 동안 소홀히 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칠 수 있다. 그래서 운동은 자신할 수 없다. 자신의 몸과 끊임없는 대화, 조금씩 조금씩 지평을 넓히는 작업이 우선순위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달리기만 하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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