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게‘

바닷바람이 불어 거미줄이 출렁출렁. 바람아 불어다오. 좀 더. 조금만 더. 그만 벗어날 수 있을 듯 싶어.

그리 바람이 불어도 줄 매듭은 한 올도 풀리지 않아. 더 날개를 옥죄네.

손을 대고 말았네. 아직 꼼지락거리는 손과발. 날아갈 수 있을까. 아마 나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아. 무슨 일을 한 걸까. 무슨 짓을 한 걸까.

날개뼈를 매만져. 삶에 걸린 그물에 떨어져도 날지 않아. 바람이 많이 불고 있어. 걷지만 말아 날아 사라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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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꽃은 수술과 암술이 있어야 하며, 풀은 한해 산다란 테두리는 이 녀석들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어떤 이는 수국을 빗대어 가짜꽃 진짜꽃이라 부른다. 오늘 여뀌를 본다. 담까지 자란 이녀석은 풀인가. 아닌가. 다년생 풀이라 부른다고 해결이 되는 걸까. 바이러스는 생물인가 무생물인가. 아닐 것 같아. 본디 그러하지 않을까. 다 꽃이고 다 풀이자 다 생명은 아닌가. 그냥 봐두지 않고 자꾸 긁어모아 나누려는 건 아닌가.

그대로 지켜봐주길 바라는 존재는 또 얼마만큼일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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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풀으스름하거나 얼으스름한 너를 두고 보다. 날개는 두툼하고 말간 속이 들여다 보일 듯하다. 365. 한장 한장 그 속에 잠기다보면 어스름하거나 푸르스름하다. 직조한 시간의 한쪽을 넘기다보면 한면이 바다다. 한면이 초원이다. 한면이 안개다. 한면은 바람이다. 발생의 진화를 간직한 새벽을 넘기다. 찾다. 너머 서다.

뱀발. 어쩌다 중독. 어쩌다 감별. 어쩌다 더위. 겨울 안 살얼음비치는 네 색을 오늘 모서리에서 찾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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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 노마드시선 8
남덕현 지음 / 노마드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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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goldenrain flower

오길 기다려
이리
슬쩍
금빛 눈물에
슬금
피빛 그리움을
섞어
홀리다니

오길 기다려
흔적
고여 흐르는
꽃 다 비
꽃다비*

그리로 간다했지
꼬박
한 해.

내 목이 빠진지

*남덕현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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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타자들 - 우리는 어떻게 타자를 혐오하면서 변화를 거부하는가
이졸데 카림 지음, 이승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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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곤혹스러웠다. 잘하고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손 위에 올려놓고 가늠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쌓이고 쌓여 선을 넘어 섰을 것이다.

거북스러웠다. 서로 일이 아니라 옳고그름을 살피다가 주와객이 전도되어 직책을 그만두었단다. 그들 사이에 살펴야 할 것은 대체 무엇이고 무엇이야 하는지.

복식부기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자본의 근력을 키웠다는 걸 누구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경제학에 은행이 필요불급할 수 밖에 없듯이
‘활동‘에도 이 은행이 필수일 수 밖에 없다.

이 은행의 잔고는 떨어졌고,
헤아리는 이는 감감
손에 꼽는 이는 희귀.
아귀를 맞추는 이는 없다.

누구나 느끼고 그 잔고가 올라가지 않으면 모두가 피해자라는 사실.
이 출납을 신경쓸 줄 아는 이들과 기미를 눈치챌 줄 아는 이들.

있다면
당신이 머무는 곳은 조금 낫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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