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규, [투명인간] , 아버지 생일날 여동생, 엄마 그리고 나는 아버지를 투명인간 취급하기로 한다.
1. 누군가를 없는 사람처럼 다루는 일이 권력을 부여받는 것과 비슷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만두고 싶었다. 한 집안의 가장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게 썩 즐겁지가 않았다. 가장이 모욕을 받으면 식구들 모두 똑같은 모욕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달까 226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이 권력을 부여받는 것과 비슷하다는데 마음이 걸려 책갈피를 해두었다. 그리고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없는 취급! 화장실 청소원, 협력사, 운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회원..계층과 계급의 문턱이 있다. 나이가 될 수도 있고 지위가 될 수도 있고, 돈이 그 일상의 문턱을 높여 마음이 드나들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게 문득 마음에 생겨버린 문턱이 자란다. 투명유리처럼 듣지 않고, 말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법을 배워버린다. 약간의 이물감을 공유하고 소통이라는 빌미로 꼬리표를 붙이는 일도 그 시작인 듯 싶다. 아 돌아보면 그렇게 저질렀던 만행은 부지기수는 아니였을까? 하나하나 챙긴다는 것도 말도 되지 않지만, 그 느낌이 들면 되돌아봐야 했던 것이 아닌가? 당사자에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권력이 개입하였고, 힘을 마음대로 행사하고 있던 것에 대한 자각이 필요했던 것 같다.
2. 그가 직면한 상황들은 연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의심의 여지없이 단단한 토대 위에 세워진 견고한 구축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자명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 순간 그의 얼굴이 변했다 229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던 아버지의 행동이 변한다. 가족을 오히려 투명인간으로 바라보는 대목이다. 자명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의심해야 한다. 우리가 딛고 있는 것이나 가지고 있는 신념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 전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벌린 일들이다. 국정원이라는 국가라는 조직의 폭력으로 대해도 좋지만, 그 조직이 그 성원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것과 성원의 양식을 문제제기함으로써 골리앗을 균열내는 작업을 해야한다. 아무것도 아닌 파도의 포말같지만, 갑각류처럼 딱딱해진 조직들은 그렇게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침식시키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관료 조직의 과도함들은 어쩌면 몸담는 이, 몸담을 이들에게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주는 방편이 또 하나의 문화적 저항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분노에 이끌려 천편일률적인 촛불의 을의 입장에 대한 대응은 고민해봐야 한다. 국정원이 문제를 일으켰으니 반대한다가 아니라, 국정원을 을로 보고 갑의 입장에서 조목조목 틈을 내고 벌리는 작업을 해야하지 않을까? 개혁해주세요라고 하지 말자. 이렇게 바꾸세요라는 정치적 의제만이 아니라 국정원 조직원으로서 자명하다고 여기는 생각에 틈을 줘야하지 않을까? 프레임을 만드는 것과 끌려가는 일, 늘 끌려가지 않는가? 그 고루한 안티의 방식으로 수많은 사람의 감정과 분노가 희석되는 것 같지 않는가? 국가조직은 눈꼽만큼도 받으려하지 않지 않는가? 행정의 마술에 빠지면 여전히 관성대로 처리하고 처분할 뿐... ... 행정의 미묘함까지도 추적할 수 있도록 상상력을 발휘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가의 상상력 아니 몸담는 이들이 자명한 것을 의심하도록....촌철살인 같은 것...마음과 조직에 깊숙한 대침을 놓는 일들은 정말 없을까?
3. 감정이란 빛처럼 파동이면서 입자인 것 같았다. 이따금 나는 화가 났을 때 노려본 사물이 똑같은 강도의 감정을 되쏘는 걸 느낀 적도 있다. 228
감정이 빛처럼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발상이 좋아 책꼬리표를 남겼다. 화가 났을 때 노려본 사물이 되쏜다. 똑같은 감정의 양과 질로... ... 나는 글쓴이들의 문과? 표현과 상징에 때로 물린다. 이과지식의 상식적인 표현도 공유되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 거꾸로 공식을 씹고 물고 달래면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도 일초동안 한다. 감정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다. 우리의 감정이 빛의 속도로 늘 네 곁에 가고 머무는데 님은 여전히 지지직 단파만 수신하려 하는구나... ...
4. 눈이 있어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건 내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인류란 매번 존재했으나 매번 멸망했다가 매번 새로 탄생해야 했던 인류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시야가 새하얗게 표백되었다. 239
이런 상황에서 시야가 새하얗게 표백되지 않으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문제가 있는 거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만 하고, 들으려는 것만 듣고.....왜 출발점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일까? NL과 PD의 구태가 만들어진 지점으로.....그래도 맥락을 살피려는 시민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는 진보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