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바람과 느낌들을 얼릴 수 있는 것이라면

  첫사랑의 설레임과 느낌이 꼭꼭 뭉쳐 냉장보관 되는 것이라면

  세상의 아픔과 서글픔들도 서늘한 바람에 굳는 것이라면

  아마 꼭꼭 잘 보관해

  내년 후년 불볕 더위와 추위에 너로 갖은 양념해서 시원한 국수와 라면 한그릇 내고 싶다

 

2.

 

 도예장인이 오늘도 몇날 며칠을 빚고 구워낸 도자기를 와장창 깨뜨린다. 왜 쓸만한데 그러냐고 묻자, 망설여질 때 깨뜨려야 한다고 답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것이 그만큼밖에 안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ㅡ 망설여지는 걸 부여잡고 골라내고 그런 일로 몇날며칠을 쓰는 아둔함이 들킨 듯이 얼굴이 빨개진다. 그런내가 파란하늘에 더 부끄러워진다.

 

 

3.

 

 풋가을 비에 젖은 이곳풍경이 문득 온몸을 타고 수액처럼 스며올라온다. 시선엔 체취와 익숙함이 뒤섞여 '참 편안한 곳이구나'라고 되뇌였다. '아 고향이란 이런거구나'하고 식상한 멘트가 뫔속에 출렁. 순간 가을이란 녀석이 이리 맘속까지 뒤트는 재주가 있구나 했다.

 

 

목척교 부근 가을풍경 - 따듯한 볕, 깊은 소엔 큰물고기, 작은 소에 작은 물고기,

그 한켠에 노숙인들의 그래도 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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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3-09-1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예장인의 말이 스스로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네요.

여울 2013-09-17 13:59   좋아요 0 | URL


그 래 요

많이 부끄러워지더군요. 범인이라고 다짐을 해보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