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원론으로 사유한다. 그것은 벗어나는 일은 철학이나 정치의 한 맥락을 잡고 해석하여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시겠지만, 그것은 자신을 요동시켜 그 그물의 사유찌꺼기를 말끔히 털어버리는 일이다. 그것은 또한 스칼라, 양이 아니라 벡터의 사유이기도 하다. 방향과 힘을 갖고 있는 흐름으로 고정된 세계의 사유를 뒤집어 엎는 일이기도 하다. 알고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습속들을 낱낱이 드러내어 재조립하는 것이다.


-1


그렇다. 조립의 문제 역시 잘못본 것이다.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0


79년생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객체론들이 잘못 밟고 있는 지점들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친절하게도 역사의 선상에서 처음부터 되짚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근차근 연습할 수 있게 해준다.


1


가다보면 양자론과 맞닥뜨리게 된다.  로벨리, 양자 중력이론, 플랑크 길이와 다시 만난다. 얽힘과 캐런 바라드 또한 만날 수 밖에 없다. 밑절미 삼아 또 다시 탐색해보는 수 밖에 없다.


















 











332 객체는 아무리 사소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제작하는 과정과 관련되어 있다. 종종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객체를 관계적 과정으로 간주한다면 어쩌면 그로 인해 우리는 관찰 사건의 특이성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객체를 가능한 상태들의 총체가 결여된 비결정적 과정으로 간주한다면 어쩌면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진행 중인 특이한 변화에 더 민감하도록 고무할 것이다. 게다가 어쩌면 이런 운동적 해석은 운동 중인 물질의 진정한 참신성과 창조성뿐만 아니라, 그런 참신성의 공-생산자로서 과학자들의 역할을 더 정확히 반영할 것이다. 그들은 중립적 관찰자들이 아니라 운동적 조작자들이다.

 

333 폴 디랙은 객체를 고정된 특성들을 갖춘 이산적인 정적 양자로 간주하기보다는 오히려 관계적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위치, 속도, 각운동량, 그리고 전자기 퍼텐셜이 오직 다른 객체들과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출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하여 우리는 전이-중인-양자를 설명하는 전적으로 상대론적인 양자론을 갖추게 될 것이다./ 디랙이 장과 입자를 수학적으로 통일했을 때 그는 시간과 공 334 간이 균질하지 않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제시되는 모형을 좇았다. 양자장은 그 진동 또는 들뜸이 이산적인 층위 또는 에너지 준위에서 입자가 출현하게 하는, 진동하는 기타 현처럼 작용했다. 디랙은 입자와 장을 동일한 움직이는 물질의 진동으로 간주했다. 그는 광자란 연속적인 비결정적 전자기장의 들뜸 또는 진동이라고 주장했다. 디랙은 이것을 양자 전기역학이라고 일컬었다.

 

335 1970년대 물리학자들은 기초 물리학이 여태까지 고안한 가장 성공적인 단일 모형에서 중력을 제외한 모든 관찰된 장, 입자, 그리고 힘을 통합했으며, 그 모형을 표준 모형이라고 일컬었다. 1973년에 과학자들은 이 모형을 완성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그 모형은 다양한 실험에서 견지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대략 열다섯 가지의 양자장에 관해 알고 있는데, 그 양자들은 전자, 쿼크, 뮤온, 중성미자, 그리고 힉스 보손을 비롯한 기본 입자들이다. 오늘날(물질에 관한 쿼크 이론 같은) 기본 입자들에 관한 모든 이론은 양자장 이론이다. 입자는 근저에 자리하는 장의 에너지 들뜸으로 여겨진다.(2013년 힉스장, 2017년 중력장)

 

336 중력이 가장 최근에 양자장 이론에 추가하고자 하는 부분이 된다. 양자 중력 이론은 장이론 방정식들을 사용하여 공간과 중력이 에너지의 양자 요동에서 출현함을 서술한다....양자 중력은 여전히 확증되어야 하지만, 많은 물리학자에게 그것은 미래의 통합된 만물 이론에 대한 가장 개연성 있는 후보이다.

 

337 양자장 이론은 비결정론적이다. 어떤 장의 최저 에너지가 영도 아니고 어떤 결정적 양도 결코 아님을 깨달았다. 양자장에는 이른바 양자 요동이라는 매우 작은 비결정적 진동 상태가 있다. 이런 요동 상태는 이 상태에 있지도 않고 저 상태에 있지도 않기에 엄밀히 따지면 객체가 아니다. 양자 진공은 텅 빈 공간과 유사하기보다는 오히려 충만한 공간과 유사한다. 338 돌발적으로 생겨나고 사라지는 물질과 반물질의 일시적인 입자들로 들끓고 있다. 가상입자는 가상적이지도 않고 입자도 아니라 오히려 장 자체의 실재적이고 비결정적인 운동적 진동이다.

 

338 이런 요동의 운동을 난류성 소용돌이로 서술하고, 그것이 양자장 이론의 방정식에 미치는 효과를 섭동 이론으로 서술한다. 진공 요동은 단지 입자를 교란하는 것만은 아니다. 입자는 장의 진동이다. 양자장 이론에서 모든 물질은 어떤 지점에서 진공으로부터 생겨나는 요동이다. 사살상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 대부분은 해당 질량의 1퍼센트를 구성한 따름인 쿼크들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들의 비결정적 진동 요동들 또는 가상 입자들의 움직임의 결과이다. 자연은 진공을 혐오하지 않는다. 자연은 진공을 경애한다.

 

340 주위의 진공이 요동하면서 움직이는 대야 속의 물의 파동처럼 자신에 반응함에 따라 그것은 자신의 입자들의 준안정한 상태를 교란한다. 이런 역반응은 디랙이 자신의 방정식에 결코 전적으로 만족하지는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이다. 장들이 관계적인 동시에 끊임없이 벼화하고 있다면, 각각의 변화는 모든 장 관계를 거듭해서 계속 변화시키고 있다. 전자의 실재는 파동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서 현시되는 방식이다.

 

341-342 양자장에 생겨나는 들뜸은 그 장 표면에 선회하는 소용돌이 선회또는 거품을 형성함으로써 그 장이 자신 및 다른 장들과 상호작용하게 한다. 변환 사이클에서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고리를 형성하거나 고리 양자 중력은 시공간 자체의 본질적 알갱이적인 짜임새를 구성한다. 이런 양자장 고리의 회집체는 물리학자들이 스핀 거품 네트워크를 만든다.

 

343 사물들이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들이 사물의 개념을 정초한다. 양자역학의 세계는 객체들의 세계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사건들의 세계이다. “객체는 한결같은 과정이다파도가 바다로 또 다시 용해되기 전에 잠시 그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돌은 잠시 그 구조를 유지하는 양자들의 진동이다. 객체는 장의 창발적 면모이다. “가상 입자들의 매개적 교환을 통해서 자신(그리고 다른 입자들)과 내부작용한다. 그러므로 이처럼 무한히 많은 가상적 내부작용의 에너지-질량은 전자의 질량에 무한히 이바지한다. 이렇게 해서 양자 객체론은 비결정적 되먹임 효과로부터 구축된다.

 

343-344 양자 되멱임의 또 다른 중요한 사례는 얽힘이다. 얽힘은 양자역학을 특징짓는 하나의 특질이 아니라 오히려 유일한 특질, 즉 양자역학을 고전적 사유 노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도록 강제하는 특질이다. ”우리는 계 전체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그것의 상이한 부분들이 서로 얽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349-350 양자장들이 진동하고 상호작용함에 따라 그것들은 공간과 시간을 형성한다. 고리 양자 중력의 방정식에서 우리는 에너지를 플랑크 길이라는 양화 가능한 최저 한계까지 모형화할 수 있다. 이것은 어떤 알려진 입자 또는 가능한 실험 측정값보다 상당히 더 작다. 플랑크 길이 아래서는 에너지 요동이 근본적으로 비결정적인 것이 되기에 우리가 그것을 관찰학자 할 때 요구되는 광자 에너지가 너무 강력하여 블랙홀이 생성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플랑크 길이를 양자론의 자연적 차단으로 서술한다. 양자 고리’ ‘방울그리고 거품의 내부에는 접근할 수 없는 방대한 미시 블랙홀들의 바다가 존재한다고 추측하는 이론가들도 있다. /에너지는 플랑크 길이 아래에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매우 근본적으로 비결정적인 것이 되기에, 알려진 물리 법칙들은 붕괴하게 된다. 351 예를 들어 플랑크 길이 히하의 크기를 갖는 상자 속에 입자 하나를 넣는다면 그 위치의 비결정성은 그 상자의 크기보다 더 클 것이며, 그리고 그것의 질량은 플랑크 길이의 두 배가 되는 반경을 갖는 블랙홀을 산출할 것이다. 이 반경을 가로지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플랑크 시간의 네 배일 것이다. 이런 초강력 에너지 상태에서는 공간의 용동과 곡률이 매우 비결정적인 것이 되기에 우리는 양자 중력 이론을 사용하더라도 그것들과 관련하여 유의미한 것을 전혀 계산할 수 없다.

 

351 운동적 조작자는 텅 빈 공허가 아니라 들끓고 있는 생성적 비결정성이다. 플랑크 길이 아래로 진입하는 블랙홀의 핵심에서 에너지와 운동량은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비결정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블랙홀은 에너지를 파괴하는 우주적 진공이 아니라, 에너지를 풀어서 다시 엮는 직조기다. 매우 작은 플랑크 크기의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시공간을 대단히 불안정한 거품투성이의 것으로 만드는 엄청난 비결정적 양자 요동의 원천일 수 있다.

 

352 플랑크 길이 아래에서 양자 비결정성은 더 상위의 설명이 없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물리학에 알려진 모든 예측 방법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의 해석에 따르면 우리는 비결정성을 무작위적인 것, ‘결정론적인 것, 또는 확률론적인 것이라고 일컫지 말아야 한다. 이것들은 근대적 객체론에서 수입된 관념들이다. 나의 논점은 비결정성이 우리에게 다른 방향을 가리키리라는 것이다. 물질/에너지의 움직임이 객체들로 환원될 수 없고, 오히려 객체들의 내재적이고 총체화될 수 없는 조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적으로 실행 가능한 해석이다.

 

355 물질의 역동성은 새로운 사물들을 세계에 생성한다는 의미에서 생성적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계들을 산출한다는 의미에서도, 세계의 진행중인 재배치에 관여한다는 의미에서도 생성적이다. 신체는 단순히 세계에서 자기 자리를 차지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신체는 단순히 특정한 환경에 처하거나 자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환경과 신체는 내부작용을 통해서 공-구성된다. 신체는 존재하는 것의 중추적 부분이거나 역동적 재배치이다.

 

356 에너지, 엔트로피, 그리고 얽힘은 플랑크 상수 아래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점점 더 비결정적인 것이 될 따름이다. 객체는 더 작은 근본적인 단위체들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비결정적 접힘의 운동적 조작에서 생겨난다.

 

358 새로운 운동적 객체론을 향한 길은 비결정적인 얽힌 운동을 결정론, 무작위성, 또는 확률로 설명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오히려 자연을 근본적으로 운동적인 것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양자과학은 운동 중인 물질의 패턴들을 무언가 다른 것에 의한 궁극적인 설명을 추구하지 않고서 추적함으로써 완벽하게 잘 작동한다. 운동적 장은 물질의 움직임을 어떤 더 심층적인 원리 또는 근본적인 측정 단위체로 설명하지 않은 채로 공-창조하고, 그 지도를 그리는 내재적 장 또는 범위이다.



2.

 이 책도 겹쳐져서 읽을 필요성을 느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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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호공원 


여행이나 관광을 예찬하지 않는 나는 상상력의 공간을 압축시켜 없애는 걸 빌미 삼는다. 하지만  다녀온 관광의 흔적이 아니라 여행의 기억을 건네주면, 불쑥 그것이 빌미가 된다.


아를이란 마을에 가고싶단 마음이 파도처럼 인 것이 몇 주 전이다. 미술관들이나 예술가, 작가의 삶이 묻어있는 곳이라면... ... 언젠가.


취호공원은 저자인 시인에게 마음의 평온과 시를 만들게 해 준 배경같다는 느낌을 준다. 낯선 곳의 낯선 날들이 가져다주는 안온함과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마음의 여백같은 공간이 되어주는 곳 말이다. 



2.부


1988년, 반지하의 제본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 달력을 만들 때는 야근이 허다하고,  또래의 모습은 핏기도 없고 일상은 쳇바퀴처럼 돌아갔다. '1997년, 어느 지하실의 기억' 저자는 미싱공 시다 생활을 한다. 반지하에서....몇달 간의 생활을 마치고 군대로 가는 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벗어난다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기억이 예전으로는 돌아가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삶을 이어주는 모스신호같은 것은 아닐까 한다. 


2부에서 시인은 그런 마음들을 모아 표현한 듯 싶다. 새롭게 자라고 싶다는 '삭발', 모든 빗줄기가 울음이고 싶다는 '장마',  스스로 반추하는 '불량품'과 온몸으로 기다림의 축적물이라는 '개화'는 서로 겹쳐 같이 있다. 바다에 귀 기울이는 '소라', '개미떼를 죽이다'는 이런 면에서 살얼음처럼 이어지는 마음들이다. 먼 뫔의 기억으로부터 자라나는 새싹들인 것이다.



3.부


사회학자인 시인은 이 곳에서 사회학이 담아내지 못하는 논문 이상을 담아내고, 사회를 읽어내게 만든다.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경계인들 '지금 우리는' '어느 노동자의 항변' '백수白手'에 대한 담백한 기술에 너머 개인이 스스로의 꿈까지 잡아먹고 있음을 여실히 밝힌다. '방1' '방2' '꿈'이란 시에서 그 '지구' 란 집합 안의 하나의 기호로서 여실히 골라내고 있음에 섬뜩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허영덩어리' '부부들에게'는 그 증상들을 적확하게 묘사한다. 이런 세상에서 삶은 온전하지 못함을 '고백'한다. 


시라도 쓰는 삶이 아니었으면 작게 흔들리는 것들을 부여잡는 시인의 마음마저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4.부


'산책' '삐삐 롱스타킹'  아픔과 구조의 그물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자본주의' '프레카리아트' '오월' 이란 삶 안에 풍요로운 섬하나는 가꾸어야 한다. '소매물도' '긍정주의자'란 시가 그렇다면  그 속에 흔들리는 나도 나일 수밖에 없다. '어째서 자꾸 나는 슬퍼지는가' 


우리는 아름다움 한점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비'


연약한 날개 짓

바람에 홀려 춤을 춘다.


창공을 가르는

현란한 빛깔은 서글프게 고와


내 마음을 삼키고


아무것도 아닌 이곳에

아름다움,

그 하나의 의미를 남긴다.



5.부


어쩌면 아름다움을 발견한 이들에게 삶은 그래도 살아지게 만들지 않을까. 각박과 척박이란 세상의 비를 피하거나 막는 작은 우산, 우산 살이 망가졌지만 그래도 아주 잠시 빗자락은 피할 수 있는 묘수 말이다.  '정거장' 그냥 대충 사세요. '이상주의자' '유서'를 쓴다는 건 '희망'에 대한 강한 확신이기도 하다. 갈 때까지 가 보자 '인생'은 결기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시인의 외침은 부드럽지만 강하다.


'바람'


아무리 둘러 봐도

아무리 쥐려 해도

바람 속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나 바람 부는 날에

그 속에 서면 나는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아야.


때로는 따사로운 햇볕

때로는 시원한 비

때로는 하얀 눈송이와 함께

슬며시 내 주위를 감싸는 

바람


아, 나는 아무것도 없는 바람 속에서

하늘을 세상을 뛰어 넘고 싶어요.


볕뉘.


'영혼의 노래, 詩'


시 모임을 한다. 누구는 시도 공부하느냐고 웃어젖혔다는데, 

그래도 우리는 모였다. 회원은 셋 서진배 시인, 노현승

대표 그리고 나, 이상한 조합이다. 전에 살갑게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던 사이인데 시가 좋다고 이렇게 함께하니

시란 도대체 뭐람? 안도현, 박준, 이시형의 시를 읽었다.

시어를 허공에 풀어 휘휘저저 낚아 올린다. 가끔은 꿈

틀거리나 잽싸게 패대기도 쳐본다. 이리 저리 부유하며

떠도는 언어. 표정도 향기도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시란 도대체 뭐람? 고통의 모퉁이에서 홀로

노래하는 시인아, 서러워말기를. 당신의 영혼은 무지개를

타고 밤하늘을 수놓으리. 그러니 찬란하게, 찬란하게 生을

살아내어라. 이다음에 새싹처럼 쑥쑥 자라 시인이 되겠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시도 공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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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꽃이 바람에 눈처럼 날린다. 무척이나 이른 아카시향은 바닷바람에 드세다. 곳곳에 폭우 소식과 이어이어 보이는 지구는 두바이에도 브라질, 중국, 미국에도 인정사정 없다. 매일 마무리가 엉크러진듯 반듯하지 못해 싱숭한 마음자리가 쉽지 않다. 올 여름은 어쩐다. 냉천 공사는 한정없이 늘어지는 듯싶다. 오고가는 길 쓸데없는 생각들이 뿌려진다싶다.


-5. 


연일우체국 주차장에 미니벨로 뒷바퀴와 짐받이를 둥그렇게 이어서 잠근 뒤, 준등기 볼 일을 마치고 돌아선다. 티딕, 자전거가 나아가질 않는다. 에구 무슨 일이람. 뒷 체인기어 사이에 파고 들어간 자물쇠의 꼬다리가 파쇄되어 날라가고 없다. 천천히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더 복잡해지지 않게 풀어내면서 마무리한다.  


-4.


많은 일들이 셈해진다. 막내녀석도 짧은 3주 군사훈련을 받고 오고, 벗의 북콘서트, 딸아이 결혼 사이사이 잔 일들이 평균보다 높은 간극과 강도로 이어진 셈이다. 저 멀리 부친의 이별만이 아니라 반대 극의 전시도 몇 번 하고, 일터의 일들도 간간히 아니 촘촘히 이어진 것이다. 


-3.


년휴 기간 동안 작업실에서 온전히 작업을 한 것 역시 드문 일이다. 내리 3-4일 작업을 했으니 이리 밀도높게 작업만 한 시간도 근래 가뭄에 콩나듯 한 일이다. 작업실내 공간이 분리가 되지 않아 어젠 오전 내내  버리고 쓸고 닦고 한다.  마음이 조금 추스려진 것이다.


-2


작업실 자전거 퇴근 겸 청림동 바닷가까지 에돌아 간다. 도구 앞 바다로 가는 길은 이어지지 않아 섭섭했지만, 일월 바다를 잠깐 구경한 것도, 저번에 넘어진 주유소를 지나친 것도 국밥에 막걸리 한 사발 걸치고 돌아오는 길, 이런 '상실'이 어디에서 온 연유인가 더듬어지기 시작한다.


-1


작업공간 겸 글 작업을 하던 카페하며, 드문드문 손님을 치루던 활어 초밥집 사장님이며, 화실이며 그리고 가끔 들른 조선통닭 호프집 하며 벌써 지워진 시공간이 한 두곳이 아니다. 시대의 우울이 아니라, 마을의 우울을, 동네의 상실감이 저변에 깔려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지키고 싶던 것이다. 나이가 들고 그러하리라 여기던 것이 하나 둘, 곁을 떠나고 그 아쉬움들이 차곡차곡 쌓인 것은 아닐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알아채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할까.


0


이미 복잡해진 작업공간 역시 하나하나 아쉬움처럼 쌓였던 것이다. 답답함은 키만치 자라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나하나 제자리에 돌려놓고서야 마음도 이제서야 빈 여백이 생긴다는 걸 눈치챈다. 


1


어느 사람에 대한 상실감과 아쉬움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밀도 높은 일상들은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었던 것이다. 미련하게 그 짐을 모른채하고 버티고 서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2


<뒷것 김민기> 를 조금씩 보다 <봉우리>란 가사가 다시 들어온다. 10년 전. 고갯마루 지금여기가 봉우리일지도 모른다는 가사 말에 꽂혔는데, 이제는 '바다'가 들려온다. 오라고 손짓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외치고 있던 것인지도 몰라. 부끄러워졌다.  한 10년 뒤에는 다른 부분이 다른 말이 들릴 것이라고 하며 노래를 보내본다.


























3


<앞것>들은 잘 되고 나서도 먹고 살기 힘들어.  먹고살기 힘드니 앞뒤전후좌우를 어찌 살피겠어. 더 올라가기에 급급하지.  학전 33년. 문을 닫아도 되는 건가.  뒷것 부모들은 그리 뼈 빠지게 대학을 보내도 그 놈의 자식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잖아. 자기가 다 잘나서 된 줄 알아.  앞것들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세상이니. 참. 미련이 남아서 하는 소리는 아니야. 그렇다는 게지. 이렇다는 게지.


4


앞가림하는 순간, 끝나는 게임이지. 그저 휩쓸려갈 뿐. 많은 것들은..작은 것들에게 마음길 손길 한번 주지 않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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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네가 복이 많다. 아녜요. 어머니가 많으신거예요. 그러니 이 복을 받는거죠. n포시대에 결혼이라니. 부친을 여윈 어머니는 그야말로 잉꼬부부를 너머서는 원앙부부셨다. 자식손주모두 무고하고 회혼례까지 맞으신 부부라 오히려 그 빈 자리가 걱정되는 편이다. 사진 속에 보이지 않는 웃음기가 무척 걱정이더니 그래도 한두달전부터 미소가 보이기 시작해 다행이다 싶다. 부친 묘소에 각시붓꽃 몇 송이가 좋은 소식을 보내는 듯.


2.


딸아이가 전한다. 집들이에서 오빠가 예비매부에게 술이 얼콰해서 부탁하나 있습니다라고 해서 순간 주변이 긴장아닌 긴장을 했단다. 곧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다는데, 매부보고 어머님 아버님께 잘해드리라고 했다나(평소에 잘 못한 사죄를 이렇게 하다니) 그러니 장가간 것이 맞다 아들은...


3.


요즘은 신랑신부 둘이서 결혼행사 일정을 온전히 치뤄서 그러려니 하는데, 아빠는 신부 입장할 때 손만 잡고 들어가면 된다 한다. 축사 이런 거 모두 하지 않고 축가만 있다한다. 


4.


몇 달 동안, 딸아이와 경험들을 반추할 기회들이 생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 있을텐데, 아들을 보낸 경험이 있는 딸 엄마가 힘들어한다. 거 참. 내가 보기엔 엄마가 딸을 키운 것이 아니라 딸이 엄마나 아빠를 키웠다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  아니 어쩌면 그리 힘들지 않을 수도 있다. 지인들과 이십여년이 넘은 모임이 있는데 매년 일박이일 가족행사를 그친 적이 없으니, 이십여 가족은 유사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 왕래도 그러하며 살아가는 모습들도 지켜보고 알고 있으니 한결 수월한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5.


한 달 전 별이빛나는 밤에 소식을 보내고 식사자리를 마련했는데, 지인삼촌들을 초청아닌 초청을 하여 저녁을 같이 한다. 다음날 바래다주면서 묻는다. 아빠는 삼촌들이 중요해 우리가 중요해라고 말이다. 당연히 주인공인 너희들이지. 당신들이 주이고 삼촌들은 올지 안올지 몰랐던 게스트였지. 하지만 친척이상이라고 여겨, 마음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친척인 셈이지.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희들에게 관심도 많고 해 주고 싶은 말도 많은... ...


6.


결혼식 전전날, 아니 전날 아침 짐을 챙기면서 혹시나 해서 책을 가벼운 걸로 두 권을 넣는다. 


 들뢰즈가 이런 질문을 한다. 사람들은 왜 자진해서 종속되기 위해 싸우는가? 왜 자유롭지 못한가?하는 질문 말이다. 사실은 이 질문은 스피노자가 한 물음이기도 하다. 사람은 왜 예속되기 위해 싸우는가? 그러면서 노예와 폭군, 신(성부)은 셋이서 한 통속이라고 한다. 폭군을 섬기고 신에 의탁하고 밖의 것에 기대고 그 삼위일체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삶의 고리에 자신은 없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덧셈, 기쁨의 탈출 열쇠를 준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저 멀리가면 루크

레티우스가 말한 것이기도 하다. 사람은 왜 자유스럽지 못한가? 온전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신화와 미신, 온갖 외부 것에 시달려 삶의 한쪽도 온전히 쓰지 못한다고 말한다.


7.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다행히 가족에 집착하지 않는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유사가족이나 책친척, 늘 손님으로 다가온 우리 식구들 역시 모시는 존재들이다. 그로부터 많은 것을 얻고 있기도 하고, 끊임없이 친척들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래서 고맙다. 우리의 삶들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나란 바다의 경계는 없다. 그 모든 것이 나의 것이고 친척들과 나눠야할 꺼리들이다. 


볕뉘


물론 이러한 얘기들을 건넸다는 것이 아니다. 우연히 술이나 마음이 깊어지면 나눌 확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아들이 왔다. 장가간 아들도 돌아오고 있다. 기대되는 오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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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으로부터

 

 하루 전부터 지인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당일은 행사 한 시간 전쯤 도착해보니 벌써 세팅이 다 되어있다. 제법 프로그램 시간이 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가 알맞게 내려 운치있다. 


 출판사 주간도 내려와서 인사말을 하는데, 무척 놀란 듯싶다.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참관할수록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는 것인 신기한 듯싶다.


시와 음악, 예술과 문학에 조예가 깊은 푸른치과 원장님의 축사는 무척 길다. 하지만 등단작가가 아니라 시인의 걸음이 왜 중요한가라는 물음은 긴 답변 속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공감가는 내용이다.



북토크 질문들이 난이도도 있고, 독자들의 <이름>과 사연을 불러내기도 하여 흡입도와 친밀감이 높은 행사다. 내 이름도 호명하여 <액자의 기울기>란 시를 낭독하다. 여러 사연과 낭독은 이어졌는데, 시종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와인도 한 잔 해가면서 행사에 참석한다. 연극인, 마당극단의 이어진 쪽시간들은 그야말로 배틀에 버금가는 진중함까지 꽈악 차오른다.


뒤풀이도 일차 이차에 이어져 자리를 옮길 생각들이 없는 듯 보였다. 덕분에 사단법인 토닥토닥의 친구들이 마음이 풀리고 진지해지고, 어떤 방법들이 좋은지 관찰하고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애써 바다보러 일박할 각오로 오시라고 건넨다.


 서영표의 글을 권한 선배에게 따끔을 한방 쏘고 온다. 먹물이란 한계를 딛고 먹물을 뿌려라는 결기와 친밀함, 복잡시선으로 칭칭 몸을 감아라라고 늦밤까지 하늘이 검푸른 바다 색이 되도록 마음을 나누고 오다.


 모두 영상은 이내가수의 행사 맞춤용 창작곡이다. 서진배 시, 이내 곡.


 지인을 중개삼아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포항 작은 책방의 공연도 책도 본 기억들을 나누고, 가을 대전공연소식까지 건네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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