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꽃이 바람에 눈처럼 날린다. 무척이나 이른 아카시향은 바닷바람에 드세다. 곳곳에 폭우 소식과 이어이어 보이는 지구는 두바이에도 브라질, 중국, 미국에도 인정사정 없다. 매일 마무리가 엉크러진듯 반듯하지 못해 싱숭한 마음자리가 쉽지 않다. 올 여름은 어쩐다. 냉천 공사는 한정없이 늘어지는 듯싶다. 오고가는 길 쓸데없는 생각들이 뿌려진다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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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우체국 주차장에 미니벨로 뒷바퀴와 짐받이를 둥그렇게 이어서 잠근 뒤, 준등기 볼 일을 마치고 돌아선다. 티딕, 자전거가 나아가질 않는다. 에구 무슨 일이람. 뒷 체인기어 사이에 파고 들어간 자물쇠의 꼬다리가 파쇄되어 날라가고 없다. 천천히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더 복잡해지지 않게 풀어내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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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들이 셈해진다. 막내녀석도 짧은 3주 군사훈련을 받고 오고, 벗의 북콘서트, 딸아이 결혼 사이사이 잔 일들이 평균보다 높은 간극과 강도로 이어진 셈이다. 저 멀리 부친의 이별만이 아니라 반대 극의 전시도 몇 번 하고, 일터의 일들도 간간히 아니 촘촘히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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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휴 기간 동안 작업실에서 온전히 작업을 한 것 역시 드문 일이다. 내리 3-4일 작업을 했으니 이리 밀도높게 작업만 한 시간도 근래 가뭄에 콩나듯 한 일이다. 작업실내 공간이 분리가 되지 않아 어젠 오전 내내 버리고 쓸고 닦고 한다. 마음이 조금 추스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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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자전거 퇴근 겸 청림동 바닷가까지 에돌아 간다. 도구 앞 바다로 가는 길은 이어지지 않아 섭섭했지만, 일월 바다를 잠깐 구경한 것도, 저번에 넘어진 주유소를 지나친 것도 국밥에 막걸리 한 사발 걸치고 돌아오는 길, 이런 '상실'이 어디에서 온 연유인가 더듬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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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공간 겸 글 작업을 하던 카페하며, 드문드문 손님을 치루던 활어 초밥집 사장님이며, 화실이며 그리고 가끔 들른 조선통닭 호프집 하며 벌써 지워진 시공간이 한 두곳이 아니다. 시대의 우울이 아니라, 마을의 우울을, 동네의 상실감이 저변에 깔려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지키고 싶던 것이다. 나이가 들고 그러하리라 여기던 것이 하나 둘, 곁을 떠나고 그 아쉬움들이 차곡차곡 쌓인 것은 아닐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알아채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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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복잡해진 작업공간 역시 하나하나 아쉬움처럼 쌓였던 것이다. 답답함은 키만치 자라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나하나 제자리에 돌려놓고서야 마음도 이제서야 빈 여백이 생긴다는 걸 눈치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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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람에 대한 상실감과 아쉬움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밀도 높은 일상들은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었던 것이다. 미련하게 그 짐을 모른채하고 버티고 서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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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것 김민기> 를 조금씩 보다 <봉우리>란 가사가 다시 들어온다. 10년 전. 고갯마루 지금여기가 봉우리일지도 모른다는 가사 말에 꽂혔는데, 이제는 '바다'가 들려온다. 오라고 손짓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외치고 있던 것인지도 몰라. 부끄러워졌다. 한 10년 뒤에는 다른 부분이 다른 말이 들릴 것이라고 하며 노래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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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것>들은 잘 되고 나서도 먹고 살기 힘들어. 먹고살기 힘드니 앞뒤전후좌우를 어찌 살피겠어. 더 올라가기에 급급하지. 학전 33년. 문을 닫아도 되는 건가. 뒷것 부모들은 그리 뼈 빠지게 대학을 보내도 그 놈의 자식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잖아. 자기가 다 잘나서 된 줄 알아. 앞것들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세상이니. 참. 미련이 남아서 하는 소리는 아니야. 그렇다는 게지. 이렇다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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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가림하는 순간, 끝나는 게임이지. 그저 휩쓸려갈 뿐. 많은 것들은..작은 것들에게 마음길 손길 한번 주지 않으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