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호공원 


여행이나 관광을 예찬하지 않는 나는 상상력의 공간을 압축시켜 없애는 걸 빌미 삼는다. 하지만  다녀온 관광의 흔적이 아니라 여행의 기억을 건네주면, 불쑥 그것이 빌미가 된다.


아를이란 마을에 가고싶단 마음이 파도처럼 인 것이 몇 주 전이다. 미술관들이나 예술가, 작가의 삶이 묻어있는 곳이라면... ... 언젠가.


취호공원은 저자인 시인에게 마음의 평온과 시를 만들게 해 준 배경같다는 느낌을 준다. 낯선 곳의 낯선 날들이 가져다주는 안온함과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마음의 여백같은 공간이 되어주는 곳 말이다. 



2.부


1988년, 반지하의 제본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 달력을 만들 때는 야근이 허다하고, 창백한 또래의 모습은 핏기도 없고 일상은 쳇바퀴처럼 돌아갔다. '1997년, 어느 지하실의 기억' 저자는 미싱공 시다 생활을 한다. 반지하에서....몇달 간의 생활을 마치고 군대로 가는 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벗어난다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기억이 예전으로는 돌아가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삶을 이어주는 모스신호같은 것은 아닐까 한다. 


2부에서 시인은 그런 마음들을 모아 표현한 듯 싶다. 새롭게 자라고 싶다는 '삭발', 모든 빗줄기가 울음이고 싶다는 '장마',  스스로 반추하는 '불량품'과 온몸으로 기다림의 축적물이라는 '개화'는 서로 겹쳐 같이 있다. 바다에 귀 기울이는 '소라', '개미떼를 죽이다'는 이런 면에서 살얼음처럼 이어지는 마음들이다. 먼 뫔의 기억으로부터 자라나는 새싹들인 것이다.



3.부


사회학자인 시인은 이 곳에서 사회학이 담아내지 못하는 논문 이상을 담아내고, 사회를 읽어내게 만든다.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경계인들 '지금 우리는' '어느 노동자의 항변' '백수白手'에 대한 담백한 기술에 너머 개인이 스스로의 꿈까지 잡아먹고 있음을 여실히 밝힌다. '방1' '방2' '꿈'이란 시에서 그 '지구' 란 집합 안의 하나의 기호로서 여실히 골라내고 있음에 섬뜩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허영덩어리' '부부들에게'는 그 증상들을 적확하게 묘사한다. 이런 세상에서 삶은 온전하지 못함을 '고백'한다. 


시라도 쓰는 삶이 아니었으면 작게 흔들리는 것들을 부여잡는 시인의 마음마저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4.부


'산책' '삐삐 롱스타킹'  아픔과 구조의 그물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자본주의' '프레카리아트' '오월' 이란 삶 안에 풍요로운 섬하나는 가꾸어야 한다. '소매물도' '긍정주의자'란 시가 그렇다면  그 속에 흔들리는 나도 나일 수밖에 없다. '어째서 자꾸 나는 슬퍼지는가' 


우리는 아름다움 한점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비'


연약한 날개 짓

바람에 홀려 춤을 춘다.


창공을 가르는

현란한 빛깔은 서글프게 고와


내 마음을 삼키고


아무것도 아닌 이곳에

아름다움,

그 하나의 의미를 남긴다.



5.부


어쩌면 아름다움을 발견한 이들에게 삶은 그래도 살아지게 만들지 않을까. 각박과 척박이란 세상의 비를 피하거나 막는 작은 우산, 우산 살이 망가졌지만 그래도 아주 잠시 빗자락은 피할 수 있는 묘수 말이다.  '정거장' 그냥 대충 사세요. '이상주의자' '유서'를 쓴다는 건 '희망'에 대한 강한 확신이기도 하다. 갈 때까지 가 보자 '인생'은 결기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시인의 외침은 부드럽지만 강하다.


'바람'


아무리 둘러 봐도

아무리 쥐려 해도

바람 속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나 바람 부는 날에

그 속에 서면 나는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아야.


때로는 따사로운 햇볕

때로는 시원한 비

때로는 하얀 눈송이와 함께

슬며시 내 주위를 감싸는 

바람


아, 나는 아무것도 없는 바람 속에서

하늘을 세상을 뛰어 넘고 싶어요.


볕뉘.


'영혼의 노래, 詩'


시 모임을 한다. 누구는 시도 공부하느냐고 웃어젖혔다는데, 

그래도 우리는 모였다. 회원은 셋 서진배 시인, 노현승

대표 그리고 나, 이상한 조합이다. 전에 살갑게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던 사이인데 시가 좋다고 이렇게 함께하니

시란 도대체 뭐람? 안도현, 박준, 이시형의 시를 읽었다.

시어를 허공에 풀어 휘휘저저 낚아 올린다. 가끔은 꿈

틀거리나 잽싸게 패대기도 쳐본다. 이리 저리 부유하며

떠도는 언어. 표정도 향기도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시란 도대체 뭐람? 고통의 모퉁이에서 홀로

노래하는 시인아, 서러워말기를. 당신의 영혼은 무지개를

타고 밤하늘을 수놓으리. 그러니 찬란하게, 찬란하게 生을

살아내어라. 이다음에 새싹처럼 쑥쑥 자라 시인이 되겠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시도 공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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