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일. 일터 일을 보고 나니, 일찍 올라가고 싶단 마음이 든다. 청어과메기와 선물를 챙긴다. 이것저것 정리하고 내일 올라갈 참이었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스며서 일게다. 볼 책들은 있고 그리 급한 일들은 없으니 일력 선물을 빠트리지만, 주유하고 출발이다. 


1. 배추 - 청어과메기랑 이모님이 보내주신 태백구문소 강정하고 유과를 맛본다. 옛날 그맛.깐풍기에 캔맥 한잔을 하고 책을 보다 잠이든다. 있는 재료로 뚝딱뚝딱 차린 음식을 딸아이와 함께 든다. 책이 쉽지 않다. 중간중간 졸음도 섞여 애를 먹는다. 선약 자리에 조금 일찍 갈까 싶다가도 시간을 맞추기로 한다. 갖은 음식을 준비하였는데, 조금 다른 배추전을 맛볼 수가 있었다. 약간 다져서한 전맛. 알배추에 과메기를 싸서 맛본다. 그렇게 만남을 갖고 다음날 서둘러 내려온다. 챙겨준 병어조림을 싣고 배가 많이 고플 무렵,간단히 들고 사택에서 지난 주에 사둔 알배추를 씻는다. 하나 하나 씻어 체반에 담아둔다. 저녁으로 병어조림과 단맛이 넘쳐나는 알배추를 먹는다. 


2. 강박 - 정종과 와인을 맛보고, 맥주를 마시고, 음식들에 매인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픈 이야기를 미처 나누지 못하고 말이다. 시간의 간극이 길었던 것일까. 대화의 맥이 얕게 얕게 이어지는 느낌이다. 이십대의 친구는 한 단체에서 한 매듭을 이렇게 짓는다. 아들 친구의 활동을 지켜보고 딸의 사는 모습의 이야기를 듣지만 그리 녹록치 않아보인다. 남은 음식은 버려야 했으며, 음식비용을 치루면서 서비스에 대한 죄책감은 갖지 않아야 한다. 대접과 만남의 자리에 대해 습관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어김없이 만나거나 나누거나 하면서 음식에 시선을 둔다. 


3. 다짐 - 뭔가 시작한다는 것. 시작에 앞서 나름 의례를 둔다. 지인들에게 공표 비슷하게 반복을 하는 것이다. 조소를 시작하는 것도 흘렸다. 판화 역시 일일이 출력해서 전지 크기의 한지 위에 하나씩 붙여 벽에 걸어둔다. 무의식중에도 볼 수 있게 말이다. 오고가며 만난 이들에게 그러고 있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는 것이 수월한 방식일까 고민하면서 말이다. 암기를 통째로 하는 것이 나은 것일까. 부분부분 그때그때 편한 방식을 써야 하는 것일까. 수水필筆로 연습은 했고, 세팅도 해두었으니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이리 스민다. 


뭔가 읽고 뭔가 꼼지락거리며 있을 것이다. 그 쓰임새를 충분히 가늠하지 않더라도 무언가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 그렇게 또 다른 손끝의 공간으로 뻗고 싶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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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懷비悲


슬픔을 품다




1. 황정견 - 지인에게 초서 관련 괜찮은 책들을 물으니 이리 친절히 안내하고, 이력까지 꿰뚫어준다.  구양순, 안진경부터 얘기가 돌다가 초서 맥락을 언급하자 이리 집는다. 먼저 황정견의 글씨가 취중달필처럼 눈에 확 들어왔는데, 이어 회소에 관심을 보이자 하나 더 글씨를 덧보인다. 두 번째는 회소가 나았다. 


2. 부자 - 부자들 가운데 작은 부자들은 설친다. 부동산도 그러하고 많은 이들은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 전국이 들썩거려도 말이다. 보이지 않는 부는 탄탄하다. 시스템과 문화, 관리 노하우까지 붙어있다. 그런 관성은 하나의 회사라도 쉽게 볼 일이 아니다. 다들 개혁하고 바꾸겠다고 열심인 사람들은 그 문화의 문턱을 쉽사리 넘지 못한다. 그러다가 늘 체제내화하기 마련이다. 부유의 카르텔이 얼마나 공고한지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매몰찬지 느끼지 못한다면 몇 걸음도 걷지 못할 것이다. 늘 있는 놈들이 더했다 싶다. 


3. 권력 - 대부분 남용을 탓할 뿐이지 정작 그것이 갖게되는 힘이 얼마인지를 가늠하지 못한다. 하지 않게 하는 것도 힘이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도 힘일 것이다. 평사원이 대리가 되는 것도, 또 어떤 이가 완장을 차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장애가 아니라 정상인으로 사는 것도 아프지 않기에 누릴 수 있는 힘이 많은 것이다. 조직이라는 것, 사회라는 것은 이런 헤아림의 과정이다. 저 자리가 어떤 것이라는 것은 연구하고 발견하지 않으면 안된다.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는 부자들이 힘의 미세한 부분까지 조율한다면, 선출된 권력들은 명예욕에 불타 올라갈 자리의 욕망만 가득해 무엇을 해야하는지조차 모른다. 이런 것이 허다하다. 그러니 그 다음은 남탓하는 것이다. 희생양으로 쓸 좀더 힘없는 자가 불쏘시개로 쓰여지는 것이다. 


4. 발견 - 그런면에서 동전의 양면처럼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은 슬픔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슬픔도 찾지 않는다. 슬픔의 힘을 차곡차곡 쌓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런 현실들이 세밑을 더욱 불우하게 만들고 있다. 약한 자, 아픈 자, 힘없는 자는 왜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가. 왜 힘있는 자는 더 힘을 갖는 것에만 신경쓰는가. 이런 빚들로 자신의 안녕이 구가되는 것조차 모른단 말인가. 눈치없는 인간들이 팔할이라니.. 상수의 <<생활의 발견>>, 형은 경수에게 사람이 인간이 되지는 못하지만 괴물이 되지 말라고 한다. 그 인간은 또 다른 친구에게 벌짓은 한 뒤 괴물은 되지말라고 조언한다. 꼬리를 물며..


송나라 4대 명필 가운데 한명인 황정견은 시에 능할 뿐만 아니라 서예는 그야말로 경지에 이르렀다. 글씨체에서 약간의 불우함도 느껴지는 듯싶다. 당나라의 회소도 또 다른 맛. 12/18


화제총람과 삼체 천자문이 먼저 도착했다.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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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서노트 - 한달에 한번하는 유일한 모임인데, 올해는 온라인으로 몇 번, 대면 한 두번으로 마감하고 만다. 온라인으로는 한번 참여하고, 그 다음에는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는가 싶어 불참하였다. 오프와 온라인의 차이는 너무 크다 싶다. 지금은 또 갈림길이다. 가까이에 지내면서 오프만남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없다니, 온라인으로 만날 확률이 큰 이상, 자리를 고집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스민다. 

 

2. 화실 - 각자 그림을 그리는 이상, 커피 마시는 외에 접촉을 최소화하자는 선생님의 연락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지 않아도 책과 일터 마무리 일 때문에 일주일남짓 나가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책을 깊이 읽고 싶은 마음도 배이고, 한달 남짓 쉬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어정쩡하게 마음이 이렇게 헤매인다.

 

3. 판화 - 전시 마무리 영상을 오지 못한 샘에게 보낸다. 목판화에 유성잉크 작업으로 보였던 모양인지 맞느냐는 연락이다. 고무판화에 수성이라고 하자 무척 독특하다고 한다.

 

 

4. 페이스북 - 양쪽이란 것으로 구분될 수도 없지만, 사람들의 확증편향은 쉽사리 사라질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사건에서 출발한 것이기도 해서, 끝까지 명분을 잡아내려는 어떤 것이기도 하다. 하물며 잘못되었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더 사태는 커지는 것은 아닌가. 역으로 증명해내려고 말이다. 그게 인간이다. 정치는 게임으로 전락했고, 일상은 풍부하게 만들어지지 않고, 민주주의는 서로 할 말을 잃고 마는 것은 아닐까.

 

또 다른 분기점이 있다면 빚지고 있는 현실에서 출발하여 사건으로 더욱 다양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정치가 잘했다면, 언론이 잘했다면, 검경판이 잘했다면, 다 더 성숙한 판단자라면 시간 속에 자신에게 맞는 것만 골라내지는 않을 것이다. 뭔가 다른 것. 뭔가 보지 못한 것은 없는가 하고 자신의 유책 사유를 가다듬어 볼 것이다.  현 국면은 너무 안타깝기도 하다.  다이나믹 코리아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뭔가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바라보기에 호흡하기도 쉽지 않다 싶다.


5. 상수 - 영화 <<밤의 해변에서...>> << ...그때는 틀리다>>를 본다. 솔직하지 못하거나 사랑받지 못할 이유라든가. 뭐 그 날선 자리들이 많이 잊혀졌다 싶다. 사람은 본디 이중적이거나 다중적이다. 다들 똑같애. 하지만 인간은 다른게 있다. 다중적이란 걸 인정하는 순간. 아니 그게 있어 사람이다. 아니 그제서야 제3자가 다른 인간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을까. 나-너의 악순환. 어쩌면 사랑이나 책이란 텍스트를 번거롭게 반추하는 것. 또 다른 해석의 실마리. 같은 착각은 줄이는 게 좋겠다. 영화다. 일상이 상수가 되어야 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당분간 쉬어주어야겠다 싶다. 화실 샘에게도 이야기하고, 페이스북도 그만하고, 책도 나누지는 못하고 원하는 만큼 읽기만 해서 넘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러단체 후원을 오늘자로 했다. 하지만 전년에 비해 많이 줄였다. 아쉽다 싶다. 그래도 더 열심히 숙고하면서 활동하시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

 

날이 포근해서 봄날이다 싶다. 그래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야. 부재하는 신은 다가설 줄 아는가. 신은 참 내 안에 있다지..고집부리지 않고 확증편향이 아니라 의심다양할 줄 아는...그래서 더 달라지는....횡설해본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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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01-0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상수 영화 좋아하세요 ^^
고무판화에 수성이군요. 독특한 느낌이에요.

여울 2021-01-01 21:18   좋아요 0 | URL
그렇진 않구요. 몰아서 보는 편이라서 ㆍㆍ감사해요
 

 

1. 마실 ... 날이 풀려 다행이다 싶다. 달은 차오르고, 달 서편의 화성과 오른편 서쪽하늘에 목성과 토성이 거의 한몸이다. 걷다보니 불빛들이 잠잠해져서야 별빛이 새록하다. 간만의 산책이라 토성과 목성이 이리 가까워진 줄도 몰랐다. sns 소식으로 확인만 했지 말이다.

 

2. 약속 ... 조금 일찍 책방에 가서 할 일이 있다. 판화액자만 달랑 전하기가 뭐해서 포장손가방과 네임펜을 챙겼다.  서명과 제목을 고심하다가 넣는다. HANDS. 포장가방에 쏙 들어간다 싶다. 차 한잔과 책 이야기를 주섬주섬 나누다.  그림이 들어갈 자리를 잡아두셨다고 해서 마음은 더욱 안심이다.

 

 

 

 

 

 

 

 

 

 

 

 

 

 

 

 

3. 책들을 읽고 있다. 일일 일책이면 좋겠지만, 호흡과 속도에 맞춰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식구들이  한 친구가 텔레비젼에 나온다고 연락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건만, 실재와 맞닿은 상황은 또 다른 일인가보다. 대전에서 어린이 재활병원 기공식을 시작했고,  뉴스에 건우아빠 대담내용이었다. 동영상까지 찍어서 보내왔다.

 

4. '差, 오르다' 전시회를 잘 마쳤다. 소회도 지인과 나누었고 얘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더 해야할 것들도 정리된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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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담‘

전시 말미, 원픽으로 꼽은 분들이 많다. 철수하고 임시 정리를 한 뒤, 여운이 남아 김치볶음에 후라이. 남은 와인* 한두서너잔.

여전히 마음 속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들다 싶다.
그렇지만 많이 들어 서 있다 싶다.

담은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내가 담은 아닐까.
넘어야만 하는 것인가.

담같은 것들을 주섬주섬 모아본다. 그만 그래도 피식해본다.
그 놈의 담은 제각기 다르니 헤아릴 길이 없다. 거시기 거시기.

덧말.

그 벽이. 그 담이 상징이라는 걸 깨달아야만 문이 된다. 주절주절.

* 승리횟집에서 미처 못마시고 바닷가에서도 잊고, 미사령관 숙소에서도 해결 못한 그 술의 마음을 마저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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