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생일, 키도 이미 아빠를 넘어선지 오래다. 선물도 챙겨야하는데 용돈날이라 보너스까지 챙기고 부탁말을 쓰는데, 성격대로 다 달리 써진다. 마구 지르는 미니는 "아껴쓰삼", 선물챙기느라 정작 자신은 못챙기는 유니는 "윤이를 위해서 쓰삼", 짠돌이 찬이는 "보람있게 쓰삼"으로 봉투에 챙겨 넣는다. 퇴근길, 선물가게는 그렇구해서 할인매장을 들렀다. 딱히 고를 것이 마땅치 않은데 무한정쓰는 탁상달력도 끌리는데 아니다 싶고, 귀마개나 장갑도 그렇구, 미니는 잃어버린 잔차열쇠, 찬이는 이쁘고 질기게 보이는 지갑, 윤이는 자기방 풍경소리, 공용으로 먹지 않는 키가 있는 키보드, 잔차바람넣는 것 외 몇개를 챙기니, 그래서 의도한 것과 달리, 만들어진 필요에 맘먹은 것보다 더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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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파티에 큰녀석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험기일이 다음주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왜냐고 하니 한학년 선배들이 단체로 시험부정에 관여하였다 한다. 며칠 지난 뒤, 정답을 대조해보다나니 밝혀졌다고 한다. 열에 아홉, 발을 구르거나 같은 정오답. 내신의 마력이 이렇게 퇴행으로 드러난ㄷㅏ.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욕하고 싶지 않다. 숨막힐 듯 막히는 일상은 부정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강요된 실력이 실력으로 자랄 수 있을까? "학원자본"의 숨결이 학교는 말할 것도 없이 일상을 점령해버린 것이 무섭다. 며칠 전 알라딘 베스트셀러가 생각이 난다. 20대의 베스트셀러가 뭐였더라. [20대, 재테크하는 방법]이었다. 단연 선두를 가르키는 그 책의 선언만큼. 10대의 또 다른 20대 진입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꽃다운 방년 15-16세 이팔청춘이 이렇게 뭉게지도록 공부에 가위눌리게 하는, 가위눌리고 싶은, 가위눌리지 않으면 불안한 일상의 호흡은 가쁘다. 1/5주민쯤 되는 아빠들, 과로에서 게길필요도 있지 않은가? 큰녀석 생일날 자발적 공부복종에서 올방학은 벗어나게 하고 싶다. 할 수 있는 것이 어디일지 어디까지 일런지 모르겠지만, 맘도 몸도 흔드는 것이 처음이지 않을까? 일상으로 들어오면 무섭게 빨려들어가는 블랙홀같은 그 [교육]에 대해서 99가지이상의 마음-방법나누기-입장나누기. 한달전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따돌림 당한 아이의 경험의 목격까지 일상이 흘러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싶다. 어찌 할 수 없을정도로 이렇게 불쑥 커가는 녀석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일이, 그리고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지 고민만 듬뿍이다.
그래도 서투르지만 공교육의 문제를 얽키고 섥히어 가지고 들어오는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보고 싶다.ㅎㅏㄹ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와 별개로. 일상의 선택은 늘 외로운 섬은 아닐까. 섬에 등대하나 세우고 외로운 섬들과 교신하고 ..섬을 나가고 싶어하는 마음들이 그 출발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