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역사
버나드 로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 책세상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전쟁의 역사는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전쟁사 관련 서적이다.(그것도 엄청난 분량의!) 주인장이 알아보니 이미 10여년 전에 한번 출판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같은 출판사에서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한번 주인장의 짧은 식견에 통탄을 금치 못 했다. 일단, 신문에서 이 책을 보게 되면서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한국사에 관련된 전쟁 기록이 얼마나 정리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였다. 물론 이런 기대를 하면 늘상 한국사는 세계사 부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먼저 책을 구입해서 보기 전, 그 방대한 분량에 대해 놀랐고 그 분량에 비해 놀랍도록 저렴한 가격에 놀랐으며(물론 5만원 가까이 되는 거금을 들여 책을 사는 행위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주인장 주변에는 많다) 그 책을 쓴 저자와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의 저자의 노력에 놀랐다. 주인장이 늘상 말하지만 서구제국주의 시절에 쓰여진 수많은 책들은 모두 그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놀랍도록 방대하고 폭넓은 자료들을 토대로 완성된 것들이기 때문에 모두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앞서 주인장이 비평을 쓴 책 몇편에도 이런 언급을 한 기억이 있다) 또한 그런 책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들이 배우는 각종 학문들이 발달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주인장은 이런 것들이 부럽다. 물론 지금 와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암튼 이 책 역시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책이니만큼 '명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단 이 책은 몽고메리라고 하는 대단히 유능하고 또 유명한 군인이 쓴 전쟁사 관련 서적이다. 그렇다면 흔히들 군인 본인의 일대기나 회고록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정통한 전쟁사가들이 봐도 무방할 정도의 방대한 자료와 역사적 사실들을 총정리함은 물론, 수십년간 야전에서 숱한 전투를 치뤄왔던 사령관으로서의 전쟁 철학과 인생 철학이 모두 담겨있는 그런 책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이 가치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육사 출신의 엘리트 장교들이나 군관련단체 등에서 일하는 전문인들이 쓴 전쟁사 관련 서적이나 책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시대와 장소를 꽤뚫는 책은 없다고 주인장은 생각한다. 우리의 현실이 이런 책이 등장할만한 여건이 안 된다는 사실을 물론 알고 있지만 그것을 떠나서라도, 책의 내용이나 구성, 관련 사료, 인용 자료 등의 부분에서 몽고메리가 쓴 전쟁의 역사를 따라올만한 전쟁사 서적은 없는 것 같다고 본다. 물론 이 말뜻은 전문인이나 비전문인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양 서적이든, 전문 서적이든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는 소리가 될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좋은 책이란 모든 사람이 재밌고, 쉽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주인장이 특히 이 책을 보면서 주의깊게 보고 또 가슴에 와 닿았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전쟁의 본질'이라는 제목을 가진 부분인데 책 첫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의 수십년간의 군인으로 산 인생 철학이 느껴지는 듯 했었다. 그는 전쟁에 있어서 전략과 전술이라는 부분 이외에 '리더쉽'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주목했고 이 부분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소홀히 해왔던 '인간적인 면'에 대해서 서술하게끔 했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 이 책을 통독하면 전쟁에는 인간적인 면이 있다는 것이 명백해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역사가들은 흔히 그러한 측면을 소홀히 해 왔다. 인간적인 면은 이 책에서 줄곧 언급될 것이며, 역사적 인물들의 인간적인 약점을 지적하면서도 나는 전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모든 것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피로, 공포, 소름끼치는 상황, 심한 결핍, 궁극적으로는 부상의 확실성과 죽음의 가능성, 그런 모든 것이 전쟁터에 도사리고 있다. 병사는 만일 그가 용기를 가졌고 자기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며 직속 상관과 전우들을 신뢰한다면, 그리고 결코 불가능한 일을 하도록 요구받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면, 그런 모든 것을 무릅쓸 것이다. 전쟁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문제들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군인이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더하다 ---

주인장이 미국에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가 대학에 들어가고 얼마 안 되었을때니까 아마 2000년 겨울방학때였을 것이다. 그때 친척과 함께 어떤 큰 서점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사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주인장이 영어로 빼곡하게 쓰여져 있는 두꺼운 사전같은 책을 펼쳤을때 제일 처음 나온 부분은 다리우스군과 대치한 알렉산더의 그리스군을 묘사한 삽화였었다. 그리고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칸나대전이었는지 다른 전투의 삽화였는지 포에니 전쟁에 관련된 삽화도 하나 있었던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까짓꺼 영어 공부해서 이 책 보지,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보면서 만약 그 책을 샀다면 비싼 돈 주고 먼지에 쌓여있게 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대한 주인장의 애착이 더욱 강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고대, 중세, 유럽, 동양, 1- 2차 세계대전, 냉전 등에 대해서 구분해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주인장이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은 동양 부분이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중국은 물론이고 몽골과 일본, 심지어는 인도에 대한 부분도 할애되었지만 한국사에 대해서는 거의 적혀있지 않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현실이 그 당시에도 존재했지만 오늘날에도 세계 여러 나라들이 한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 하다는 현실이 더욱 주인장을 가슴아프게 한 것 또한 사실이다.(하물며 한국인들도 한국사를 잘 모르는데 외국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는 동양 전쟁사 부분을 서술하면서 인물 중심적인 서술이 더욱 빛을 발휘했다. 이순신 장군을 묘사한 부분에서도 리더쉽이나 성격적인 면을 강조함은 물론, 그의 기계적인 능력(거북선 제작에 관련한)을 적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했다. 서양인 특유의 실용적이고도 합리적인 사고에 입각해 분석(?)한 이순신에 대한 묘사는 '칼의 노래'에서 묘사된 것과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면이 다르긴 하지만 그나마 이순신이 없었다면 한국사는 전쟁사 부분에서 완전히 묻혀버렸을 것이다.

그는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라는 진리와도 같이 쓰이는 이 말에 충실히 책을 써 나갔던 모양이다. 모든 전쟁을 인간을 중심으로 보고 있으며 또한 모든 인간을 충실하게 재현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야전사령부에서 지휘관이 바라보는 전쟁과 최전방 전쟁터에서 숨막히도록 전진하는 병사가 바라보는 전쟁은 분명히 다르다. 몽고메리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단순히 거시적인 안목에서, 혹은 전체적인 틀에서 서술하는 전쟁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전투에서 전략이 어떻게 잘못되었고, 전술이 실패했다는 식의 기술은 무의미하다. 그 전쟁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숱한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보였는지, 그 전쟁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몽고메리는 전쟁사를 서술하면서 내내 그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주인장은 이 책을 보면서 포스트잍으?의문나는 점이나 아쉬운 점들을 적어 책 곳곳에 붙여봤다. 그 안에는 몽고메리가 서술한 것들에 대해 자문(自問)해 본 것들, 그가 생각한 것과 다른 내 생각들, 이 정도는 서술해야 될텐데 왜 적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들이 적혀 있었다. 물론 전쟁사에 대해 몽고메리의 1/10도 안 되는 얄팍한 지식을 갖고 있는 주인장이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주인장의 부대장님도 이 책을 빌려달라고 하셔서 보고는 감명깊게 읽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간혹 군사용어 해석에 있어서 잘못된 부분들이 보였지만 전문인이 아니면 잘 모를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용어 해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오역이 있었다해도 몽고메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전달하기에는 부족함이 크게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보다 밝은 미래가 오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을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공유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장에게 있어 이 책은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줬다. 무려 보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왠만한 책은 2~3일이면 다 읽는 편이다) 부대에서 읽어낸 이 책은 단순한 전쟁사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그 전쟁이 담고 있는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진정한 의미뿐만 아니라 전쟁의 본질까지 같이 전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의 본질을 접한 우리들은 제 1, 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를 거쳐 앞으로는 전쟁이 없는 사랑과 평화로 가득찬 세상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스스로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가치를 지닌 책이기에 동양전쟁에 대한 부분이나 한국사에 대한 부분이 미흡하더라고 하더라도 주인장은 이 책을 읽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국가라고 해서 결코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전쟁이라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에 대해서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을 통해서 얻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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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이용대 옮김 / 한겨레출판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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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인류학 혹은 신화학 관련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라 한다. 처음에 주인장은 이런 책이 있는지도 잘 몰랐는데 어느날 동생이 이 책을 샀다고 혹시 볼 생각이 있으면 부대로 보내주겠다고 해서 보게 됐을 뿐이다. 동생과 전화상으로 얘기했을때는 분량이 어쩌느니, 내용이 어쩌느니, 어떤 책이느니 뭐 이런 얘기를 하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봤는데 알고보니 상당한 고전이 아니겠는가. 마침 '문명'에 대한 글을 쓰고 있어서 인류학 관련 저서를 한권 정도 필요로 했던 터였기 때문에 더욱 주인장에게 필요로 했던 책이기도 했다. 일단, 보면 알겠지만 분량이 상당하다. 원래의 책은 1890년 초판이 2권, 1900년 재판은 3권, 1906~1915년에 나온 3판이 12권이으로서 상당한 양이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방대한 사례나 자료를 대폭 줄이고 이론적 원리를 살려 편집한 것이 특징이었다. (그래도 주변에서는 900페이지가 넘는 책 자체가 엄청난 양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한다.)

늘 그렇지만 책의 순서를 보면서 주인장은 뭐랄까, 알수 없는 희열감이라든가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냈다는 그런 짜릿한 기분을 맛볼수가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주인장이 갖고 있던 시야를 몇단계나 넓혀준 책이었으며 단지 그 순서만 보고 이 책의 구성이 어떠한가만을 살펴봤을 뿐인데도 주인장에게 많은 지적 영감을 일깨워준 셈이었다. 대강의 순서를 적어보자면 '제 1권 숲의 왕' '제 2권 신의 살해' '제 3권 속죄양' '제 4권 황금가지' 이렇게 이뤄져있는데 대부분이 주술과 신학, 종교, 사상적인 부분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었다.

이 책을 보기전 주인장이 문명에 관련된 글을 하나 쓰고 있다는 얘기를 했을 것이다. 그 글에 대해 잠깐 얘기하자면 주인장은 어떤 문명이든, 또 어떤 시대에든 대부분의 문명 집단은 보편적인 특징이 강했으며 또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대부분 비슷했다는 생각을 그 글에 담아보려고 하고 있다. 즉, 1,000년전 로마의 시민이나 1,000년후 조선의 백성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소리다. 즉, 인류 문명은 시간이 흐를수록 진화하고 발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삶의 양태만 변천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주인장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봤을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주인장에게 좋은 자료도 제공했지만 사상적으로도 좋은 토대를 마련해줬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제 1권의 주된 내용은 숲의 왕으로 대표되는 사제왕, 즉 제정일치된 사회에서 볼수 있는 지도자에 대한 내용이다. 네미숲의 사제왕부터 시작해서 천년제국 로마의 황제에 이르기까지 종교적-정치적 지배자에 대한 서술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는데 책을 보면서 주인장이 떠올렸던 것은 바로 부여의 왕에 대한 기록이었다. 가뭄이나 국가적 재해의 피해를 입고 죽임을 당했던 부여의 왕, 그 기록을 두고 우리는 지금까지 부여의 왕권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으며 정치적인 입지도 약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과 연관시켜 본다면 부여의 왕은 제정일치된 사회의 강력한 지배자였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 내용은 제 2권으로 이어지면서 보다 확실해지는데 이런 제정일치 사회의 지배자들은 잘못을 했거나 일정 기간이 흐르면 하나의 의식을 행한다고 한다. 즉, 기존의 실력자를 죽이고 새 사람을 앉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변했고 대리 왕을 임명해 며칠간 무한한 권위를 부여했다가 그 사람을 대신 죽인다거나, 아니면 아들에게 대신 왕위를 물려줬다고 그 아들이 죽으면 다시 왕위에 오르는 행위 등으로 변해갔다는 것이다. 물론 더 시간이 지나면 실제 희생양은 사람에게서 무생물 혹은 다른 동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인장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부여왕에 대한 기록이나 고대 한국사에서 볼수 있는 국가적 제천 의식들(동맹, 영고 등)에 대한 새로운 의식 전환을 꾀할 수 있었다. 짜릿한 흥분감과 함께 말이다.

이런 인류의 사상적 변화가 주술-종교-철학으로 발전해나간다는 그의 지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너무 심한 비약같지만 '천사와 악마'라는 베스트셀러를 가지고 추측한다면 종교와 철학에서 과학이 파생됐다고 해도 그다지 무리가 있는 것 같지만은 않다. 이처럼 프레이저 경은 수많은 사례와 추론 등을 제시해가면서 그의 의견을 피력해나가는데 하나같이 충격적이고 또한 획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이하게 생각되었던 미신이나 문화 전통, 자연과 인간 삶의 비밀들까지 드러내어 이 책이 발간되던 19세기에는 금서(禁書)가 될 정도로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지도 않을 정도이다.

특히나 주인장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참신한 해석과 신성한 매춘에 대한 해석이었다. 그리스도에 대한 관심은 '다빈치코드'를 보면서 한껏 고조되었는데 그 책에서 그리스도를 두고 다윗왕의 후손, 즉 왕가의 후손이라는 의견을 피력한다면 프레이저경은 그를 두고 앞서 말했던 의식에서 쓰였던 일종의 속죄양, 희생양이라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가 실제 왕가의 후손이 아니라 어떤 신성한 의미를 지니고 있던 종교 의식의 제물로서 죽었다는 사실이다. 이 내용은 '역사 속의 영웅들(Heroes of History )'에서 윌 듀런트가 그리스도를 파격적인 정치적 혁명가로 묘사한 내용과 또 다른 의견이어서 더욱 주인장에게 와 닿았다. 그리고 프레이저경은 매춘을 통해 신에게 도달하는 창녀나 금욕을 통해 신에게 도달하는 수녀나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파격적인 메세지를 우리에게 남긴다. 그 모습은 비록 극과 극이지만 그 추구하는 사상적인 목표는 같지 않냐는 것이다. 신성한 매춘은 '그리스 로마 신화 2권'에서 이윤기가 묘사한 내용들과도 상당히 밀접하기 때문에 한번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주인장이 특히 놀랐던 것은 19세기 서구문명 중심주의가 한껏 고조되어 있을 그 시기에 프레이저 경이 이 책을 써서 인류 사상과 문명의 보편성과 획기적인 재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 내용들은 하나같이 지금 우리가 봐도 상당히 진보적이면서도 참신한 내용들이 대부분인데 무려 140여년 전에는 어떠했겠는가. 이 책을 읽음으로써 주인장이 인류학이라는 분야에 더욱 빠져든 것은 물론이거니와 군대에서 봤던 최고의 책 중 하나로 더 꼽힌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책을 볼때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나는 나중에 저런 명저를 남길 수 있을까?' 하는 자아비판이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주인장이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여담이지만 중간중간에 한국에 대한 언급도 나와있어서 흥미를 끈다. 예를 들면 아기가 태어나면 삼칠일(21일)이 지날때까지 조심해야 한다는 등의 미신적 풍습 말이다. 아프리카 오지의 원주민들부터 유럽 농촌의 농민들에까지 그가 제시하는 정말 엄청난 분량의 실례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책 분량은 정말 엄청나게 많은 편이지만 정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주인장이 책임지고 보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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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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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와 11분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첫째는 이게 어째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고 읽혀졌으며 왜 여기에 그토록 목 매이는가 하는 점이며, 두번째는 과연 이 책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하는 점이었다. 물론 그의 작품들은 이 둘 이외에도 훨씬 더 많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 악마와 미스 프랭 , 뽀뽀 상자 , 그리고 일곱번째 날...등) 하지만 그 중에서 주인장이 본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이 2권의 책이었다.

일단, 연금술사를 먼저 보면서 느낀 점은 이 작품이 톨스토이 단편선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쉽고 단순한 흥미를 유발하면서 부담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그런 책이라는 소리다. 세상, 더 넓게 말하면 우주에 대한 사고의 장을 넓혔다고 해야 하나, 확실히 기존 거수인들의 눈으로 봤을때는 대단해보일 법도 하다. 앞서 '애덤스미스 구하기'라는 책을 보면서 주인장이 서구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했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서구인의 사고 방식과 정신 체계에 있어서 코엘료의 작품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통하고 우주를 느끼고 삶의 이치를 깨닫는 과정. 문화 상대주의, 새옹지마라는 말이 어울릴법한 연금술사 내의 주인공의 길은 주인장같은 동양인의 눈에는 평범해보일 뿐이다. 얼마전 이 작품들을 보고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본 주인장은 이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대해서 보다 체계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연과 동화된 삶을 추구해온 동양인에게 자연과 분리된 삶을 추구해온 서양인의 삶은 분명히 이질적이다. 반대로 서양인의 눈에 자연과 동화되는 이질적인 우주관을 선보인 이 책은 서양인들에게 대단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장에게는 약간 생각을 요구하는 동화책,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이상의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 했다. 다시 말해 평범한 책이었다는 소리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1분은 더 난해하고 재미도 없고 감흥도 적은 책이었다. 앞에서 연금술사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인생의 진리와 새로운 우주관을 선보였던 작가는 이 작품에서는 성교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11분이라는 시간적 공간을 매개체로 한 여성의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성적 관점에서 묘사한 책이랄까? 주인장을 비롯한 군부대내의 많은 사람들은 이 책에 대해서 그다지 큰 점수를 주지 않는다. 요점인즉,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겠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도 잘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군인들 대다수가 문학적 감흥을 느낄만한 여유도, 환경도 되지 않는다는 상황을 고려한다해도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여자들은 달랐다. 당장 중년의 남성이 어떻게 어린 소녀에서부터 성숙한 여인에 이르기까지 여자의 심리 묘사를 이렇게 잘 할수가 있는지 신기해했다. 그밖에 여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감정적 요인과 코드가 일치하게 작용했는지 모른다. 그것까지는 주인장에게 있어 파악하기 힘든 요소인 것이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내용이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서 주인장에게 지루하다는 인상을 준 책이었다. 책장을 넘기면서도 그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주인장은 그런 경험을 계속 했다. 평소 이런 문학 작품을 즐겨보지도, 좋아하지도 안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지만 주인장에게는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문제였었다.

그럼 다시 돌아가보자. 파올로 코엘료는 그의 책에서 일반인들의 내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천재적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주인장은 그의 작품을 잘 본것도 아니고 부시대통령처럼 휴가때 그의 책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그의 열렬한 팬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본 2편의 작품에서 느낀 점은 그가 서구인들에게는 말로 하기 힘든 그런 영적 감흥을 느끼게 해줬다는 것이다. 아무리 서구인의 정신 체계가 논리적이고 독립적이고 분리적인 것에 익숙해있다고 하더라도 동시대 동양인인 주인장이 그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낀다는 것은 그의 글 쓰는 솜씨가 대단하다고밖에 여겨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는 이런 일련의 작품에서 물질주의에 만연한, 삭막하고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서정적이고도 부드러운 정신적 보충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 연금술사에서는 동양적 사고 방식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서구문명의 한계에서 오는 문제점을 팔티할 수 있는 법을 제시했고 11분에서는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필치로 한 여인을 등장시켜 여성과 남성이라는 두 집단간의 심리 묘사뿐만 아니라 기존에 알고 있는 성에 대한 관념을 아름답게 승화시켜 표현했다. 그 안에서 양특은 타협하고 그 안에서 중용의 덕을 깨닫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한여인의 삶에 대한 묘사가 이런 철학적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할 따름이다. 인생의 오묘한 진리가 느껴질 뿐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문화 심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같이 읽은후에 쓴 이 서평은 주인장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아울러 문학세계에서의 양자가 느끼는 코드와 문화적 공통점에서 인류라고 하는 보다 큰 범주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해주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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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한국사 - 시공간을 함께 보는 한국 역사 탐험
김용만 김준수 지음 / 수막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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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도우사(左圖右史).

'당서 양관전' 을 보면 '좌우에 지도와 사서를 함께 놓고 공부했다' 는 기록이 나온다. 늘 그렇지만 김용만의 책은 주인장에게 새로운 코드를 하나씩 제시한다. 그의 첫 작품인 '고구려의 발견' 에서 그는 전성기 고구려의 외교력과 영향력을 거꾸로 보는 지도로 제시했고,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나' 에서는 고구려인들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묘사했으며 '인물로 보는 고구려사' 에서는 숨겨져 있던 고구려의 여러 위인들에 대해 소개했으며 '새로 쓰는 연개소문전' 에서는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원사료들을 등장시킴으로서 우리 역사 이해에 새로운 장을 열었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좌도우사' 라는 코드를 주인장에게 보여줬다.

이번에는 지도다. 극히 단순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 아닌가. 역사 공부를 하는 사람치고 지도를 옆에 끼고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당장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만 봐도 모르는 지명이 많은게 당연하고 글을 쓰다가도 인터넷으로 지도를 찾아보는 것이 다반사인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역사 공부를 하면서 실제로 마땅한 역사 지도가 없어서 공부하는데 여간 어려웠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중, 고등학교때 받은 교과서 중에 역사부도와 사회과부도라고 하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나마 거기에 나와있던 지도를 보고 아쉬움을 달랬던 기억이 났다.

내가 한번 지도를 그려서 정리해볼까? 하는 생각을 안해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건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물론 주인장도 나름대로 그려놓은 지도가 있다. 예전에 박영규라는 사람이 어떤 고구려 관련 책을 냈는데 거기에 어찌나 황당한 지도를 많이 그려넣었는지, 너무도 황당해서 이 정도 지도도 책으로 실리는데 내가 그려도 이것보다 훨씬 낫겠다 싶어 지도를 그렸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공개할 예정이니, 여기서는 넘어가도록 하겠다. 암튼 지도만 가지고도 역사의 흐름을 꿸수 있는 그런 자세한 지도책을 하나 내는게 주인장의 작은 소망인데 그런 주인장에게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일단, 각 장마다 그려진 올컬러 지도는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230여장에 달하는 지도의 방대한 양에도 놀랄 뿐이지만 그 지도가 하나같이 멋드러지게 그려진 컬러풀하다는 사실이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좋게 한다. 물론 개중에는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된 부분들 사이에 너무 비슷한 색으로 표현되서 알아보기 힘든 지도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게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안에는 그동안 전혀 생각치 못 했던 내용들도 담겨져 있다. 그간 강단사학계에서 긴가민가, 정정당당 대접받지 못 했던 역사들이 여기에는 자랑스럽게 실려 있다는 사실이 또 마음에 든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고구려의 최전성기를 표시한 지도라든가, 고려 시대 공험진을 포함한 동북 9성의 범위 등이 그려진 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런 사실들이 지도와 함께 다가오면서 우리는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먼저 이 책은 주인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초보자를 위한 한국사 개설서'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지도와 함께 그에 관련한 내용이 함께 하고 있어 읽는 사람은 거의 부담감없이 역사를 접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이 너무 어렵지도 않기에 기억하기도, 이해하기도 쉽다. 우리가 6년간 학교에서 배웠던 국사책의 내용을 토대로 그보다 조금 더 재미있고 새로운 내용들이 넛붙여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쉬운 역사, 재미있는 역사, 부담없는 역사가 책 첫장에서부터 읽는 이로 하여금 책을 계속 읽게 만든다. 조금 더 재미있는 국사책과 역사부도를 합친 책이라고 말하면 이 책에 대한 성격을 잘 나타낸 것이 아닐까?

그 다음은 폭넓은 사고와 서두르지 않는 역사 해설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첫장은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로 시작해 청동기시대까지 아우른 다음 고조선으로 넘어온다. 그런데 선사 시대에 대해서 논하면서 그 시각의 폭을 상당히 넓혔다. 그동안 지리적으로 막혀왔던 우리의 사고를 시원하게 넓혀주고 한반도가 아닌,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폭넓게 한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또한 세형동검, 비파형동검, 미송리식 토기 등 대표적인 고조선 시대 유물들을 근거로 고조선의 세력권을 표시하는 등 고고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좋은 모습이다.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를 재탕해서 전하는데 그친게 아니라 원사료를 그대로, 직접 해석해 생동감있는 역사를 전달한다는 점이 읽는 이로 하여금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지도에 경계선을 표시할때 선으로 절대 표시하지 않았다. 색이 들어간 면으로 처리한 것이 보기 좋았다. 고대에는 오늘날같이 지도상에 칼로 그은 것처럼, 자로 잰 것처럼 확실하게 영토가 나워져 있지 않았기에 선보다는 면으로 뭉뜽그려서 세력권을 표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하겠다. 특히 요서 일대만 하더라도 5세기를 지나면서 중원 세력과 붕방 세력, 고구려간의 완충지로 존재했기 때문에 그 일대에 대한 영토를 누구 것으로 딱 정해 표시하기가 어렵다. 1년 기준으로 변하는 지도를 그린다면 몰라도 말이다. 이는 한강 일대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만리장성 부근에 대한 경계선 표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의 모든 지도에 실선 아니면 점선으로 경계선이 그려져있어 주인장이 늘 아쉬웠는데 이번에 이 책에서는 그런 아쉬움을 말끔히 씻겨줬다.

쉽고 재미있고,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면서 멋들어진 지도까지 곁들인 책. 그야말로 초보자를 위한 최고의 역사 개설서가 아니겠는가. 더군다가 그 역사의 장은 고대사나 중세사에서 멈추지않고 근현대사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국사책 하권 끝까지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본다면 이 책은 비단 초보자뿐만 아니라 역사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단순히 쉽지만도 않고,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은 책. 중도(中道)를 걸었다고 해야 하나. 일반 대중들에게 이런 책이 많이 알려져야 우리 역사를 알리고 지키고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이런 류의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주인장이 김용만의 책을 즐겨보는 이유가 있다.

그 첫째는 새로움이며, 둘째도 새로움, 셋째도 새로움이다. 늘 남이 하지 않았던 분야를 연구하고 남이 보지 못하는 사료를 하나하나 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역사를 재해석한다. 이 책 역시 저자의 오랜 집필, 연구 스타일이 잘 배어져 있다 하겠다. 이 정도면 한번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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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9-1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지도책을 찾고 있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책 읽으면서 옛날 지명이 대체 어디 쯤인지 궁금했거든요

麗輝 2005-10-02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이 책을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아직까지도 이만한 책은 시중에 나와있지 않습니다.

marine 2005-10-0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사서 다 읽었어요 그냥 읽은 게 아니라 화이트 보드에 메모하면서 정말 열심히 읽었답니다 그런데 한쪽이 지도고 한쪽이 서술이다 보니 설명이 부족하다는 필연적인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책 한 권에 한국사 전체를 조망한다는 것도 무리지만, 절반이 지도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대략적인 개념 잡기는 좋았습니다

麗輝 2006-01-27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책 1권에 전문적인 내용을 전부 집어넣는다면 얼마든지 더 내용을 불릴 수 있겠지만, 적당한 양을 적절하게 싣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랍니다.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개념을 잡을 정도의 적정 수준의 내용만 옮겨놓았기에 이 책이 누구나 즐겨볼 수 있는 책이 될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
개빈 멘지스 지음, 조행복 옮김 / 사계절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뭐랄까. 주인장이 2004년, 군대에서 본 역사책 중 최고의 책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주인장이 2번씩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히 추천해 여러 사람들이 읽고 재미있고 새롭다고 말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인 개빈 맨지스는 정통 사학자도, 고고학자도 아니다. 그는 전직 해군 장교 출신의 아마추어 역사 연구자일 뿐이다. 하지만 그가 이 책에서 내세우는 주장들은 하나같이 파격적이고도 신선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그냥 넘길수 없는 무게있는 사실들이다. 거기에 주인장은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그는 그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장점, 남들이 갖고 있지 못 하는 그만의 장점인 해도를 정확하게 보고 천문을 읽을 줄 알며, 뱃사람의 생활을 했다는 것, 대영제국의 해군 장교로서 세계 도처의 수많은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었으며 실제 여러 역사적 장소들을 견학했던 그런 노하우들을 가지고 당당하게 이 책을 썼다. 이런 점들은 일반 사학자나 역사 연구자, 지도 연구자가 결코 누릴 수 없는 그만의 행복이요, 특권이었다. 그런 막강한 자료와 경험 앞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그만의 연구 성과가 집약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100% 다 맞으며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세계사는 전면 수정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기존 해양사나 세계사에 대한 여러 학설과 내용들과는 다른 충격적은 사실들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내용들이 주인장에게는 너무나도 신선하게 다가와서 이 책을 2004년, 군대에서 본 책 중 최고의 책으로 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분명 현행 학계는 이 책의 출판을 분기점으로 지금까지의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자성의 기회를 가져야만 할 것이다. 주인장은 꼭 그렇게 말하고 싶다.

저자는 영락제때 시행된 정화의 대원정을 중점적으로 보면서 그때 중국인들이 세계 일주를 했고, 그 결과물이 지도로 전해져 훗날 서양인들의 대항해 시대를 가능케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최초로 신대륙을 발견하고, 희망봉을 돌고, 세계 일주를 하고, 남-북빙양을 탐사한 기록들이 모두 중국인들이 행한 것으로 바뀌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학계의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들이 모두 거짓이 되는 것은 정신적 충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그의 학설은 현재 검증 중이지만 대단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가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주 간단하다.

어느날, 지도를 한장 입수했는데 세계 전도였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지도가 제작된 시기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전, 제임스 쿡의 세계 일주 이전이었던 것이다. 그럼 대체 이건 누가 그린 것이란 말인가? 상상에 의해 그렸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정확한 이 지도의 진위 여부 확인 결과, 진품임에 틀림없었다. 저자는 이 간단한 의문점에서 시작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던 것이다. 그 결과, 저자는 지도가 제작되기 이전 시기, 엄청난 규모의 원양해군을 보유하고 있었던 나라가 존재했음을 발견하고 그들의 흔적을 뒤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수많은 자료들을 통해 정화의 대함대가 이룬 위대한 업적을 하나하나 밝혀냈던 것이다.

주인장도 이 책을 보면서 뭔가로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彊理歷代國都之圖)', 흔히 '혼일강리도(混一彊理圖)' 라고 부르는 지도 역시 콜럼버스나 마젤란 등이 항해하기 이전에 작성된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지도는 조선 태종 2년(1402)에 만들어진, 예수회 신부 마테오 리치가 만든 곤여만국전도(1602)가 들어오기 전에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유일한 세계지도였다.

참고로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한 시기는 1488년으로서 유럽인들은 그 당시까지 아프리카 남쪽이 어떤 형태였는지도 몰랐지만 이 지도에는 놀랍도록 자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또한 훗날 제노아 사람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찾고는 인도라고 믿었던 시기가 1492년이었다. 이회는 이 지도를 만들기 위해 명에서 가져온 '성교광피도' 와 '혼일강리도' 를 합성하였고, 일본에도 사람을 두 차례나 보내 지도를 구하고, 실제조사를 하게 하였다고 한다. 그 정도로 자세하고 정확하게 그려진 이 지도는 대체 어떤 항해 기록을 근거로 만들어졌단 말인가.

어떤가. 대단히 황당하지 않은가? 어떻게 이런 간단한 생각조차 지난 수십세기 동안 아무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주인장은 이 책을 접하면서 강하게 뭔가로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유럽인들이 세계를 발견하고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는 그 시기보다 거의 100여년이나 앞서서 우리나라에는 대단히 정확한 세계지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그 지도의 근거가 될만한 항해 기록과 자료, 갖가지 지도 등이 조선 주변국들에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어째서 이런 모순에 가득찬 세계사를 배우면서, 가르치면서 누구 하나 의문을 품지 않았을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고 있는 것에서 출발해 이런 큰 성과를 올린 저자의 노력에 깊은 경의를 표하고 싶다. 물론 그가 일반 연구자와 달리 특수한 입장에 있었기에 그의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만약 그가 그 중요한 사실을 알고도 모른척 하고 넘겨버렸다면? 우리는 오늘날, 아니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런 어처구니없도고 중요한 사실들을 - 우리가 지금까지 철썩같이 믿어왔던 -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었을 것이 뻔하다. 앞으로 언제 이런 진실이 밝혀질지 전혀 생각지도 못한채 말이다.

내용 중에서 특히 주인장의 눈길을 유독 끄는 게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부상국에 대한 설명이었다. 흔히 상상의 나라라고 여겨졌던 부상국(扶桑國)을 저자는 중남미 일대로 지목하고 있었다. 중국의 전설에서 동쪽 바다 속에 있다고 일컬어지던 나라, 부상국. 그 부상국이 중남미 일대라니. 5~6세기 남조의 제나라에서 우연히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중국인의 증언 이후 중국 사서는 끊임없이 부상국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주인장 역시 단순히 상상의 나라로만 여겨왔던 부상국을 실제 국가로 주장하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더 나아가 그는 산해경(山海經)의 내용도 어느정도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설명하기까지 했다. 산해경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하자면 그 저자가 하(夏)나라 우왕(禹王) 또는 백익(伯益)이라고도 하지만 실제는 기원전 4세기 전국시대 후의 저작으로 보이며 한대(漢代) 초에는 이미 이 책이 있었던 듯하다. 특히 <해외경(海外經)> 이하에서는 먼 나라의 주민과 그에 관한 신화 · 전설을 많이 실었는데 그 내용이 자못 허황되고 신비스러운 것이 많아 상상 속의 소설처럼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책의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물론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나더라도 실제 신기한 광경을 보고 상상한 것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상상해 창조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고 했을때 저자의 주장은 충분히 인정받을만 하다.

그리고 또 하나가 중국이 세계 각지에 건설한 식민지와 마을의 흔적이었다. 중남미는 물론 동남아 각지에 수많은 식민 도시를 건설했던 흔적들을 저자는 고고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말하고 있다. 영락제 사후 적극적으로 추진된 해양 정책은 순식간에 중단되고 그 이전의 수많은 자료와 업적은 재정적 부담과 정책 변화라는 이유로 사라지고 불살라졌다. 그 와중에 얼마 남지 않은 문헌들과 지금까지 간과되어온 수많은 고고학적 흔적들을 가지고 저자는 역사를 재현해낸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그렇다쳐도 아프리카나 대서양 연안, 태평양 연안과 아메리카 대륙까지 그들의 전진 기지와 마을이 존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고도 새로운 사실들이 아닐까 한다.

이는 동남아는 물론 인도까지 세력권을 형성했던 백제의 예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약 600년전의 중국의 흔적도 그리 많지 않은 상태에서 무려 1,500년 이전 백제의 흔적을 찾는 일이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오늘날 백제가 대륙에 건설한 군현들이나 동남아 각국과의 교륙 기록등이 극소수 남아있는데 그 고고학적 기록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로 인해 엄연히 문헌에 존재하는 백제의 해외 영토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명 그건 실재했었다. 중국 문헌에 그 존재 여부가 남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그 실재 여부를 의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단, 관련 자료가 너무 희박한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주인장은 백제사 연구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려봤다. 우리나라에도 이 저자같은 사람이 단 1명이라도 있다면, 그래서 꾸준히 연구를 할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자산으로 남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인장은 백제사 연구자 중 이런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듣도보도 못 했다.

또한 이 책을 보면서 들었던 또 하나의 생각은 중국의 세계 발견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이면에는 백제인의 해상 활동이 숨어있다는 하나의 가설이었다. 비류백제 연구로 유명한 김성호라는 분이 계신다. 그 분이 한때 1,500년에 달하는 비류백제인의 역사에 대해 쓴 책이 있었다. 그 책에 의하면 비류백제는 고구려에서 떨어져나와 건국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급속도로 세력을 팽창시켜 동아시아의 바다를 제패했다고 한다. 그러나 건국후 400여년만에 광개토태왕의 고구려와 대립하다가 결국은 남정군에 의해 철저히 짓밟히고 이후 왜 열도로 건너가 일본 건국의 주축 세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자강 부근, 주산군도 일대에 잔존했던 백제인들은 백제 멸망 이후에도 줄곧 살아남아 그 지역에서 독자적인 해상 세력을 유지했다고 한다. 신라가 멸망하고,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될 때까지 살아남았던 그들은 이후 명나라 건국 이후 그 모습을 감추게 된다. 왜냐하면 명은 한때 동아시아 바다를 제패했던 고려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기에 새로 건국한 조선으로 하여금 절대 해상력을 키우지 못하게 억압했었다. 또한 해안가의 모든 세력을 탄압하고 그들은 내륙으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비류백제 세력이 소멸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그와 동시에 명나라에서는 항해와 관련된 각종 해양 서적이 쏟아지기 시작했으니 이는 비류백제인을 주축으로 하는 해양 세력의 노하우를 서적으로 작성해 대중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후 얼마 안되 정화의 대원정이 실시됐으니 이 얼마나 엄청난 역사적 사실이란 말인가. 김성호의 그 주장 역시 주인장에게는 상당히 설득력있고 자세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졌었다.

자고로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절대불변의 법칙이다. 그리고 명대에 그것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이 책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분명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에 반가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아울러 주인장에게는 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 책이었으며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책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분명히 알아둘 것이 있다. 명은 고려 - 동아시아 최대, 최강의 해상 제국 - 의 뒤를 이은 조선의 해상력을 너무나 두려워해 철저한 해금 정책을 펼쳤으며 왜구의 침입에 해안가가 초토화되어도 왜구 정벌같은 것은 꿈도 못 꿀 정도로 해상력이 약한 빈껍데기 제국이었다.

저자의 책을 보면 중국이 당시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거대한 규모의 해군을 보유한 최대, 최강의 해상 제국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지만 그 기간은 불과 20여년의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을 우리는 주지해야만 할 것이다. 백제로 대표되는 우리의 해양 진출사는 그 역사가 훨씬 더 길고 오래되었으며 세계사에 끼친 영향력도 더 많았을 것이라고 주인장은 서슴치않고 말할 수 있다. 명나라때 잠깐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비류백제인이라고 하는 당대 최고의 뱃사람들에게서 강제로 얻은 노하우가 없었으면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 비류백제인이 태평양을 누비며 바다를 지배하고 있을때 4세기 중국 최대의 해상 국가라고 불리던 오나라는 겨우 강상 수군만 거느렸던 코흘리개 하룻강아지였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한국사에서도 해양사가 주목받는 연구 주제로 자리잡아 그 진가를 발휘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화려하며 진실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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