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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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와 11분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첫째는 이게 어째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고 읽혀졌으며 왜 여기에 그토록 목 매이는가 하는 점이며, 두번째는 과연 이 책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하는 점이었다. 물론 그의 작품들은 이 둘 이외에도 훨씬 더 많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 악마와 미스 프랭 , 뽀뽀 상자 , 그리고 일곱번째 날...등) 하지만 그 중에서 주인장이 본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이 2권의 책이었다.

일단, 연금술사를 먼저 보면서 느낀 점은 이 작품이 톨스토이 단편선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쉽고 단순한 흥미를 유발하면서 부담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그런 책이라는 소리다. 세상, 더 넓게 말하면 우주에 대한 사고의 장을 넓혔다고 해야 하나, 확실히 기존 거수인들의 눈으로 봤을때는 대단해보일 법도 하다. 앞서 '애덤스미스 구하기'라는 책을 보면서 주인장이 서구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했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서구인의 사고 방식과 정신 체계에 있어서 코엘료의 작품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통하고 우주를 느끼고 삶의 이치를 깨닫는 과정. 문화 상대주의, 새옹지마라는 말이 어울릴법한 연금술사 내의 주인공의 길은 주인장같은 동양인의 눈에는 평범해보일 뿐이다. 얼마전 이 작품들을 보고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본 주인장은 이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대해서 보다 체계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연과 동화된 삶을 추구해온 동양인에게 자연과 분리된 삶을 추구해온 서양인의 삶은 분명히 이질적이다. 반대로 서양인의 눈에 자연과 동화되는 이질적인 우주관을 선보인 이 책은 서양인들에게 대단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장에게는 약간 생각을 요구하는 동화책,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이상의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 했다. 다시 말해 평범한 책이었다는 소리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1분은 더 난해하고 재미도 없고 감흥도 적은 책이었다. 앞에서 연금술사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인생의 진리와 새로운 우주관을 선보였던 작가는 이 작품에서는 성교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11분이라는 시간적 공간을 매개체로 한 여성의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성적 관점에서 묘사한 책이랄까? 주인장을 비롯한 군부대내의 많은 사람들은 이 책에 대해서 그다지 큰 점수를 주지 않는다. 요점인즉,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겠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도 잘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군인들 대다수가 문학적 감흥을 느낄만한 여유도, 환경도 되지 않는다는 상황을 고려한다해도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여자들은 달랐다. 당장 중년의 남성이 어떻게 어린 소녀에서부터 성숙한 여인에 이르기까지 여자의 심리 묘사를 이렇게 잘 할수가 있는지 신기해했다. 그밖에 여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감정적 요인과 코드가 일치하게 작용했는지 모른다. 그것까지는 주인장에게 있어 파악하기 힘든 요소인 것이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내용이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서 주인장에게 지루하다는 인상을 준 책이었다. 책장을 넘기면서도 그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주인장은 그런 경험을 계속 했다. 평소 이런 문학 작품을 즐겨보지도, 좋아하지도 안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지만 주인장에게는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문제였었다.

그럼 다시 돌아가보자. 파올로 코엘료는 그의 책에서 일반인들의 내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천재적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주인장은 그의 작품을 잘 본것도 아니고 부시대통령처럼 휴가때 그의 책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그의 열렬한 팬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본 2편의 작품에서 느낀 점은 그가 서구인들에게는 말로 하기 힘든 그런 영적 감흥을 느끼게 해줬다는 것이다. 아무리 서구인의 정신 체계가 논리적이고 독립적이고 분리적인 것에 익숙해있다고 하더라도 동시대 동양인인 주인장이 그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낀다는 것은 그의 글 쓰는 솜씨가 대단하다고밖에 여겨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는 이런 일련의 작품에서 물질주의에 만연한, 삭막하고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서정적이고도 부드러운 정신적 보충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 연금술사에서는 동양적 사고 방식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서구문명의 한계에서 오는 문제점을 팔티할 수 있는 법을 제시했고 11분에서는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필치로 한 여인을 등장시켜 여성과 남성이라는 두 집단간의 심리 묘사뿐만 아니라 기존에 알고 있는 성에 대한 관념을 아름답게 승화시켜 표현했다. 그 안에서 양특은 타협하고 그 안에서 중용의 덕을 깨닫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한여인의 삶에 대한 묘사가 이런 철학적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할 따름이다. 인생의 오묘한 진리가 느껴질 뿐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문화 심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같이 읽은후에 쓴 이 서평은 주인장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아울러 문학세계에서의 양자가 느끼는 코드와 문화적 공통점에서 인류라고 하는 보다 큰 범주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해주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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