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선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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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에 미친 바보'

제목이 마음에 와 닿았다. 주인장도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해서 어떨때는 방에 틀어박혀 일주일간 10여권의 책을 독파하기도 할 정도인데 그렇다고 봤을때 주인장도 이런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다. 책만 보고, 공부만 하는 사람. 그래서 군생활을 하는내내 주위에서는 음악도 좀 듣고 운동도 좀 하고 TV도 좀 보라고 하면서 사람이 사는데 있어 어떻게 책만 보고 살 수가 있냐고들 했었다. 그런 주인장이였기에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책을 꼭 보고 싶었다. 그래서 부대에 있을때 신문에서 이 책을 보고 휴가나와서 읽었던 것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박학다식했던 인물 이덕무가 쓴 다양한 글을 정리해놓은 책이다. 이덕무에 대해 이 책을 읽기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잘 몰랐기 때문에 여기에 잠깐 이덕무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이덕무는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 중 한사람으로 박지원ㆍ박제가ㆍ유득공 등과 교유하면서 한시사가로 청나라에까지 그 명성을 떨칠 만큼 뛰어난 문장가였으며, 박학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대학자였다고 한다. 연암 박지원의 말에 따르면 이덕무는 평생 2만 권의 책을 읽었으며, 손수 수백 권의 책을 필사했는데 아무리 바빠도 속자(俗子)를 쓴 것이 한 글자도 없었다니 정말 혀가 다 내둘러지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스스로 자신은 말씨가 어눌하고 성품은 졸렬하고 게을러 세상 일을 알지 못하고 오직 어릴때 부터 책 보는 일만을 즐거움으로 삼아 하루도 책을 손에서 놓았던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에 마음이 맞는 사람과 얘기를 하면 절로 신이나 심중의 얘기를 꺼내놓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대방과 마음도 맞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억지로 장단을 맞춰주지도 못해서 수십년 살아오면서 사람 사귀는 법 하나 제대로 못 배웠다고 하기까지 한다. 어떤가? 이덕무라는 사람에 대한 대략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가?

하물며 그는 책을 읽다 심오한 뜻을 깨우치기라도 하면 매우 기뻐하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하기도 하였는데 그 소리가 마치 갈가미귀 우짖는 듯하였고 아무소리 없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때로는 꿈꾸는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였기에 주변에서는 그를 가리켜 '책에 미친 바보(간서치:看書痴)라고 불렀다고 한다. 웃음이 나올법한 상황이다.

이 책에는 그가 평생 써온 편지, 서평, 공부하고 책 보는 법, 인생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고 쓴 글, 여행 중에 쓴 글 등 다양한 종류의 글이 실려있다. 그가 상당히 어렸을 때부터 글을 깨우치고 책을 보면서 평생을 책과 더불어 살았는데 그를 통해서 당시 조선시대 선비들에 대해 또 다른 면을 엿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 후기, 책만 보고 세상살이와 무관한 삶을 살았기에 겉모습만 허울좋은 양반이었지, 돈에 쫓겨 쌍놈들에게 족보를 써주고 돈을 벌어 살았다고 알고 있는 양반의 모습을 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말 그대로 청아하고 박학다식하며 인생의 정수를 학문을 통해 깨우친 사대부였으며 그 지식과 지혜의 깊이가 대단히 깊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평소 '배고픔과 추위, 근심과 번뇌 그리고 기침을 잊기 위해 책을 읽었다'고 말하던 그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집에 있는 가장 좋은 물건이었던 '맹자'를 200전에 팔아 밥을 해먹고 이를 자랑하자 친구인 유득공이 '좌씨전'을 팔아 술을 사줬다는 대목에서는 그가 주인장이 기존에 알고 있던 답답하고 꽉 막히고 지루한 선비가 아니었음을 알게 해 주었다. 아울러 주인장이 많이 느낀 부분은 집이 가난해 변변한 책이 있을 리 없었던 그가 대개는 아는 이들에게 빌려 읽었는데 귀한 책이라도 그이가 빌려달라고 하면 사람들은 '책을 두고 자네의 눈을 거치지 않으면 그 책을 무엇에 쓰겠는가?'라며 책을 선뜻 내줬다고 하는 부분이었다. 이덕무라고 하는 사람의 인품과 학식을 가장 잘 대변하는 부분이 이 대목이 아닌가 싶었다.

보는 내내 주인장으로 하여금 상쾌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정도의 신선함을 안겨 주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처음 보는데서 오는 참신함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기존에 갖고 있던 조선시대 사대부들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해줬다는 점과 이덕무라고 하는 사람의 인물 됨됨이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책은 주인장의 강력추천으로 친구가 보고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봐도 전혀 거부감이 없을 정도의 깔끔하고 간결한 문체와 그의 사상이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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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 바보가 된 고구려 귀족
임기환 기획, 이기담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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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이 군인으로 읽은 마지막 책이 이 2권이다. 말년휴가를 나와서 이것저것 책을 사고 부대에 가져갔다가 읽었는데 우선 책을 다 읽은 느낌을 말한다면 책이 재미있고, 어렵지 않아 읽는데 부담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단 주인장이 고려사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려 통사 개설서가 필요했는데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알게 되어 역동적 고려사를 사게 되었고 온달, 바보가 된 고구려 귀족(이하 온달로 지칭하겠다)은 기존부터 어느정도 윤곽은 잡고 있었지만 참신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책이 있어서 사게 되었다. 그리고 2권의 책을 다 본 지금은 대단히 만족스럽고 흡족하다.

역동적 고려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려에 대해 일관된 입장으로 서술한 통사다. 노태돈의 '고구려사 연구'처럼 다분히 학문적으로 연구 중심적의 내용도 아니었으며 김용만의 '고구려의 발견'처럼 다양한 사실을 포괄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고려사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내는데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 역사연구가가 쓴 왕조실록 시리즈처럼 허무맹랑하게 자신의 주관적인 개념만 잔뜩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적과 원사료와 각종 학술논문 등을 토대로 책을 완성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역사 공부를 한다는 차원에서도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주인장이 고려사에 대해 일관된 틀을 짜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아울러 온달은 역사 연구가가 기획하고 역사 소설가가 글을 쓴 독특한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보는 내내 신선하고 참신하다는 생각을 멈추지 못 했다. 온달에 대해서는 기존의 학술서적이나 논문을 통해서 어느정도 개념을 잡고 있었지만 역사적인 접근만 했었지 국문학적, 설화적인 접근은 이 책을 통해서 최초로 시도해봤다. 그 결과 기존에 주인장이 알고 있었던 온달에 대한 개념에 변화가 생겨난 것이 사실이며 그가 오늘날까지 천수백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잊혀지지 않고 언급된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2권의 책을 동시에 언급한 이유는 모두 그렇게 가볍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무겁지 않은 책들이며 또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하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흔히 역사라고 하면 무겁고 딱딱하고 배우기 어려운 학문을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는데 이 책들은 그런 개념과는 동떨어진, 그야말로 재미있고 읽기 좋은 책들이었다. 아무리 좋고 중요한 역사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만큼 학문적 중요성과 소설적 재미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 이 2권의 책은 역사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첫 지침서로 좋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방송가에는 사극이 또 하나의 인기 트랜드로 작용하고 있는데 기존의 조선사, 그것도 왕조 중심의 시대사만 언급하던 사극에서 벗어나 요즘에는 남북국시대, 고려시대 등 다양한 배경의 다양한 인물을 중점적으로 다룬 사극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그런 현상은 퓨전이라는 형식에 걸맞게 기존 사극과 전혀 다른 새로움을 우리에게 선사하게 되고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분들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 여성들도 사극의 팬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미 홍길동, 허준, 홍국영, 대장금, 임꺽정, 상도 등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주제를 다룬 사극이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에는 민족 최고의 영웅 이순신을 다룬 '불멸의 이순신'과 장보고를 소재로 다룬 '해신'이 방영되어 연일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현재 방영중인 두 프로그램은 극과 극인 평을 받지만 주인장은 양쪽 다 역사 알리기에 좋은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사실 해석과 전달에 치중하다보면 다소 정통 사극의 길을 걷게 마련이고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해 극적 효과를 강조한다면 퓨전 사극의 길을 걷게 마련인데 이 양자가 어느정도 절충하는 부분에서는 좋게 이해되어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더이상 역사책이나 역사소설에도 변화를 겪게 되었는데 더 이상 역사책은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게 되고, 역사소설은 더 이상 허무맹랑한 극적 효과만 강조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변화에 걸맞는 가장 적당한 책이 이 두권이 아닌가 생각하며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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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 고려사 - 몽골 세계제국에도 당당히 맞선 고려의 오백 년 역사
이윤섭 지음 / 필맥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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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이 군인으로 읽은 마지막 책이 이 2권이다. 말년휴가를 나와서 이것저것 책을 사고 부대에 가져갔다가 읽었는데 우선 책을 다 읽은 느낌을 말한다면 책이 재미있고, 어렵지 않아 읽는데 부담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단 주인장이 고려사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려 통사 개설서가 필요했는데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알게 되어 역동적 고려사를 사게 되었고 온달, 바보가 된 고구려 귀족(이하 온달로 지칭하겠다)은 기존부터 어느정도 윤곽은 잡고 있었지만 참신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책이 있어서 사게 되었다. 그리고 2권의 책을 다 본 지금은 대단히 만족스럽고 흡족하다.

역동적 고려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려에 대해 일관된 입장으로 서술한 통사다. 노태돈의 '고구려사 연구'처럼 다분히 학문적으로 연구 중심적의 내용도 아니었으며 김용만의 '고구려의 발견'처럼 다양한 사실을 포괄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고려사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내는데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 역사연구가가 쓴 왕조실록 시리즈처럼 허무맹랑하게 자신의 주관적인 개념만 잔뜩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적과 원사료와 각종 학술논문 등을 토대로 책을 완성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역사 공부를 한다는 차원에서도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주인장이 고려사에 대해 일관된 틀을 짜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아울러 온달은 역사 연구가가 기획하고 역사 소설가가 글을 쓴 독특한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보는 내내 신선하고 참신하다는 생각을 멈추지 못 했다. 온달에 대해서는 기존의 학술서적이나 논문을 통해서 어느정도 개념을 잡고 있었지만 역사적인 접근만 했었지 국문학적, 설화적인 접근은 이 책을 통해서 최초로 시도해봤다. 그 결과 기존에 주인장이 알고 있었던 온달에 대한 개념에 변화가 생겨난 것이 사실이며 그가 오늘날까지 천수백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잊혀지지 않고 언급된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2권의 책을 동시에 언급한 이유는 모두 그렇게 가볍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무겁지 않은 책들이며 또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하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흔히 역사라고 하면 무겁고 딱딱하고 배우기 어려운 학문을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는데 이 책들은 그런 개념과는 동떨어진, 그야말로 재미있고 읽기 좋은 책들이었다. 아무리 좋고 중요한 역사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만큼 학문적 중요성과 소설적 재미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 이 2권의 책은 역사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첫 지침서로 좋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방송가에는 사극이 또 하나의 인기 트랜드로 작용하고 있는데 기존의 조선사, 그것도 왕조 중심의 시대사만 언급하던 사극에서 벗어나 요즘에는 남북국시대, 고려시대 등 다양한 배경의 다양한 인물을 중점적으로 다룬 사극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그런 현상은 퓨전이라는 형식에 걸맞게 기존 사극과 전혀 다른 새로움을 우리에게 선사하게 되고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분들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 여성들도 사극의 팬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미 홍길동, 허준, 홍국영, 대장금, 임꺽정, 상도 등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주제를 다룬 사극이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에는 민족 최고의 영웅 이순신을 다룬 '불멸의 이순신'과 장보고를 소재로 다룬 '해신'이 방영되어 연일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현재 방영중인 두 프로그램은 극과 극인 평을 받지만 주인장은 양쪽 다 역사 알리기에 좋은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사실 해석과 전달에 치중하다보면 다소 정통 사극의 길을 걷게 마련이고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해 극적 효과를 강조한다면 퓨전 사극의 길을 걷게 마련인데 이 양자가 어느정도 절충하는 부분에서는 좋게 이해되어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추세에 맞추어 더이상 역사책이나 역사소설에도 변화를 겪게 되었는데 더 이상 역사책은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게 되고, 역사소설은 더 이상 허무맹랑한 극적 효과만 강조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변화에 걸맞는 가장 적당한 책이 이 두권이 아닌가 생각하며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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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대 복식
박선희 지음 / 지식산업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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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1년전 김용만 선생님의 소개 때문이다. 단국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대학교 대학원 석사, 국립 대만 사범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저자는 현재 상명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사학과 교수이며 상명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학과장 겸 대학원 한국학과 학과장, 사회과학부 사학전공 주임교수로 재직중이다. 특히 한(漢)나라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던 저자는 일반 복식사를 연구하는 사람들보다 중국사에 밝기 때문에 교류사나 기타 분야에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한 복식사를 잘 정리한 제대로 된 책이라는 얘기를 듣고 주인장 역시 이 책을 보게 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주인장이 복식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딱히 이쪽으로 공부를 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순전히 '고대 한국의 갑옷'에 대한 부분이 있어서였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고구려의 유명한 철갑기병에 대해서 사람들은 3세기 즈음 북방 유목사회와 북중국 일대의 영향을 받아 시작되었다는 것이 기존의 통설이었었다. 물론 삼국사기에도 실질적인 기록은 3세기대인 동천태왕조가 최초이지만 그 이전부터 꾸준히 철갑기병과 그와 관련된 기간산업은 발전해 왔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주인장이였기에 이 책을 통해서 보다 자세하고 확고한 결심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극히 만족하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우선 북중국이나 북방 일대에서 전래된 여러 복식 문화가 한국 복식문화의 근간을 이루었다는 기존 통설에 정면으로 맞선다. 가죽, 마직물, 모직물, 사직물, 면직물등 여러 종류의 옷감은 물론 관모, 웃옷과 겉옷, 바지와 치마, 신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복식, 마지막으로 상고시대부터 고대시대까지의 갑옷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펴내고 있다. 우선 그 다양성과 여러 자료들의 방대함에 신뢰성이 가지 않을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책을 읽어나가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상식들을 깰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우선 저자의 주된 주장은 모든 복식 문화가 자생발생했으며 오히려 거꾸로 북방이나 중국 일대로 전래되었다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저자의 도전이 얼마나 대담한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저자의 도전이 무리해보이지 않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그녀가 제시한 다양한 자료들 때문일 것이다.

우선 상고시대, 즉 단군조선때부터 우리 민족은 다양한 청동제, 철제 장신구와 도구를 사용했으며 그 안에서 수준높은 모직물이나 가죽 제품들을 사용했다고 한다. 역대 중국사서만 보더라도 그들은 돼지 가죽으로 옷을 해입었던 숙신이나 각종 가죽, 모직물을 입고 지냈던 주변 세력들을 사이(四夷)로 규정해서 비하하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이런 이유는 아마도 짐승의 털가죽을 입고 지냈던 주변 세력들의 복식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인장은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인들이 한겨울 추운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서 그들도 모직물이나 가죽 제품을 입었을 꺼라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비하하고 더럽게 느끼는 주변 민족들에게서 그 제품들을 수입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수 밖에 없었으며 문화 전파도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준에 있어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저자는 고대한국사회와 북방사회, 중국사회의 문명사적 우위를 가늠하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초적인 옷감에서부터 시작해서 복식사적인 측면에서 봤을때도 고대 한국사회의 복식 수준은 다른 문명권에 비해 우수했으며 또한 문화 전파의 중심에 있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갑옷에 대한 부분은 주인장이 처음부터 잔뜩 기대를 하고 봤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대단히 좋은 자료들로 가득했다. 아주 오래전, 단군조선때부터 이미 우리는 뼈, 가죽, 청동, 철 등의 다양하고도 수준높은 재료들을 가지고 갑옷이나 무기류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단군조선의 수준은 당시 동아시아에서 가장 획기적이었고 수준높은 것이었는데 거대제국 한(漢)이 1년 넘게 단군조선을 공격했으나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도(전쟁에서는 승리했다) 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문화는 고스란히 열국시대를 거쳐 삼국시대로까지 이어지니 고대 왕조들이 번성했던 이유를 저절로 알 수 있어 좋았다. 그동안 막연히 생각만 가지고 있던 부분들에 대해서 좋은 지침을 전해준 부분이었다.

하지만 중화문명과의 교류 혹은 문화 전파의 측면에 대해서는 저자의 입장을 따르는 편이지만 북방 문화와의 교류에 대해서는 주인장은 조금 회의적이다. 일단 저자는 주인장이 금관문화라고 규정짓는 김씨 신라 시대의 문화에 대해서도 자생발생적으로 보고 있다. 주인장은 이 금관문화에 대해서는 누누히 말하지만 문화 전파나 문화 충격에 의한 획기적인 결과물로 보고 있는데 학계의 통설은 자생발생설 쪽인 상태이다.

저자 역시 이런 의견에 충실한데 저자가 제시하는 증빙 자료들도 물론 어느정도 일리는 있긴 하지만 단기간에 신라 사회 전체에 금관문화가 폭발적으로 생성된 계기나 4~6세기 사이에 번성하고 이후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지는 못 했다고 생각한다. 각 문명권마다 보편적인 문화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그 각각의 세분화된 부분은 특수화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간과하는 모습이 없지만은 않다. 예를 들면 북방 문명권과 한국 문명권과의 연계성을 설명하는데 자주 등장하는 버클과 허리띠에 대한 문제만 해도 그렇다. 너무 자생발생설 쪽으로 주장을 하다보니 다른 의견에 대한 진로를 원천봉쇄한게 아닐까 한다.

또한 윤내현 선생님의 영향 덕분인지 사국시대(가야 포함)라든가, 여러나라시대(열국시대)라는 명칭이라든가, 상고시대의 문헌 검토 등에 있어서 편향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웠다. 덧붙여 주인장이 특히 아쉬웠던 부분들은 동물의 가죽과 모직물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사료에서 나타나는 기록들을 무분별하게 수용한 점이었다. 예를 들어 '흰 사슴을 쏘아 맞혔다'라는 식의 기록이 있으면 이것이 상징적인 기록인지, 실제 기록인지의 검토 여부없이 그 지역은 흰 사슴이 나며 그 가죽으로 모직물을 만들었다라는 식의 논리 전개를 해나간 점이었다. 특히 삼국사기의 사냥 기록들은 이런 부분에서 주의깊게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분류가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조금 안타까웠다.

일부 편향된 시각, 너무 자생발생설쪽으로 의견을 전개하는 점, 사료 해석의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대단히 잘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고대복식사에 하나의 지침서로 활용되기에도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통해서 복식사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별력을 가지고만 본다면 괜찮은 책이라고 다시 한번 말하면서 이만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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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9-1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를 정말 성실하게 잘 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됩니다 죄다 보관함에 넣어야 할 책들 뿐이네요 한국사를 참 좋아하시나 봐요?

麗輝 2005-10-02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사 뿐만 아니라 역사라면 대개 다 좋아하는 편이지요. 아무래도 고고학을 전공하다 보니까 그렇게 될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키루스 2세 - 페르시아의 태양
기 라셰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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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 필연인지 주인장이 얼마전 알렉산더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구입한 책이 2권 있었다. 바로 '알렉산드로스의 음모' 라는 책과 바로 이 책이 그것들이다. 페르시아와 마케도니아에 대한 지식이 일천했던지라 영화를 보고난 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 책을 샀는데 주인장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페르시아의 태양 키루스 2세' 였었다.

일단 이 인물에 대해서 주인장이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 인물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지적 호기심이 그 첫번째였으며 페르시아 왕실 계보는 물론 그 역사에 대해서도 잘 몰랐던 것이 그 두번째였고 마지막으로 이 책의 구성이 캐러밴들 사이에서의 야담(野談)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천일야화(天日夜話)로 알려져 있는 '아라비안 나이트' 와도 같은 이슬람 문명권 고유의 이야기 속에서 키루스 2세라고 하는 전설적인 인물에 대한 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니 책을 읽기 전부터 자못 흥분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어쨌든, 책의 첫장을 열었던 주인장은 단숨에 책을 읽어나갔는데 결과부터 말한다면 대단히 재미있게 이 책을 읽었다고 말하고 싶다.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한다면 '바가다테스' 라고 하는 굉장히 지적이고 페르시아 궁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음유 시인이 사르디스에서 캐러밴을 만나 수사까지 이르는 28일간의 여행길에서 캐러밴의 일행들과 나누는 이야기들로 이뤄져 있다. 그 안에는 메디아인, 페르시아인은 물론 유대인까지 다양한 출신을 가진 사람들이 동행하게 되고 그들은 각자 서로 다른 신과 사상, 정신 세계를 갖고 있지만 페르시아 제국에 속한 백성으로서 모두 동등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바가다테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때로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들과 다른 이야기도 하고 그들과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하면서 그들이 저녁마다 나누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되는데 키루스의 출생부터 그의 죽음까지 폭넓게 묘사하고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모든 민족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인지, 아니면 북방 유목민족 특유의 전설 혹은 관습때문인지 언제나 위대한 제왕이나 영웅은 비슷한 구조의 전설 혹은 이야기를 남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키루스 2세 역시 그러한데, 그는 장차 태어날 손자가 자신의 왕위를 위협하게 되리라는 신탁을 받은 그의 외할아버지(당시 그 세계 최강국이었던 메디아왕국의 왕)에 의해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죽을 운명에 처해졌다. 하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게된 그는 왕족이 아닌, 들판의 유목민족들과 함께 살면서 건장하게 자라난다. 그리고 여러 그리스 신화에서 나타나듯이(흡사 오이디푸스처럼) 신들의 도움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모를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되고 곧 원래의 권위를 되찾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왕의 자리에 올라 거대한 제국을 이룬 그를 역사는 두고두고 칭송하게 된 것이다. 마치 부여의 동명왕이나 고구려의 추모왕 건국설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독자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여러 유목민족들과 함께 한 키루스 2세는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되고 훗날 그들은 키루스 2세가 제국을 건설하고 확장하는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된다. 영웅의 등장과 그를 돕는 호걸들에 대한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안에서 키루스 2세라는 인물을 둘러싼 전설과 각종 기록과 역사를 다양하게 접하고 이 안에서 소설적 형식을 가미해 독자들의 이해심을 돕고 있다. 헤로도토스가 남긴 기록을 기초로 하되, 그에 대한 각종 전설이나 신화적인 내용들을 빠지지 않고 이 안에 적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라시드 앗딘이 칭기즈칸과 그의 일족에 대해 적은 서사시 '부족지' 와 '칭기즈칸기' 와는 또 다른 기분을 맛볼 수 있으며 이규보가 남긴 '동명왕편' 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안 그래도 '고주몽' 이라고 하는 추모왕에 대한 역사소설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책을 쓴 기 라셰는 고대 그리스어와 히브리어, 라틴어, 아시리아어 등에 정통한 인물로서 그리스 문명과 고대 문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대작가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자료 역시 폭넓고 다양하고 자세했으며 그것들은 책 안에서 하나로 융합되어 멋드러지게 묘사되고 있었던 것이다. 번역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고대문명과 역사, 고고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에 놀랄 것이며 또한 그것들을 대중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그의 필치에 놀랄 것이다. 역사에 대한 책임감과 비약적인 상상력을 절묘하게 조화시킴으로써 전설과 역사가 공존하는 이 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그는 키루스 2세라는 인물 개인적인 생활과 일생에 대한 묘사를 주로 했기 때문에 정복이나 전투, 국가 경영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배제한듯 했다. 그가 살면서 만난 수많은 여인들과 친구들, 그리고 전우와 동지들, 적들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서 그가 지니고 있던 개인적인 고뇌, 그의 사상과 종교적 신앙심에 대한 부분, 그가 제국을 경영하면서 가지고 있던 포부와 모든 민족을 동등한 페르시아 제국민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이 책에서 자세하게 드러나 있었다. 마치 알렉산더에 대한 묘사와 너무나도 흡사했기에 더욱 놀라웠던 키루스 2세에 대한 이 역사소설을 주인장은 다른 이들에게 한번쯤 읽어보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지루하지도 않고 재미있으며 길지도 않는 분량을 가진 이 책에서 여러분들은 역사 소설의 참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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