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 복식
박선희 지음 / 지식산업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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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1년전 김용만 선생님의 소개 때문이다. 단국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대학교 대학원 석사, 국립 대만 사범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저자는 현재 상명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사학과 교수이며 상명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학과장 겸 대학원 한국학과 학과장, 사회과학부 사학전공 주임교수로 재직중이다. 특히 한(漢)나라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던 저자는 일반 복식사를 연구하는 사람들보다 중국사에 밝기 때문에 교류사나 기타 분야에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한 복식사를 잘 정리한 제대로 된 책이라는 얘기를 듣고 주인장 역시 이 책을 보게 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주인장이 복식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딱히 이쪽으로 공부를 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순전히 '고대 한국의 갑옷'에 대한 부분이 있어서였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고구려의 유명한 철갑기병에 대해서 사람들은 3세기 즈음 북방 유목사회와 북중국 일대의 영향을 받아 시작되었다는 것이 기존의 통설이었었다. 물론 삼국사기에도 실질적인 기록은 3세기대인 동천태왕조가 최초이지만 그 이전부터 꾸준히 철갑기병과 그와 관련된 기간산업은 발전해 왔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주인장이였기에 이 책을 통해서 보다 자세하고 확고한 결심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극히 만족하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우선 북중국이나 북방 일대에서 전래된 여러 복식 문화가 한국 복식문화의 근간을 이루었다는 기존 통설에 정면으로 맞선다. 가죽, 마직물, 모직물, 사직물, 면직물등 여러 종류의 옷감은 물론 관모, 웃옷과 겉옷, 바지와 치마, 신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복식, 마지막으로 상고시대부터 고대시대까지의 갑옷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펴내고 있다. 우선 그 다양성과 여러 자료들의 방대함에 신뢰성이 가지 않을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책을 읽어나가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상식들을 깰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우선 저자의 주된 주장은 모든 복식 문화가 자생발생했으며 오히려 거꾸로 북방이나 중국 일대로 전래되었다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저자의 도전이 얼마나 대담한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저자의 도전이 무리해보이지 않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그녀가 제시한 다양한 자료들 때문일 것이다.

우선 상고시대, 즉 단군조선때부터 우리 민족은 다양한 청동제, 철제 장신구와 도구를 사용했으며 그 안에서 수준높은 모직물이나 가죽 제품들을 사용했다고 한다. 역대 중국사서만 보더라도 그들은 돼지 가죽으로 옷을 해입었던 숙신이나 각종 가죽, 모직물을 입고 지냈던 주변 세력들을 사이(四夷)로 규정해서 비하하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이런 이유는 아마도 짐승의 털가죽을 입고 지냈던 주변 세력들의 복식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인장은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인들이 한겨울 추운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서 그들도 모직물이나 가죽 제품을 입었을 꺼라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비하하고 더럽게 느끼는 주변 민족들에게서 그 제품들을 수입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수 밖에 없었으며 문화 전파도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준에 있어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저자는 고대한국사회와 북방사회, 중국사회의 문명사적 우위를 가늠하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초적인 옷감에서부터 시작해서 복식사적인 측면에서 봤을때도 고대 한국사회의 복식 수준은 다른 문명권에 비해 우수했으며 또한 문화 전파의 중심에 있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갑옷에 대한 부분은 주인장이 처음부터 잔뜩 기대를 하고 봤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대단히 좋은 자료들로 가득했다. 아주 오래전, 단군조선때부터 이미 우리는 뼈, 가죽, 청동, 철 등의 다양하고도 수준높은 재료들을 가지고 갑옷이나 무기류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단군조선의 수준은 당시 동아시아에서 가장 획기적이었고 수준높은 것이었는데 거대제국 한(漢)이 1년 넘게 단군조선을 공격했으나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도(전쟁에서는 승리했다) 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문화는 고스란히 열국시대를 거쳐 삼국시대로까지 이어지니 고대 왕조들이 번성했던 이유를 저절로 알 수 있어 좋았다. 그동안 막연히 생각만 가지고 있던 부분들에 대해서 좋은 지침을 전해준 부분이었다.

하지만 중화문명과의 교류 혹은 문화 전파의 측면에 대해서는 저자의 입장을 따르는 편이지만 북방 문화와의 교류에 대해서는 주인장은 조금 회의적이다. 일단 저자는 주인장이 금관문화라고 규정짓는 김씨 신라 시대의 문화에 대해서도 자생발생적으로 보고 있다. 주인장은 이 금관문화에 대해서는 누누히 말하지만 문화 전파나 문화 충격에 의한 획기적인 결과물로 보고 있는데 학계의 통설은 자생발생설 쪽인 상태이다.

저자 역시 이런 의견에 충실한데 저자가 제시하는 증빙 자료들도 물론 어느정도 일리는 있긴 하지만 단기간에 신라 사회 전체에 금관문화가 폭발적으로 생성된 계기나 4~6세기 사이에 번성하고 이후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지는 못 했다고 생각한다. 각 문명권마다 보편적인 문화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그 각각의 세분화된 부분은 특수화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간과하는 모습이 없지만은 않다. 예를 들면 북방 문명권과 한국 문명권과의 연계성을 설명하는데 자주 등장하는 버클과 허리띠에 대한 문제만 해도 그렇다. 너무 자생발생설 쪽으로 주장을 하다보니 다른 의견에 대한 진로를 원천봉쇄한게 아닐까 한다.

또한 윤내현 선생님의 영향 덕분인지 사국시대(가야 포함)라든가, 여러나라시대(열국시대)라는 명칭이라든가, 상고시대의 문헌 검토 등에 있어서 편향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웠다. 덧붙여 주인장이 특히 아쉬웠던 부분들은 동물의 가죽과 모직물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사료에서 나타나는 기록들을 무분별하게 수용한 점이었다. 예를 들어 '흰 사슴을 쏘아 맞혔다'라는 식의 기록이 있으면 이것이 상징적인 기록인지, 실제 기록인지의 검토 여부없이 그 지역은 흰 사슴이 나며 그 가죽으로 모직물을 만들었다라는 식의 논리 전개를 해나간 점이었다. 특히 삼국사기의 사냥 기록들은 이런 부분에서 주의깊게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분류가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조금 안타까웠다.

일부 편향된 시각, 너무 자생발생설쪽으로 의견을 전개하는 점, 사료 해석의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대단히 잘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고대복식사에 하나의 지침서로 활용되기에도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통해서 복식사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별력을 가지고만 본다면 괜찮은 책이라고 다시 한번 말하면서 이만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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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9-1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를 정말 성실하게 잘 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됩니다 죄다 보관함에 넣어야 할 책들 뿐이네요 한국사를 참 좋아하시나 봐요?

麗輝 2005-10-02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사 뿐만 아니라 역사라면 대개 다 좋아하는 편이지요. 아무래도 고고학을 전공하다 보니까 그렇게 될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