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루스 2세 - 페르시아의 태양
기 라셰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우연인지, 필연인지 주인장이 얼마전 알렉산더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구입한 책이 2권 있었다. 바로 '알렉산드로스의 음모' 라는 책과 바로 이 책이 그것들이다. 페르시아와 마케도니아에 대한 지식이 일천했던지라 영화를 보고난 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 책을 샀는데 주인장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페르시아의 태양 키루스 2세' 였었다.

일단 이 인물에 대해서 주인장이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 인물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지적 호기심이 그 첫번째였으며 페르시아 왕실 계보는 물론 그 역사에 대해서도 잘 몰랐던 것이 그 두번째였고 마지막으로 이 책의 구성이 캐러밴들 사이에서의 야담(野談)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천일야화(天日夜話)로 알려져 있는 '아라비안 나이트' 와도 같은 이슬람 문명권 고유의 이야기 속에서 키루스 2세라고 하는 전설적인 인물에 대한 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니 책을 읽기 전부터 자못 흥분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어쨌든, 책의 첫장을 열었던 주인장은 단숨에 책을 읽어나갔는데 결과부터 말한다면 대단히 재미있게 이 책을 읽었다고 말하고 싶다.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한다면 '바가다테스' 라고 하는 굉장히 지적이고 페르시아 궁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음유 시인이 사르디스에서 캐러밴을 만나 수사까지 이르는 28일간의 여행길에서 캐러밴의 일행들과 나누는 이야기들로 이뤄져 있다. 그 안에는 메디아인, 페르시아인은 물론 유대인까지 다양한 출신을 가진 사람들이 동행하게 되고 그들은 각자 서로 다른 신과 사상, 정신 세계를 갖고 있지만 페르시아 제국에 속한 백성으로서 모두 동등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바가다테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때로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들과 다른 이야기도 하고 그들과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하면서 그들이 저녁마다 나누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되는데 키루스의 출생부터 그의 죽음까지 폭넓게 묘사하고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모든 민족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인지, 아니면 북방 유목민족 특유의 전설 혹은 관습때문인지 언제나 위대한 제왕이나 영웅은 비슷한 구조의 전설 혹은 이야기를 남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키루스 2세 역시 그러한데, 그는 장차 태어날 손자가 자신의 왕위를 위협하게 되리라는 신탁을 받은 그의 외할아버지(당시 그 세계 최강국이었던 메디아왕국의 왕)에 의해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죽을 운명에 처해졌다. 하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게된 그는 왕족이 아닌, 들판의 유목민족들과 함께 살면서 건장하게 자라난다. 그리고 여러 그리스 신화에서 나타나듯이(흡사 오이디푸스처럼) 신들의 도움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모를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되고 곧 원래의 권위를 되찾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왕의 자리에 올라 거대한 제국을 이룬 그를 역사는 두고두고 칭송하게 된 것이다. 마치 부여의 동명왕이나 고구려의 추모왕 건국설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독자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여러 유목민족들과 함께 한 키루스 2세는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되고 훗날 그들은 키루스 2세가 제국을 건설하고 확장하는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된다. 영웅의 등장과 그를 돕는 호걸들에 대한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안에서 키루스 2세라는 인물을 둘러싼 전설과 각종 기록과 역사를 다양하게 접하고 이 안에서 소설적 형식을 가미해 독자들의 이해심을 돕고 있다. 헤로도토스가 남긴 기록을 기초로 하되, 그에 대한 각종 전설이나 신화적인 내용들을 빠지지 않고 이 안에 적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라시드 앗딘이 칭기즈칸과 그의 일족에 대해 적은 서사시 '부족지' 와 '칭기즈칸기' 와는 또 다른 기분을 맛볼 수 있으며 이규보가 남긴 '동명왕편' 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안 그래도 '고주몽' 이라고 하는 추모왕에 대한 역사소설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책을 쓴 기 라셰는 고대 그리스어와 히브리어, 라틴어, 아시리아어 등에 정통한 인물로서 그리스 문명과 고대 문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대작가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자료 역시 폭넓고 다양하고 자세했으며 그것들은 책 안에서 하나로 융합되어 멋드러지게 묘사되고 있었던 것이다. 번역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고대문명과 역사, 고고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에 놀랄 것이며 또한 그것들을 대중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그의 필치에 놀랄 것이다. 역사에 대한 책임감과 비약적인 상상력을 절묘하게 조화시킴으로써 전설과 역사가 공존하는 이 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그는 키루스 2세라는 인물 개인적인 생활과 일생에 대한 묘사를 주로 했기 때문에 정복이나 전투, 국가 경영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배제한듯 했다. 그가 살면서 만난 수많은 여인들과 친구들, 그리고 전우와 동지들, 적들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서 그가 지니고 있던 개인적인 고뇌, 그의 사상과 종교적 신앙심에 대한 부분, 그가 제국을 경영하면서 가지고 있던 포부와 모든 민족을 동등한 페르시아 제국민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이 책에서 자세하게 드러나 있었다. 마치 알렉산더에 대한 묘사와 너무나도 흡사했기에 더욱 놀라웠던 키루스 2세에 대한 이 역사소설을 주인장은 다른 이들에게 한번쯤 읽어보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지루하지도 않고 재미있으며 길지도 않는 분량을 가진 이 책에서 여러분들은 역사 소설의 참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