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제목만 봐도 전쟁영화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포스터를 보면 한국전쟁에 대한 영화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휴전선을 따라 지겹게 지도에서 한줌 정도 되는 땅뙤기를 빼앗기 위해 싸우는 고지전. 한국전쟁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 것이 바로 고지전이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전쟁을 다룬 몇몇 영화가 있지만(최근에 개봉한 영화로는 <포화 속으로>나 <적과의 동침>이 있겠다), 영화 속에서 고지전에 대해 묘사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일단 소재부터 독특했다. 

거기다가 전쟁의 시간적 배경 또한 아주 독특하다. 

전쟁 초반을 다룬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시점을 다룬 것도 아니다. 

이 영화는 전쟁이 끝나가는 시점, 그것도 휴전협정에 조인이 된 다음부터 치열한 고지전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 대한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에서 검색한 것을 그대로 옮겨본다(클릭).내용은 대강 이러하다. 애록고지는 가상의 공간인데(감독이 Korea를 뒤집어서 aero-K라고 했단다. 머리 좋은데? ^^), 일단 동부전선의 실제 상황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뭐 전쟁 중이기에 나이 어린 청년이 대위가 되고,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금 과장된 측면도 있다. 암튼, 그런 특진 과정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깐 생략하도록 하겠다. 일단 영화를 보면서 필자가 감상 포인트로 삼았던 몇 군데를 언급하도록 하겠다. 

   
 

1953년 2월, 휴전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교착전이 한창인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된다. 상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적과의 내통과 관련되어 있다고 의심하고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에게 동부전선으로 가 조사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애록고지로 향한 은표는 그 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나게 된다. 유약한 학생이었던 ‘수혁’은 2년 사이에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해 악어중대의 실질적 리더가 되어 있고, 그가 함께하는 악어중대는 명성과 달리 춥다고 북한 군복을 덧입는 모습을 보이고 갓 스무 살이 된 어린 청년이 대위로 부대를 이끄는 등 뭔가 미심쩍다. 

살아 돌아온 친구, 의심스러운 악어중대.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은표와 수혁은 고지 탈환 작전에 투입된다. 그러나 신임 중대장의 무리한 작전으로 엄청난 위기에 처하게 되고 악어중대의 어리지만 베테랑인 대위 신일영(이제훈)과 중위 수혁의 단독 작전으로 위기를 모면한 채 후퇴한다. 사사건건 자신의 의견에 반기를 들고 단독 행동을 하는 악어중대원들을 못 마땅해 하던 중대장은 중화군과의 함화공작 전투를 벌이던 중 자신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중사 오기영(류승수)에게 사살위협을 가하고 그 순간, 수혁은 망설임 없이 중대장을 쏴 버린다. 눈 앞에서 벌어진 상관의 죽음,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은폐하는 그들과 무표정한 수혁. 순식간에 하나가 된 중대 전체에 은표는 당혹감을 느낀다. 

사라진 지난 2년, 그에게...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 전쟁의 본질을 그려냄 

영화 초반부 북한군에게 사로잡힌 강은표는 북한군 장교 현정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너네들이 왜 지는지 알아? 너네들은 왜 싸우는지를 모르고 보기 때문이야~" 라고. 

그렇게 영화는 초반부에 한국전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의문점을 던진다. 이후 풀려난 강은표는 인간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빨리 휴전이 되길 바라는 베테랑 군인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강은표는 거기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절친 김수혁을 만나는데, 수혁의 계급은 사병이 아닌 중위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또한 김수혁은 더 이상 전쟁에 두려워하며 벌벌 떨던 이등병이 아니었으며, 애록고지 전투를 담당하는 악어중대의 실질적인 리더가 된 상태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악어중대 간부와 몇몇 군인이 북한군과 내통(?)하고 있음이 밝혀지게 된다. 실상은 이렇다. 악어중대 부대원들은 어차피 고지를 서로서로 점령하는 마당에 보급품이나 각종 물자를 다 옮길 필요가 뭐 있냐? 싶어서 놔두고 갔다가 북한군이 이를 몽땅 가져간 사실을 알게 되었고, 훗날 그 구덩이를 통해 서로 먹을 것도 놓고, 편지도 전해주고 했던 것이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시공간적 배경을 좀 옮겨왔다고나 할까? 

암튼 이를 두고 강은표 대위는 딜레마에 빠진다. 알고 봤더니 어리바리한 중대장이 오면 악어중대는 알아서 그를 제거하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투쟁해왔던 것이다. 오직 삶. 삶에 집착하는 악어중대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심, 상관에 대한 절대적인 상명하복 등은 일반 부대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필자는 어떻게 보면 이게 전쟁의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강은표 대위처럼, 국가를 위해, 휴전을 위해, 무의미한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 大意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개중에는 전쟁이 끝나갈 시점, 자신의 전공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전쟁터로 왔다가 김수혁 중위에게 머리에 총 맞고 죽는 어리바리한 유재호 대위같은 사람도 있었을테고. 그렇지만 대다수의 군인들은 악어중대원들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전쟁이 다 무에 소용이냐? 그냥 죽지 않고 살아가고, 맡은 바 임무만 수행하면 돼지. 거기에서 북한군 옷을 입든, 북한군이 주고 간 술을 마시든, 북한군과 편지 및 사진을 주고 받든 그게 무슨 소용인가? 

<웰 컴 투 동막골>이나 <꿈은 이루어진다>에서는 남한군과 북한군과의 만남이 다소 코믹스러운 소재로 그려지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어 더욱더 현실성이 부각되었다. 안 그래도 얼마전 공동경비구역 JSA와 같은 일이 실제 전방에서 벌어졌음을 확인한 기사(클릭)가 나기도 하지 않았는가. 단순히 <태극기 휘날리며> 혹은 <포화 속으로>에서처럼 영웅적인 주인공의 활약상만을 강조하지도 않고, 앞서 언급한 영화에서처럼 한국전쟁 및 그 이후의 분단상황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지만도 않아서 그 점이 깊게 와닿았다. 

 2. 현실감있는 전장과 캐릭터 묘사 

솔직히 이 영화 전체 분량에서 실제 전투씬은 그리 비중이 높지 않다(실제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고지전이라 하면 말 그대로 구릉 정상부를 향해 미친듯이 돌격해서 적의 진지를 빼앗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장면이 그리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고지전'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분위기가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사면부에 늘어서 있는 군막사들, 참호 속의 모습, 나이는 어린데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고 약(무슨 약인지 까먹었다)을 무절제하게 복용하면서 고통을 느끼지 못 하는 악어중대장. 평소에는 철없이 웃고 놀다가 전투에 돌입하면 진지하게 작전에 임하는 부대원들. '2초'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죽이지 못하는 강은표 대위. 전장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는 부대원들. 정전협정 후 12시간동안 한뼘이라도 더 차지해야 한다고 하면서 다그치는 연대장.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작전을 고집하는 펜대 굴려 진급한 중대장. '2초'라고 하는 스나이퍼의 존재(그간 한국전쟁 영화에서 스나이퍼에 대한 묘사는 너무 없었다) 등등. 

군사훈련과 실제 전투가 영화의 태반을 차지하는 <실미도>라든가, 형제의 헤어짐과 상봉을 내내 대규모 전쟁과 함께 그려낸 <태극기 휘날리며> 등과는 많이 다른 스타일의 영화였다. 특히 전장 속의 인물 심리 묘사(개인적으로는 신임 중대장의 말도 안 되는 작전지시에 흥분하며 반박하는 신일영 대위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가 뛰어났는데, 이는 각 배우들이 그만큼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신하균과 고수의 극 중 대립(?)은 마치 <유령>에서 최민수와 정우성이 보여준 대립과 비슷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물론 그보다는 긴장감이 덜 했지만. 그렇기에 여기에서는 결국 둘이 화해한다). 다양한 캐릭터의 배우와 적절한 대립구도는 각 배우들의 열연과 맞물려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큰 힘으로 작용했다(그리고 그런 면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7광구>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이상 두가지 관전 포인트로 인해 필자는 영화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소재의 특이성부터 시작해서, 현실감있는 묘사, 기존 영화와는 많이 다른 시각으로 한국전쟁을 바라본 영화, 고지전. 관객수는 필자의 기대나 생각만큼 많이 모이지 않았지만 분명 잘 만들어진 멋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쯤 더 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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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들어 극장가에 크게 홍보가 된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총 네편이다. 

솔직히 이 네편의 영화게 대한 글을 쓰려다가 어떻게 하다보니 '쓰는 김에 최근에 본 한국 영화 다 써 볼까?' 하게 됐고, 이제서야 원래 쓰고자 했던 글의 본론을 쓰는 것 같다. 암튼 그 네편의 영화가 무엇인고 하니 바로 이 영화와 <고지전>, <7광구>, <최종병기 활>이다. 그리고 현재 이중 극장가에서 내린 영화도 있고, 아직 연일 흥행매진 돌풍을 일으키겨 계속 상영 중인 녀석도 있다. 암튼, 그 네편의 블록버스터 중에서 가장 먼저 본 퀵에 대해서 몇자 적어보려고 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뭐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그래도 간략하게 몇자 적어보겠다. 

한때 완전 잘 나가던 폭주족이었던 한기수는 개과천선해서 아주아주 유명한 퀵서비스맨이 된다. 그리고 어느날 방송국에서 가수를 옮겨주라는 접수를 받는데, 이 가수가 알고보니 어릴때 서로 사랑하던 아롬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 둘은 회포를 풀 시간도 없이, 출발하려는 찰나 아롬이 기수의 헬멧을 쓰고 이내 타이머가 작동한다. 시간 내에 물건을 배달하라는 것인데, 그 물건이 폭탄이니깐 제때 알아서 보내주라는 것이었다. 이게 왠 날벼락? 하지만 그 둘은 이내 심각한 상황임을 알고 냅다 즈려 밟아 달리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감독은 <뚝방전설>을 연출한 바 있었다. 그냥 평범하게 봤던 영화였는데, 이번에 찍은 영화를 보니 장족의 발전을 거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연신 최고의 제작비(130억이었나?)를 쏟아부은 대작이라고 광고를 때렸는데, 영화를 보니 실제로 여기저기 돈 쓴 티가 팍팍 났다. 일단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아주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속도감을 강조하기 위한 카메라 앵글부터, 음향, 각종 CG까지 모두 만족스러울 정도다. 외국에서는 제이슨 스태덤 주연의 <트랜스포터> 시리즈라든가, 빈 디젤 주연의 <분노의 질주> 시리즈 등 과감하고 시원시원한 자동차 액션 영화들이 많이 있기에 왜 우리나라에는 그런게 없나? 했었는데, 그럴 타임에 딱 등장한 영화가 바로 이 <퀵>이다. 또한, 영화 <해운대>에서 호흡을 맞춘 이민기와 강예원이 여기에서도 호흡을 맞춰 더욱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영화처럼 화려하고 멋진 액션이 들어가 있진 않지만, 코믹스러움이 들어간 내용 전개도 나름 신선하고 재밌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쾅쾅! 하고 도심 속에서 시원하게 터져주시는 폭파장면 또한 스피디한 도로질주 씬과 맞물려 빼놓지 말고 봐야할 장면이 아닌가 싶다. 특히 영화 중하반부 도로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추격씬과 자동차 폭파씬 등은 단연 압권이었는데, 어색함없이 제대로 연출되어 보는 내내 '우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아아!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제대로 부수고 박살내는 영화가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트랜스포머 3>의 그것과 비교해봐도 크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아닌가? -.-;).  

암튼, 이 영화에 대한 필자의 감성평을 정리하자면... 

첫째.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적절한 연기와 환상 호흡이 돋보였다. 해운대에서 사고뭉치로 나온 김인권이 여기에서도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해줘서 더욱더 영화가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남우조연상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둘째. 영화 초반 '왜 하필 나한테 이러는데!?'라고 외치는 주인공과 나쁜 놈으로 나오는 정인혁과의 관계가 영화 막바지 밝혀지면서 스토리 라인도 극 초반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진행된 것 같다는 느낌이 난다. 정인혁과 한기수와의 개인적인 원한 관계에다가 정인혁이 폭탄기술로 떼돈을 벌기 위해 벌이는 음모까지, 2개의 스토리 라인이 잘 버무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셋째. 엄청나게 돈을 많이 들인 티가 팍팍 나면서 크게 어설프지 않은 CG 및 도심 속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추격씬이나 폭발씬 모두 시원하게 잘 그려졌다. 거기에다가 격투나 살인으로 점철된 액션이 아닌, 코믹이 버무러진 액션인지라 독특한 스타일의 한국형 액션영화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예전에 <흡혈형사 나도열>이 개봉하면서, 새로운 한국형 히어로를 만들려고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건 실패한 반면(그나저나 이거 2탄이 2007년에 나왔다는데 극장 개봉한건 아닌 것 같고, 뭐지?? 클릭 처음 알았다, 이 영화가 2탄까지 나왔는지...호오~), 이 영화는 시리즈로 나온다고 하면 크게 호응을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넷째. 무더운 여름에 시기적절하게 잘 개봉한 것 같다. 아마 봄이나 가을, 겨울쯤에 개봉했다면 덜 와닿았을 것만 같다. ^^; ㅎ 

암튼, 지금껏 평한 영화 중 가장 여름에 걸맞고, 가장 시원하게 봤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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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한국 공포영화는 그저 그랬다. 이 영화 말고도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와 <기생령> 역시 기존 영화에는 없던 소재였기 때문에 연신 방송에서 떠들고 홍보도 많이 하고 했지만, 대부분 성적은 초라했다. 그나마 이 영화가 조금 나았다고 해서 봤지만 이 역시도 뭐 그냥 그저 그런 영화일 뿐이었다(관련 기사를 보니 초반에만 반짝하고 전체 흥행성적은 화이트가 가장 높은 것도 같다. 클릭). 

간단하게 줄거리를 읊어보자면, 주인공 소연은 어릴적 충격으로 폐쇄공포증을 앓고 있는 아가씨로 펫숍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역할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내용 전개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극 초반에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리고 이야기는 소연에게 고양이를 맡긴 아줌마(부잣집)가 엘레베이터에서 죽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이야기는 예상한대로 흘러간다. 소연 주변의 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게 되고(소연이 다시는 펫숍 주인이라든가, 고양이를 괴롭히는 소연 친구 보희, 고양이 안락사시키는 남자 등), 소연은 그것이 고양이 '비단이'(처음에 죽은 아줌마가 기르던 고양이)와 관련있는 일이라고 짐작하게 된다(아래 사진의 고양이가 비단이다). 경찰의 부탁으로 비단이를 집에서 기르는데, 그때부터 어린 소녀를 보기 시작한다(이때 어린 소녀는 거의 주온의 그 아이처럼 숑숑 등장한다). 

뭐 다음의 영화 소개를 보니, 세 사건 모두 밀폐된 공간에서 목격자 없이 죽었으며, 사체 발견시 현장에서 고양이가 발견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데...그게 무슨 큰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만 갖고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고 있어 연결고리가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이었다. 대개 저런 식의 스토리가 이어지려면, 세 사건에서 죽은 사람이 고양이를 괴롭히던 존재라는 것만 갖고는 안 되며, 서로 어떠한 상관성이 있어야만 하는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엄정화가 열정적(?)인 엄마로 분한 <오로라 공주>에서처럼, 서로 관련없는 듯한 여러 사람들이 갑자기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결국에는 그 죽은 사람들이 모두 하나의 사건으로 귀결되는 그런 스토리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연결고리가 취약하다. 그래서 내용 전개에 있어서 어설픈 부분들이 있다. 

내용을 좀 더 스포하자면... 

저 사진 위의 소녀(위에서 갑자기 슝슝 나타난다는 아이)가 이 모든 살겁(?)의 원흉이다. 저 아이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살던 아파트 지하실에서 버려진 고양이들과 함께 매일 즐겁게 노닌다. 하지만, 아파트에 사는 아줌마들은 집값 떨어진다고 지하실을 완전 메워 버리라고 경비 아저씨를 닥달하게 되고, 마침 소녀가 지하의 정수조에 사고로 빠지게 된 그 찰나에 지하실을 완전히 메워버린다. 그리고 소녀는 고양이를 괴롭힌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그나마 박민영은 고양이를 잘 대해줬기에 죽음을 당하지 않고, 결국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을 발견하고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내용은 이게 전부인데, 상당히 진부하다. 뭐 방송에서는 고양이가 단순히 가해자측의 상징처럼 묘사되지 않고, 사건을 보고, 뭔가 비밀을 안고 있는 그런 존재로 그려냈다고 이 영화가 신선하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신선하지 않다. 우리가 흔히 靈物이라고 부르는 고양이(개에 비해서도 상당히 신비한 느낌이 나긴 한다)의 이미지대로라면 이 정도의 설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너무나 익숙해서 별게 없다고 봐야하지 않나 싶다. <캣 우먼>과 같이 고양이가 9개의 심장을 갖고 있다는 설정에 따라 만들어진 히로인이 등장하는 헐리웃 영화처럼 만들었다면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호응을 얻지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정이 익숙하기에 그나마 이 정도로 관객을 끌어모은 것이 아닐까 싶다. 즉, 전체적인 내용이 그만큼 익숙하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진부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하물며 진부한 소재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내용 전개가 어설프기 때문에 솔직히 보는 내내 '저게 뭐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녀는 그저 고양이랑 놀다가 자신의 실수로 정수조에 떨어져 다쳤고, 그 사이에 지하실이 메워진 것인데 왜 애꿎은 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들만 죽어나는가? (솔직히 그 사람들은 그 소녀의 죽음에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전혀 관여하지 않은 사람인데) 더군다나 아이가 실종됐음에도 이를 제대로 처리앉는 그녀의 아버지와 손녀가 죽어 정신이 나간 할머니를 등장시키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극의 긴장감을 살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즉, 결론은 소녀가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누가 알아줬으면 했고 그 메세지를 고양이를 통해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인데 각 부분의 연결고리가 미약하다 보니 내용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했던 것 같다.





예고편 동영상이 있으니 이건 참고하시고~ 

솔직히 박민영이 이 작품으로 <폰>의 하지원, <장화, 홍련>의 임수정 뒤를 이을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만큼의 퀄리티가 있는 작품도 아니었고 말이다. 매 여름마다 그래도 한편씩은 공포영화를 봤었는데, 이번에는 망한 것 같다.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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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중반기 영화계를 강타한 영화를 꼽으라면 누구도 주저없이 <써니>를 꼽을 것이다. 120여일동안 무려 74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역대 한국영화 11위에 랭크되었다고 한다(클릭). 이 영화는 처음에 필자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 했다. 일단 장르가 드라마적인 것이었고, 여자들만 나오는지라 뭔가 잔잔한 이야기로만 진행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풍산개>라든가, <모비딕> 같은 영화보다 빨리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계속 재밌다는 이야기들이 들리면서 한번 가 볼까? 하는 호기심에 가게 되었다. 결과는 대만족! 이미 <과속스캔들>을 대박(이건 무려 830만명 동원!) 낸 감독의 작품인만큼,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면서도 뭔가 친숙하고 잔잔한 내용이 아주 좋았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진덕여고의 춘화, 장미, 진희, 금옥, 복희, 수지는 소위 학교에서 말하는 '잘 나가는' 아이들이다. 그 학교에 전라도 벌교에서 한 학생(나미)이 전학을 오게 되고, 춘화를 비롯한 아이들은 곧 나미를 자신과 같은 그룹(?)으로 소속시킨다. 진덕여고 의리짱 춘화, 쌍꺼풀에 목숨 건 못난이 장미, 욕배틀 대표주자 진희, 괴력의 다구발 문학소녀 금옥,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사차원 복희 그리고 도도한 얼음공주 수지 등. 그리고 수지와 나미는 초반에 마찰을 빚게 되지만, 나미가 경쟁그룹 ‘소녀시대’와의 맞짱대결에서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사투리 욕 신공으로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대활약을 펼치고, 점차 7명은 하나가 되어간다. 7명의 단짝 친구들은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는 맹세로 칠공주 '써니'(영화 제목)를 결성하고 학교축제 때 선보일 공연을 야심차게 준비하지만 축제 당일, 뜻밖의 사고가 일어나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나 이미 결혼하여 번듯하게 돈 잘 버는 남편과 이쁜 딸을 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가 된 나미는 우연히 춘화를 만나게 되고, 춘화가 곧 죽을 병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그래서 춘화를 위해 나미는 옛 멤버들을 다시 모은다는내용이다.

일단 이 영화는 여자들,아니 엄마들의 심리를 잘 표현한 것 같다. 뭐 필자가 여자도 아니고, 엄마의 마음을 그렇게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느낀 감상을 위주로 몇자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칠공주

영화 속의 칠공주라는 것은 어찌 보면 상당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이다. 소위 '흑장미파', '칠공주파'와 같이 과거에 학교 짱! 이라고 불리는 일진 그룹을 대표하는 명칭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표현에는 불량스럽고, 거친 의미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들과 다른 일탈을 꿈꾸고, 학창 시절 획일적인 삶(공부만 하는)을 거부한다는 그런 뭐 나름의 진취적인 의미도 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렇게 봤을때 감독이 하필 멤버를 7명으로 선정한 것은 이 영화가 추구하는 복고풍과 아주 적절하게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남자들이 7명으로 구성되어 칠왕자라든가, 하는 식의 그룹을 형성하는 설정은 없지 않은가? 이것만 봐도 딱 여자를 위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2. 귀여운 복고

요즘 여성그룹 티아라의 <롤리폴리>라는 곡이 연일 인기인데, 이 영화 역시 복고라는 테마를 갖고와 크게 인기를 끈 것이 아닐까 싶다. 각 배우들의 어린 시절을 보면, 복장이라든가 말투라든가, 행동에 있어서 향수를 불러 일으킬만한 것들이 가득가득이다. 어설프게 어른이 되고 싶어 화장을 한다든가, 커피숍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신다거나, 팝을 들으면서 멋을 낸다거나, 담배를 멋지게 피우는 남자를 동경한다거나, 좋아하는 남자를 짝사랑하고, 다시 그 짝사랑이 이뤄지지 않아 슬퍼한다거나...어린 시절 누구나 겪는 여자들의 아련한 향수를 복고라는 테마와 잘 버무려 표현해냈다. 이는 영화 <친구>와는 또 다른 스타일인데 더 상큼발랄하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3. 여자들의 우정

이게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가 아닐까 싶다. 우정. 영화 <친구>에서도 우정이라는 주제가 다뤄지긴 했다. 대신 그걸 다루기 위해 감독은 폭력과 조폭, 살인과 죽음이라는 소재들을 갖다 붙였다. 그에 비해 여기에서도 감독은 죽음이라는 소재를 갖다 붙였지만, 폭력은 다소 약화되어 표현되었고(짱끼리 욕으로 싸우는 장면이라든가, 시위 현장에서 싸우는 거라든가, 수지의 무서운 모습이라든가, 수지 얼굴에 상처가 나는 모습 등등), 연신 코믹과 신파, 드라마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적절한 여성적인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똑같이 1명의 친구가 죽지만, 결론은 전혀 다르다. 어느새 사회적으로 크게 성장한 춘화는 나미에게는 써니의 짱 자리를 주고, 나머지 친구들에게는(나미보다 다 못 살고 있는) 어릴때 그들의 꿈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고 이 세상을 뜬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것 같다. 감독은 단순히 춘화라는 친구 한명이 잘 먹고 잘 살아서 나머지 친구들도 호강하게 된다~를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여자들의 우정과 의리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극장에서 못 본 분들이 있다면, 나중에 DVD 등으로 꼭 봤으면 한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소소한 재미들(특히 어린 나미가 눈을 확 뒤집어까고 걸죽한 사투리 욕을 내뱉는 장면은 압도적!)은 물론이요, 전체적으로 무리없이 흘러가는 스토리 라인,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친숙한 소재들과 설정 덕택에 관객들은 이 영화에 쉽게 녹아들고, 쉽게 적응할 수 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덧글 1.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영화 3편에 대한 리뷰만 했지만 장르가 다 달라서 신기하다. 최근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정말 다양한 장르에,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덧글 2. 개인적으로 어린 수지 역을 맡은 민효린보다, 어린 춘화 역을 맡은 강소라가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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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에 본 한국 영화다. 개봉한지 2주 정도 지난 뒤에 봤던 것 같다.

원래 한국 영화는 유료 시사회를 보든가, 개봉 당일 혹은 개방한지 2~3일 내로 보는 편인데, 2주 정도 지나고 봤다는 건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주제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그닥 극장에서 볼 필요가 있을까~싶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러 갈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제외된 영화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긴 봤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뭐 나쁘지 않네~였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을 지금껏 주욱 봐왔지만 우와! 재밌다! 라고 딱 느낄만한 것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냥 본 영화들이 많았다. 물론 봤을때 재미가 있다, 없다는 단순한 평가기준에 맞춰봐서 왠만한 영화들은 재밌다~정도로 분류가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고. 암튼,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라고 해서 연신 크게 광고를 때린 기억이 난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모든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출연을 결정하기도 했고, 영화의 모든 스탭진들이 투자를 해서 만든 영화인만큼 영화 제작 당시 모든 사람들이 열과 성을 다해 제작한 영화임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그대로 뭐 윤계상과 김규리가 파격 연기 변신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었고, 김규리가 전라 열연 화제를 했다고 크게 대서특필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암튼 영화 얘기를 약간 하자면...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풍산(영화 속에선 이름이 없는 걸로 나온 듯 한데, 암튼 다음 영화 정보를 보니 '풍산' 역이라고 나와 있어서 일단 이렇게 가겠다)은 북한과 남한을 3시간만에 다녀올 수 있는(왕복 3시간인지, 편도 3시간인지 영화 속에서는 좀 애매모호하게 나오는 것 같다) 남한 내 유일한 연락책이다(헐리웃 영화 <트랜스포터>의 많이 변형된 한국 버전이라면 좀 오바일까? 암튼~). 그는 북한의 귀중품을 밀반출하는 일(물론 그게 뭔지 일일히 확인하지는 않지만)도 하고, 북한의 어린아이를 남으로 실어오는 역할도 하며, 남-북간에 못 만나는 이산가족들의 사진이나 비디오 등을 연결해주면 일반 사람들의 연락책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일이 터진다. 국정원에서 풍산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에게 현재 남쪽에 망명 중인 북한 고위관리의 情人을 남으로 데려와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설마 설마 하다가 딱 하니 풍산이 미션 컴플리트! 를 하자, 떡 하니 그를 제거하려고 하고, 풍산에게 오히려 국정원이 당한다. 그와 동시에 북에서는 남으로 망명한 북한 고위관리를 없애기 위한 팀을 파견하고, 그 와중에 풍산은 북, 남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끊임없이 풍산에게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라는 질문을 하면서 북, 남은 그를 고문 혹은 압박하고, 그 과정에서 풍산은 인옥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결론은 Bad 엔딩이다! 북한의 고위 관리도 죽고, 인옥도 죽고, 종래에는 풍산도 죽는다. 그렇게 이야기는 마무리한다.

이 역시 별 4개 다 주면 좀 아깝고, 별 3개 반 정도를 주고 싶지만 암튼~

몇가지 부분에서 필자의 생각을 한번 적어보겠다.

1. 민감한 주제를 잘 풀어낸 영화

남-북 간의 이념 대립과 분단이라는 주제는 영화에서 극과 극으로 다루는 주제 같다. 일단, 6.25 전쟁 및 각종 폭탄테러 등 분단 상황을 대규모 블록버스터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전쟁-액션 영화들이 있겠고(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태풍, 고지전 등), 이처럼 남-북 간의 이념 대립에 주목해 몇몇 사람들의 심리나 활동상을 그려낸 다소 미시적인 시각의 영화들이 있는 것 같다(공동경비구역 JSA, 꿈은 이루어진다, 웰컴 투 동막골, 적과의 동침 등). 그렇게 봤을때 이번 영화는 영화 후반부에 코믹스러운 장면들(인옥을 죽이고 풍산의 삶을 엉망으로 만든 남-북한의 국정원 직원 및 암살단을 한방에 몰아넣고 무기를 하나씩 넣어주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현재 남-북이 어떤 상황인지, 그 안에서 여러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끊임없이 풍산에게 '너의 정체가 뭐냐!? 너 북이야, 남이야?!'를 강요하는 남-북한의 악당(?)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우리들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하는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북이야, 남이야가 아직도 중요한가? 북한 사람이나 남한 사람이나 다 한민족이고, 윗대가리들의 정치적 선택 때문에 오늘날 이렇게 분단이 되어 있는데...정작 아랫 사람들을 그렇게 족치듯 옭아매고 통제하면서 그들에게 어느 편이냐! 를 묻고 강요하는 것이 참 재밌었다. 그러면서 풍산은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자신이 누구이며, 어느 편인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게 참 멋진 반전인 것 같다. 이렇게 감독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에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성분(?)이 확실한 주변인들을 두고, 그 사이에 성분(?)이 불분명한 풍산을 놓고 여러 인간 군상들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는 젊은 요원(이름 모른다)과 인옥이라고 하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양측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인적 관계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자아~이제 어떻게 되나 보자~'하는 것이 마지막 장면에서 절정에 치닫는 것이고.

그렇기에 오히려 독특했던 영화 같고(여타 영화처럼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이 좋거나 나쁘다, 혹은 남-북은 무조건 하나니깐 우리 다 같이 잘 살아보자~와 같은 스타일이 아니었다), 남-북의 민감한 상황을 영화에 은유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느낌이 들었다(최근에 북한에서 금강산 일대의 재산권을 놓고 강제성을 부여한다는 기사를 봤다. 그러면서 북한은 여전히 군사도발을 감행하고 있고, 북측 정치권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 남쪽에서는 북측의 수해에 지원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동원하려고 하고 있고...암튼 남-북한은 단순한 분단국가 이상을 넘어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 놓여있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상황을 잘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2. 상상의 스토리라서 허구가 너무 심하다?

아무리 특수훈련을 고도로 받은 정예라 하더라도 서울에서 평양까지 3시간만에 주파할 수는 없다. 당연히 이건 말이 안 되는 허구다. 거기다가 물건을 갖고 오는 것과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이런 허구가 들어간 부분이 많은 것을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나? 아니면 일일히 지적하면서 비현실적이라 여겨야 하나?

먼저 북한의 국보급 불상을 풍산이 가져오게 되고, 이것을 남한 내에서 유통시키려는 일당이 사로잡혀 풍산에 대한 이야기가 국정원까지 올라간다. 여기에서! 풍산이 지금껏 여러번 남-북을 오고 가면서 유통시킨 물품이 많았을텐데 왜 하필 이런 식의 설정으로 그의 존재가 국정원에 알려져야 하나? 또한, 풍산은 집도 잘 갖추지 않고, 무슨 골방같은 곳에 살면서 벌어온 돈을 쌓아놓고 쓰지도 않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그가 아주 최신 설비로 무장하거나 그것으로 무얼 이루려는 것도 없는 사람이다. 당연히 그런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신분 노출에 대한 보호가 전혀 없었던 것인데, 저렇게 허술하게 그의 존재가 노출된다는 설정은 조금 억지스러웠다. 물론 그의 정체가 남이냐, 북이냐, 과거에 뭐 했던 놈이냐, 지금 뭐하는 놈이냐...등을 철저하게 비밀에 감춰 그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까지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좋았지만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정해져 있었어야 하는게 아니었나 싶다.

아이를 데리고 넘어오는 설정은 그렇다 쳐도 다 큰 성인 여성을 데리고 넘어온다니. 그것도 압록강 넘어 중국으로 가는게 아니라 남쪽 휴전선을 넘어서...중간에 지뢰가 터짐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지를 않나, 아주 난리도 아니다. 또한 남쪽 휴전선을 넘을 때에는 군인에게 사로잡힌 인옥을 풍산이 직접 빼내오기도 한다. 휴전선 부근에 주둔하는 남-북한군이 일반인 하나 어쩌질 못 하고 있으니 조금 어이가 없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왕 남-북을 오가는 스페셜한 연락책이라면, 좀 더 프로페셜널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땠는가 싶다. 물론 그런 것에 집중한다면 아무래도 영화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남쪽으로 망명한 고위 관리에 대한 경호라든가, 신변 확보 부분 역시 어색하다. 영화 속에 나오는 망명한 고위 관리는 거의 황장엽 급의 거물처럼 그려지고 있던데,(내가 알고 있는 거 다 말하면 서울은 불바다야! 뭐 이런 식의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의 情人이 북한에서 고이 살아있었던 것도 신기하고, 고위 관리에 대한 대접 또한 허술했다. 길거리를 가다가 총알 세례를 받는 장면이라니...쯧쯧. 너무 인옥에 대한 집착이라든가, 질투에만 눈이 먼 사람처럼 그려지는 것 같아서 그 점이 좀 안타까웠다. 물론 나중에는 회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끝이 나지만,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약간 어이가 없었던 장면은 또 있었는데, 바로 북측 암살팀에 사로잡힌 풍산과 인옥이 그 절대절명의 순간에서도 서로 묶여 있는 몸으로 한데 엉켜 슬픈(?)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이걸 보면서 2가지 생각을 했다. 지금 굳이 저 장면이 필요한가? 아니면 굳이 저 장면을 넣은 제작진의 의도는 무엇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걸 단순히 어이없어~왜 갑자기 저래? 라고 하면서 욕하고 말 것이 아니라, 뭔가 숨은 뜻을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너무 생뚱맞아서). 그래서 필자가 내린 결론은...어차피 비현실적인 설정과 내용이기에 차라리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더 비현실적인 내용을 집어넣은 것은 아닐까? 하고. 그 키스는 단순히 두 남녀의 욕정을 묘사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 키스로 인해서 북에서 내려왔지만 정체성이 북인지, 남인지 불분명한 '인옥'과 남에서 살지만 북에 너무 자주 왔다갔다해서 그 정체성이 불분명한 '풍산'이 하나가 되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남-북이 지금도 서로 모순된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관계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대립하고 있는 것(서로를 인정하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뭐 이상한 관계? ^^;)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끝내 그 두 사람을 죽음이 갈라놓게 되고...뭔가 암시하는 내용들이 많았던 것 같았다.

뭐 이 2가지 정도만 언급하겠다.

전체적으로 제작진이 함축적인 내용, 상징적인 의미를 많이 집어넣어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내용이나 소재 자체가 신선하면서도 허구인 경우가 많았고, 또 그 허구의 내용이 공감되면서도 이해가 되는 그런 영화였다. 우리나라이기에 나올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식의 내용을 좀 더 현실적인 분위기로 풀어내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나온 내용이 당시에는 에이~라고 할만했지만 그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클릭). 이처럼 남-북간의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도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최근에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의미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덧글 1. 그나저나 '오다기리 조'가 여기에서 북한군 1역을 했다는데...나중에 다시 봐야겠다! 대체 어디서?! 왜??

덧글 2. 풍산개 관객수를 보니, 개봉 4일만에 28만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25만명)을 돌파했지만 이후 68만 5천명을 기점으로 죽죽 줄어든 것 같았다. 아마 해리포터나 이후 필자가 쓸 대형 블록버스터의 등장 때문일 것이다. 김기덕 감독이 '한국 영화계에 고하는 김기덕 감독의 외침'이라는 성명서를 이틀 연속 냈다고 하지만 결국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일까? 개인적으로 흥미있게 봤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의 성적이 그리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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