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한국 공포영화는 그저 그랬다. 이 영화 말고도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와 <기생령> 역시 기존 영화에는 없던 소재였기 때문에 연신 방송에서 떠들고 홍보도 많이 하고 했지만, 대부분 성적은 초라했다. 그나마 이 영화가 조금 나았다고 해서 봤지만 이 역시도 뭐 그냥 그저 그런 영화일 뿐이었다(관련 기사를 보니 초반에만 반짝하고 전체 흥행성적은 화이트가 가장 높은 것도 같다. 클릭).
간단하게 줄거리를 읊어보자면, 주인공 소연은 어릴적 충격으로 폐쇄공포증을 앓고 있는 아가씨로 펫숍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역할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내용 전개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극 초반에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리고 이야기는 소연에게 고양이를 맡긴 아줌마(부잣집)가 엘레베이터에서 죽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이야기는 예상한대로 흘러간다. 소연 주변의 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게 되고(소연이 다시는 펫숍 주인이라든가, 고양이를 괴롭히는 소연 친구 보희, 고양이 안락사시키는 남자 등), 소연은 그것이 고양이 '비단이'(처음에 죽은 아줌마가 기르던 고양이)와 관련있는 일이라고 짐작하게 된다(아래 사진의 고양이가 비단이다). 경찰의 부탁으로 비단이를 집에서 기르는데, 그때부터 어린 소녀를 보기 시작한다(이때 어린 소녀는 거의 주온의 그 아이처럼 숑숑 등장한다).
뭐 다음의 영화 소개를 보니, 세 사건 모두 밀폐된 공간에서 목격자 없이 죽었으며, 사체 발견시 현장에서 고양이가 발견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데...그게 무슨 큰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만 갖고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고 있어 연결고리가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이었다. 대개 저런 식의 스토리가 이어지려면, 세 사건에서 죽은 사람이 고양이를 괴롭히던 존재라는 것만 갖고는 안 되며, 서로 어떠한 상관성이 있어야만 하는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엄정화가 열정적(?)인 엄마로 분한 <오로라 공주>에서처럼, 서로 관련없는 듯한 여러 사람들이 갑자기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결국에는 그 죽은 사람들이 모두 하나의 사건으로 귀결되는 그런 스토리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연결고리가 취약하다. 그래서 내용 전개에 있어서 어설픈 부분들이 있다.
내용을 좀 더 스포하자면...
저 사진 위의 소녀(위에서 갑자기 슝슝 나타난다는 아이)가 이 모든 살겁(?)의 원흉이다. 저 아이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살던 아파트 지하실에서 버려진 고양이들과 함께 매일 즐겁게 노닌다. 하지만, 아파트에 사는 아줌마들은 집값 떨어진다고 지하실을 완전 메워 버리라고 경비 아저씨를 닥달하게 되고, 마침 소녀가 지하의 정수조에 사고로 빠지게 된 그 찰나에 지하실을 완전히 메워버린다. 그리고 소녀는 고양이를 괴롭힌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그나마 박민영은 고양이를 잘 대해줬기에 죽음을 당하지 않고, 결국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을 발견하고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내용은 이게 전부인데, 상당히 진부하다. 뭐 방송에서는 고양이가 단순히 가해자측의 상징처럼 묘사되지 않고, 사건을 보고, 뭔가 비밀을 안고 있는 그런 존재로 그려냈다고 이 영화가 신선하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신선하지 않다. 우리가 흔히 靈物이라고 부르는 고양이(개에 비해서도 상당히 신비한 느낌이 나긴 한다)의 이미지대로라면 이 정도의 설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너무나 익숙해서 별게 없다고 봐야하지 않나 싶다. <캣 우먼>과 같이 고양이가 9개의 심장을 갖고 있다는 설정에 따라 만들어진 히로인이 등장하는 헐리웃 영화처럼 만들었다면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호응을 얻지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정이 익숙하기에 그나마 이 정도로 관객을 끌어모은 것이 아닐까 싶다. 즉, 전체적인 내용이 그만큼 익숙하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진부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하물며 진부한 소재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내용 전개가 어설프기 때문에 솔직히 보는 내내 '저게 뭐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녀는 그저 고양이랑 놀다가 자신의 실수로 정수조에 떨어져 다쳤고, 그 사이에 지하실이 메워진 것인데 왜 애꿎은 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들만 죽어나는가? (솔직히 그 사람들은 그 소녀의 죽음에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전혀 관여하지 않은 사람인데) 더군다나 아이가 실종됐음에도 이를 제대로 처리앉는 그녀의 아버지와 손녀가 죽어 정신이 나간 할머니를 등장시키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극의 긴장감을 살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즉, 결론은 소녀가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누가 알아줬으면 했고 그 메세지를 고양이를 통해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인데 각 부분의 연결고리가 미약하다 보니 내용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했던 것 같다.
예고편 동영상이 있으니 이건 참고하시고~
솔직히 박민영이 이 작품으로 <폰>의 하지원, <장화, 홍련>의 임수정 뒤를 이을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만큼의 퀄리티가 있는 작품도 아니었고 말이다. 매 여름마다 그래도 한편씩은 공포영화를 봤었는데, 이번에는 망한 것 같다.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