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드디어 <최종병기 활>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는 것 같다. 

<최종병기 활>이 조금 있으면 700만 고지를 돌파하려는 이 찰나(클릭)에 감상평을 남기는 것은 너무 늦은 감이 있지 않나~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최근까지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재밌었다고 말하고 싶어서 몇자 적도록 하겠다. 

영화의 내용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왜? 단순하니깐? 최고의 추격 액션영화로 꼽고 싶은 <테이큰>, 한국판 테이큰으로 꼽는 <아저씨>, 테이큰, 고대 중미 버전인 <아포칼립토> 등등과 내용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그냥 테이큰이 워낙 잘 알려진 영화고, 감명깊게 봤기 때문에 위와 같은 수식어를 쓴 것이지, 어느 영화가 먼저 개봉됐냐, 마냐를 따지고 싶진 않다. 참고하시길. ^^;). 

줄거리를 보자면~ 누군가 주인공의 주변 인물을 납치해간다. 이를 구출하러 주인공이 떠난다. 이때 주인공은 남들과 뭔가 다른 졸라 뛰어난 스킬을 갖고 있다. 당연히 나쁜 놈들을 하나둘씩 제거해가고 납치된 인물을 구해온다. 이게 기본 스토리 라인이다. <테이큰>에서는 친딸이, <아저씨>에서는 옆집에 사는 친한 소녀가, <아포칼립토>는 본인이 납치(?)되었다가 탈출해서 가족을 지키는 내용이며, <최종병기 활>에서는 그 대상이 친동생이다. <테이큰>과 <아저씨>의 주인공이 전직 특수요원 출신이고, <아포칼립토>의 주인공이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냥꾼이라면 <최종병기 활>의 주인공은 曲射가 가능한 조선 최고의 신궁이다(늘 이런걸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내 주변 사람을 지킬라면 나도 뭔가 대단한 스킬을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음냥...-.-;). 더불어 <테이큰>에서는 유럽에 상주하고 있는 국제적인 인신매매단, <아저씨>에서는 국내에 상주하고 있는 마약밀매, 장기매매 등을 하고 있는 조직폭력단, <아포칼립토>에서는 마얀지, 잉칸지 뚜렷하게 안 나왔지만 암튼, 중앙정부(?)에 희생용 포로를 제공하는 전문 인간사냥꾼 집단이 主敵으로 나온 반면, <최종병기 활>에서는 역사상 최강이라 불리는 군사집단 중 하나인 청나라 팔기군(클릭)을 상대하고 있다. 

일단...이 영화에 대한 본격적인 감상을 작성하기 전,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한번 다뤄보겠다. 

그건 바로 <최종병기 활>과 <아포칼립토>의 표절 논란 부분이다.  

조선일보 - 8월 27일자 기사 '최종병기 활', 영화 '아포칼립토' 표절 논란 

이데일리 스타in - 9월 9일자 기사 '최종병기 활' vs '아포칼립토', 얼마나 비슷하기에 

이밖에도 이와 관련한 많은 블로거들의 포스팅도 있고, 관련 기사도 더 있지만 네이버에서 검색된 최근 기사 2개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것만 읽어봐도 전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김한민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인터뷰 내용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무비위크 - 9월 9일자 기사 '최종병기 활' 김한민 감독, "내 영화가 표절이라고?" 

감독은 <라스트 모히칸>과 <10,000 B.C>도 <아포칼립토>와 흡사하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그랬다. 굳이 따지자면 <라스트 모히칸>에는 검치호라든가, 재규어라든가, 호랑이가 안 나왔다는 것 정도? 추격씬도 비슷했고,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도 비슷했다. 특히 절벽에서 뛰어내리지 않고, 건너편으로 건너가는 설정이 진일보한 것이다~라는 감독의 말에는 적극 공감하는 바다(영화의 압권이라고 한다면, 절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싸우는 장면을 꼽고 싶다). 암튼, 전체적으로 기존의 표절 논란에 대한 부분에서 필자는 감독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혹자는 '아포칼립토가 있었기에, 최종병기 활이 가능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필자는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근력시대의 전투방식을 '한국'과 '중미'라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어떻게 잘 표현했는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양자가 비슷한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관객들 개별의 몫이 아닐까 싶다. 만약 <최종병기 활>이 <아포칼립토>의 한국 버전이라고 한다면, 이렇게까지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필자의 얘기를 좀 더 해보도록 하겠다. 

   
 

1. 무기의 참신함 

'최종병기'라는 말이 어떻게 보면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어감에서 주는 강렬함이 영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특히 '활'은 근력시대 최고의 원사무기로서, 우리나라의 활솜씨는 동아시아에서 널리 인정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시대극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서 '활'이 주인공으로서 활약했던 적은 많지 않았다. 과거 <무사>에서 안성기가 활을 쏴대며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으나, 어디까지나 영화 전체를 지배하지는 못 했으며(어디까지나 장창을 휘두르는 정우성이 주인공이었으니깐), 요즘 나오는 사극들을 봐도 '활'의 리얼리티를 제대로 살려내는 것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판국에 이처럼 활이라는 무기 하나에 집중해서 스토리를 끌어낸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굉장히 신선했다. 

더군다나 주인공인 남이의 주특기는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혹은 '도저히 날아올 수 없는' 각도에서 쏴대는 곡사가 아닌가. 마치 <원티드>에서 안젤리나 졸리와 제임스 맥어보이가 팔을 안쪽으로 휘면서 총을 쏴 총알이 말도 안 되게 휘어 날아가는 그런 장면이 떠올랐다. 이 영화로 인해 정말 기존의 총격 액션과는 차별화된 신선한 영화가 나왔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게 딱 떠올랐다(근데 따지고보면 똑같이 곡사인데, 아무도 <최종병기 활>에 대해서는 <원티드>를 표절했다고는 안 하는 것 같다. ^^;;). 즉, 기존에 '활'만 갖고 만들어낸 영화가 없어 그것만으로도 참신한데, 아예 프로토 타입이 아니라 '곡사'라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떡! 하니 세상에 등장했기 때문에 일단 소재면에서 별 5개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것이 필자 개인적인 생각이다. 

2. 긴장감과 속도감 

활은 근력이 최대점에 달할 때까지 당겨서,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과녁을 조준하고, 뒤이어 가볍게 활시위를 놓음으로써 다음 이야기가 전개된다(명중인지, 불발인지). 이는 분명 총과는 다른 방식이다. 스나이퍼들이 적을 조준하고 과녁을 맞추는 과정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그런 푹풍전야와 같은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숨을 죽이고 과녁을 바라보는 그 이전에 활시위를 당기는 장면 하나가 더 추가됨으로써 극 전개의 완급 조절이 됨과 동시에 긴장감이 더해지고, 뒤이어 속도감이 배가되는 효과를 얻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봤을때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잘 연출된 것 같다. 

무조건 속사를 하는 것으로도 '우와! 멋있다!'가 나올 수 있지만(예전에 드라마 <주몽>에서 송일국이 눈을 가리고 화살을 땅에 꽂은 채 보지 않고 속사를 해서 과녁 정중앙을 관통하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명장면으로 꼽고 싶은 것이다), '끼기긱~' 하면서 힘겹게 활시위를 당겨, 화살 끝을 과녁에 조준한 뒤 1~2초간 정적이 흐르고 이내 화살이 날아가는 연출이 한결 더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로빈후드>도 괜찮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지만(영화 속에서 굳이 따지자면 두 장면 정도 나올 듯 싶다. 로빈이 고프리 경을 향해 화살을 쏴 한번은 얼굴을 스치고, 영화 막판에는 목을 관통하게 했던 것 정도랄까?), 긴장감과 뒤이은 속도감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최종병기 활>이 더 잘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 현실감 

우리나라 사극극이라 하면 필자가 늘 지적하는 것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ROME> 시즌 1~2를 요새 다시 보고 있는데, 그 현실감은 절대로 우리나라 사극이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러한 현실감도 잘 살린 것 같아서 좋았다. 백두산 호랑이를 보고 겁에 질려하는 청나라 전사(실제 호랑이가 눈앞에 떡 버티고 서 있으면 오금이 저리다는 걸 잘 표현했다)도 그렇고, 무거운 갑주(물론 경량화했다곤 하지만)를 입고 계속 달리다가 헐레벌떡 낙오된 청나라 전사도 그렇고, 남이가 중간에 대나무를 잘라 급하게 애기살을 만드는 모습이라든가, 청군의 화살을 집어 재활용하는 모습도 그랬다(물론 함경도 일대에 대나무가 없어서 그렇게 애기살을 만드는 설정에 무리가 있긴 하지만). 

또한, 만주족 전사들이 만주어를 쓰는 모습이 필자에게는 굉장히 신선했다. '오호라~' 이거 정말 현실감있네~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가 만주어를 모르기 때문에, 배우들의 만주어 실력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는 모른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 저런 시도를 하면서까지 현실감을 배가시키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필자에게는 굉장히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사극에서도 중국과 한국, 일본 사신들이 만나면 이렇게 통역을 하거나, 외국어를 쓰는 모습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국 사극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지 않은가? 암튼, 이런 것들이 다 기존에는 세세하게 묘사되지 않았던 모습들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반갑게(?) 와 닿았다.

 
   

올해 <최종병기 활>이 어디까지 고공행진을 계속 할지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성공한 이 영화가 이후 등장할 한국 영화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이다. 물론 이후 청나라의 기둥(?)이 될 도르곤을 호색한에, 불에 타 허무하게 죽는 것으로 그린 것은 좀 심했지만, 어차피 팩션인데 어찌하랴. 그냥 극중 긴장감을 최고조로 높이기 위한 장치(그래야만 쥬신타가 완전 눈이 뒤집혀 남이를 쫓아올 테니깐)로 선택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설정을 했다고 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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