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건국신화 - 세상의 탄생
김용만 지음, 송진희 그림 / 청솔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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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재밌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1권을 소개할까 한다. 김용만 선생님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 신화책인데, 아마 부여 건국신화를 싣고 있는 거의 유일한 책이 아닐까 싶다. 주인장이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아마 2년 전이었을 것이다. 부여 건국신화에 대한 리포트를 써야 하는 관계로 이런저런 책들을 찾았는데 부여 건국신화에 대해 서술한 책은 시중에 거의 없었고, 그 와중에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물론 부여 건국신화를 분석한다거나 부여사를 정리한 개설서는 아직까지 시중에 나오지 않고 있다.

가끔 어린이책이라 하면 쉽고 재밌는 것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어른들은 읽지 않고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야말로 백지 위에 그림을 그려내듯이 아이들이 지식을 흡수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어린이들 책은 어른들 책보다 더 쓰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특히나 원래 어린이책을 쓰던 사람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런 이유때문에 꽤 오랫동안 어린이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은 별로 없었다. 끽해야 만화책 정도? 하지만 한때 서점가를 강타했던 그리스 · 로마 신화 이야기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어린이책이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줬다. 그렇게 봤을때 이 책은 어린이들이 우리나라 건국신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아주 적절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일단 주목할 점은 상당히 많은 신화가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단군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의 건국신화 뿐만 아니라 부여, 가야, 탐라 심지어 고려의 건국신화까지 싣고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어린이용 우리나라 건국신화 책을 펼쳐 목차를 한번 살펴보자. 과연 이 정도로 다양한 건국신화를 싣고 있는 책이 있는지 말이다.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건국신화를 이해하고자 하는데 이 책만한 것이 없다고 주인장은 단언하는 바이다.

그럼 단순히 많은 내용을 싣고 있어서 좋은 책? 아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이 책의 저자인 김용만 선생님은 이미 고구려 연구자로서 다양한 책들을 써 왔었다. 주인장도 이미 여러번 서평을 쓴 바 있었지만 그 책들을 통해 저자가 얼마나 다양한 시각에서 고구려를 바라보려 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 말은 즉, 이 책의 저자가 갖고 있는 역사적 지식이 그대로 반영된 책인만큼 내용과 구성에 있어서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심지어 서점가의 책을 보면 대조영의 발해 건국을 두고 '건국신화'라고 표현한 어린이용 책까지 있다. '신화(神話)'라는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것일까. 작가의 실수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떠할지 신경쓰지 않는 것인가.

어린이 책일수록 정확해야 하며 또한 간결해야 한다. 주인장도 종종 조사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보고서는 간결하면서도 단정한 문장이 생명이다. 분명 일반 리포트나 논문과는 다른 방식에서 작성해야만 한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글을 거침없이 써낸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로 인해 이 나라의 기둥이 될 어린이들에게 좋은 지식을 심어준다면 그보다 가치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물며 우리나라 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건국신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이들이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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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중국사 - 세계전쟁사 002
크리스 피어스 지음, 황보종우 옮김 / 수막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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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한국사』에 이은 두번째 시리즈물이다. 영국의 오스프리 출판사(Osprey Publishing)에서 기획한 Men-at-Arms 시리즈 가운데 크리스 피어스가 집필한『Ancient Chinese Armies 1500~200 BC』,『Imperial Chinese Armies (1), 200~589』,『Imperial Chinese Armies (2), 590~1260』,『Medieval Chinese Armies 1260~1520』,『Late Imperial Chinese Armies 1520~1840』을 합권한 것으로서 전쟁을 통해 방대한 중국사를 재해석하고 있었다.『전쟁으로 보는 한국사』가 특정 테마를 통해서 몇몇 전투를 파악한 것과는 분명히 다른 구성으로서 내용면에서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있었다. 또한『전쟁으로 보는 한국사』에서는 특정 전투를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가상으로 만든 전쟁 현황도라든가, 그 당시의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었는 반면, 이 책에서는 그런 것은 없지만 당시의 군사 분야에 대해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이런 연구 성과가 가능한 것은 아무래도 그만큼 자세한 문헌과 고고자료가 있었기에 그렇다고 생각하니 내심 부러운 점이 없지 않았다. 분명 우리도 그런 자료들이 축적되어 있는 상태라면 이러한 전쟁사 관련 연구서적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각 장은 그 당시의 상황, 일반적인 역사 서술, 군대의 규모 및 조직 · 운영방식이나 훈련상황, 주요 전투 등의 순서에 따라 서술되어 있었기에 각 시대의 전쟁 · 군사 분야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특히 각 시대마다 그 당시 군인들의 복장을 묘사한 그림들이 있어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그림들이 단순한 상상도가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하여 그려진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종종 책에서 고구려 기마병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들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책에서 그 그림들이 어떤 것을 기반으로 그려졌고, 어떤 모습을 그려낸 것인지 설명한 것을 보지는 못 했을 것이다. (혹시 그러한 책이 있다면 죄송하다) 본문이 끝나고 뒷장을 보면 저자가 각 그림마다 어떤 자료를 기초로 그렸고, 그 그림에 나오는 모습이 어떠어떠한 것이다, 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어 그 점이 특이했다. 물론 이러한 설명도 앞에서 언급했듯이 관련 문헌자료나 고고자료가 충분하기에 여러 가지를 활용할 수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도 최근 적지 않은 고고자료의 발견으로 단지 고분벽화(고구려)만을 인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런 부분들을 잘 활용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우선 주인장이 잘 몰랐던 중국 군사사에 대해 잘 알려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다양한 문헌과(심지어 『죽서기년』까지도 충분히 활용하고 있었다) 고고자료를 섭렵했으며 그것들을 통해서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특정 테마를 갖고 중국사를 서술한 책들이 많지 않기에, 이런 부분들은 일반 개설서나 개론서에서는 얻기 힘든 것들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갑골문에 기록된 상나라의 네가지 병종(馬-전차, 射-궁수, 殳-근접전 전담부대, 近衛兵)이라든가, 서주 시절 동원 가능한 군대는 전차 3,000대와 3만명의 보병이었다는 사실 등, 막연한 중국의 군사력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사실들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단순히 무기나 부대의 규모 및 조직 등에만 국한하지 않고 당시의 사상이나 전략 · 전술, 병법서 등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었다. 심지어 강희제가 병법서를 두고 '물과 불, 행운의 전조와 날씨에 대한 허튼 소리로 가득 차 있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서로 모순되는 내용뿐'이라고 폄하하며 '병법서는 무시하고 대신 정신력과 치밀한 작전계획에 의지하라'고 했다는 내용까지 적어두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저자의 중국사를 보는 시각이었다. 저자는 첫째, 중국의 역사를 통일과 분열의 순환으로 이해하였고 둘째, 농경민족과 유목민족 간의 끊임없는 전쟁과 동맹의 과정으로 파악하였다. 여기까지는 뭐 널리 알려진 것이니 넘어갔다. 셋째, 저자는 통일과 분열의 과정에서 자주 일어난 농민군 봉기를 중시했다. 이 부분은 조금 참신했는데 심지어 원, 명, 청시대에는 일반 농민군의 수준이 때로는 정규군의 그것보다 우수했다고까지 했는데 그 부분은 조금 충격이었다. 농민 봉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배층을 뒤흔들만큼 대단했으며, 항상 농민은 잠재적인 위협을 안고 있는(언제라도 병력으로 환산 가능한) 존재였다는 사실, 그리고 사대부와 같은 지도층은 농민 봉기군보다 이족(夷族) 군대를 더 환영했다는 사실 등은 상당히 흥미롭게 살펴봤다. 암튼 기존에 주인장이 갖고 있던 생각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주었고, 그만큼 재미있기도 하였다. 중국 전쟁사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싶다면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안에 담겨져 있는 내용들은 충분히 훌륭했다. 차후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책이 나오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책장을 한장한장 넘겼다.

더불어 이 책에서 주인장이 관심있게 본 부분은 중국사를 중심으로 봤을때 그와 연관된 다른 민족과의 전투는 어떻게 해석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특히 고구려를 비롯한 역대 한국 왕조와 중국 왕조간의 대립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 · 당 전쟁사 분야에서 고구려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못 했다. 뭐 그 이전의 고구려와 중국 왕조들과의 전쟁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분명 한나라 시절 흉노가 가장 적대적이면서도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것처럼, 수 · 당에게는 고구려가 그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은 저자가 고구려사에 대해 무지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언급을 안 했거나, 관련 지식이 일천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수 · 당 시대의 주요 전투로 저자가 뽑은 것은 총 6개였다. 당고조 이연이 태원에서 거병한 이후 장안으로 진격하는 도중 송노생이 이끄는 수나라 군대와 싸워 승리한 곽읍 전투(617년), 설인귀가 이끄는 당군 10만이 토번군 20만과 싸워 패한 대비천 전투(670년), 측천무후 시절, 이경업의 반란을 진압한 고우 전투(685년), 토번이 일찍이 장악하고 있던 석보성을 두고 벌어진 공성전(745~749년), 안록산을 막기 위해 출격한 가서한의 패배로 끝난 동관 전투(756년), 거란 황제를 맞아 후진의 군대가 승리한 정현 전투(945년) 이렇게 6개 전투였는데 중요성이나 당시 미쳤던 영향에서 봤을때 고 · 수, 고 · 당 전쟁에 미칠만한 것들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일언반구 없었다. 물론 관련 내용이 약 2페이지에 걸쳐 있었지만 살수대첩이나 요동성 전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고, 단지 '이때 고구려 영양왕이 항복할 뜻을 전하자 수나라 원정군은 철수할 명분을 얻어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돌아갔다'라고 적고 말았다. 또한 고 · 당 전쟁은 신라와 고구려의 분쟁에 당이 개입했다고 표현하였고 '요동의 안시성 부근에서 고구려군을 격파하는 대승을 올렸으나 끝내 안시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라고 적고 있을 뿐이었다. 당시 당나라 군사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고구려였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오히려 이를 가볍게 적고 있다는 점이 주인장은 조금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이런 것들은 그 뒤에 마찬가지였다. 요 · 금 시대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발해와의 전투는 뭐 그렇다치고, 고려와의 항쟁 부분도 전혀 언급이 안 되어 있었다. 기 백만에 달하는 엄청난 대군을 쏟아붓고도 동방의 작은 나라를 함락시키지 못 했던 역사는 이 책의 주제와 맞지 않아서였을까? 원 시대도 마찬가지였다. 고려와의 50여년에 달하는 전쟁 중 주요 전투로 꼽힐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 놀랄 뿐이었다. 그나마 뒷부분으로 가면 '평양성 전투(1593년)'가 기록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승훈이 대패한 1차 평양성 전투는 언급이 없었고 이여송의 승전만 적고 있었다. 그것도 조선군이나 의병들의 전과는 생략한 채 말이었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도 역시 저자의 주관이 지극히 많이 개입되어 몇몇 내용에 있어서 변별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외국 학자들의 눈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방벽에 가려져 한국이라는 나라는 주요 관심 대상 밖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앞서 계속 언급했듯이, 분명 중국 군사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자세한 도판과 포괄적인 서술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만큼 기대하고 이 책을 읽었던 분들, 특히 1권을 보고 당연히 2권을 집었던 분들이라면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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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서설 - 개정판
이춘식 지음 / 교보문고(교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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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 '한 · 중 관계고고학'이라는 전공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담당 교수님이 중국통사를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추천해주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책을 사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본 결과, 1991년에 첫 출간한 이후 왠만한 대학교의 역사 관련 학과에서 주요 텍스트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이는 동양사학 공부를 위한 필수서적이라고까지 일컫고 있으니 그야말로 한국고고학계의『한국고고학개설』과도 같은 책이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그동안 중국통사라고 한다면 소위 '한 권으로 읽는~' 혹은 '이야기~' 류의 책들만 읽어왔었기에 대체 이 책이 어느 정도길래 이런 평가를 받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서설(序說)이라 함은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쓴 대강의 서론적인 해설'이라는 뜻이다. 즉, 개설(槪說)과 비슷한 의미이다. 그렇게 봤을때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던 '한 권으로 읽는~' 혹은 '이야기~' 류의 책들(1999-청솔역사교육연구회, 2001-좋은글, 2003-일빛, 2003-청아출판사, 2006-지경사, 2006-청아출판사)와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은 엄연히 말해서 연구서적으로의 성격을 지닌 '서설'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서적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즉, 교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책이었다는 소리다.

먼저 10여년만에 새롭게 출간된 개정판이기에 예전과는 내용면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우선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고대 · 현대사 부분에 새로운 학설을 상당히 많이 참조하고 있었으며 용어 사용에 있어서도 중국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관점에서 중국사를 새롭게 조망하려는 많은 노력이 엿보였다. 그리고 중간중간 한국 혹은 일본, 서양사 연표를 비교해놓고 있어 포괄적인 시각으로 중국사를 이해하는데 적절했다. 덧붙여 주인장이 눈여겨 본 것은 책 부록으로 실린 내용들이었는데,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중국사를 설명하고 각 왕조의 영토 변화를 지도로 그려내고 있어 중국사를 처음 접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좋은 자료로 활용될 수 있었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다가 중간에 도판은 단 한개도 삽입되어 있지 않았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아마 이 것만으로도 이 책이 일반 대중서적과 어떻게 다른지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각 장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시대적 배경 설명, 정치조직 및 군사제도 설명, 특정 정치사건이나 결정적 전투, 당대의 문화와 예술 등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었는데 당시 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 종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또 주인장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한국사와 관련된 내용도 적지 않게 나왔는데, 그 부분에서 저자는 지극히 국제적인 관점에서 한국사를 거론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고구려와 관련된 부분이라든가, 조-일 전쟁과 관련된 부분에서 저자는 지극히 객관적(?)인 관점에서 한-중 관계사를 파악하려고 하였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당대사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또한 다른 책들을 보면 중국사를 서술하면서 주변 지역과의 교류사에 소홀한 면이 많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면에서 적절한 비율로 내용을 구성한 것 같아서 그 또한 보기 좋았다. 중국사는 주변 세력과의 투쟁의 연속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 책을 보면 그러한 부분이 잘 정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국사를 제 3자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면서 책장을 하나씩 넘겼다.

마지막으로 주인장이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은 중국의 근 · 현대사를 서술한 부분이었다. 청나라 말기 서구열강의 침탈에서부터 등소평 집권 이전까지의 역사는 그간 교과서에서 배운 것 이상으로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던 주인장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한국 근 · 현대사도 찾아서 공부하지 않는 본인이 중국 근 · 현대사를 공부할리 없었기 때문에 관련 지식은 일천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중국 근 · 현대사가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 거대한 영토와 엄청난 인구를 지녔던 중국이기에 그런 다이나믹한 역사를 전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8년간의 항일전쟁과 4년간의 국공내전으로 쑥대밭이 되었을 중국을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특히 공산당 집권 이후 중국의 정치조직이라든가 국가장악 과정에 대한 내용은 생소한 것이 많아 흥미롭게 읽었고, 모택동의 정치 행보와 문화대혁명, 극좌파와 실무파의 대립 등은 전혀 몰랐던 부분이어서 좋은 지식이 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와는 국제적인 위치가 달랐기 때문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걸었던 중국이다. 하지만 수천년전부터 지금까지, 또한 앞으로 미래에도 계속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중국이기에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 Point -

신석기 시대 이래의 영토와 문화 그리고 민족으로 구성되어 지금까지 현존하고 있는 국가와 민족은 이 세상에서 오직 중국뿐이다. 서양 문화의 모체였던 Gremo-Roman 문화를 창달하였던 로마 제국은 한번 멸망한 뒤 다시 소생 · 부활하지 못하였지만 중국은 대제국으로 수차 소생 · 부활하여 '불멸의 중국' '영원한 중국'을 과시하고 있다.

이 '불멸의 중국' '영원한 중국'의 생명력을 구성하고 있는 요인은 다양하다. 전통시대 중국의 방대한 경제력, 광대한 영토와 인구, 선진적 과학과 기술, 고도의 통치사상과 치밀했던 정치제도, 우아하고 심미한 예술, 인성에 기반한 도덕과 윤리 그리고 철학과 사상 등이 상호 융합하고 또 상승 작용을 하여 당시 주변 이적들의 상상력을 초월하고 모방을 불허하는 고도의 선진 문화를 창달하였으며 또 길고 긴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이 선진 문화의 지속적인 개혁과 재창조가 '불멸의 중국' '영원한 중국'의 생명력을 이룩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말 中에서(5page) 

- 중국에 대해 간략하게 잘 정리한 글이라 생각한다. 특히 로마 제국은 멸망했지만 중국은 살아남았다~라는 표현은 고구려에도 적용되는 표현인지라 조금 씁쓸할 정도였다. 어쨌든, 중국은 저자의 표현대로 수천년간 국제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쳐왔던 제국이기에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분명히 있는 나라이다. 하물며 요즘 동북공정과 같은 문제로 계속 한국과 부딪치고 있기 때문에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심정으로라도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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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모의 고고학 여행 2
김병모 지음 / 고래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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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주된 내용이 한반도 고인돌의 유래와 한국인의 기원(더불어 신라인의 문화적 원류)이라면 2권의 주된 내용은 허황옥을 중심으로 한 인도와 한반도 남부의 교류 및 일본의 야마대국, 중국의 김씨라 할 것이다. 먼저 저자는 인도와 페르시아, 간다라 등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힌두교와 불교라는 종교의 발상지, 카스트제도에 의해 지배되는 나라 인도. 그리고 그 곳에서 특이한 문양을 발견했으니 그건 바로 카투만두박물관에서 찾은 네팔의 5세기 '쌍어문(雙漁紋)'이 새겨진 불교사원 조각품이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저자는 이 쌍어문을 토대로 가야의 허황옥과 연결시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템포 쉬었다 가는 의미로 저자는 유럽 여행기를 소개했다. 이태리 로마 국제문화재보존복구센터에서 수학한 경험도 있고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문학박사(동양학) 학위를 받은 저자는 유럽문화에 대해 적지 않은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저자는 유럽에서의 경험 때문인지 문화재 복원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문화유적과 실질적인 보상문제로 가장 시끄러운 곳이 바로 서울 한복판의 풍납토성이다. 애초에 성벽만 사적지로 지정된 탓에 성 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거주지에 대해서는 보상문제가 만만찮게 되었다. 몇 조(兆) 단위의 어마어마한 액수의 보상액이 있어야 성내 5만평의 땅을 구입할 수 잇고, 그것보다 2배의 비용이 들어야 성 주변의 해자까지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유적을 보존하자니 돈이 없고 모르는 체하자니 역사의 죄인이 되는 순간이란다. 저자는 만약 이탈리아나 일본에 이런 유적이 있었다면 100년이 걸리더라도 유적 보존계획을 세웠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 OECD 국가임에도 그 품격에 걸맞는 문화 정책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서 질타를 가하고 있다. 하긴, 술 먹고 문화재에 방화를 저지르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문화유적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장기적인 문화재 보존계획 수립은 아직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는게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면서 저자의 발길은 남유럽을 떠나 중앙아시아, 다시 동남아시아로 향한다. 저자도 책에서만 보다가 직접 봤을때 놀랐다는 베트남의 동손문화(Dongson Culture)때 만들어진 청동 북 얘기가 나왔을때는 주인장도 동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고 양각의 무늬가 화려하여 베트남의 고대 청동기문화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그 유물을 보면서 주인장 또한 그 앞에서 눈을 떼지 못 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남쪽에 자리하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는 베트남 답사는 저자가 느꼈듯이 주인장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러면서 저자는 호이한[會安]시에서 느꼈던 점을 적으며 다시금 한국의 문화재 보존계획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16세기부터 번창했던 이 국제도시를 베트남은 지금껏 잘 보존해오고 있는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식 건물과 일본식 건물이 생겨났고 국제적 감각에 의해 축조된 건물은 아직까지 훌륭하게 보존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베트남에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청동기를 제작하는 전통마을이 곳곳에 있다. 주인장은 청동종을 만드는 마을을 들렸었는데 그 곳에서는 수백년간 전해진 전통기법을 간직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하회마을이나 민속촌 같았지만 집집마다 파전과 민속주를 파는 것 대신, 그들은 전통기법으로 만든 종을 만들고 있었다. 먼저 이 곳을 방문하셨던 선생님들의 말씀에 의하면 약간의 돈을 주면 종을 만드는 전 과정을 몇날며칠에 걸쳐 다 보여준다고 했다. 어째서 우리는 이런 무형문화재를 지켜내지 못 하고 있을까. 가끔씩 대를 이어 무형문화재를 지키려는 사람이 줄어듦에 따라 우리 문화가 점점 대가 끊긴다는 기사를 보고 안타깝게 생각했는데 베트남의 경우를 보고 좀 배웠으면 했다. 주인장 역시 베트남도 이러할진데 우리나라는 그러질 못 하고 있어 안타까웠는데 수십년간 한국 고고학계에 몸담았던 원로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마지막으로 앙코르와트를 들린 저자는 역시 같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현재 앙코르와트는 문화재 보존계획에 따라 전세계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 유독 우리나라만 빠져있다. 프랑스, 독일, 일본 사람들은 각자 자국 국기를 달고 자원봉사자를 보내 문화재 복원사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명색이 OECD 회원국이라는 우리나라는 그러질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앙코르와트로 들어가는 입구에 즐비하게 늘어선 한국식 식당과 굉장히 대조적이라 한다. 앙코르와트를 방문했을때 사람들이 그 거대함과 웅장함에 혀를 내둘렀었다(물론 그 더위에 혀가 축 쳐진 것도 있지만). 사진으로만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과 함께. 우리도 그런 거대하고 뛰어난 문화유적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세계에 당당히 내세우지 못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보존하고 가꾸지 않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다. 저자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그런 고심을 하고 또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저자의 여행기가 마무리되고 다시금 이야기는 본론으로 돌아왔다.

평소 남보다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어, 나도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시작했다는 아유타국 연구. 게다가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가 서로 다른 성씨임에도(족외혼) 서로간에 결혼을 꺼려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그는 인도의 아유타국과 허황옥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신어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구약성서에서 확인된 어문(漁門 : Fish Gate)이라는 단어와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의 신어 등을 통해 저자는 근동과 인도 등지까지 이 쌍어문이 사용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그 다음에 저자는 허황옥의 시호가 보주태후(普州太后)인 점을 들어 보주라는 지명을 찾아나선다.『후한서』를 보면 서기 47년, 남군에서 민중 봉기가 일어나 7천명의 토착인들이 강하로 강제 이주 당하고 101년에도 봉기가 일어났는데, 그 주모자의 이름이 허성(許聖)이다. 즉, 허씨 성을 가진 사람이 보주, 즉 사천성 일대에 살고 있었으며 실제 그 곳에는 허씨 집성촌이 있다는 것도 확인을 했다. 뒤이어 허황옥의 발원지가 확인된 상태였으므로 이제는 중국 내에서 신어의 흔적을 찾고자 하였다. 그리고 신어를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전파 지도를 완성하였다. B.C 2,700년 아시리아를 거쳐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을 지나 B.C 500~300년 스키타이 지역에서 신어가 확인된다. 뒤이어 간다라와 야요디아를 거친 신어는 A.D 1~100년 운남과 보주, 무창 등지에서 확인되고 다시 한반도 남부와 일본 구마모토까지 전래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저자는 '신어사상 문화권'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윽고 저자는 이를 계기로 한반도와 인도는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된 것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주인장은 조금 회의적이다. 일단 보주라는 지명이 사천성에 있지만 김성호는 이와 달리 양자강 하류 일대를 지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타도주의 줄임말을 보주로 이해하는 것이다. 게다가 허황옥은 상인집단을 동반한 해상세력으로서 사천성에서 양자강을 따라 다시 해상으로 가야까지 왔다고 하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움이 있다. 오히려 양자강 하류에서 활동하던 해상집단으로서 가야와 교류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신어사상 문화권이 이 주장의 가장 큰 주장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남아있는 신어사상이 포함된 문화적 요소 중 가야 당대(A.D 1세기)의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유일하게 가야 역사를 서술하고 있는『삼국유사』내의「가락국기」조차 가야 당대의 1차 사료가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이는 후대에 불교 전래와 더불어 전승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 가야의 국명조차도 불교적인 색채가 짙다는 견해가 있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후한에 저항하던 서남이 계열의 토착민들이 양자강을 따라 머나먼 길을 육로로 이동했다가 양자강 하류에서 가야로 왔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허씨 집단이 사천성에서 양자강을 따라 이동했다는 근거도, 그 시기가 언제인지, 내륙에 존재하던 집단이 어떻게 해상집단의 성격을 갖게 됐는지 등등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어떠한 설명도 하고 있지 않다. 1권에서 신라와 스키타이에 대해 서술할때도 거시적인 틀은 마련했지만 그에 대한 세부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신어사상을 일본 구마모토에서 찾은 저자의 노력과 그에 따라 비미호를 새롭게 해석한 것은 주목할만한 부분이었다. 특히 가야와 철을 매개로 교역했던 왜를 언급하면서 그런 문화적 교류 속에서 신어사상의 전파는 당연하다고 언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장은 이 부분에서 오히려 신어사상이 세계사적으로 보편적인 문화현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고기 2마리가 마주본다는 식의 설정만 같을 뿐, 각 지역에서 나타나는 신어의 의미가 모두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즉, 물고기가 지니는 그 자체의 의미와 둘이 함께 한다는 의미가 보편적이라 한다면 이러한 신어사상이 어떤 특정한 문화적 요소를 동반한채 이동했다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2권에서도 저자의 열정과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후한에 투항한 흉노인 김일제의 후손과 신라 김씨족을 연관시켜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끝마치고 있었다. 요즘같이 해외여행이 성행하지 않았고, 갈 수 없는 곳도 많았을텐데 저자는 열정과 노력 하나만으로 시간과 재원을 투자해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하여 노력했었다. 그 원로학자의 열정과 노력을 이 2권의 책이 전부 대변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충분히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인장은 고고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이 책을 주저없이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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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모의 고고학 여행 1
김병모 지음 / 고래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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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늘은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고고학 관련 서적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발굴현장을 다니면서 틈틈히 남는 시간에 읽은 책인데 분량도 많지 않고 재미있게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어 단숨에 읽었던 책이다. 이제 다소 여유가 있어 그 책에 대한 서평을 간단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우물 정(井)자 처럼 생긴 고구려의 부호. 한때 최인호의『왕도의 비밀』이라는 책의 중심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는데 저자는 책의 시작을 이것으로 시작했다. 고구려사를 전공하거나 고구려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이 부호를 알고 있을 것이다. 고구려의 국장(國章)이라는 견해도 있고, 토기나 청동기를 만든 장인의 메이커라는 견해도 있으며, 토기의 파수부를 장착할 위치를 표시해놓은 기능적인 표시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은 없으며 고고학자는 이 불확실한 것을 찾기 위해 지루하면서도 인내심을 요구하는 학문을 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운을 떼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 책의 저자인 김병모 선생님은 고고학계에 이미 널리 알려진 분이다. 신라의 금관과 북방 스키타이 문화를 접목하여 설명하고 가야의 허황옥과 인도의 야유타국을 연결시켜 설명하는 것으로 특히 유명한데 종래 학계의 견해와 달리 다소 급진적인 주장도 서슴치 않기에 더욱더 주목을 받는 분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만큼 저자는 굉장히 광범위한 시각 속에서 고고학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 안에서 한국사의 범위를 결코 좁은 한반도 안에 국한시켜서 보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저자의 수십년 고고학 인생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쓰여진 책으로 저자가 그동안 다녔던 전 세계의 문화유적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그 문화유적들을 저자는 일관된 주제 속에 재해석하고 있어 읽는 독자들은 그를 통하여 간접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 나온 저자의 삶이야말로 고고학도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볼만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1권에서는 먼저 남방문화권의 고인돌을 비롯한 거석기념물과 한국의 언어와의 비교연구, 스키타이를 비롯한 알타이지방에 대한 부분, 시베리아와 아무르강 유역,『산해경』을 재해석한 부분, 초원지방에 대한 여행 등 다양한 지역을 여행한 저자가 보고 느낀 점 등을 볼 수 있다.  저자는 고인돌과 같은 거석기념물의 기원이 남방문화권에서 전래된 것이라는 확신 아래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을 답사하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학자의 열정 하나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면서 형질인류학적인 연구성과도 참조하고 그 스스로 해류조사카드도 만들어 바다에 뿌려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한다. 물론 해류조사카드를 이용한 연구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었지만 저자의 노력을 엿보는데는 충분했다. 또한 오끼나와에도 고인돌이 있다는 저자의 말은 의외였다. 지리적으로 일본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바다 한가운데 고립되어 있다시피 하여 오래도록 선사시대를 유지했던만큼 오끼나와에서 고인돌과 그에 따른 문화적인 현상이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주인장도 오끼나와로 해외답사를 갔을때 고인돌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 하였다. 그럼에도 미야코섬에서 저자가 발견한 고인돌을 보고 아~하고 대단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바다를 통한 선사인들의 교류는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 하는 범위까지 확대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오는 내용은 주인장으로서는 안타깝고도 섬뜩했다. 1982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최한 아시아 고인돌 연구 세미나에서 저자는 고인돌이 발견된 지역에서 특이하게 난생신화를 믿고 있는 종족들이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 가설은 당시 국내 학계로서는 충격적이어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듯 싶다. 어떤 원로 학자가 저자의 스승이신 김원룡 선생님께 충고성 권유를 하고 학계와 언론은 저자에게 관념암살(觀念暗殺, Iaea Assassination)을 선사한다. 신사고에 대한 기득권이라고 자부하는 집단의 본능적 부정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신의 가설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이야기는 저자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하나둘씩 풀어내기 시작한다. 저자는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꾸준히 고인돌을 발견하는 등 고인돌의 흔적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더불어 언어학적인 연구도 잊지 않았다. 인도어(드라비다어)와 한국어 속에는 서로 비슷한 인자(因子)가 굉장히 많은데 주인장도 평소에 별 생각없이 썼던 우리 말이 인도에서 전래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면서 저자는 흔히들 몽골의 영향으로 제주도에 생겨나게 되었다고 알려진 하르방의 원초적인 형태가 정작 몽골에는 없다는 것을 밝혀낸다(저자는 또한 제주도 조랑말이 몽골이 아닌 광동마 계통의 남아시아에 살고 있는 토종말들과 연관이 깊다는 것도 증명해 주인장을 놀라게 했다). 오히려 제주도의 특징인 하르방이 남방문화의 인자이며 이러한 하르방은 중앙아메리카의 페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건네줬다. 흑조해류를 타고 연안을 따라 중앙아메리카까지 흘러간 해류는 이어 적도해류를 타고 이스터섬을 거쳐 동남아시아로 향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주인장을 놀라게 한 것은 성인백혈병(ATL : Adult T-Cell Lukemia)과 고인돌의 분포범위가 비슷함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모든 준비는 다 끝났다. 세계고인돌의 대부분이 집중되어 있는 나라가 한국인만큼 고인돌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세계 거석문화협회가 창립되기에 이른다. 저자의 오랜 노력이, 어찌보면 젊은 날의 청춘을 걸고 관념암살과 싸워왔던 전쟁에서 승리하고 결실을 맺은 셈이다. 저자는 이 글을 보면서 기존 한국학계와 전혀 다른 접근법과 증빙자료로 이와 같은 결실을 뽑아낸 저자가 대단해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언어학, 형질인류학, 해양학, 동물학, 의학 등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성과를 통한 그의 증빙은 혀를 내두르게 할 지경이었다. 그로 인해 이제는 한국 고인돌의 유래를 두고 북방기원설만 주장하는 견해는 사라졌다. 다양한 문화 전파 루트를 통해 다양한 문화가 전해졌고 그것이 하나로 융합되어 한국만의 독특한 선사문화가 되었음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은 흡사 유럽인의 아메리카 발견이나 서양의 대항해시대때의 격동적인 역사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특히 서양인들이 갖고 들어간 매독같은 병에 의해 면역력이 약한 많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부분이 떠오르면서 ATL과 고인돌을 연결시키는 저자의 통찰력이 놀랄 따름이었다. 각각 독특한 지형과 기후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동일한 문화적 요소를 갖고 다른 지역으로 퍼진다면 그 유전적 흔적은 어디든 반드시 남을테니 말이다. 정말 흥미롭던 첫번째 이야기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이어 저자의 발걸음은 북방 초원으로 향해 우리 민족의 기원을 밝히는 데로 향한다. 이 부분은 이미『금관의 비밀』에서 밝힌 바 있는 내용들이 많아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헤로도토스의『역사』를 토대로 파지리크 지방에 살고 있던 '아르기 파이오이'라 불리는 대머리 인종을 여사제로 해석한 부분은 탁월했다. 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거친 유목민들 사이에서 분쟁을 조정해줬다는 인종, 그것은 바로 여자사제들이었던 것이다. 대머리 사제들은 이집트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만큼 그들의 신분적 질서가 다른 민족과 달랐음을 알 수 있었다. 공산주의권 국가를 여행하며 생겼던 문제점도 있고 에피소드들도 나름 있었지만 저자는 끊임없는 탐구욕으로 바이칼호수 근처의 알타이 지역까지 나아갔다. 그 안에서 빗살무늬토기와 숟가락, 자작나무, 샤먼의 전통 등을 통해 광범위한 알타이지역과 한국의 역사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저자는 역설한다. 특히 자작나무의 경우 신라 천마총의 승마용 장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차대용 식물로도 활용되었다는 것을 공부한 바 있었다. 저자의 발걸음은 아무르지역을 거쳐 천산산맥까지 족적을 남기지 않은 곳이 없었다. 특히 '사랑'이라는 단어가 카자흐어로 '무정한 바보'라는 의미를 지닌 '싸랑'에서 연원한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입이 절로 벌어졌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를 주인장은『산해경』의 고고학적 재해석으로 꼽고 싶다. 알타이지역 각지의 문화현상을『산해경』과 연결시켜 저자는 당시의 사회를 재해석하였다. 여기서 중요시 여겨지는 것이 바로 '새 숭배사상'인데 삼족오나 까마귀, 솟대 등의 신조(神鳥)가 우리측 자료에 길조로 기록된 것을 꼽을 수 있다 하겠다. 그러면서 주목되는 것이 신라인데 신라의 금관과 무덤을 통하여 저자는 신라와 알타이지역과의 밀접함을 거듭 주장한다. 하지만 유리제품이 고대 한반도에서 신라, 가야의 왕족무덤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이들만이 이란 지역과 해상교역을 통해 이런 제품을 수입할 수 있었다는 주장에는 쉽게 동조하지 못 하겠다. 오히려 그런 교류가 각국마다 활발했지만 현재 남아있는 것은 고분의 특성상 신라, 가야에서만 독특하게 많은 양이 발견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신라의 문화를 알타이지역 스키타이 등과 연결시키는 것에 주인장은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신라가 한반도 동남부에 갇혀 있으면서 꾸준히 그들과 교류함으로써 이런 문화적 요소를 간직하게 되었다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오히려 신라는 몇번의 임펙트한 접촉 이후 그들 문화의 원류지와는 교류가 거의 없었고 고구려나 백제를 통한 이차적인 접촉만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주인장의 생각이다. 잘 알다시피 각배라든가, 유목민족식 명칭은 고구려나 백제에서도 확인되기 때문이다. 즉, 알타이지역과 신라 사이에 문화적 요소가 다분히 많다고 하여 지속적이면서도 밀접한 교류가 있었다고 성급히 단정짓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다양한 지역에서 고대 한국사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수많은 문화적 요소들을 확인했던 만큼 이 책에서는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그런만큼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반인들은 이 책을 두고 대리만족을 느낄지도 모른다. 물론 세부적인 부분에서 주인장과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다 국제적인 감각을 갖고 한국사를 해석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것이 김병모 선생님의 평소 생각과도 잘 부합하는만큼 이 책은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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