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서설 - 개정판
이춘식 지음 / 교보문고(교재)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이번 학기에 '한 · 중 관계고고학'이라는 전공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담당 교수님이 중국통사를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추천해주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책을 사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본 결과, 1991년에 첫 출간한 이후 왠만한 대학교의 역사 관련 학과에서 주요 텍스트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이는 동양사학 공부를 위한 필수서적이라고까지 일컫고 있으니 그야말로 한국고고학계의『한국고고학개설』과도 같은 책이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그동안 중국통사라고 한다면 소위 '한 권으로 읽는~' 혹은 '이야기~' 류의 책들만 읽어왔었기에 대체 이 책이 어느 정도길래 이런 평가를 받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서설(序說)이라 함은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쓴 대강의 서론적인 해설'이라는 뜻이다. 즉, 개설(槪說)과 비슷한 의미이다. 그렇게 봤을때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던 '한 권으로 읽는~' 혹은 '이야기~' 류의 책들(1999-청솔역사교육연구회, 2001-좋은글, 2003-일빛, 2003-청아출판사, 2006-지경사, 2006-청아출판사)와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은 엄연히 말해서 연구서적으로의 성격을 지닌 '서설'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서적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즉, 교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책이었다는 소리다.

먼저 10여년만에 새롭게 출간된 개정판이기에 예전과는 내용면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우선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고대 · 현대사 부분에 새로운 학설을 상당히 많이 참조하고 있었으며 용어 사용에 있어서도 중국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관점에서 중국사를 새롭게 조망하려는 많은 노력이 엿보였다. 그리고 중간중간 한국 혹은 일본, 서양사 연표를 비교해놓고 있어 포괄적인 시각으로 중국사를 이해하는데 적절했다. 덧붙여 주인장이 눈여겨 본 것은 책 부록으로 실린 내용들이었는데,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중국사를 설명하고 각 왕조의 영토 변화를 지도로 그려내고 있어 중국사를 처음 접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좋은 자료로 활용될 수 있었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다가 중간에 도판은 단 한개도 삽입되어 있지 않았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아마 이 것만으로도 이 책이 일반 대중서적과 어떻게 다른지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각 장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시대적 배경 설명, 정치조직 및 군사제도 설명, 특정 정치사건이나 결정적 전투, 당대의 문화와 예술 등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었는데 당시 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 종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또 주인장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한국사와 관련된 내용도 적지 않게 나왔는데, 그 부분에서 저자는 지극히 국제적인 관점에서 한국사를 거론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고구려와 관련된 부분이라든가, 조-일 전쟁과 관련된 부분에서 저자는 지극히 객관적(?)인 관점에서 한-중 관계사를 파악하려고 하였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당대사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또한 다른 책들을 보면 중국사를 서술하면서 주변 지역과의 교류사에 소홀한 면이 많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면에서 적절한 비율로 내용을 구성한 것 같아서 그 또한 보기 좋았다. 중국사는 주변 세력과의 투쟁의 연속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 책을 보면 그러한 부분이 잘 정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국사를 제 3자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면서 책장을 하나씩 넘겼다.

마지막으로 주인장이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은 중국의 근 · 현대사를 서술한 부분이었다. 청나라 말기 서구열강의 침탈에서부터 등소평 집권 이전까지의 역사는 그간 교과서에서 배운 것 이상으로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던 주인장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한국 근 · 현대사도 찾아서 공부하지 않는 본인이 중국 근 · 현대사를 공부할리 없었기 때문에 관련 지식은 일천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중국 근 · 현대사가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 거대한 영토와 엄청난 인구를 지녔던 중국이기에 그런 다이나믹한 역사를 전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8년간의 항일전쟁과 4년간의 국공내전으로 쑥대밭이 되었을 중국을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특히 공산당 집권 이후 중국의 정치조직이라든가 국가장악 과정에 대한 내용은 생소한 것이 많아 흥미롭게 읽었고, 모택동의 정치 행보와 문화대혁명, 극좌파와 실무파의 대립 등은 전혀 몰랐던 부분이어서 좋은 지식이 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와는 국제적인 위치가 달랐기 때문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걸었던 중국이다. 하지만 수천년전부터 지금까지, 또한 앞으로 미래에도 계속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중국이기에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 Point -

신석기 시대 이래의 영토와 문화 그리고 민족으로 구성되어 지금까지 현존하고 있는 국가와 민족은 이 세상에서 오직 중국뿐이다. 서양 문화의 모체였던 Gremo-Roman 문화를 창달하였던 로마 제국은 한번 멸망한 뒤 다시 소생 · 부활하지 못하였지만 중국은 대제국으로 수차 소생 · 부활하여 '불멸의 중국' '영원한 중국'을 과시하고 있다.

이 '불멸의 중국' '영원한 중국'의 생명력을 구성하고 있는 요인은 다양하다. 전통시대 중국의 방대한 경제력, 광대한 영토와 인구, 선진적 과학과 기술, 고도의 통치사상과 치밀했던 정치제도, 우아하고 심미한 예술, 인성에 기반한 도덕과 윤리 그리고 철학과 사상 등이 상호 융합하고 또 상승 작용을 하여 당시 주변 이적들의 상상력을 초월하고 모방을 불허하는 고도의 선진 문화를 창달하였으며 또 길고 긴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이 선진 문화의 지속적인 개혁과 재창조가 '불멸의 중국' '영원한 중국'의 생명력을 이룩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말 中에서(5page) 

- 중국에 대해 간략하게 잘 정리한 글이라 생각한다. 특히 로마 제국은 멸망했지만 중국은 살아남았다~라는 표현은 고구려에도 적용되는 표현인지라 조금 씁쓸할 정도였다. 어쨌든, 중국은 저자의 표현대로 수천년간 국제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쳐왔던 제국이기에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분명히 있는 나라이다. 하물며 요즘 동북공정과 같은 문제로 계속 한국과 부딪치고 있기 때문에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심정으로라도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