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2011)

23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 애니메이션상 후보(2010)

6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PERSOL 3-D상 수상(2010)

 
대단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 아마 작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애니메이션 하면 '디즈니!' 대신에 '드림웍스!'가 바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슈렉> 시리즈와 <쿵푸팬더>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드림웍스가 새로운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 역시 드림웍스에서 야심차게 준비한만큼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족 단위로 많이 가거나, 아이들이 즐겨 봤던 작품일텐데 어른들이 보더라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3D로 구현된 화면은 정말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단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이킹 족장의 아들 히컵과 그의 애마(?) 투슬리스(이가 없다고 해서 주인공이 붙여준 이름이다)다. 배경은 바이킹의 마을이며, 시기는 당연히 모른다. 바이킹과 드래곤이 공존하는 동네에서 바이킹들은 정기적으로 가축을 약탈해가는 드래곤들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렇다고 그 과정이 전혀 지루하거나 진지하지도 않는다. 바이킹들에게 있어 드래곤과의 사투는 늘상 있는 일이며, 그런 드래곤과의 대결에서 두각을 드러내야만 진정한 바이킹으로서 인정을 받는데 도입부부터 이야기는 흥미롭게 흘러간다. 주인공 히컵은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을 뿐, 체력이나 전투력(?)이 월등히 낮다. 그런데 우연히 마을로 쳐들어온 드래곤들을 향해 자기가 개발한 거대한 투창기를 쏘게 됐고, 하필이면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드래곤(이름이 밤의 안개였나? 이름 까먹었다)이 여기에 맞는다. 

다음날 드래곤을 발견한 주인공. 그런데 다른 바이킹의 생각과 달리 가장 빠르고 흉폭하다고 알려진 드래곤은 사실 굉장히 작고 귀여운 모습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쏜 투창기에 꼬리 날개를 다친 드래곤은 하늘을 날지 못 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인공 날개를 달아주고, 안장을 얹어서 드래곤을 타고 다니기 시작한다. 드래곤에게 먹이도 주고, 투슬리스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드래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 드래곤을 적이 아닌 친구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다른 바이킹들과는 전혀 다른 태도로서, 투슬리스 또한 주인공이 특별한 것을 알고 친하게 지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즐거운 나날을 보내면서 주인공의 삶도 크게 달라진다. 예전에는 드래곤은 커녕 마을에서 제대로 하는 일도 없었던 주인공이 드래곤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게 되고, 결국에는 마을에서 제일 용감한 전사로 뽑히기까지 한다.

항상 걱정이던 아들이 이제는 아주아주 듬직한 아들로 바뀌자 아버지(바이킹족 족장)는 아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하지만 이내 아들이 드래곤과 친하다는 것을 안 그의 아버지는 투슬리스를 이용해서 드래곤 소굴을 일망타진하려고 한다. 그렇게 대함대를 이끌고 떠난 바이킹들. 그래서 어떤 외딴 섬으로 다가갔는데, 세상에나. 거기에는 엄청나게 큰 드래곤 보스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드래곤들이 바이킹 마을에서 끊임없이 가축들을 납치해 갔던 것도 모두 이 드래곤 보스를 먹이기 위해서였고, 그것마저 부족한 이 녀석은 음식을 날라주던 드래곤들까지 잡아먹는 흉폭한 녀석이었다. 바이킹족은 난생 처음 보는 거대한 녀석때문에 얼어붙었고, 그때 히컵과 투슬리스는 거대한 드래곤을 상대로 훌륭하게 싸워 결국 이겨버린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마지막에 나온다. 끝판 왕과 싸워 이기지만 거대한 드래곤이 폭발하면서 생긴 화염 속으로 히컵이 떨어지게 되고 투슬리스는 그런 히컵을 구하기 위해 불덩이 속으로 뛰어든다. 히컵의 아버지가 뛰어가고, 투슬리스의 날개 사이에서 목숨을 부지한 아들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아버지의 표정이 바뀐다. 그리고 히컵은 집에 돌아왔고 잠에서 깼는데, 이게 왠 일. 다리 한쪽이 없는게 아닌가. 투슬리스처럼 주인공도 똑같이 불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의족을 달고 투슬리스에게 의지한 채 주인공은 집 밖으로 나서고, 집 밖에서는 드래곤들과 바이킹족이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뭐랄까~마지막 반전이랄까? 주인공도 불구로 만들면서 인간과 드래곤의 교감을 극대화시킨 것이 아주 인상깊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이 영화의 원작은 책이라고 한다.  
영국인 작가 크레시다 코엘이 어린이들을 위한 소설로 2003년에 발표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국내에도 번역판이 있으니 나중에 한번 읽어보려고 한다. 또한 영화에 나오는 음악도 좋은 것들이 많은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OST도 한번쯤 들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 용(드래곤)이 등장하고, 드래곤과 인간의 관계가 처음에는 안 좋았다가 점점 좋아지는 것으로 바뀌는 것을 두고 어떤 이는 이 영화가 '안티 기독교 영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애까사쩨님의 '행복한 진화론적 무신론자'라는 다음 블로그를 가 보니 이 영화를 두고 '세련된 안티 기독교 영화' (http://blog.daum.net/ekasacce/152)로 소개하고 있어 조금 독특했다. 뭐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서구 사회에서 용은 사탄이고 악마라서 절대로 인간과 양립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에도 바이킹과 용들은 대립하지만 결국 화해를 하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이는 안티 기독교 영화라는 것이다. 흐음. 정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애니메이션 하나에 너무 많은 사상을 주입시킨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영화를 딱 보면서 든 생각은 '바이킹'이라는 존재가 상당히 미지의 존재이면서도 다소 국가체를 형성하지 못 하고 와일드하게 살아가는 그런 이미지가 강하구나~라는 것이었다. 일찍부터 도시 국가를 이루고 한때 제국을 지향했던 그리스인들과 드래곤이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 어울릴까? 오히려 그리스하면 세련된 느낌의 신과 더 어울리지, 이런 괴수 혹은 드래곤과는 많이 어울리지는 않는다. 그럼 로마인과 드래곤? 에이...거기다가 드래곤과 거칠게 싸워가면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킨다는 설정 또한 바이킹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도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킹과 드래곤이라는 소재는 아주 적절하게 잘 조화되는 것 같고, 그 결과는 영화의 큰 성공과 직결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실제 영화 평가도 어마어마하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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