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
안도현,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이란 제목이 와 닿는다. 찌질함과 함께 애잔함이 섞여 있다고 느낀다. 비오는 새벽녘 창문을 열어 들어오는 빗소리와 바람 소리를 함께 맞이할 때 떠올린 말한 제목이라고 해야 하나. 제목마저 시답다.
이 책은 시인 안도현이 시를 읽으며 노트 한쪽에 적어 두었거나 다시 읽고 싶어 시집 한 귀퉁이에 적어둔 71편의 시를 묶은 것이다. 초판이 1999년이니 여기에 실린 시는 모두 1999년 이전 출간된 것이다. “열 몇 살 무렵 문학에 눈뜨기 시작할 때 좋아하던 시”, “스물 몇 살 무렵 문학청년 시절에 좋아하던 시”, "내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시", "내가 사랑하는 감동적인 시", "내가 사랑하는 젊은 시인들의 시"로 나누어 시를 소개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 시에는 안도현 시인이 이 시를 읽을 무렵의 감상과 이 시와 얽힌 개인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가령 청년 시절 좋아한 김경미 시인의 <비망록>에 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감정이 많다고. 신춘문예에 투고하고 나서 당선 소감도 미리 써 놓고 상금을 받으면 갚을 생각으로 외상 술을 마시며 신문사로부터 연락을 기다렸는데, 결과는 낙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신문에는 이 시가 실렸다. 그날 시인은 괴롭고 외로웠지만 시를 다 읽고 나서는 괴로움과 외로움이 봄눈 녹듯 사라졌다고 그날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안도현 시인은 시인이 된다는 것은 시를 읽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인이지 않아도 시를 읽는 즐거움은 있다. 다만 시는 다른 글들과 달라서 늘, 여유라는 게 있어야 잘 느껴지는 것 같다. 시행과 시어를 읊조리며 점점이 퍼지는 여운, 어느 순간 가슴에 와 닿는 문장들. 그래서 시는 각을 잡고 읽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문득 만났을 때 심장에 전달이 되고 머릿속에 남는다. 그래서인지 만나기 어려운 시들을 다른 이의 감상과 사연과 함께 소개받는 일은, 여운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