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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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엄 촘스키는 못 듣는다


스즈키 도시타카김소연 (옮긴이),  오팬하우스, 2026-05-27.

 

 새벽이 아닌 휴일 오전, 집단으로 날카롭게 울어대는 새들의 소리에 나가보았다. 까치 무리와 까마귀 무리의 대치! 제법 오래 이어진 이 대치를 굳이직관하며 새들은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었다. 전선줄에 병정처럼 늘어선 까치와 까마귀 무리들. 어디서인지 계속 수를 늘려가는 이들의 전투는 무엇때문일까. 까마귀에 의해 둥지가 점령당한 것 같은 까치들이었기에 까마귀는 왜 까치 둥지를 침략하는 건지 궁금했고 잠시 뒤엔 까치와 까마귀가 서로 연합하는 듯이 보여 이건 또 뭘까 궁금했다. 멀리 지나가는 사람들 소리에 고양이가 섞여 있어 둥지를 공격한 고양이에 맞선 새의 연합작전(?)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펴기까지, 그리고 점차 나뭇잎의 흔들림도 잠잠하고 새들의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뭔가 멍하고 소외된 듯한 기분으로 현장을 벗어났다. 그때 이 책을 알았다면 뭘했을까. 새의 말이 들리는 저자였다면 당장 새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챘겠지만 내겐 그저 새의 감정과 기분을 나타낸 듯 다르게 들렸던 소리가 기억난다

  이 책은 새 언어탐구 과정을 기록했다. ‘new’가 아니라 bird’. 저자인 스즈키 도시타카는 아시아 최초로 영국 동물행동연구협회 국제상을 수상한 일본의 생물학자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언어는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리고 오늘날의 인간과 자연의 괴리가 생각났다.

하지만 박새들은 그건 틀린 생각임을 가르쳐주었다. 인간에게는 인간의 언어가 있듯 새에게는 새들의 언어가 있다. 인간의 언어는 동물 언어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자연을 올바르게 보는 눈을 잃었지만 새들은 다른 동물의 언어까지 제대로 이해하며 살고 있다.

 

  핵심은 이거다. 저자는 박새언어를 가지고 있음을 오랜 시간 탐구와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저자의 이러한 노력은 과학계, 동물학회에 반향을 일으키며 세계 유수의 실렸고 저자는 이 과정을 이 책에 담고 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겨가면 약간 당황하게 된다. 이 책은 20년의 연구, 탐구서인데 책의 내용이나 서술이 몹시 가볍게 느껴진다. 20년의 노력이 아니라 잠깐의 취미활동을 기록한 것처럼. 굳이 서론을 길게 하지 않고 핵심만을 간략히 서술하는 것, 그 심플함이 이 책의 장점일 수도 있겠다. 오랜 실험과 탐구를 담은 책인데 그와 관련된 사진한 장 없다니 하고 생각했는데, 일러스트로 그려진 그림이 유쾌함을 주는 요소일지도. 저자가 직접 그린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새가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이 놀라운 연구를 좀더 탐구하고팠던 나에게는 상당히 아쉬움이 남았고 저자가 논문에는 어떻게 썼는지 매우 궁금해졌다. 이런 나의 생각이 풀리게 된 건, 저자가 중학생 대상으로 강연을 제법, 주욱 했다는 서술에서였다. , 그러한 활동으로 이 책이 학생들에게 보다 쉽게 읽히고 다가갈 수 있도록 서술된 건가! 내 아쉬움은 진정시키며 다른 저작물이 소개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무언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동물의 울음소리가 그저 감정의 표현인지 인간의 말처럼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는지를 구별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이다. 만약 사고 절약 원칙에 따라 생각해도 구체적인 의미를 전달한다고밖에 할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한다면 동물에게도 언어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해낸 사람은 전 세계에서 나밖에 없다! 나는 동물은 말하지 않는다라는 2천 년 이상에 걸친 역사상 최대의 오해를 풀고,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일어섰다.

 

  생물학자이자 연구자인 저자는 일본에서 가장 흔한 새 중 하나인 박새의 소리가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을 알아내고 각각에 의미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나아가, ‘언어를 사용함을 단계별로 증명했다. 분명 그러할 것인데, 이를 위한 증거가 없다고 그것이 아닌 것이 될 수 없다는 이 마음으로 저자는 끊임없이 실험하고 실험했다. 대표적인 것이 나뭇가지실험이다. “박새의 츠르르르르을 의미하는 단어라면 그 소리를 들은 박새는 뱀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고 평소에는 뱀으로 보이지 않던 것을 뱀으로 착각할 것이라는 가설에 따라 츠르르르르소리를 들려주며 나뭇가지를 움직이는 반복된 실험을 한 결과, “‘츠르르르르소리를 들은 박새는 머릿속에 뱀의 이미지를 연상하고, 뱀처럼 생긴 것을 찾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인간이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것처럼 박새도 인간처럼 규칙을 사용해 울음소리를 조합하고 어순에 따라 의미를 이해할 것”, “박새에게도 문법 능력이 있다라는 가설을 설정하고 또한 이를 실험으로 증명해냈다.

  책에서는 간단히 서술되었지만 이 실험이 하루 이틀에 끝나는 건 아니다. 몇 년에 걸쳐 반복된 실험을 진행한다. 저자는 매번 박새가 언어 능력이 있음을 기본으로 하여 이와 관련된 의문을 품고 이 의문에 맞게 실험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을 거쳤다. 새의 언어 능력을 파헤치고픈 저자의 욕구는 일상에서 개그 프로를 보던 순간에도 새의 언어능력을 탐구할 수 있는 가설을 떠올리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 집중하고 이에 따른 행동력을 보이는지, 이러한 열정이 가 언어가 있음을 증명하는 놀라운 사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저자는 새들의 언어 세상과 인간 세상을 이어주는 노력 또한 진행했고 동물들의 대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세상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의 하루하루는 더욱 풍요롭고 멋지게 바뀔 것이라 믿는 1983년생(자료를 찾아보니 1983년생이라 하여 또 놀란다) 학자다. ’20년간 박새 연구를~‘이라며 책소개에 있는 저자 사진을 보며 어려보이고 음악가같은 모습이라 매치가 잘되지 않았는데, 20, 학자, 탐구 이런 단어를 기본으로 하여 내게 과학자‘, ’연구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구나 싶었다.

  이 책의 추천자인 최재천 교수는 저자에 대해 내가 가장 시기하고 질투하는 학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했다. 나 또한 저자의 이 열린 사고와 행동력에 감탄한다. 특히나, 노엄 촘스키와 비교되어 더더욱! 사실 이 책보다는 시작과 동시에 추천사인 최재천 교수님이 노엄 촘스키와 만난 일화를 보며 놀랐다. 노엄 촘스키는 언어학자이자 정치사상가로 활동해온 영향력있는 학자다. 노엄 촘스키의 그동안의 저서가물론 학자로서 확고한 자기주장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에 대해 놀라는 건 아니다. 그저 생각보다 유연하지 않고 경직된 학자인가 생각들었을 뿐이다. 찾아 보았다. 1928년생이다. 2009년에 이미 80대가 넘은 학자였다. 이 나이쯤되면 자기가 아는 세상만이 다라고 생각하는 노인들이 많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세계와 다른 얘기를 하면 자신을 공격하는 줄 알며 조금만 감정이 상하면 삐지기도 한다.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다른 주장을 가진 이를 만났을 때 공격력이 살아나 더 신나지 않았을까. 좀더 논쟁할 수 있을 테니왜 최재천 교수가 이 책을 노엄 촘스키에게 가져다 흔들고 싶은지 이해가 된다. 이 책의 저자가 책에서도 계속 강조하듯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저자가 이야기한것처럼우물 안에 있어도 괜찮은 것은 올챙이 때까지뿐이다.

 

그는 내게 요즘엔 무슨 연구를 하느냐 물었다. 나는 너무도 당당하게 까치의 언어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내 설명을 듣던 그는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끝내 내 말을 끊으며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뿐이라고 단언했다.  () 그날, 밤 늦게 나는 한국 방문을 거절한다는 그의 이메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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