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도 불행한 (리커버 특별판)
김은비 지음, 무라야마 도시오 옮김 / 디자인이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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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문고 다른 책들은 작은 판형인데 이 책은 크다. 신기하게 일본어번역이 같이 있다.

그저 행복하고 좋기만 한 사랑이 있을까.
사랑하고도 불행할 수 있고
사랑때문에 아프기도 할테지.

온세상 꽃밭같이 행복하면 좋겠지만
사랑때문에 울고 괴롭고 좌절하고
그래서 아프기도 하다.
언제나 사랑은 어렵다.

■ 내 사랑은 매번 극단적이야.
그래서 시작됐고, 그래서 끝났지.
이런 내 사랑도 괜찮다면
나는 지금 네게 당장 달려갈 거야. p.37

■ 사랑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을 쓴다. p.46

■ 나의 행복과 불행의 이유가 모두 당신이 될 수능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 이 모든 걸 함께하기로 해.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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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안개 - light and fog
최유수 지음 / 도어스프레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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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안개, 최유수


빛이 기억을 빚는다. 어둠은 감정을 빚는다. 문틈 사이로 눈빛이 닫히고 나면 과거는 멀어진다. 그리움보다 더 멀리. 밤이 지나간 자리에 빈 괄호들이 남겨져 있다. 안개 속에서 빛들의 목소리를 받아 적었다.
#책소개



최유수를 좋아하는 사람 덕분에 최유수를 알게 되었고 나 역시도 최유수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랑의 몽타주와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를 거쳐 빛과 안개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사람이 읽고 있던 책은 아무도 없는 바다라는 책이었고 아직 그 책을 읽지는 못했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고 그 작가의 책을 하나씩 읽어나가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뭉클해지기도 하고. 애틋하고 뭉클하고 먹먹해지는 그런 문장을 사랑한다. 최유수의 글에게는 그런 문장들이 많은데 빛과 안개에서는 쓰기에 대한 부분도 있어서 또 좋았다. 쓴다는 것은 내겐 어려운 일이고 리뷰를 쓰는 순간에도 고민하고 고민해서 쓰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쓰고 본다는 작가의 문장이, 내 글이 제일 후지고 별로인 것처럼 느껴지더라고 일단 쓴다는 그 문장이 무척이나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제대로 된 글을 쓰진 못하지만 용기를 얻어 별볼일 없는 리뷰라도 조금씩 써보고 있다. 천천히 차근차근.

책 속에 나무와 숲 같은 풍경, 비오는 풍경, 꽃이 피는 풍경 등 자연이 자주 나온다. 사람이 두렵고 사람이 어려운 나에게 자연은 위로를 준다. 그래서 지난 2년간 꽃을 보고 나무를 보고 바다를 보며 그렇게 걷고 걸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아픈 마음 말고 기쁜 마음으로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싶다. 마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자꾸만 아프기도 하는데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조용히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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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리머니
조우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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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을 함께 산 두 여자가 지금 당장
부부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게 뭔지 아세요?”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건
이미 다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을 뿐.

온 세상이 답답한 벽장같다던, 선택할 수 있다는 거,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권력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느냐며 분노하는 은경, 도무지 완벽히 공략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상이라는 던전을 헤매는 동안 지치지 않게 돕고 싶다고, 그럴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애쓰고 간절해지리라는 가경, 저지르지 않은 죄는 죄가 아니라며 자신을 마음을 숨기며 죽은 듯이 살아가던 선미.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들킬까봐 조마조마한 일상이 되기도 한다. 가경과 선미, 은경, 송미영과 이순영을 통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죄가 되고 해서는 한 될 일이 되어야만 하는지, 사회의 시선을 두려워해야 하고 납득할 수 없음에도 체념해야만 하는지 묻고 있다.

도선미의 입장에서 소설을 읽었다. 성정체성을 드러낼 기회조차 없었던 기독교집안에서 자란 선미는 그 집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무원이 되어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하주에 정착하게 되었다. 하주는 작은 도시인데다 공무원인 선미는 입방아에 오를만한 일은 절대 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며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그런 선미가 가경의 계획에 의도치않게 가담(!)하게 되면서 더 이상 마음속에만 담아두지 않고 알을 깨고 나오듯 벽장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거면 돼요.” 에서 “모자라요.” 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워지는지 보고 싶다는 선미의 변화에 어쩐지 뭉클해졌다. 그렇게 그들의 계획은 실행으로 옮겨졌고 101쌍의 동성커플이 혼인신고를 하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쩐지 우리의 행정체계가, 법이 좀 우습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결국 101쌍이 되어서야 알아차리게 되는 상황이, 그저 실수로 덮고 왜 그랬는지조차 조용히 넘어가려는 대처가 말이다.

선미는 원하면서도 포기했다고 속여온 자신의 마음이 부끄러워졌다.(p.97) 자신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에 안도하던 선미가 가경이 자신을 안다는 사실이 두렵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p.119) 선미와 가경이 함께한 동성 혼인신고 승인은 계속됐고 100쌍을 부부를 만들어냈다. 그들을 보면서 어떤 억울함, 어떤 상실감, 어떤 분노와 고민, 선택과 모험이 나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니 세상이 다르게 받아들여졌다.(p.187)는 선미는 이제 예전의 선미가 아니었다. 그저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므로.

선미와 은경이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작은 축제같던 그 날을 시작으로 모두의 축하와 폭죽이 터지는 진짜 축제가 열리길 기대해본다. 작가님의 사인처럼 비장하게 말고, 신나게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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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해하는 나의 사랑에게 김소원 단상집 2
김소원 지음 / 별책부록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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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작가님 책에 빠져 찾아서 주문하고 읽어나가고 있다. 다정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글들이 마음에 든다.

내가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꼭 있다는 어느 책방 사장님의 말을 듣고 내가 나를 좋아하면 세상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반드시 있다는 말로 위로해주는 언니(p.25)가 있다.

침해받아도 좋아,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p.61)을 좋아하는 글처럼 누군가를 아무 조건없이 좋아하고 싶다.

이해받고 싶지만 이해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 사실은 겁이 많고 나의 약함을 발견하고 그게 미워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 무심한 마음을 사과하는 것. 내 깊이를 들킬까봐 겁이 나는 것.

그런 것들이 내게도 있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그 사실이 또 위로가 된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런 나라도 좋아해주길 바란다. 이렇게 부족하고 나약한 나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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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아는 사람 - 유진목의 작은 여행
유진목 지음 / 난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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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그라피 #하리의서재
#오늘의책

유진목 시인이 지난 해 여름, 하노이에 다녀온 여행산문집이다. 시인의 산문집을 좋아하는데 제목이 슬픔을 아는 사람이라니 그냥 사는거다. 동네책방 다다르다에서 사인본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예약주문하고 기다려서 받아왔다.

시인이 지난 몇 년간 소송으로 힘들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지지부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차츰 잊혀졌지만 당사자들의 고통은 누구 알까. 그 외에도 힘든 시간을 겪었던 시인을 보며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시를 쓰고 글을 쓰는 시인이 글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은 하노이에 다녀온 여행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분노에 휩싸이는 시간이, 매일 죽지 않고 살아있으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약을 먹지 않으면 잠들 수 없는 그 순간들이, 스스로에게 당부한다는 글이 아프게 다가왔다.

🏷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낯선 곳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도 되는 걸까? 길을 걷다 멈추면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찰나를 만들고 나는 가만히 서서 순간 속에 머문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나는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다. 여기에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기서 나는 아무도 아니다. 아무와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오직 나만이 나와 이야기 나눌 수 있다. p.48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한심하게 여기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힘든 시간이 있다. 특히 요즘은 잠들지 못하고 무기력한 나를 보고 있다. 멀리 낯선 곳은 아니어도 나도 나와 이야기 나누며 나를 들여다봐야겠다.

🏷 나는 혼자서 울고 밖으로 나갈 때는 웃는 사람이다. 밖에서도 울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런 날들을 지나왔다고 지금은 쓸 수 있다. 나는 밖으로 나갈 때 웃는다. 내가 우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한다. 만나는 사람 모두가 내가 울었다는 것을 알던 때가 있었다. 그런 날들을 용케도 지나왔다고 지금은 쓰고 있다. 나는 혼자서 울고 밖으로 나갈 때는 웃는다. 내가 웃고 있으면 아무도 나의 살의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누구도 나의 우울을 짐작하지 못한다.(p.55)

혼자서 울고 밖에선 웃으며 전혀 티를 내지 않는 사람은 아니지만 혼자 있을 때의 나와 함께 있을 때의 나는 다르다. 함께 어울리고 싶다가도 아무도 만나기 싫고, 한없이 다정해지고 싶다가도 못되고 미운 생각들로 화가 치밀어오르기도 한다.

🏷 나는 그저 그늘이 아닌 밝은 곳에서 더 이상 화내지 말고 분노에 차 있지 말자고 사십도의 햇빛 아래 서서 다짐했다. 그나저나 사십도를 넘나드는 날씨는 나를 완전히 잡아먹은 분노를 태워 없애버리기에는 알맞은 것이었다. 사십도는 그렇고.... 사십사도의 날씨는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죽을까봐 걱정하다니?

그러니까 사십 사도의 날씨는 어떻게든 무사하고 싶은 날씨였다.(p.83)

사십사도의 태양 아래 죽는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면서 헛웃음이 나왔을 것만 같다. 사십사도를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무사하고 싶어지는 날씨라니! 하노이의 사십도를 햇빛 이래 다짐하듯 나의 어두운 마음도 날려버리기 위한 햇빛을 찾아야지.

특히 좋았던 장면이다. 이상하게 이 책을 읽는 내내 글이 아닌 장면처럼 눈앞에 하노이의 모습이 흘러갔다. 사원으로 가는 길을 보며 오토바이 뒤에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이런 젠장, 너무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시인. 아름다운 것도 맛있는 것도 필요한 것도 없었던 사람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그 순간이 아름다워 나도 눈물이 찔끔 났다.

🏷 닌빈은 아름다웠고, 아름다운 닌빈은 나의 고통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여기에 두고 가면 돼.

넓은 땅이 내게 말해주었다,(p.127)

시인은 하노이에 고통을 버려두고 과거의 단단한 끈에서 풀려났다고, 지긋지긋한 과거를 끊어내기 위해 하노이에 왔구나라고,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해주었다(p.134) 시인이 하노이에 세 번째로 가게 되었을 때 자신이 본 것을 다시 보기 위해 떠났다고 했다. 불행한 내가 본 것을 행복한 내가 다시 보기 위해 떠난 것이라고.(p.142) 얼마 전 피드에서 본 시인의 웃는 모습이 참 해사하고 편안해보였다. 그저 독자일뿐이지만 시인의 미소가 오래도록 이어지길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그나저나 나에게 하노이는 어디일까. 강박처럼 행복해지자는 것도 싫지만 주저앉아 있을수만은 없지. 어디든 가자. 행복한 나를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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