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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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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 앤, 어윤정

폐쇄된 도서관에 남겨진 두 로봇과 그들을 염려하고 그리워하는 한 아이의 ‘연결’과 ‘우정’

리보와 앤은 바이러스로 폐쇄된 도서관 안에 방치된 로봇 리보와 앤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코로나 19가 찾아온 것은 2019년 겨울이었다.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는 패닉에 빠졌고 여전히 코로나는 남아있다. 3년 동안 우리에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심각해지기 시작했던 2월이 기억난다. 그땐 학원에서 일하고 있을 때라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은 나의 현실에 큰 타격을 주었다. 개학연기, 도서관, 수영장 등 다수이용시설 폐쇄, 대중교통 이용 자제, 도시간 이동자제, 4명이상, 2명이상 집합금지 등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어디에 가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렇게 관계와 소통은 단절되었다.

리보와 앤을 통해 소통의 단절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재난의 상황에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무너지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실제 우리가 겪은 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특히 도현이의 이야기가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코로나로 인해 고립된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혼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도현이를 통해 보여주었다. 혼자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너무 잘 아는 도현이는 리보를 걱정하고 구해주려고 한다. 유리창을 통해 손을 마주하는 장면은 그래서 뭉클해진다.
소통하지 못하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리보처럼 우리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 그리움은 걷잡을 수 없는 재난.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한다는 앤의 말처럼 3년간 고립되었던 아이들이 재난을 넘어 자유롭게 평화롭게, 그리고 안전하게 살아가야할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들이 할 일일 것이다.

“앤, 나한테 그림이란 감정이 추가됐어.”
“오오! 그리움은 슬프고도 아름다워. 그리움은 아직 사랑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거든. 끝낼 수 없는 마음이거든.”
p.85

나는 아이를 위해 그림책 하나를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제목이 ‘그리운 밤에’였다.

- 리보, 아이가 별을 바라보고 있는 표지가 너무 예뻤어. 아빠가 그러는데, 보고 싶은 마음이 크고 깊어지면 그리움이 된대. 내가 엄마를 생각하는 것처럼. 그래서 말인데.... 나는 리보와 앤을 그리워하나 봐.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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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루리 지음 / 비룡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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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루리

루리 작가님의 <긴긴밤>을 무척 좋아한다. <긴긴밤>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고 그만큼 위로받았다. 루리 작가님의 책은 그런 것이다. 내게 문학이 주는 힘은 위로였다.

메피스토가 말해주길 지옥에 가면 가장 미워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평생을 지내게 된다. 그러면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지내게 된다는 메피스토의 말이 너무 아파서 한참을 울었다. 메피스토가 나 같아서. 나를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 서글퍼서, 아팠기 때문이다.

메피스토에게 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고 둘은 평생을 함께하게 된다. 여자아이는 나이가 들었고 지난 날들을 잊어가고 있었다. 메피스토는 그녀에게 지난 날들을 되찾아주고 싶었다. 못된 짓만 하고 다녔던 구겨진 기억들을. 그러나 구겨진 기억은 구겨지지 않았다.

다 읽고나서야 엄마와 딸의 이야기임을 알았다. 어디서도 구원받지 못하는 악마를 위해 과거를 다시 쓰는 사람. 가장 미워하는 존재은 나 자신이면서 가장 좋아하는 존재는 네가 되는 일. 지지 않고 실패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안고 가는 사랑. 온 힘을 다해 살아갈 세상을 열어주는 사람을 엄마라고 표현해냈다는 사실이 못내 또 슬프다.

_ 그러던 어느 날, 네가 뒤를 돌아봐 준 그 날 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어.

_ 지옥은 어떤 곳이냐고 네가 물었어.
지옥에 가면, 가장 미워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평생을 지내게 돼.
그래, 지옥에 가면 너는 네 모습 그대로,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지내게 되겠지.
그럼 천국은 어떤 곳이냐고 네가 다시 물었어.
나도 몰라. 가 본 적이 없어서. 가장 좋아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살게 되려나.
그래, 그럼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될거야.

_ 그렇게 마지막 남은 소원을 빌었어.
제발 날 지우지 마.

_ 난 우리가 실패한 줄 알았어.
그런데 너는 지지 않았구나.너는 지지 않았어.

#작가의말
이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살아온 한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삶이 슬프고 억울해서 악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 저의 오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냉혹한 세상을 살아 낸 엄마가 물려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따뜻한 삶이, 우리가 온 힘을 다해 살아갈 수 있게 해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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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8-05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긴긴밤은 저도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메피스토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네요.
하리님 더운 주말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오후 보내세요.^^

하리 2023-08-08 09:04   좋아요 1 | URL
동화책도 참 좋더라고요🥰 그나저나 요즘 너무 더운 날들이죠ㅠㅠㅠㅠ 서니데이님도 더위먹지 않게 조심하시고 에어컨바람으로 감기걸리기도 좋으니 감기도 조심하셔요🙏
 
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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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코뿔소 품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

그땐 기적인 줄 몰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에게 서로밖에 없다는 게.



노든은 코끼리 고아원에서 코끼리들과 자란 코뿔소다.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은 소중한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으면서 매일 악몽을 꾸고 살아남은 것이 운이 좋은 것인 알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들을 코뿔소의 뿔을 얻기위해 쉽게 코뿔소들을 사냥하며 코뿔소를 멸종직전에 이르게까지 만든다. 그러다 전쟁으로 노든이 있던 동물원이 파괴되면서 노든은 다시 한 번 세상밖으로 나서게 된다. 치쿠와 버려진 알을 데리고. 치쿠는 죽는 순간까지도 펭귄알을 품었고 노든은 그렇게 태어난 펭귄과 함께 바다를 찾아떠난다.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눈물이 나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은 노든이 코끼리 고아원을 나와 가족을 만들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아내를 잃는 그 순간은 터져나오는 울음에 책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상처입은 채로 동물원에 가게 된 노든이 앙가부를 만나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었지만 또다시 친구를 잃게 된다.



하지만 노든은 살아남은 것이 정말 운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p.40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고통스럽고 후회와 자책으로 가득찬 노든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노든과 스스로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살아낸 어린 펭귄. 너무도 다른 둘이 바다를 찾아떠나는 여정이 자꾸만 먹먹해져서 혼났다. 노든을 지키기 위해 할 줄 아는 거라곤 똥뿌리는 것뿐인 펭귄의 모습에도, 나도 그래라고 대답한 노든의 모습에서도, 복수하지 말고 같이 살자고 말하는 펭귄의 말에도 눈물은 시도때도 없이 흘러내렸다.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윔보와 치쿠가 버려진 알을 품어 준 것부터, 전쟁 속에서 윔보가 온몸으로 알을 지켜 내 준 것, 치쿠가 노든을 만나 동물원에서 도망 나온 것, 마지막 순간까지 치쿠가 알을 품어 준 것,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노든이 있어 주었던 것……. 그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단어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p.94



안전하다 생각했던 동물원에서 나와 홀로 나아가야 할 수많은 긴긴밤이 무척 두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길로 두렵지만 긴긴밤을 견디며 찾아갈 것이다.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아서.

우리를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것은 내 옆을 지킨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 힘을 줄 것이고 나 역시도 그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함께하는 삶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렇게 긴긴밤을 보내며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게 될 거라고 말이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이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p.124



노든의 이야기와 함께 아름다운 그림들이 있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였고 앞으로 이어질 긴긴밤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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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6-09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예전에 독서괭 님 서재에서 감동적이었다는 글을 읽고 한 번 읽어보려고 찜했었던 책이네요.^^
아...병렬독서!!! 한 권 곧 추가될 것 같네요ㅋㅋㅋ
근데 잉크 글자색도 이쁘군요?^^

하리 2023-06-09 21:33   좋아요 1 | URL
오래오래 여운이 있는 책이었어요 추천추천🥰 제가 파랑계열을 좋아해서 잉크가 파랑쪽이 많더라고요 히히 쨍한 파랑 좋아요💙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 바다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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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의서재 #하리그라피

우리들은 네게 많은 애정을 쏟으며 돌봐왔지. 그렇지만 너를 고양이처럼 만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단다.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거야.

네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우리들은 네 친구이자, 가족이야. 우리들은 너 때문에 많은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우린 우리와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지. 우리와 같은 존재를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야.ㅠ하지만 다은 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너는 그것을 깨닫게 했어.

너는 갈매기야. 그러니 갈매기들의 운명을 따라야지. 너는 하늘을 날아야 해. 아포르뚜나다, 네가 날 수 있을 때, 너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가지는 감정과 우리가 네게 가지큰 애정이 더욱 깊고 아름다워질 거란다. 그것이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애정이지.

#갈매기에게나는법을가르쳐준고양이
#루이스세풀베다
#바다출판사
#8세부터88세까지읽는동화

소르바스 너무 사랑스럽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동물들이 말귀를 알아듣고 말도 할 줄 아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 종종 한다고 하는데 시인과 대화하는 소르바스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소르바스가 아포르뚜나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선 왠지 뭉클해졌고 시인의 도움으로 성당 종루에서 날게 된 아포르뚜나다와 그걸 보는 소르바스의 모습은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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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침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52
존 버닝햄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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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동화책 #하리그라피 #하리의서재

˝이 침대를 가져온 부인 얘기론 마법침대랍니다. 가만히 누워서 여행도 할 수 있대요.˝

#마법침대
#존버닝햄
#시공주니어
#네버랜드세계의걸작그림책

동화책은 너무 재미있다. 존 버닝햄 동화책 특히 재미있는데 상상력이 정말 풍부하다.존 버닝햄의 대부분 동화 속에는 아이들의 말을 안들어주는 어른들이 있다.

진짜 마법침대가 아니라도 우리가 누워서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겠지.

마법침대 타고 어디 갈래?
눈 내리는 오타루로 떠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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