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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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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마르고 수줍은 많은 아이다. 엘리자베스가 좋아하는 것은 바로 책 읽기! 인형놀이도, 스케이트도 관심이 없다. 오직 책에만 관심이 있다. 어릴 때에도 책만 읽던 엘리자베스는 학교에 가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늘 책만 읽는다. 어릴 때 꿈꾸는 것이 있었다. 책으로 가득한 집 안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싶었다. 책 속에 파묻혀 해가 지는 것도 모른 채 책을 읽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침대 위 이불 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읽던 모습을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웃음을 터트렸다. 엘리자베스는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집 안이 책으로 가득 찰 지경에 이를 때까지 책을 사고 읽었다. 그리고 집을 기증하여 도서관으로 만든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 책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 자신의 집이 도서관이 되어 사람들에게 자신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할머니가 되어서 책을 읽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참 행복해보였다. 나도 엘리자베스처럼 늙어서도 책을 읽고 책 때문에 행복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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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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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거리의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는 행복했다. 자기 일을 사랑했고 깨끗하게 표지판을 닦으며 칭찬도 받았다.

 

아저씨는 자기가 닦는 표지판과 그 거리를 사랑했으니까 인생에서 바꾸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도 '없다'라고 대답한다고 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나가던 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닦고 있는 표지판 속 인물들에게 대해 보게 된거다.

 

바흐 거리, 베토벤 거리, 하이든 거리. 자신이 닦는 표지판이 있는 거리의 음악가, 작가들. 아이가 몰랐던 것처럼 아저씨도 그들을 몰랐다.

 

그 때 깨달았다. 아, 이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바로 코 앞에 두고도 그 사람들에게 대해 아는 것이 없구나, 라고.

 

그 후부터 아저씨는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고, 음악회에 가고, 오페라에 갔다.

 

그리고 일하면서 곡을 외워서 휘파람을 부르곤 했다.

 

그리고 작가들이 궁금해졌고 도서관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잘 이해가 안 되고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매일 매일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그러더니 표지판을 닦으며 음악에 대해, 책에 대해 중얼거리며 스스로에게 강연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명, 두 명 아저씨의 강연을 듣느라 사다리 아래 멈춰져 있는 사람이 들어났다.

 

아저씨는 점차 유명해졌고 대학에서까지 연락이 왔지만 아저씨는 거절했다.

 

자신은 청소부일뿐이라며,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강연을 하는 것이니 교수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저씨는 여전히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로 남아있다.

 

 

 

 

 

 

간략하게 정리했기도 하지만 글이 많지 않은 그림동화책이다. 나는 그림동화를 좋아한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생각을 모으는 사람 등.

 

행복한 청소부는 직업에 대한 가치와 편견, 행복의 기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초등학생들이 읽어야 할 동화지만 동시에 어른들에게 필요한 동화이기도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아오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청소부 아저씨가 참 사랑스럽다.

 

현실 속에 자신의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경제적인 여건과 사회적 지위, 명예가 섞인 복잡한 의미의 직업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개념은 빼버리지 않을까 싶다.

 

동화에서 '청소부가 시와 음악을 안다고?' 라며 놀라는 장면이 있다.

 

그게 우리 사회의 모습인 것 같아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직업으로 인한 시선과 판단을 나도 하고 있기에 부끄럽기도 하다.

 

동화를 읽고난 아이가 청소부가 된다고 하면 부모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동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청소부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겠지.

 

철부지같은 소리를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나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돈도 많이 벌고 명예도 얻고 다른 이들이 부러워하는 일을 한다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자기의 마음이나 의지가 배제된 일이라면 그건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부 아저씨처럼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삶이 좋다.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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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 우리가 가고 싶었던 우리나라 오지 마을 벨라루나 한뼘여행 시리즈 1
이원근 지음 / 벨라루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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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읽기도 전에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태백 구와우 마을, 비바람에 쓰러진 해바라기가 가득했던 그 곳이다. 그리고 해바라기를 따라 걸으며 보았던 야생화의 이름을 들려주던 이원근 팀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게 바로 작년 여름의 일이다.

 

비오는 여행길이었지만 빗물로 선명해진 초록의 숲이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여행사를 통해 가는 국내여행은 처음이었던 그 때 그를 보면서 ‘이 사람은 진짜 이 곳을 좋아하는구나! 좋아서 하는 여행이구나’ 란 생각을 잠시 했었다.(책은 강원도가 대부분이고, 강원도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다. ‘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라며. 아무데나 간다니!! 얼마나 자유롭고 두근거리는 말인지 모르겠다. 17년간 국내여행만을 했던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릴 때 해외여행만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은 나라들이 많다. 국내는 언제든 갈 수 있기에. 그러나 삶의 대부분을 국내여행으로만 다녔던 저자의 책을 보니 참 안일한 생각이었다 싶다. 어떤 페이지를 펴더라도 너무나 아름다운 곳,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움이 전해지지만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곳을 보여주고 있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설렌다는 동강, 고개의 형상이 새가 날아가는 모습이라 붙여진 새비령, 비경의 호수와 아홉가지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라는 비수구미, 골짜기를 뜻하는 강원도 말인 고라데이, 수레를 타고 넘었다는 수레너미재, 꽃이 많아 꽃꺼기재, 야생화의 천국인 곰배령. 이름만 들어도 그 아름다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은 모두 이 책에 모여 있다.

 

‘우리가 가고 싶었던 우리나라 오지 마을’이라는 부제에 맞게 정말 오지마을만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처음 듣는 곳이 너무 많아 한 곳, 한 곳 여행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오지마을이기 때문에 교통편과 식사, 숙박이 쉽지 않다.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니 그 곳이 더 궁금하고 찾아갔을 때의 기쁨은 더욱 크지 않을까 싶다.

 

내 생애 이 곳들을 전부 볼 수 있을까. 이 아름다운 곳이 훼손되지 않길 바랐던 저자와 아버지의 바람처럼 언젠가 내가 그 곳을 찾아갔을 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길 바래본다. 일단 가장 가까운 보곡마을로 떠나야겠다. 아무데나 가라고 떠밀지 않아도 나는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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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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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_ 김동영(생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구에게든 혹은 어디서든,

자기 자신이 중요하고 필요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한다.

물론 나도 그랬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보니

마치 내가 때마다 갈아줘야 하는 자동차 소모품처럼 느껴졌다. p.18

 

▷ 사실 예전부터 책장에 있던 책이었다. 몇 장 읽다가 만 책.

책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나는 지금 생선처럼 직장을 잃었다.

잘린 것은 아니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갔으니

잘렸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상황이 어찌됐든 내가 필요하지 않으니까.

직장을 잃고나니 이 책이 눈에 들어왔고

처음과는 다른 기분으로 한 장씩 천천히 읽었다.

직장으로 인해 나의 가치가 보여지는 것이 아닌데

지금 상황이 나를 쓸모없이 느껴지게도 했었다.

바닥으로 내려앉아 웅크리고 숨지 않았지만

자동차 소모품이라고 느꼈던 생선의 그 심정이 전보다 더 와닿았다.

200일 이상은 아니었지만 나도 짧은 여행을 떠났었다.

갑자기 텅 빈 듯한 감정을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떠나올 때 가졌던 용기만큼만 여행하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든 여행의 끝에 가 있을 테니.’

그랬더니 결국 내가 달린 거리만큼 처음에는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던 무언가가

내게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 무언가는 마치 내가 간절히 만나기를 기다렸던 그 누구의 존재 같기도 했다.

최면 같았다.

 

내가 없더라도 내가 떠나온 그곳에선 여전히 찬란한 햇빛이 비치고,

새 계절이 올 것이며, 모두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오직 나만 홀로 떨어져 나왔으니 내가 그곳을 생각하는 만큼

누군가도 날 기억해주길 바랄 뿐.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내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도 세상은 어제와 같은 것이다.

단지 이렇게 조금, 아주 조금 변한 나 자신만 있을 뿐. p.21

 

▷ 나는 직장을 잃었고 여행을 다녀왔다. 오타루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세상은 평소와 똑같이 돌아간다.

하지만 오타루에 다녀오고 시험을 준비하고. 그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런 나를 보듬고 나아가고 싶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이 여행을 통해서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 거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걱정 마.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높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p.66

 

 

▷ 위로 높아지기보다

옆으로 더 넓어지기를 바란다.

그래도 불안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내 발걸음을 믿고 걷고 싶다.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거나 불안하지 않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걸 모른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울면서 달렸고,

어쩌면 당신도 나처럼 울면서 달리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p.94

 

▷ 왜 여전히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 몰라 헤매는 것일까.

정해진 목표가 있다면 좋을텐데.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확한 건 없는 게 미래겠지.

그래서 불안한건지도. 나도 마음으로 울며 달리는지도.

 

 

 

그들이 떠난 자리에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서 생각했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에 대해서.

돌아갈 길을 모르는 바보가 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 경험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가끔은 바보가 되어 누군가가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준다는 것이

얼마나 괜찮은 일인가에 대해서도.

지긋지긋한 관계들 속에서 어디론가 조용히 숨고 싶을 때,

난 이 일을 되새기게 될 것 같아.

결국은 돌아올 수밖에 없는 지도를 들고 결국 그 길을 돌아올 테고,

다시 그 사람들 속에서 관계를 고마워하면서 살아갈 테니까.

그렇게 결국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 p.125

 

 

▷ 여행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떠나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결국 되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에 여행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것.

관계의 소중함과 돌아갈 곳에 대한 감사함이 바로 여행에서 느껴지는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랑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취향에 대해서만큼은 좀더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지는 것. p. 131

 

▷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나는 나의 취향을 고집하지나 너는 나를 따라와야 하는 것,

그 얼마나 이기적인지.

점점 나의 취향을 고집하게 되지만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다름을 인정하는 사람이고 싶다.

 

 

“이제까지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보고 느끼는 것이 여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 말고도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여행인 것 같아요.” p.182

 

▷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그 곳에서 또 나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평범하던 일상의 모든 것이 특별해지고 그 곳에서 만난 이들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계속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 ‘오래된 사람’.

나도, 이 여행을 끝내고 나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보고 또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

여전한 사람.
한결 같은 사람.
그렇게 당신에게 힘이 되는 사람. p.199

 

 

▷ 늘 한결같은 사람. 다시 보고 싶은, 그런 친근한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변덕스럽고 투덜거리는 내가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여행 중에 얻은 또 다른 휴가.
아무것도 보지 않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시간……
여행을 떠나오기 전 내가 좋아하는 안선배가 해줬던 말처럼,
인생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진 걸 소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훌륭한 경험인지 모른다. p. 229

 

 

▷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미덕인 듯
살아가는 것 같다.
멈춰있는 것은 도태되고 안주한다고
어서 빨리 달려가라며 등을 떠미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시간조차
훌륭한 경험일지 모른다는 그의 한 문장에
'그래,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 라고 이해받은 것만 같았다.
어느 누군가에겐 별볼일없는 문장일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큰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까.

 

 


외로움은 참을 수 없는 것.
가난은 숨길 수 있지만,
두려움은 숨길 수 있는 거지만
외로움은 숨길 수 없는 것. p.238

 

 

 

▷ 혼자라도 괜찮다. 외롭지 않다.
그래도 평생 혼자일 순 없는 것이다.
누구도 외로움에서 벗어날 순 없다.
그러니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닐지.


 

 

나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 많은 풍경들에게 일일이 대답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 아름다운 길 위에 나를 못질해줘서,
또 나를 찬란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p.298

 

 

▷ 떠나고 나니 내가 보이더라.
모나고 변덕스러운 나도,
아이처럼 설레는 나도,
두려워하는 나도,
행복해하는 나도 보이더라.
다음에 좀 긴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하리

세상엔 정말 많은 직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 헤매는 직업이 있다는 건 상상밖의 일이었다.

그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의 존재를 상상하는 것을 크게 원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사막에서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을 테니까.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니까.

그는 그저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맡은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 그뿐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

황량한 사막은 그야말로 사람을 아무것도 아니게 한다. p.46





훌쩍 떠나고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건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정작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여행 내내 느꼈다.



그러므로 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내가 말하던 방식대로가 아니라 제대로 말하는 법,

내가 먹는 것만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먹을 수 없는 것까지 먹는 법,

그리고 옷을 개는 법, 자고 일어난 자리를 정리하는 법,

심지어 벌여놓은 짐을 다시 싸는 법까지 모든 걸 다시 배워야 했다.

나는 그 동안 가방 안에 아무렇게나 쑤셔넣은 전선들처럼

엉망으로 엉켜 있었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고 해서 겁을 먹기보다는

새로 배울 것들 앞에서 설레기도 한다. p.59



난 언제부턴가 이 대책 없는 여행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불안했던 건,

내 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대책 없이 펼쳐진 풍경들 앞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어차피 난 갈 곳을 미리 정해두지 않았기에 길을 잃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난 바보처럼 자주 길을 잃었다.

망설임이, 불안함이 날 그렇게 만들었다.

정확한 목적지가 있었다면

오히려 찾아가기 쉬울지도 모르지만 목적지가 없었기에

난 길 위에서 항상 망설였고 자주 서성거렸다. p.63

많이 달라진 그를 탓하기보다는

전혀 변하지 않은 나 자신을 의심하는 게 더 낫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지 못했다고 투덜대기보다는

하루에 세 번 자기가 원하는 걸 기도하는 편이 더 낫다.

많이 먹기보다는 오래된 생각을 버리는 게 더 낫다.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는 편이 더 낫다. p.75

뭔가에 빠져드는 일, 그 일은 논리가 없다.

해석도 불가능하다. 마치 사랑처럼. p.161







세상에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조금은 초라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걸.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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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만드는 남자 - 이천희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이천희 지음 / 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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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천희를 잘 모른다. 키가 큰 뭔가 엉성한 모델? 배우? 정도다.

내가 알고 보았던 이천희라는 사람은 그렇게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만들어진 사람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확실히 알겠다.

내가 얼마나 편견어린 시선으로 봤는지.

연예인의 이미지라는 게 얼마나 강한지도.

우리는 아는 TV로만 보던 이천희가 아니라 이천희라는 사람 자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

가구 만드는 남자를 읽는 동안이 바로 그 시간이었다.

새로 일하게 된 일도 독서와 관련되어 있다보니 이것저것 읽을 책이 많고 공부를 하느라

조금씩 조금씩 읽을 수 밖에 없었다.(사실 핑계지만ㅜ)

이불 속에서 보기도 하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침에 뒹굴대며 보기도 하고,

서울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도,

누군가를 기다리며 벤치에 누워서도 읽어보았다.

잠깐 잠깐 읽는 그 시간 참 좋은 느낌이다.

책 날개를 주의깊게 보는 편인데, 자신의 삶을 만들가는 가는 사람이라는 글귀가 마음에 들었다.

이 사람은 그저 흘러가듯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구나. 가구만 만드는 게 아니었구나.

배우라는 이미지 뒤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책 속에 밑줄이 그어지고 책 속엔 빈 공간이 많았다.

그 공간엔 내가 하고 싶은 말, 공감가는 글귀에 대해 써보게 했다.

조금 거창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가구를 만드는 과정은 삶을 만드는 과정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다듬고 깎으며 조립하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p.32

거창한 표현이라고 했지만 무엇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삶의 과정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오지 않나 싶다.

가구를 만드는 과정, 시간, 노력을 통해 이천희가 느끼는 감정들에 공감하곤 했다.

삶을 살아가는데 생각하고 다듬고 만들어내는 과정이 분명 필요하니까.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좋다. 내 삶의 흐름을 두고 구태어 의도된 과정을 만들어 그 흐름을 깨트리고 싶지 않다.

내 흐름대로 사는 게 가장 나다운 것 같다.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은 그 삶의 주인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조바심을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의 방향에 좌우되지 않고, 내 속도와 내 방향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냥 나답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무스럽게 살고 싶다. p.60

타인의 시선과 행동에 연연하고 민감한 나는 이천희가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가 원하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즐기며 살아가는 삶.

그리고 타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방향을 따라 나아가는 삶. 내가 추구하는 삶이기도 하다.

내게 있어 취미의 정의란 '하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로, 하는 순간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p.132

이천희 정의내린 것이라면 나는 취미가 없을수도 있겠다. 못 견딜 정도의 것은 없는데...^^;;

나는 끈기가 없는 편이라 꾸준히 무언가를 배우거나 이어가는 것을 잘 못한다.

좋아하는 일은 캘리그라피쓰기와 독서, 여행, 사진인데 어느 하나 제대로 파는 것은 없고 가볍게 하는 편이다.

못 견딜 정도는 아니지만 하는 순간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맞는 말이다.

취미는 자신의 즐거워야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분명 혼자 떠난 여행에 수많은 사람들이 동행한다.

부재는 늘 가장 큰 존재로 다가오는 법인가보다. p.187

이번에 일본여행을 혼자 다녀왔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고

그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었다.

함께하지 않을 때 그 존재감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렇게 비슷한가보다.

삶이라는 여행에서는 언제나 내가 주인공이지만,

세상을 여행하다보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지 깨닫는다.

그러니 여행에서 돌아오면 내 삶에 더욱 감사해질 수밖에 없다.

이 보잘것없는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무대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p.189

배려하되 눈치보지 않고 살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존중하고 싶다.

신경스되 휘둘리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의 조언에 귀기울이되 아무나의 이애기에 좌우되고 싶지는 않다.

유행보다 취향을 즐기며 살고 싶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스타일에 따라가기보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즐겁다. p.211

나는 오늘도 내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구하고 배우고 얻는 중이다.

그렇게 내 삶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p.239

결국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방식을 취하든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태도는 그것이 아닐까. p.294

이천희- 멋있다!

이렇게 멋진 생각과 삶을 만들어가는 줄 몰랐다.

배우 이천희도, 목수 이천희도,캠퍼&서퍼 이천희도, 남편 이천희도.

참 멋있는 사람이구나.

글이란 이래서 매력적이다.

그 사람의 다른 매력을, 내면을 더욱 드러내게 해주는 바로 글인 것 같다.

이천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가 궁금해졌다.

느리지만 게으르지 않게, 더디지만 꾸준히.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특별하지만 튀지 않게.

가장 마음에 드는 글귀다.

자기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행동에 자신이 있을 때

이런 사고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따라가느라 지치기 보다 천천히 나아가고 싶다.

나의 취향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지키고 싶다.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고 아끼며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즐거운 것이 무언인지 늘 생각하고

그것을 하나씩 해내는 삶을 꿈꾼다.

덧) 아쉬운 점이자 조금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그가 대표로 있는 하이브로우라는 브랜드가 굉장히 노출되어 있다는 것.

모든 사진의 하이브로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 조금 거슬렸다고나 할까.

사진의 감성은 느낌이 좋았는데 아쉽다.

감성하리

느리지만 게으르지 않게, 더디지만 꾸준히.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특별하지만 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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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3 0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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