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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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도서제공




불행을 버텨 냈으니 이제 행복할 수밖에 없겠다

10만 독자의 행복을 기원하는 작가 일홍의 일상 속 행복을 부르는 주문들


#행복할거야이래도되나싶을정도로

#일홍

#일홍에세이

#부크럼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다정한 위로와 응원의 문장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찾지만 지금 당장의 행복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순간을 쉽게 흘려보내기도 한다. 소소한 행복을 위한 삶이나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말이 진부하고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그 단순하고도 진부한 말들이 필요하다.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이나 충고는 아무런 힘이 없다. 부족하고 연약한 나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오롯이 내 편이 되어 나를 보듬어 주는 사람, 뾰족하고 날선 세상에서 든든하고 다정한 사람의 눈빛과 말과 몸짓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지금 우리 힘든 것은, 사람과 일이 괴롭고 어려운 것은 해결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공감과 위로가, 다정과 사랑이 밥 먹어주냐고 한다면 굳이 상처를 후벼파고 채찍질하는 것이야말로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묻고 싶다.


일홍 작가는 대단히 거창한 행복의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우리가 듣고 싶었던 말을 들려준다. 우리는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한 사람이다. 그 속에서도 이래도 되나 싶게 행복하겠다는 작가의 말이 위로가 되는 것은 그 행복이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스스로 그 행복을 손에 쥐고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으니 우리 모두 행복하자고 말이다.


사람 때문에 힘들고 상처 받지만 결국 사람 덕분에 위로 받는다. 사람은 모두 똑같지 않아서 언제나 새롭고 어렵다. "어느 한 면이 빛나면 반대편엔 그림자가 진다."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기에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마음을 여는 속도가 다르고 너비가 다르다. 타인을 허용하는 깊이와 온도도 제각각이다." 우리의 모두 다 다르므로, 완벽한 사람은 없으므로,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더 다정해졌으면 좋겠다. 사람 때문에 힘든 날보다 사람 덕분에 행복한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나는 네 편이라고, 애썼다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도 일렁거렸다. 포근해지기도, 애틋해지기도, 그리워지기도, 쓸쓸해지기도 했다. 많은 문장에 밑줄을 그어서 필사를 다 하지 못했다. 겨울 동안 마음에 담아둔 문장들을 하나씩 꺼내 먹어야겠다. 당신에게 이 문장을 보낸다.




내 마음처럼 모두가 당신 편이었으면 좋겠다.

불행할 일 없이 살아갔으면 좋겠다.

당신의 모든 버팀이 마침내 커다란 기쁨으로 펼쳐지면 좋겠다.

오늘도, 내일도, 당신이 행복만 했으면 좋겠다. p.163


#책속한문장




지금 이 순간에 놓인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곳에 있는 나와 당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언제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프롤로그




사람은 바꿔 쓰는 거 아니라지만

나는 나를 바꾸어 내고 싶어서.

더 좋은 사람이고 더 멋진 사람이고 싶어서.

아직은 견딜 수 있는 지침이어서.

할 수 있다, 괜찮다, 속삭이며 나아가곤 해.

언젠가 도착하겠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가고 싶어서 가는 길이니까. p.21






그러니 행복이란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

형체를 확인할 수 없고, 냄새를 맡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다.

각자의 마음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마치 사랑처럼.

암흑 속에서도 내 눈으로 내가 밝혀 내는 빛.

그러므로 자신의 행복은 자신이 꺼내며 살아가야 한다.


타인의 시선도, 바깥의 소움도, 당장의 고난도 다 소용없다.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행복이다.

그게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p.22




정말 고생했다.

혼자서 버텨내느라 정말 고생 많았겠다.

솔직히 만히 힘들지.

자주 힘들었지.

아무 말 안할테니 언제든 잠시 기대라고,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다. p.92




내가 살아 있음이 느껴지는 시간을 꼭 찾아 누리기를.

사랑을 아끼지 않기를.

오늘을 떳떳이 살아가기를.

다 괜찮으니 부디 잘 지내기를. p.101




오늘은 우리 모두가 자신에게 감사를 전할 수 있을까.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에게.

존재해 줘서 고맙다고, 부족해도 괜찮다고, 울어도 괜찮고, 다 괜찮다고.

애쓸 때도, 애쓰지 않을 때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그런 나를 내가 가장 믿고 응원한다고, 

그렇게 품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자주 행복할 수 있도록. p.107


사람은 사람으로 잊힌다지만

시절의 기억은 변하지 않으므로.


잘 지내다가도 문득 그 시절 떠올리면

거기에 자꾸 네가 있어서

그때 그 모습 그대로인 우리가 있어서

지금이라도 이름 부르면 웃으며 안아 줄 것 같았다. p.188


우리 속에서 울고 있는 어린 아니, 감춘 불안, 떠도는 우주, 그림자. 모두 꺼내 놓아도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단단한 외벽을 뚫고 가장 우리만의 모습을 풀어헤칠 수 있는 즐겁고 편안한 사람이고 싶다. p.28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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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한 형태 위픽
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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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위픽시리즈함께읽기




“누군가가 돌아왔다가 떠나는 눈부신 여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니까.”

참사 속에서도 모두의 안부를 묻는 작가 김현 신작 소설


#고유한형태

#김현

#위즈덤하우스

#위픽시리즈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알았던 ‘재오’에게는 피로 이어지지 않은 작은엄마 ‘미희’가 있다. 재오의 엄마와는 절친한 사이로,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두 사람은 서로를 살뜰히 보살피며 함께 살아간다. 작은엄마의 아들 ‘형태’와 재오는 학교에서는 데면데면하게 굴지만 엄마들 앞에서는 적당히 친한 척을 하며 너스레를 떨 줄도 안다. 일찍이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한 재오에게 내색하지도 놀리지도 않던 형태의 이사를 앞둔 겨울, 어느 해변에서 두 사람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낸다.


재오에게는 작은 엄마 '미희'가 있다. 재오의 엄마와 절친한 사이로 진짜 작은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와 작은 엄마는 가족같이 지내며 함께 작은 반찬가게를 하며 살아간다. 재오는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알았다. '미희'의 아들 형태는 재오가 커밍아웃을 했음에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도 않고 놀리지 않았다. 서로는 데면데면한 사이지만 엄마들 앞에서는 적당한 친한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흘러 미희와 형태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재오와 형태는 그 후로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형태가 재오를 만나러 오기로 한다. 재오와 형태는 다시 만나 어떻게 될까?

#책에서확인하세요


전에 여름에 대한 책 리뷰를 썼는데 어쩐지 이 책도 여름의 냄새가 난다. 소수자인 재오의 이야기는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누구나 고유한 형태의 사랑의 모양이 있다. 작가가 제목을 고유한 형태로 지은 것은 각각의 고유한 마음, 사랑, 사람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사랑의 형태는 모두 다르고 우리는 모두 고유하다. 


위픽시리즈는 판형이 마음에 들고 책커버의 컬러와 표지의 한 문장이 눈에 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음이었다.'


어떤 형태로 살아가고 어떤 형태의 사랑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만나는, 지금 사랑하는 눈 앞의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마음으로 마주하게 되니까 말이다. 누구에게나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나 사람이 있다. 재오와 형태의 그 바닷가의 시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많이 만들고 싶다. 그래서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다.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싶은 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설령 아프고 슬픈 마음이라 하더라도. 그럼에도 애틋하고 설렜던 마음이 있으므로.


<책 속 문장 필사>


형태의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달라졌을까? 두 줄로 나란히 그어지던 선이 하나로 이어졌다. 나와 형태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막대기를 버리고 서로를 향해 마주 섰다.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요란하던 파도가 일순 잠잠해졌고 모래알이 유난히 반짝였다. p.30


그게 두고두고, 이날 이때까지도 마음에서 반짝이더라. 너한테도 그걸 주고 싶었어. 반짝이는 걸? 아니 두고두고를. 두고두고. 오랜 시간을 두고 여러 번에 걸쳐서, 라는 뜻을 가진 말. p.33


강단이 있어서 그 사건 이후에도, 희철을 먼저 떠나보내고도, 학교에 다니며 멸시당하고, 감시당하고, 차별당하며, 살아 있었다. 그게 희철의 몫까지 살기로 한 건지, 그냥 자기 몫의 삶을 살고자 한 것인지 물어보진 않았다. 어느 쪽이든 살아간다는 게 중요하니까. p.40


“시시하겠지?”

고유가 캡슐을 매만지며 물었고,

“시시할걸.”

나는 대답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걸 손에 쥐고 움직이기로 했다. 아직 빛이 남아 있을 때, 다리가 놓인 곳까지. 천천히. 형태가 오는 중이니까. 누군가가 돌아왔다가 떠나는 눈부신 여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니까. p.6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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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 (장수탕 에디션, 양장)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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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도서제공 #에세이




어른이 되어 무거워진 몸과 마음의 묵은 때를 때밀이 타올처럼 

시원하게 벗겨주는 이‘까칠한 할머니’의 농담과 지혜를 보라!


#즐거운어른

#이옥선

#이야기장수





요즘 SNS를 보고 있으면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을 볼 수 있다. 누구나 다 휴대폰을 가지고 자기만의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중에서 중년 이상의 영상을 볼 때면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에 놀라곤 한다. 한동안 핫했던(물론 지금도!) 박막례 할머니는 47년생 100만 유튜버이다. 그렇게 할머니든, 할아버지든, 아이든, 어른이든 멋지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세상이다.


여기에 즐거운 어른이라며 나타난 멋진 할머니를 만났다. 76세의 이옥선 작가의 거침없는 글빨(!)에 큭큭거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평범한 할머니라고 하기엔 교사 출신에 평생 방대한 독서를 하셨다. 무려 육아일기로 <빅토리 노트>라는 책도 내셨고 그 딸은 김하나라는 유명 작가인 데다 온갖 지식인들의 치부를 다 알고 계시고! 유언을 말할 때 나카스 카잔차키스와 마르크스의 묘비명을 말하고! 꿈의 풀이가 궁금하여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는 분을 평범하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역시 76년 내공 엄청납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남성 편향적인 세상이었다며 이제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이옥선 작가의 말이 통쾌하다. 가부장적인 사회를 견디며 살아온 여성의 입장에서 앞으로 살아갈 여성들의 삶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든든하다. 직접 경험했고 견뎌왔던 70년 이상의 세월을 토로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토를 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옥선 작가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그것을 해야 한다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말에 간절히 원하는 것도 없을 것 같다며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 라고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골든에이지를 살고 있으며 아주 만족하며 산다는 작가는 심장마비로 고독사하고 싶다는 어찌 보면 충격적인 소원을 말한다. 현대의학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편히 집에서 자연사하는 일은 거의 없다.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노화는 막지 못했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일 또한 힘들어졌다. 이러니 작가는 세상에서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나 간병을 받으며 완전히 회복되기도 어려운 상태로 살고 싶지 않으니 죽는 순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냉정한 판단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가족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테고 자유의지로 평화롭게 죽고 싶다는 마음도 이해가 된다. 죽음과 유언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죽기 직전에 대단히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는 것도 아닌데(예를 들어, 너는 사실 친아버지가 따로 있으니) 유언을 꼭 죽기 직전에 해야 할 필요가 있냐며 의문을 드러낸다. 그래서 자신도 생각난 김에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라는 꼭지에 유언이라고 할 만한 글을 썼다.






그냥 나도 생각난 김에 한마디 하자면, 나는 내가 인생에서 해야 할 숙제는 다 했고(남편의 장례식을 끝낸 것, 뒷정리를 다한 것이 나의 제일 큰 숙제였다) 이제까지 대충 즐겁게 잘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너희도 너무 애쓰지 말고 대충(이것이 중요하다) 살고, 쾌락을 좇는다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것부터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건강을 잃으면 행복하기 어렵다) 한 종목의 운동을 늙어서까지 꾸준히 할 것이며 너무 복잡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도록 해라. 다행히도 재산이 많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아들딸 며느리 손자 손녀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했고 너희는 내가 지금도 씩씩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다. 나의 장례는 그 시기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며 화장해서 유골은 너희 아빠를 장사 지낸 것처럼 하고, 제사는 지내지 말고 그날 시간이 나면 너희끼리 좋은 장소에 모여서 맛있는 밥을 먹도록 해라. 또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너희 아빠는 꽃 피는 봄에 돌아가셨으니 나는 단풍 드는 가을에 떠나면 좋겠네. 그러면 너희는 봄가을 좋은 계절에 만날 수 있을 테니. 끝. ( 73~74쪽, ‘유언에 대하여’)


방비하더라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올 일은 오고야 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고 하셨다. 인생살에서 보통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선량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제일 좋지 않냐고 하셨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이라고, 그러니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도 하셨다.


할머니는 76세니까 일어날 일은 일어나니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있고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고 알게 되셨겠지요? 엉엉. 저는 여전히 다 별일이고 지나가길 기다리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인간은 왜 이리 어려운 걸까요?


작가님을 붙들고 하소연하고 싶을 만큼 나는 여전히(20대 청춘도 아닌데) 어렵고 심각하고 복잡한 것투성이다. 그런데 76세의 할머니인 작가님조차 여전히 책을 읽고 유튜브로 세상을 공부하며 매일 요가를 하고 목욕탕을 간다. 솔직하게 요즘 젊은 세대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파서 오래 살기 싫다는 친구에게 "아니야, 나는 좀더 오래 살고 싶어. 내가 두고 보아야 할 사안이나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그것들을 다 구경하고 싶어. 그러니 좀더 오래 살기 위해서 건강에 힘을 쏟아야겠다." 214쪽 '76세' 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이 나이가 많다고 늙는 게 아닌 것 같다. 76세에도 배우고 싶은 것이 있고 건강을 지키며 즐겁게 살 수 있다. 징징대고 자꾸만 나약한 소리를 하던 나를 반성한다. 


이토록 멋진 즐거운 어른을 만나서 반가웠다. 이옥선 작가와 같은 멋진 어른이 앞서서 걷고 있다면 그 든든한 등을 바라보며 뒤따라 걸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니 새로운 판을 짜야 옳다. 한국의 여자들은 너무 똑똑하고 교육도 다 잘 받았다. 사태 파악이 빨라 비혼자도 늘었다(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 더러 남자들도 비혼을 선호하고, 결혼하고도 아이 없이 사는 풍조도 늘어간다. 출생률이 세계에서 제일 낮다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구의 부담을 줄여주는 일이니까. 인구 정책을 논의하는 사람들은 안 봐도 알 것 같은데, 50대 중반을 넘은 고위직 남자거나 남성적 돌파력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간 여성일 것 같다. 아이 하나 낳는 데 돈 얼마를 지급하겠다는 얄팍한 정책 가지곤 먹혀들지 않는다. 제도적 결혼 안에서만 인구를 늘리려는 생각으로는 절대로 인구가 늘지 않는다에 500원 건다. 아니 5천 원 건다. 26~27쪽, ‘새판을 짜야 할 때가 왔다’


나는 인류에 공헌하겠다거나 다른 인간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다. 뭔가 더 발전해봐야 지구만 망가진다. 모두 다 저 잘난 맛에 자기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살아왔고, 부수적으로 인류에게 도움이 되었거나 또 감당할 만큼만 살아왔다고 본다.  (...) 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 생각해보니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들이다. 그러니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242~244쪽, ‘다 지나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도서협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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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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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도서제공




미련도, 후회도 없는 두 친구의 짜릿한 탈출 여행


#데루코와루이

#이노우에아레노

#필름출판사


인생 2회차, 두 여자의 통쾌한 질주


아내를 무시하는 가부장적 남편에 지친 데루코 x 노인 아파트에서의 파벌 싸움에 지친 루이


일흔 살 동갑내기 두 여자는 갑갑한 현실을 박차고 떠난다. 루이는 실버타운에 입주해 살다가 노인들로만 이루어진 공간에서조차 벌어지는 파벌 싸움에 휘말려 따돌림을 당한다. 데루코는 45년 동안 자신을 가정부로 부려먹기만 한 남편과의 삶이 지루하기만 하다. 어느 날, 루이의 도와달라는 전화 한 통으로 두 여자의 삶은 완전히 뒤바뀐다. 데루코는 떠나기 전 맛있는 것을 먹어야 힘이 난다면 유부초밥을 정성껏 만들고 슈트케이스에 좋아하는 것들을 담아 남편의 BMW를 타고 루이와 함께 떠난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이 책은 아주 오래된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살벌한 범죄에 휘말린 그들과는 달리 그저 참기만 하는 노년의 생활에 지친 데루코와 루이의 일탈은 귀엽기만 하다. 


데루코는 집을 나오면서 편지에 이렇게 쓴다.




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이제 더 이상 도시로의 부인으로 눈치보면서 머물러 있는 삶은 거부한다. 살아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그런 삶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곁에 루이가 있다면 충분하다.




일흔이라니. 연금 수령이 가능한 나이고, 실버타운에 입주할 정도의 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루이는 생각했다. 나이가 일흔이라도 실버타운을 때려치울 수 있고, 45년에 달하는 결혼생활이라 해도 끝낼 수 있는 법이다. 그 정도로 우린 살아가려는 열의로 가득하다.


그렇다. 일흔이 뭐 어때서. 뭐든 할 수 있다고 루이는 외친다. 살아가려는 열의가 가득한 데루코와 루이는 어쩌면 현실에 안주하거나 무언가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하면 누구보다 젊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진부한 표현이기는 해도 하고 싶은대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건 젊어서 가능한 것도 아니고 늙었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현실의 인생이 바라던 바와 너무나 달랐던 데루코에게 평생 그저 상상만 하며 일생을 보내왔고 이제는 더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루이와 함께 일탈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나가노를 향했고 후회는 1미리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데루코와 루이를 보면서 할머니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비어있는 별장에 숨어들어 자신들의 집인냥 살아가고 동네사람들과 어울리고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다. 루이는 샹송을 부르고 데루코는 트럼프점을 본다. 데루코는 어째서 나가노로 향했을까? 스스로를 인간실격이라고 생각하는 루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데루코와 루이의 인생 2회차, 함께라면 이제부터의 인생은 아직 한참 남았다는 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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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와 제임스 위픽
강화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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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짧은소설




“저 애들은 조금 미친 것처럼 보이고, 

나는 그게 살짝 웃기다”


온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것들이 과거가 되어도

빛바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기다리는 좋아하는 마음에 관하여


#영희와제임스

#강화길

#위픽

#위즈덤하우스





지방 작은 마을에 사는 나와 용희는 '영희'라는 인디밴드를 좋아한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지방 도시에 사는 여고생에게 '영희'를 좋아한다는 건 특별한 일이었다. 




‘영희’는 우리가 함께 좋아한 인디 밴드였다. 그렇게 대단히 옛날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 시절 그 촌구석에서 한없이 진지한 글램록 밴드를 좋아하는 친구를 찾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기적에 가까웠다. 때문에 나는 용희를 만났을 때 무척 기뻤다. 너도 ‘영희’를 좋아해?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걸 너도 좋아한다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운명이 맞았다. p.16


'나'는 용희와 함께 '영희'를 좋아하는 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시시하고 재미없는 일상에서 누군가를 열렬하게 좋아하는 일이란 얼마나 특별한가. 게다가 용희는 <나의 제임스>라는 블로그의 주인이었다. 그것도 '영희'의 팬들이 따르는 인기있는 블로그. 용희는 직접 서울에 가서 '영희'의 공연을 보고 친필 사인도 갖고 있으며 앨범도 모두 갖고 있었다. 정성과 진심이 가득한 용희, '나'는 그런 용희와 함께 '영희'를 좋아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해보았다. 함께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했던 경험, 별거아닌 일에도 즐겁고 재미있었던 추억, 우정을 함께한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그렇게 동경하고 좋아하던 친구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그 기분은 어떨까. 용희는 '이유 없이 서러워지고 삶의 모든 것이 실망스러워지는 순간'(p.28)에도 '그래도 살아가야지, 제임스해야지'(p.28)라고 했다. '나'는 용희가 실망스러워진 순간 그래도 제임스할 순 없었던 걸까. 그래서 멀어지게 된 걸까. 제멋대로 착각하고 확신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망했던 마음을 없앨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땐 모두 어렸으니까.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는 마음'(p.61)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고 싶었다. 좋아해서 특별하고 싶은 마음과 실망해도 계속 좋아하는 마음. 그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다. 어리지 않은 지금은 불가능한 일일까. 마음은 언제나 잘 보이지 않으니까 말하고 알려주고 보여줘야 한다. 오래오래 좋아하려면 더더욱.


책속 문장필사






P. 18 용희는 자신의 블로그 〈나의 제임스〉에 이렇게 썼다.

이상적인 사랑과 우정. 관계에 대한 표현들 중 제임스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다. 이것은 새로운 언어다. 나는 영희를 제대로 제임스할 것이다. 그렇게 살기로 결정했다.


P. 22 그날 나는 ‘영희’의 팬 카페를 탈퇴했다. 굳이 그곳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내게는 용희가 있었다. 모두가 기다리는 글을 쓰는 용희. 모두가 공유하는 글을 쓰는 용희. 제임스들의 제임스. 그리고 그녀의 곁에 있는 나.






P. 25 하지만 용희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영희’를 좋아하긴 했지만, 용희와 함께 ‘영희’를 제임스하는 것이 더 좋았다. 함께 누군가를 언니라고 부르고, 그들의 재능을 칭찬하고 감탄하고 사랑하는 것. ‘영희’의 건너편에 용희와 나, 그러니까 ‘우리’가 있다고 믿는 것. 우리가 함께 바라보는 존재. 그들을 향한 환희. 그 기쁨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 용희와 함께 있을 때면 내 마음은 언제나 충만했다. 그런데 뭐 하러 굳이 ‘영희’를 직접 보러 간단 말인가.


P. 28 나는 오래전, 파스타를 먹던 그날을 떠올렸다. 그때 용희는 내게 말했다. 이해한다고, 알고있다고, 자기도 그런 적이 있다고. 이유 없이 서러워지고 삶의 모든 것이 실망스러워지는 순간이 있다고. 그럼 너는 어떻게 해? 내 질문에 용희는 비장하게 말했다.

“그래도 살아가야지. 제임스해야지.”




P. 38 돌이켜보면 그렇다. 그 시절 우리는 어떤 감정에 한번 빠져들면 거기서 잘 벗어나지 못했다. 멈추지 못했다.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 감정에 일부러 오래 젖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게 좋았으니까.

그래도 우리가 시끄럽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용희도 그랬으리라. 그러니까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손을 뻗어 서로의 입을 틀어막았던 거겠지. 하지만 그 역시도 장난처럼 느껴졌고,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보기 싫었겠지. 소란스러웠겠지. 이해한다. 그래서 오해를 했을 수도 있지. 그래. 역시 이해한다.

그래도 미친년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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