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이승희 지음 / 폭스코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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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이승희






이승희 시인의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라는 시집을 사랑한다. 사랑하는 시집 중 하나이고 아는 사람들에게 자주 추천하는 시집이다.


시인이 식물들과 함께하는 삶을 풀어낸 산문집을 냈다. 책을 산지 좀 됐는데 이제야 다 읽었다. 가끔씩 들여다보고 조금씩 읽다가 그렇게 옆에 두고 식물처럼 내내 함께하였던 책.


시인의 집은 오래된 주택으로 마당이 있는 집이다. 마당에도 집안에도 식물들이 있다. 외로워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때 꽃집에 가는 시인. 시인은 그렇게 외로움을 안고 세상 참 별거 아니다, 그럴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우겨본다.


꽃보다 연두를 더 좋아하는 시인. 식물들에게 라디오를 들려주고 비내리는 풍경을 바라는 시간을 가장 사랑한다는 시인. 비오는 마당을 바라보는 시인의 뒷모습을 떠올리면 어쩐지 쓸쓸하고 외로워지지만 그것 역시 위로가 된다. 집안에는 빗소리가 가득차고 가만히 바라보는 식물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시인이 들려주는 혼잣말을 들으면서.


식물을 기르면서 내색없이 죽어가던 식물을 보면서 나를 버ㅣ다가 그만 툭 놓아버렸을 마음을 생각하는 마음. 아무것도 조준하지 않는 슬픔도 있다는 사실. 사람들은 마음을 다치면서도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것. 마음을 다 주는 게 어려워 도망가고 싶어지는 마음. 내 마음이라고 다 내 마음은 아니라고, 흐지부지 늙어가는 일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그러면 지친다고 말해주는 시인에게 고맙다. 


시인의 시가 그랬던 것처럼, 무작정 위로하지도 않고 그저 마음을 그대로 풀어내며 토닥이거나 안아주지 않아도 다독임을 받은 것만 같은 그런 글을 읽었다.


나도 어떤 날엔 비가 오는 마당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어진다. 슬프고 울고 싶고 외롭고 괴로운 밤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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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11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펄잉크라서 그런지 색이 반짝반짝 예쁘게 보여요. 손글씨인데도 인쇄처럼 깨끗하게 쓰셨어요. 큰 글씨처럼 보였는데 그리드 간격을 생각하면 또 다를 수도 있겠어요.
사진 잘 봤습니다.
하리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하리 2023-12-11 21:39   좋아요 1 | URL
실제로도 큰 글씨예요. 제가 글씨를 크게 쓰는 편이라😅😅 서니데이님은 언제나 다정합니다💕 오늘 평온한 밤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