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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 가고 싶은 카페에는 좋은 커피가 있다
구대회 지음 / 달 / 2016년 4월
평점 :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구대회 / 달출판사
커피집을 늘 나에게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이가 들면,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라고 묻는 이 책을 받아든 순간 소녀처럼 두근거리고 소리높여 대답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꼭 해보고 싶다고.
책을 읽는 동안 자주 커피를 마셨다. 커피집과 이 책만큼 잘 어울리는 책이 있을까. 자주 커피집에 가서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다시 옮겨적었다. 커피 한 모금, 책 한 장. 천천히 느긋하게 아껴서 읽느라 시간이 오래도 걸렸다. 작가의 마음으로, 커피집 사장이 된 것만 같은 기분으로 그렇게 오래오래 읽었다.
<결국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일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었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자주 마시고 냄새에 민감하다.
그렇다면 커피를 내리는 일이 나에게 잘 맞을까 생각해본다.
커피와 음악과 책이 함께 하는 삶. 내 생애 꼭 이루었으면 하는 꿈.
<늙어서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다는 것,
이 일로 먹고사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면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일을 하면 할수록 늙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느끼게 된다.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부모님께 불효인걸까..;;) 지금도 여전히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살지 않지만 나는 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좋고 늙어서도 이어가고 싶다.
<살렌토에 온 이유는 오르지 세계 최고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였다.>
구대회 작가는 커피가 좋아서 커피를 배웠고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위해 커피여행을 떠났다. 2년 동안 55개국을 돌며 커피 농장과 카페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살렌토라는 곳도 처음 알았지만 그 곳을 오르지 세계 최고의 커리를 마시기 위해 가는 그 열정, 대단하다.
<커피 관련 산업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커피 산지에 한번 가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각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모르지만,
그 곳을 다녀온 후에 커피를 대하는 마음은 이전과는 분명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 책 위험하다. 읽는 내내 커피를 마시고 싶게 하더니 커피 산지에 가보고 싶게 만들고 가배무사기행까지는 아니지만 가배무사기행을 떠났던 그 카페의 커피까지 먹어보고 싶게 한다. 책 읽는 동안 자주 책을 덮고 상상해보았다. 커피 맛이 어떨지, 그 카페는 어떨지, 그 커피 농장은 어떨지.
<생두를 주문하고 로스팅을 연습했다. 에스프레소용으로 콜롬비아 수프레모 우일라, 브라질 산토스 NY.2, 케냐 AA를 블렌딩 후 로스팅했다. 중강배전 정보인 풀시티를 목표로 로스팅했는데,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그럭저럭 쓸 만한 원두가 완성되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바로 버리지 않고 커핑을 해서 꼭 맛을 봤다. 잘못된 로스팅 결과물 또한 공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로스팅 전에 결점두를 골라내고, 로스팅 후에도 탄 원두를 제거하는 작업을 반드시 하는 것이다. 사소한 공정같지만, 이 작은 차이가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작가는 로스팅이 실패해도 맛보고, 결점두와 탄 원두는 꼭 골라낸다. 커피 산지에도 직접 찾아갔다. 커피집을 오픈하고나서 커피 장인을 찾아 가배무사기행을 떠나기도 했다. 여기저기 커피강의하는 것도 모자라 팟캐스트에서까지 커피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커피에 열정적일 수 있을까. 내가 카페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건 너무 가볍게 생각한 거였구나. 그동안 커피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이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것을 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토록 열정과 노력이 함께하는 거였구나. 커피가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은 한다고 하는 현재의 나에게도 필요한 게 바로 이런 열정과 노력일 것이다. 늘어져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우고 에너지를 전달받은 기분이 든다.
<커피향이 페부까지 닿도록 깊이 들이마셨다.
향이 뇌에까지 전해지고 나의 혀는 빨리 커피를 맛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사랑하는 남녀의 마음이 이러하다. 나의 감각기관과 그의 커피는 이미 그런 사이가 되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빈 잔에 남은 커피얼룩을 향해 코를 들이댄다.
역시 잔향이 구수하다. 아니 달콤하다.
좋은 커피는 이러하다.>
커피를 마시고 난 후에 빈 잔의 잔향을 맡아본 적이 있었나? 더위를 심하게 타서 여름엔 따뜻한 커피를 잘 안 마신다. (겨울에도 차가운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ㅋㅋ) 마시기 전에는 향을 맡고 마시지만 마시고 난 후 잔향을 맡아본 적은 거의 없었다. 이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나면 컵에 코를 들이댈 것 같다.
<내가 아는 한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커피를 맛 볼 수 있는 곳.
'브라질 버본 93'에서 바디감은 적으나, 역시 아주 깊은 맛이 났다.
식은 커피에서 좋은 산미가 느껴지며,
후미에서 단맛이 났다.
좋은 쓴 맛이란 이런 것, 커피는 각성을 넘어 나를 행복의 나라로 이끌었다.>
작가가 일본으로 가배무사수행을 떠났을 때 간 곳 중 하나인 카페 데 엠브르.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라니 대체 어떤 맛일까? 커피 한 잔으로도 행복의 나라로 가게 되는 그 커피가 정말 궁금하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지만,
이 카페 안은 느리게 움직여요.
세상에서 상처받고 지친 사람들이
이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내 커피로 치유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손님이 있으면 마감시간이 넘어도 손님이 떠날 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나카무라 노리미, <남반차야>
가배무사기행을 보면서 꼭 가보고 싶은 커피집이 두 곳 있었는데, 그 곳이 바로 도쿄의 <카페 데 엠브르>와 나가사키의 <남반차야>이다. 자신의 커피로 상처받고 지친 사람들이 치유받길 바라는 주인의 커피라면 꼭 마셔보고 싶다. 정말 이 책 때문에 괴로워졌다. 커피를 자꾸만 마시고 싶게 하는 것도 모자라 자꾸만 떠나고 싶게 만드니 아주 괴롭게 만드는 책이다.
<커피에 스토리와 가치를 부여하면 맛은 한층 풍부해진다.
이것이 내가 가배무사수행을 떠나는 이유다.>
커피에 스토리와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 그러니 강연도, 팟캐스트에서도 그 매력이 드러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커피 창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구대회라는 작가의 매력발산도 퐁퐁 솟아나는 책이다.(라고 저만 생각하나요?ㅎㅎ)
<커피집을 하든 국밥집을 하든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생각보다 단순한 데 있다.
내 입장에서 생각하느냐
아니면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에게 맛있는 커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커피 산지에 가고 가배무사수행을 떠나고 싸고 좋은 커피를 판다.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 내리는 커피라면 꼭 마셔보고 싶다.(곧 <구대회 커피> 앞에 가서 마시리라!) 아직 마셔보지 않았지만 일산에서 신수동까지 매일 거르지 않고 커피를 마시러 오신다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마셔본다면 더더욱 인정하고 말 것 같다.
<커피를 배우고 싶다는 분들께 꼭 묻는 것이 있다.
"커피를 좋아하세요?">
커피를 좋아한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좋은 커피란 어떤 커피인지, 카페 창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한 것들을 알려줄 것이다. 덤으로 작가의 커피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아주 진하게 묻어나는 그런 책이다. 커피집이 아니더라도 꿈을 꾸고 있다면 누구든 읽기 좋은 책, 바로 이 책이다.
커피를 좋아하세요?
이 책 한 잔 어떠세요?
이 책을 덮고 나면 분명 커피를 마시고 싶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