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징조 애지시선 47
김길녀 지음 / 애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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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눈



아주 오랫만에
꽃길을 뚫고
옛날 애인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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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열리는 믿음 문학동네 시인선 66
정영효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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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씩 밝아졌다가 잠깐씩 그대로였으므로 볼 수 있었다

비 내리는 날 첨탑이 벼락을 끓여들이는 광경을. 그때 끝이 저물어버린 시간과 시간이 내색하는 배경이 얼마나 어두운지를

계속되는 끝이 있다면 그것이었다 닿기 전과 닫은 흔적이 만나서 뚫리게 되는, 이를테면 조금만 어긋나도 달아나버리는 것 그래서 모든게 드러나는 순간

첨탑과 벼락의 끝이 궤적을 거둬들이는 중이었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곳, 그러나 자꾸 알고 싶은 곳, 있던데가 없는데로 돌아와 남겨진 순서로 완성되기 시작하는

그 끝이 잠깐씩 보였다가 잠깐씩 머리속을 지나갔다

나는 멈추었는데도 멈추지 못한 사람들 속에 서 있었다 아무도 말걸지 않고 누군도 알 수 없는 끝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먹먹하게

- 정영효. 단절 p54 -

내 친구 시수업 선생님이시다. 친구가 가지고 온 시집에 자필로 따뜻한 봄에 따뜻한 산책이 최곱니다. 라고 적혀있다. 아프다고 귀뜸을 한 모양이다.
이제 그런 따뜻한 봄은 가고 없지만 그래도 산책은 종종한다. 물론 시인님의 말때문에 하는 산책은 아니다^^
오랜만에 읽은 시집. 간간히 몇편은 돌아가 소리내어 읽었다. 소리내서 읽을때 더 꾸덕꾸덕하고 간절한 느낌이 살아왔다.
시를 쓰며 사는 사람들이 궁금하고 문득 시를 쓰는 사람의 시수업이 궁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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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1 0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 가고 싶은 카페에는 좋은 커피가 있다
구대회 지음 / 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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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 29일째. 이렇게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지 못한적이 없었다. 어쩌다 마신 커피 한잔이 하루밤 잠을 모두 가져간 이후 커피를 마시는 일이 조심스러워 요즘은 물인지 커피인지 아리송 한 것을 그것도 어쩌다 한번씩  마시고 있는게 다다. 커피에 대한 그리움이 목구멍까지 가득차 있다 해야 할까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쳇! 도대체 이책엔 커피라는 단어가 얼마나 자주 나오거야... 커피라는 단어만 털어 모아도 한보따리는 되겠어... 게다가 세계 구석구석 찾아가 눈으로 보고 마시는 명장의 커피라니 완전 짜증!!...

그러나 읽는 동안 이 잭은 커피 가는 정겨운 소리가 되었다가 미칠것 같은 향기가 되었다가 알싸한 맛이 되어 주었다가 하면서 병문안 같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평소 출근할때는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전동기에 커피를 갈고 갈색 종이 필터에 분쇄한 커피를 넣어 드립해서 사람들과 나누어 마시는 거다. 사소한 잡담과 더불어 따뜻한 커피 한모금 목구멍으로 흘려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 날 해야 할일이 눈에 들어왔다. 엉터리로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사람들은 맛있다며 찾아와 커피를 함께 나눈다. 이렇게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게 언제쯤일까?  더듬어보니 6, 7년은 족히 넘었을 것 같다.  나에게 아침마다 축복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신분이 바로 구대회. 이 책의 작가님이시다. (으쓱으쓱^^ )

아마도 카페꼬모가 생긴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신수동 외진 골목의 보석같은 카페를 발견한 친구의 덕이였다. 친구는 이미 꼬모 커피의 맛과 구대회 사장님의 인간적인 매력을 알아채고 단골이 되어 날마다 찾아가는 모양이었다. 처음 그 카페를 찾아갔던 때가 생각난다. 차를가지고 골목 골목을 헤매다 찾아갔었는데 그날 세가지에 놀랐다.

첫째 카페가 있을 수 없는 자리에 카페가 있다는 것.

둘째, 좁디 좁은 카페안에 야무지게 꽉 들어 찬 머신들과 로스팅 기계,(당시에는 직접 로스팅 하는 곳이 드물었다) 더치커피(그 때 더치 커피라는 말도 처음 들었다)를 내리는 시설까지 전문적인 포스를 팍팍 풍기는 모양새.

셋째, 야무진 돌콩같은 외모에 까칠한 성품이 여실히 들어나는 사장님의 부드럽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자신감으로 내려주던 커피 맛.

 

그리고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드립 커피를 배우러 다니던 시절에 태어난 사장님의 첫 딸 연희가 이제 곧 초등학생이 될 것이다.(이미 되었나?) 카페 꼬모도 변했다. 절재 자존심을 꺽지 않을 것 같았던, 더욱 최고의 것만 추구하며 나아갈 것 같은 꼬모 커피는 보편적 커피복지를 외치며 가격을 낮추고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 갔다. 커피의 질을 낮추지 않고 가격을 낮춤으로서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과 사랑을 얻었다. 커피가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의미있는 일 ^^

그 사이 구대회 사장님은 가베함을 메고 나가사키로 교토로 도쿄로 가베무사 수행을 떠났다. 낮출 것은 낮추고 높일 것은 높일 줄 아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심 없이는 물가능한 일을 해낸 것이다. 그 와중에도 <커피 읽어주는 남자> 팟캐스트도 하고  커피 강의도 열심히 하러 다닌다. 정말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청춘의 열정이 아직도 고스란히 살아 있는 모양이다.

 

그런 이야기들 모아 책이 나왔다.

전세금을 빼서 세계 커피 여행을 떠나고 고독과 불안과 싸워가며 카페를 열고 부족한 조건들 속에서 어떻게 성공시켰는지., 왜 가베무사수행을 떠나게 되었고 무엇을 보고 배웠는지.

그리고 무수히 많은 카페들이 생기는 요즘 그래도 커피집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아 책을 냈다. 그 책이 바로 <커피 집을 하시겠습니까>이다.

 

 그리고 이 책을  기획한 사람이  처음 그 카페로 데려가고 커피의 세계를 알고 하고 여전히 커피 원두를 사다 안겨주는 사랑하는 나의 친구. 양은진이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인연이 만들어 낸 이 책이 나에게도 너무 소중하다.

 

처음 카페를 찾아 가던 그 즘. 한쪽 벽 메모판에는 구대회 작가님이 커피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과 함께 본인의 자작시 한편이 평범한 종이위에 손 글씨로 씌여져 붙어 있었다.

내용은 기억 나지 않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 시도 사랑한다는 것이 당시 내겐 큰 감동이었는데 오랫동안 잊고 지내다가 책을 읽으면서 그 감동이 다시 살아났다.

 

<커피 향이 폐부까지 닿도록 깊이 들이 마셨다. 향이 뇌리까지 전해지고 나의 혀는 빨리 커피를 맛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사랑하는 젊은 남녀의 마음이 이러하리라. 나의 감각기관과 그의 커피는 이미 그런 사이가 되어 있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빈잔에 남은 커피 얼룩을 향해 코를 들이 댄다. 역시 잔향이 구수하다. 아니 달콤하다. 좋은 커피는 이러하다>

 

진실로 커피를 사랑하고 그 힘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혹은 임팩트 있게 읽힌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또 정말 카폐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맛나게 드립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지고 가야할지 작가의 성품 처럼 단도직입적이고 명쾌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또 무엇보다 책속에서 들려주는 커피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따뜻하게 토닥여 줄 것이다,

 

아 ~ 오늘은 진짜 커피 한잔 마셔야겠다. 오늘 밤을 저당 잡히는 한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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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 2016-05-0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쓰신 프롬윈즈님의 맛갈스런 글솜씨가 커피를 부릅니다~

2016-05-08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romwinds 2016-05-08 19:48   좋아요 1 | URL
나도 니네집 흉내한번 내봤어. 비밀댓글 어떻게 쓰는지 몰랐거든^^ 그래서 계속 댓글 못쓰고 좋아요만 눌렀는데 ㅋㅋ별거 아니네 ^^ 이제 기둘려. 나도 댓글 달아줄께

2016-05-08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1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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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8 2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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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8 2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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