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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백제 - 백제의 옛 절터에서 잃어버린 고대 왕국의 숨결을 느끼다
이병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본서는 박물관 큐레이터 이자 백제사 연구자의 수기로 어떤 연구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오고 형성되어 가는지 보여주고 매우 흥미롭다. 거기다 (본인의 자기검열을 넘어)가능한 솔직하게 적어내려가려 한 것이 더 매력이 있었다. 저자가 연구한 내용 중에서 정림사지, 소조상에 대한 것은 대략적으로 인정할만 한 것 같은데, 뒷 장의 내용으로 봐서는 크게 반응이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백제가 일본에 여러 기술자들을 보내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는데, 백제의 입장에서 그렇게 했던 이유를 설명하는데(당시 강세를 보였던 신라에 대한 군사적 견제의 필요성 등등...), 왜 이제껏 그런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은연중에 아스카데라 사원의 원조로서의 백제를 강조하는 것과 같은 일제 식만사관이 만들어 놓은 구도에 익숙해진 건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에 문화교류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가장 공감이 갔다(저자의 박사논문에서 재인용한 것이다):
백제의 불교 사원은 중국의 남조나 북조뿐 아니라 고구려의 영향을 함께 받았고, 백제에서는 그것을 일본뿐 아니라 신라에 전수했다. 신라는 백제 뿐만 아니라 고구려를 통해서 불교를 적극 수용 했다. 이처럼 6세기대 한반도는 '불교'를 매개로 하나의 문화공동체가 형성되어 갔다고 볼 수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정치적,군사적인 대결 구도 속에서도 다양한 방면의 문화 교류를 통해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정체성을 확립해 갔다. 그 과정에서 불교나 불교 사원은 사상체계뿐만 아니라 기술 문명의 공유라는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백제 멸망 이후에는 대다수의 주민이 통일 신라의 체제 안에 흡수되어 통일신라의 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다. 따라서 백제 불교 사원의 연구는 동아시아 교류사라는 측면뿐 아니라 그 자체로 한국 고대사 연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