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풍경과 사유 - 한국고대사의 경험과 인식 학문의 이해 3
이강래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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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역사 카테고리의 신간을 보다가 약간은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이강래 교수의 <고대의 풍경과 사유>였다.  전형적인 고대사 입문서의 성격은 아니다. 일정기간을 고대로 정의하고 그 사이에서 일어 났던 단순 사건의 나열과 인과관계만을 고려했다기 보다는 고대인들이 구성하고 있는 당대 사회의 풍경과 그들의 심성과 사유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지구의 역사, 생물의 역사에 비교하면 상당히 짫은 시간 일 것이나,  백년을 채 못사는 우리들에게 고대는 머나먼 시기의 일이다.  


그들의 행적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그리고 당대에 중국왕조의 사가가 파악하여 남긴 민속지적 기록, 목간과 금석문과 같은 문자자료와 각종 유적,유물과 같은 고고학적 접근이 허락 되는 자료 외에는 거의 전무하다. 전승된 사료는 필연적으로 서술자의 실수와 의도적인 누락, 분식이 판친다.   이러 고대에 관한 사료들의 영성함과 의도적 누락, 분식, 오해등등의 장애물을 넘어 간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우리들과 다른 고대인의 심성과 사유를 넘어가기에는 쉽지 않다.  


그들은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그것으로 어떤 일의 길흉을 점쳤으며, 나라의 패망과 왕권의 향방이 결정된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이러한 습성은 비교적(?) 최근인 조선사회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것이나  조선 역시 머나먼 시대이고, 그마저도 격절된 탓에 그러한 심성을 더욱더 이해하기 힘들다. 당대인들도 이를 이용, 조작하여 상황을 컨트롤 하기는 하였어도 그러한 세계관을 전면 거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왜 이렇게 힘겨운 이해를 필요로 하는가?  


대무신왕의 아들 호동이 최리의 낙랑국을 멸망하고 통합하는데 큰 공을 세운 뒤로 정치적 위세가 커지자 대무신왕의 원비는 자신의 아들에게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하여 호동을 자신에게 불손한 마음을 품었다며 비난 하였다. 이에 대무신왕을 원비의 비난에 의심을 하였으나 결국은 호동이 자살을 하였다. 


 여기서 금기의 가능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당시의 사회문화적, 고대인들의 정서를 고려하여야 한다.  당시 시기에는 형사취수혼이나 자매연역혼이라는 2차혼이 있었다.  선왕의 후비를 뒤에 왕위를 잇는 왕이 비로 맞이 하거나 자매가 한명의 남자와 연이어 혼인을 하게 되는 관습이었다.  즉, 호동의 원비에 대한 성적접근(원비는 호동의 친모가 당연히 아니였다.)이 가능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호동이 정말 그런 마음을 품고 있건 아니였건 상관 없이, 그러한 금기의 가능성이 호동에게 자살로 가는 압박감을 주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이 유익했던 책이었다. 고대사에 흥미를 느끼고 읽고자 한다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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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늑대들 외전 세트 - 전2권 - 한정판
윤현승 지음 / 제우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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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외전이라고 하면 본편에서 다루지 못했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얀늑대들 외전도 마찬가지.   외전은 아마 네이버 웹소설에서 연재되었고, 나도 거기서 글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와 구입했다.  단번에 읽기는 했는데. 왜 그런지 외전은 다시 읽으니 흥미가 좀 떨어진다.


   외전 1,2권은 총 10개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궁금하지도 않고 호감이 떨어지는 인물의 이야기도 있어 지루함도 있었다.    본편의 주인공인 카셀 노이의 아버지인 에밀 노이가 주인공인 외전 두편(<안녕하세요 여왕님>,<에밀의 여행>)이 제일 좋았고. 하얀늑대들 외전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다시 읽을때도 기억하는 건 이 두편 정도 였고. 다시 읽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나올 건 다 나온건가? 카셀과 티냐의 이야기도 외전으로 다루어 주었다면 좋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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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문화론 이기백 한국사학논집 11
이기백 지음 / 일조각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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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백 선생의 전통문화에 대해 발표한 글들을 모았다.  그런데 약 3분의 1은 제목과는 동떨어진 내용을 다룬 것이다. 처음에 구입하고 나서는 선생의 다른 저작에 비해서는 관심이 덜했다. 습관적으로 구입을 한 이유도 있고.  어제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던 차에 집어 들었는데 즐겁게 읽었다.


 기본적으로 발표한 지면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입장은 전통문화란 무조건적으로 계승해야 할 것도 아니고, 인습으로 규정, 거부해야 할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계승되어야 할 전통문화란 한국사의 전진을 가져다 준 것이어야 한다 말한다.  무술신앙의 경우에는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계승해야 할 전통문화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보존은 되어야 할 것이라 말한다. 가령 선사시대와 고조선 대에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무술신앙이 당시 시대적인 상황에 필요한 것 이었기 때문에 역사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여타 외래 종교와 다르게 체계적으로 남겨진 것이 없어 연구가 난망 하지만, 대신 현대의 무술신앙을 참고 해야 할 필요로 보존이 필요할 수 있다는 취지로 적고 있다.  그러나 계승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한 것은 지금의 무술신앙이 역사적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한다기 보다는 개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에 복무하고자 하는데 있다고 하였다.  대체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무속인의 입장에서는 그렇지는 않겠지만.  가십거리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항상 무속인 본인의 주장일뿐이라고 경고 비슷한 무구를 넣기는 하지만.), 무속인이 예능에 나와 사람이 길흉화복을 점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개인적으로 마땅치는 않다. 


<족보와 현대사회>에서는 족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발표한 시기(1999년 2월)를 보아서는 상당히 유효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글에서 88년도에 한 50대의 재력가가 딸을 결혼 시키려는데, 상대방의 집에서 족보를 요구하여 당황해 족보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장에게 찾아가  명문가의 족보에 자신의 일가를 넣어줄 것을 요구 했다는 일화를 읽을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이런 경향이야 없겠지만, 그때는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며 놀랐다. 


<삼국시대 불교 수용의 실제>를 읽으면서는 일인학자 중에 불교 하사설 이라 하여 삼국시대에 불교가 수용 된 것은 당시 종주국의 하사로 된 것이라 하는 이론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문화, 종교등은 수용자 적극적인 수용의지가 있어야만 가능 한것인데, 하사라는 형식으로 가능하다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신기했다.  저자는 마지막 맺는말에서 이런 이야기로 많은 지면을 소비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설을 주장하는 이가 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그랬다고 적고 있다.  뭐하는 사람인지.  아마 순수한 학문적 궁구라기 보다는 다른 의도 혹은 편견에 따라 주장된 기괴한 설이 아닌가 싶다.   해당 글의 내용은 대략적으로 불교수용을 전후하여 교육기관의 설립, 율령의 제정, 대외발전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필요에 의한 적극적인 수용의지가 있었기에 수용이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사실 이러한 설명으로는 조금 납득이 되지 않는 면은 있는데,  불교하사설이라는 설의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너무 황당하다 보니 크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다. 


<한국 고대의 동성불혼>을 읽고는 참 묘했다.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지는 글이기 때문이다.(참고로 1996년에 발표된 글이다.) 이 글은 족외혼이라는 법을 어겼을때의 처벌에 대한 기존의 견해에 인접학문의 결과(비교사학의 방법)를 참고하여 수정을 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전의 저자나 다른 학자들의 견해로는   삼국지 동이전의 부여전에 기록된 :


"남녀가 간음을 하거나 부인이 투기를 하면 모두 죽였다. 특히 투기를 미워하여 이미 죽이고는 그 시체를 나라 남쪽의 산 위에 두어 썩고 문드러지기에 이르렀다."


라는 글에서 남녀가 간음을 하거나 부인이 투기를 하면 모두죽였다고 하였지만, 당시 시대(가부장제적인 가족제도를 생각하면)를 생각해보면 여자쪽에게만 처벌이 가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말리노프스키가 트로브리안드 섬의 원주민에 대한 현장보고를 읽고 수정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16세가량의 원주민 청년이 이모의 딸고 성적교섭을 맺었으나 처음에는 조용히 넘어갔지만, 그 여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연적이 이 사실을 퍼뜨리자 청년이 궁지에 몰리고  결국 높은 야자수 위에 올라가 자살을 행했다는 내용이라 한다. 납득이 가기는 하나, 역시 여성에게 비대칭적인 결과가 많이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한국 고대의 축제와 재판>이란 글을 책 내에서도 가장 분량이 많고, 흥미진진하다.  역시 삼국지 부여전에 나온 부여의 영고라는 축제에 대한 글에서 시작한다. :


"은 정원에 하늘에 제사지냈는데, 온 나라 사람들이 크게 모여 연일 마시고 먹고, 노래부르고 춤추니, 이름하여 영고라 했다. 이때에 형옥을 단하고 죄수를 풀어 주었다."


여기서 단형옥에 대한 상반되게 갈리는 의견이 있는데,  한쪽은 '단'이 재판을 뜻하는 것이라 하였고, 다른 쪽은 형옥을 중단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저자는 '단'이 재판을 의미하는 것이라 보고 단이 중국 사서에서 쓰이는 용례를 살피고, 축제일에 재판의 유습등을 찾아 비교하였는데,  조선시대 여러 지역에서 정월에 모의재판와 같은 놀이를 하는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였고,  다른 민족에서의 축제일 재판의 예도 같이 나열하며 단형옥이 재판을 뜻하는 것임을 논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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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법 수업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천 년의 학교
한동일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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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전작인 <라틴어 수업>을 인상깊게 읽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지금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제 다 시 읽어야지 라는 생각은 하고 있을뿐.  그런 저자의 신작이 나왔다길래 구입하고  읽었다.


이런. 개인적으로는 실패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로마법에서 길어 올린 것은 목 마른 사람이 마시는 물처럼 절실하게 다가오지는 않는 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한 꼭지의 마지막에 덧붙히는 말은 누군가가 적은 것처럼 공허한 말로만 들린다. 


물론 눈에 띄는 것들도 있다.  


매춘세는 일종의 소득세이지만 그렇다고 매춘부들을 경제적인 의미의 납세자로 인정하진 않았습니다. 매춘부들은 세금 부담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 그 세액만큼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방법을 꾀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설이게도 매춘부 중 대다수가 여성 노예들이었고, 매춘굴을 이용하는 남성들은 일부 상류층 귀족 남성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남성 노예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로마 재정의 상당 부분은 가난한 노동자인 노예들의 주머니에서 충당되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 "부자들은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이 예나 지금이나 한 치의 오차없이 아프게 다가 옵니다. (pp.146-147)

나머지는 왜 이와 같은 법령과 이 법의 집행에 이런 생각이 끌어져 나올 수 있는 건지 납득이 안되는 것들이고, 그래서 꼭지 마지막의 말을 대부분 공허하다.  보통 이런 착한말로 끝나는 경우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적는 경우가 대다수라 생각하는데 이 경우도 그런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좋은 문구를 외울 기회 정도만 기꺼웠다. 


lus vivendi ut vult.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권리!


Homo sum: Humani nihil a me alienum puto.


 나는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사 중 어느 것도 나와 무관한 것을 없다고 생각한다.



 Iniuriae sunt, quae aut plulsatione corpus, aut convicio mores, aut aliqua turpitudine vitam alicuius violant.


신체를 구타하거나, 품행을 조롱하거나, 어떠한 치욕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에 상처 입히는 것이 인격권 침해다. 



부제인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쳔년의 학교>은 너무 거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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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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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책방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그 일을 돕고 있는 손자가 나오는 여섯개의 연작단편집.  뭐 대단히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미야베 미유키의 글은 실망을 주는 경우는 없다,. 


 특별한 미스터리는 전혀 없지만,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밀도있게 보여주는 면이 있어 즐겁다. 한계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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