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기사 열린책들 세계문학 264
레오 페루츠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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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 강명순에 의하면 함부르크 대학에서 현대 독일문학을 전공했던 은퇴교수 한스-하랄트 뮐러는, 레오 페루츠를 브로흐, 무질, 에른스트 바이스 같은 거장들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뮐러 교수는 자신의 대표 저작이 바로 <페루츠 전기>라는 점이 좀 거슬린다. 에른스트 바이스는 (읽어본 책이 없으니)제쳐두고, 브로흐와 무질에 대고 비벼? 자신이 전기를 쓴 인물이니 조금 과장했거나, 뮐러 교수의 독특한 기호가 페루츠하고 딱 맞아 떨어진 경우라고 보이는데, 뭐 아니면 말고.
  또 다니엘 켈만은 페루츠를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가’라고 했고, 오스트리아 작가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는 ‘환상소설의 거장’이라 했다 하지만, 진짜로 <스웨덴 기사>를 읽어보면 이 책을 근거로 마술적 리얼리즘이나 환상소설을 운운할 수는 있겠으나, 대가나 거장이란 칭호까지는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라틴 아메리카의 붐 소설을 연상하게 하는 ‘마술적 리얼리즘’ 또는 ‘환상소설’이란 말 대신에 그냥 우리가 흔히 쓰는 ‘액자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서문과 결론 형식의 마지막 장 사이에 세 개의 장part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은, 서문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본문 세 장이 독립된 단위로 이를 풀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소설을 굳이 ‘마술적’이라거나 ‘환상’이란 말을 쓰는 건, 서문에 등장하는 한 여인, 결혼 전의 성姓이 토르네펠트였던 마리아 크리스티네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여섯 살 때의, 이미 죽은 아버지와의 만남, 그리고 아버지가 9년 전과 당시에 만나게 될 어찌 보면 악마 또는 악마가 현현한 주교의 시종 정도 되는 물레방아 주인의 영혼 장면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괜히 거창하게 말하지 말자. 우리가 쉽게 빠지는 함정이, 다니엘 켈만과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가 어떤 환경에서 그렇게 말하는지 밝히지 않았다는 걸 간과하는 일이다. 신문 문화면 한 페이지 전체를 장식했던 서평일 수도 있지만 책 뒤표지에 작은 글씨로 쓰인 한 마디의 추천사일 수도 있으니.
  이 책? 재미있다. 마음먹으면 휴일 하루 동안 책 다 읽고 독후감도 쓸 수 있다. 3백 쪽 분량의 장편이라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도 있고, 책의 스토리가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매력도 있다. 물론 명작이나 수작이란 수식이 달리기는 힘들다. 그래 위에서 브로흐와 무질에게 비빌 정도는 아니라는 말을 했던 것. 하지만 나더러 무질을 읽을래, 페루츠를 읽을래? 묻는다면, 어차피 끝까지 읽지 못할(지도 모르는) 무질이 아니라, 하루 이틀의 즐거움을 확실하게 줄 수 있는 페루츠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스토리는 딱 서문만 소개한다. 소설 자체가 서문에 나오는 일종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마리아 크리스티네는 첫 남편과 사별하고 덴마크 왕국 추밀원 의원이자 훌륭한 외교관인 라인홀트 미하엘 폰 블로메와 재혼을 하는데, 18세기 중엽, 50세가 되자 옛 기억들을 모은 책 <내가 살아오면서 만난 다양한 인물들의 풍경화>를 집필했고, 이 자료는 사망 후 수십 년이 지난 19세기 초에 원고를 발견한 손자가 이를 출간한다. 책에는 18세기의 다양한 폭동사건, 이를테면 잘츠부르크 대교구에서 발생한 개신교 소작농 추방사건, 콘스탄티노플 필경사들이 일으킨 폭동 같은 것들 들어 있고, 이들 사이에 가장 인상 깊고 강력한 이야기가 있었으니, “스웨덴 기사”라는 제목을 붙인 자신이 어렸을 때 돌아간 아버지에 관한 것이었다.
  마리아 크리스티네 폰 블로메는 슐레지엔의 대단한 집안이 소유한 거대 장원에서 태어난 소위 은수저였는데, 매우 매서운 눈빛을 가졌지만 딸을 바라볼 때는 파란 하늘이 열리는 것 같았던 아버지가, 마리아가 여섯 살 때 스웨덴 왕 칼 12세의 악명 높은 군대에 들어가기 위해 러시아로 떠난다.
  칼 12세는 강력한 스웨덴을 건설하고 더 큰 왕국의 기틀을 닦고자 러시아와의 전쟁에 돌입했으나, 아뿔싸, 당시 러시아엔 불세출의 영웅이자 2미터가 넘는 신장, 건장한 남성을 품에 안고 팔로 조여 갈비뼈를 부러뜨려 죽이는 완력의 소유자, 게다가 젊은 시절에 네덜란드를 비롯한 서유럽 방면에 직접 가서 조선술 등을 배워온 실천가인 공포의 표트르 대제가 집권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전 초기의 스웨덴 군은 파죽지세로 러시아 영토를 침공해 들어가고 있었고, 마리아의 아버지 토르네펠트 경은 전투에서 용맹하고 탁월한 기량을 발휘해 예타 강 서부 기병대 장교로 임관하고 이어서 아주 빠른 속도로 스몰란드 용기병 연대의 사령관으로 진급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골스크바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는 원동력이 되어 숱한 병사들과 장교들이 보는 앞에서 왕이 토르네펠트 사령관을 직접 포옹하고 양쪽 볼에 키스까지 해주는 영광을 누린다.
  그러나 그 해 7월, 스웨덴 군은 폴타바에서 전투 초기에 용기병을 지휘하던 토르네펠트 사령관이 총에 맞아 말에서 떨어져 죽고, 스웨덴 군도 표트르 대제가 이끄는 러시아 군에 쌍코피가 터져 심지어 칼 12세는 어머나 뜨거워라, 맹렬하게 도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토르네펠트 경이 장원에서 떠나기 전날, 외동딸 마리아 크리스티네는 아버지와 함께 전장으로 떠날 하인에게 들은 주술, 흙과 소금으로 속을 채운 오자미를 아버지의 군복 안감 사이에 꿰맨다. 이것이 두 사람이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 위한 이미 검증된 방법이라면서. 몇 주 후, 밤에 누군가 마리아의 침실 창문을 누군가 두드렸고, 러시아로 떠난 아버지가 한 시간에 만팔천 킬로미터를 날 수 있는 말을 타고 와서 잠에서 깬 마리아의 얼굴을 감싸고 십오 분 가량 머물다 가버린다. 이후 가끔 찾아오긴 하지만 십오 분을 넘지 않는 시간만 이야기하고 얼굴을 감싸주고는 떠난다.
  그러다 파발마가 러시아 전장에서 도착해 아버지가 삼 주 전에 이미 죽어 매장을 했다는 기별을 가져오고, 이후 정말로 아버지는 찾아오지 않는데, 마리아는 도무지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아버지의 유령? 영혼? 마리아의 꿈? 몽유? 그러나 생생하게 와 닿는 피부와 목소리는 틀림없이 마리아의 진짜 아버지였던 것을.
  재미있는 작품. 읽어보셔도 후회하지는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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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1-11 09: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보다 먼저 번역된 <9시에서 9시 사이> 소개 문구 중에는 카프카와 비교하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ㅎㅎㅎ 너무 엄청난 거장들하고 자꾸 이름을 나란히 올리는 감이 없잖아 있는 듯하네요. 아무튼 또 다른 작품이 번역되어 나오면 계속 읽을 것 같기는 합니다. 일단 재미는 있어요.

Falstaff 2021-01-11 09:40   좋아요 2 | URL
넵? 카프카요? ㅎㅎㅎ 재미있습니다.
<9시 - 9시>도 함 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까지 썼다가 책 검색해보니, 이거 영, 재고해봐야겠습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11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무섭지만 ... 내 아빠도 아닌데 머... 읽어보겠습니다.

Falstaff 2021-01-11 10:07   좋아요 1 | URL
아하, 제가 제목을 무섭게 달아놨군요. ㅋㅋㅋ
재미있으니 금방 읽으실 겁니다.

붕붕툐툐 2021-01-12 00:3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내 아빠도 아니래..ㅋㅋㅋㅋㅋ
 
우리 중 하나
윌라 캐더 지음, 정선우 옮김 / 아토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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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라 캐더. 일찍이 <나의 안토니아>와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로 내게 깊은 인상을 준 미국의 지방주의 작가. 지방주의? 쉬운 얘기로 (혹시 오해하실지 몰라 말씀드리는 건데, 다음 단어는 친근한 표현, 좋은 뜻으로 쓰는 말임) 미국 촌년이란 뜻이다. 버지니아 주 출생이지만 네브래스카 주립대학을 다니며 한참 감수성 짙은 시기의 십 년을 네브래스카의 광대한 벌판과 엄혹한 자연환경과 끝도 없는 농장을 보며 살았다. 이때 척박한 계절 속에서 생존해나가는 시골의 선량하고 건강하고 강인한 생활력, 여유 있는 자가 없는 자에게 삶을 계속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좋은 길로 인도하는 선한 이야기가 위에서 말한 두 작품. 두 전작에 홀딱 빠져 이이에게 퓰리처상을 받게 해준, 그리하여 대표작 가운데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 중 하나 One of Ours>가 새로이 번역, 출간되었다는 걸 알자마자 어찌 서둘러 사 읽어보지 않을 수 있었을까.
  1922년 작품. 시대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의, 그래봤자 당시의 세계란 아메리카와 유럽을 말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세계의 농장이자 공장으로 온갖 부를 쌓았을 때. 폐허가 된 유럽을 복구하기 위하여 여전히 북아메리카로부터 막대한 농업과 공업 생산품을 수입하던 시기의 미국은 새로운 해가지지 않는 나라의 왕좌에 등극한다. 이때 윌라 캐더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네브래스카 출신의 장교 한 명을 그리고 있다. 책의 육십 퍼센트는 주인공 클로드 흴러가 징집을 하기도 전에 스스로 입대하여 참전하기까지의 심리적 변화를 그렸고, 사십 퍼센트는 유럽까지의 항해와 프랑스에서의 대 독일 전투 장면에 할애했다.
  네브래스카의 시골도시 프랭크포트에서도 (땅 좁은 우리 기준으로) 상당히 (그러나 넓은 미국 기준으로는 조금) 떨어진 흴러 농장에서, 심성은 좋으나 진심도 농담처럼 말하는 습관 때문에 세 아들로 하여금 도무지 진심을 알아채지 못하게 만드는 아버지 넷 흴러와, 기독교적 편향의 문제를 빼고는 현모양처임을 의심하지 못할 에반젤린 흴. 세상에, ‘흴’이란 가문도 있다. ‘휠’이 아니라 ‘흴’이다. 도대체 영어로 어떤 스펠링을 쓸까?
  하여튼 흴 부부는 아들만 셋 두었는데, 첫째 베일리스는 소심한 편이라고는 하기 힘들지만 편협하고 신중하고, 좀 박완서 식 선병질적이라 농장을 이어가기는 힘들겠다고 판단해서 프랭크포트 시내에 농기계 도매상을 열어주었고, 맏이답게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느라고 탄탄대로를 걷고 있어 도시(라봐야 그냥 동네 수준)에서 딸 둔 부모의 눈에 아주 맞춤한 신랑 후보로 이름이 났다. 게다가 담배도 안 피워, 술 마시는 건 경멸해, 여자관계도 깨끗하니 이게 웬 떡이냐 말이지. 물론 자빠뜨릴 수만 있으면.  둘째를 건너뛰고 막내 랄프는 기계를 좋아해서 어머니를 위해 식기건조기, 우유 착유기 및 선별기 같은 것을 자꾸 들여오는 바람에 오히려 타박만 받는 좀 허영기 있는 스타일. 흴러 씨는 막내의 독립을 위해 아주 멀리 떨어진 메인 주에 큰 농장을 구입해 랄프가 부모와 떨어진 곳에서 혼자 경영할 수 있게 돕기로 결정을 한다. 그러나 메인에서 농장에 성공을 했는지, 깨끗하게 말아먹고 말았는지는 책이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 덜 중요한 조연의 숙명이다. 궁금해 하지 마시라.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 둘째아들 클로드. 좀 못 생겼지만 건장한 체격과 강단 있는 체력을 겸비한 클로드는 학교를 다니면서 틈틈이 농사일도 거들어온 착한 아들. 그런데 공부를 하고 싶어서 작가가 졸업한 네브래스카 주립대학에 보내달라고 부모에게 요구를 했으나, 원래 미국의 오래된 부자들이 항용 그러하듯 돈 한 푼에 벌벌 떠는 흴러 부부는 학비가 저렴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주립대학에 가면 축구하느라 공부를 소홀히 할 거 같기도 해서 클로드를 신학교에 보내버리고 만다. 그런데 두 대학이 한 도시에 있어서, 우연히 주립대학의 역사학과 학과장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긴 클로드는 주립대학의 도서관에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역사학에 대단한 관심이 생기고, 나아가 빼어난 논문을 써 학과장에게 제출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부모가 되어, 집에 돈도 많은데 말이지, 아이비리그는 아니더라도 주립대학 정도는 보내야 하는 거 아냐? 아버지 넷 흴러는 흠흠 하면서 그만이고, 어머니 에반젤린은 도무지 촛농 떨어뜨린 인삼주 병뚜껑처럼 요지부동이다. 그래 종교에 대해 회의하고 있던 클로드, 목사가 되느니 차라리 농사나 짓겠다, 하고 학교마저 때려치우고 농장에 전념하게 되는데, 농장일 하면 늘 조금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법, 한번은 팽팽하게 묶인 철사에 얼굴을 갈아버리는 일이 생겨 두문불출 몇 주를 앓아야 하는 일을 겪는다. (당시엔 항생제가 없었다.)
  이때 혜성같이 나타나는 누구? 맞습니다. 여성. 이니드. 어머니 에반젤린보다 더 찐 기독교 원리주의자. 장래 희망이 친언니처럼 중국에 가서 선교활동을 하는 일이다. 이니드가 매일, 하루도 빼지 않고, 어떤 땐 하루 두세 번씩 클로드의 방을 방문하여 간호해주고, 격려의 말을 해주고, 손도 잡아주니 한참 울뚝불뚝 리비도를 주체하지 못할 나이의 클로드가 오해하지 않겠어? 그리하여 결혼해버린다. 기독교 원리주의자 비슷한 이니드는 부부간의 성접촉도 불결하게 생각하는 여성. 2년 만에 중국에 있는 언니가 아프다니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편 팽개치고 중국으로 떠나버린다.
  그리하여 삶에 대하여, 운명에 대하여, 자꾸 꼬여버리는 자신의 인생에 관해 고민하던 클로드는 한참 절정을 향해 치닫던 1차 세계대전의 파도에 자진해서 휩쓸려버린다.


  내용은 이정도만. 전쟁 나가서 어떻게 됐느냐 까지 말해버리면 곤란하다.
  문제는, 책의 앞표지, 뒤표지에서 이름을 발견할 수 없는 역자 정선우. 앞날개에 쓰인 역자 소개 전문을 옮겨본다.


  “대학에서 관광 영어를 전공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 번역을 시작했다.”

  좋다. 경력이 어찌 됐든 번역만 잘 하면 장땡이지 뭐. 좋아하는 일이 번역인지, 아니면 좋아하는 일은 따로 있고 그걸 행하기 위해 돈을 벌려고 번역을 시작했는지는 역자소개만 읽어보고 접수가 되지 않는다. 검색을 해보면 <우리 중 하나>가 이이의 첫 번역이다. 근데 왜 하필, 적어도 나한테 무지 중요한 작가의 대표작을 첫 번역의 대상으로 했는지 아쉽다.
  물론 이이가 영어 하나는 당연히 나보다 월등하게 잘 하겠지. 근데 문제는 한국말 수준이다. 다른 거 다 빼고, 정선우가 사용하는 우리말 단어의 총량이 번역을 생업으로 하기엔 너무 적고, 그나마 적절한 장소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는데 연습이 덜 되어 있는 “것 같다.” 잘 연습이 되었지만 내가 알아내지 못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니 고소sue하지 마시라. 그리고 인칭대명사와 지시대명사를 찬란하게 남발해 오히려 독자가 이해도 못하고 학을 질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영어를 우리말로 그냥 옮기기만 할 때 이런 '불통의 골짜기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아래 예시는 책을 통해 대표적인 것들이 아니라 읽다가 하도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문장이 이상하면 내용과 관계없이 진짜 진도 안 나가고 짜증만 나는 희귀 증후군 환자임을 먼저 고백하고, 하도 지루해 읽다가 하품 나올 쯤 해서 몇 문장 골라본 거다.


  “그의 어머니에게 수감된 영혼은 그녀의 육체적 자아보다 사람들 사이에 더 많이 존재했다.” (202쪽)


  “베일리스는 평화주의자였는데, 미국이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유럽이 낭비하는 것들을 끌어모으면, 전 세계의 실질적인 수도가 될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계속 말하고 다녔다.”  (227 쪽)


  “그녀는 그의 가치없는 손을 잡고 키스를 했다.“  (228 쪽)
 
  202쪽: 비문.
  227쪽: 주장하는 바는 알겠지만 매우 특색 있는 문장.
  228쪽: 가치 없는 손이 도대체 뭘꼬? 이해 불가.


  이 책을 통해 내가 새롭게 배운 것이 있으니, 번역도 습작이 필요하다는 것. 아놔, 참 언짢다. 하필이면 그 많은 작품 가운데 윌라 캐더의 것을 말씀이야, 쯧쯧쯧쯧쯧쯧쯧쯧쯧쯧쯧쯧.



  남자들 육군훈련소에 입소하면 군의관이 나와서 최종적으로 신체검사를 하는데, 243쪽에서 역자는 이런 의사를 이렇게 부른다. “검시관.” 웃기지?

 

 

 


* 어제 출판사 '한ㅇ문ㅇ사'가 자기네가 낸 책의 번역 흉본 것을 정중하게 항의했다. 이 포스트 같이 번역, 창작물 비난하면, 메이저 출판사는 오히려 안 그러는데, 작거나, 크더라도 덜 알려진 출판사에선 (포스트 수에 비하면)자주 항의가 오고 법정대응 어쩌구 하기도 한다. 거 참 찝찝하네. 이 출판사도 그럴까? 참 출판사도 힘들긴 하겠다. 명색이 문화사업인 출판업을 하면서 "야 썅, 이거 삭제 안 해?"라고 하지 못하고 많이 배운 척하면서 온갖 부처님 말씀을 해야 하니 말이지. 그런 게 그 사람들의 업이야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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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8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8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8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8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8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0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1-08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책 샀는데... (시무룩)

Falstaff 2021-01-08 10:55   좋아요 0 | URL
뭐 사셨으면 어쩔 수 없는데.... 이런 경우가 가끔 있는데요, 괜히 미안해지더라고요. ^^;;

cyrus 2021-01-08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검시관은 시체를 보는 의사인데.... ^^;; 저는 서평에 이런 지적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Falstaff 2021-01-08 11:06   좋아요 2 | URL
옙. 사이러스 님도 이런 것에 예민하시지요. 다른 분들도 사실 마찬가지일 거라고 보는데요, 굳이 언짢은 이야기 하기 싫어들 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전 이런 독후감을 자주 써서 출판사, 역자, 심지어 작가들로부터 항의를 적어도 연 1회 이상 받는데요, 올해는 1월부터 돌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ㅋㅋㅋㅋ

cyrus 2021-01-08 11:10   좋아요 1 | URL
연말부터 지금까지 제가 출판사 관계자나 역자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글 몇 편을 남긴 상황이라, 언제 돌이 날아올지 몰라요.. ㅎㅎㅎ 그래서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Falstaff 2021-01-08 11:3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전 심지어 알라딘에 의하여 강제 비밀글 처리도 당해본 적 있습니다.
이 포스트, 제일 아래에서 두번째 줄에 나오는 단어 ˝썅˝이라 썼다고요. 물론 다른 건전하지 못한 단어도 조금 더 있었습니다만. 유명 출판사가 직접 제게 항의하긴 쪽팔리니까 알라딘에 대고 뭐라고 했던 거 같았어요.
다 인생입지요. 고소당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요 뭐. 그렇게 알고 사는 게 편하잖아요. 일개 자유인 주제에 말입니다. ㅋㅋㅋㅋ

blanca 2021-01-08 15: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지금 윌라 캐더 <나의 안토니아> 시작했거든요. 너무 좋아서 아껴가며 읽는 중인데 별점 보고 어, 작품에 기복이 있나? 했어요. 저도 번역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어휘량 및 절대 공부량 부족으로 시작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번역이라는 게 대단히 어렵고 어떤 의미에서는 문학 작품을 다른 나라의 언어로 재창조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하는데 요새는 아쉬운 번역들이 참 많더라고요.

Falstaff 2021-01-08 15:29   좋아요 2 | URL
일본의 초창기 영문학자이기도 한 나쓰메 소세키의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지식인 일인칭 화자들은 자주 영문 한 문장을 어떻게 자연스러운 일본어로 바꾸는가를 연구하고 토론하잖아요. 그것도 몇 날 며칠을 두고 말입니다.
그런 전통이 내려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번역하는 속도가 한국보다 더 늦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이윤기에 의하여 이탈리아-영어-한국어로 중역 코스를 밟았는데도요. 더 허기가 지는 건, 이윤기가 번역한 다른 에코의 책에 자신이 장미의 이름을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번역했다고 자랑을 했던 겁니다. 그러나 결국 이윤기는 일본의 에코 협회의 초청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맙니다.
결론은, 한국에서는 자질이 되지 않아도 일단 번역 같은 건 하고 본다는 겁니다.

2021-01-16 0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6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oddlrj 2021-07-2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갖고와서 옮긴이 소개보고 환불하려 가혀던 참에 검색해봤네요.. 본인이 하는 출판사가 아니련지…

aoddlrj 2021-07-2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책 환불하는건 처음이네요

Falstaff 2021-07-29 17:13   좋아요 0 | URL
이 책 환불하시는 건 독자의 권리 행사라고 봅니다.

영꽃 2025-01-07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헨리 제임스 소설을 엉망진창 번역으로 읽지도 못하게 한 걸 겪은 이후로, 이 출판사 책은 꺼려지더라고요

Falstaff 2025-01-07 04:50   좋아요 1 | URL
제 라이브러리에서도 이 출판사는 퇴출 해버렸습니다.
저도 헨리 제임스 읽으려다 출판사 이름 확인하고 포기했습니다. 하디는 편집이 좀 웃기더군요. ㅋㅋㅋㅋ
 
직조공 서문문고 314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지음, 손은주 옮김 / 서문당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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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독일인 극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물이지만 이이의 재능을 알게 되면 놀랄 수밖에 없을 것. 1862년 독일 슐레지엔 지방의 작은 마을 오버잘츠부른에서 작은 호텔 사장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할아버지가 직조공으로 1844년 6월 4일에 발생했던 ‘슐레지엔의 직조공 폭동’에 직접 참여했었다고 한다. 어려서 이 일을 경험/목격한 아버지로부터 직조공 폭동에 관하여 자주, 많이 들어와서, 게르하르트는 이 유명한 극작 <직조공>을 아버지 로베르트 하웁트만에게 헌정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하웁트만이 극작가를 꿈꾸었던 건 아니다. 예나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이이는 취리히 대학에서는 또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어려서부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예술교육원에서 조각을 공부하고 좀 더 체계적인 탐구를 위해 대리석의 나라 이탈리아로 유학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성공을 이룬 분야는 극작이니, 이 양반이 재주가 없는 게 농사짓는 일 말고 도대체 뭐가 있었는지 모를 지경이다.
  나도 찬란한 이름만 알았지 이이의 작품을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도무지 어떤 책이 나와 있는지 알아야지. 그러다가 우연히 <직조공>을 발견해 두 번 생각하고 말고 없이 선뜻 사 읽었다.
  책을 읽기 전에 슐레지엔 직조공 폭동에 대하여 알아두면 희곡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독일의 슐레지엔 지방은 아마와 목면 공업의 중심지. 때는 과학의 세기라고 하는 19세기로 접어들어 기계식 직조기가 도입되어 직조공들의 인력이 남아돌기 시작한다. 인력의 과잉공급은 시장의 법칙에 따라 임금의 급격한 저하를 가져왔고 그게 도를 넘어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참담한 빈곤에 허덕’이게 된다. 사흘 굶어 담 넘지 않는 사람 없다고 슐레지엔의 페터스발다우 직공과 가족들 5천여 명이 도끼와 몽둥이 등의 원시적인 무기를 가지고 가장 악랄한 공장주 츠반치거에게 몰려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다가 공장과 집, 가구들을 다 때려 부수면서 사건이 커진다. 물론 거의 모든 자생적 민란이나 폭동은 정규군에 의해 작살 나는 것이 공식이고, 인근 랑엔비라우까지 진출했던 슐레지엔의 직조공들도 공식에 어긋남이 없이 프로이센군에게 괴멸됨으로서 종말을 고하게 된다. 당시 파리에 있던 마르크스는 폭동은 프로이센 정부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부르주아를 상대했던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하웁트만의 <직조공>은 이 ‘자발적 폭동’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있는데 다만 폭동을 유발한 악독한 공장주 츠반치거 역을 ‘드라이시거’라는 가상의 인물로 바꾸었다. 이런 ‘자발적’ 노동쟁의에 관한 논의는 황석영의 <객지>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방면에서 매우 활발하게 등장했기 때문에 별로 새롭게 읽히지는 않았다. <직조공>도 다른 콘텐츠에서와 마찬가지로 자본가(와 그의 하수인)에 의한 임금/노동력 착취와 불평불만 (1막), 직조공 가족의 비참한 생활과 반항의 싹 (2막), 불만 세력의 규합과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 분노 (3막), 쟁의 또는 폭동의 시작과 확장 (4막), 결말 (5막)이라는 전형적인 구성으로 되어 있다.
  그리하여 4막을 읽을 때까지 우리나라의 독자들은 1980년대 후반에 너무도 많이 읽어 익숙한 운동권 문학을 몇십 년 만에 다시 읽는 것 같은 식상함이 없지 않았는데, 5막에 가서는, 이 희곡이 아직도 생명력을 갖고 하웁트만을 대표하는 작품이라 자리매김하는 이유를 발견한다. 얼핏 읽으면 19세기 말 유럽 전역을 배회하던 사회주의 또는 무정부주의의 기운이 작품 속에 가득한 것 같고, 그래서 프로이센 정부도 작품 발표 후 1년 동안 공연금지 처분을 내렸겠지만, 결국에 독자들은 뒤통수를 한 방 얻어맞고 만다. 결론은 기독교, 인도주의, 반反혁명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 폭동으로 자본가와 공장을 때려 부수기는 했지만 이미 시작부터 괴멸을 예약해둔 상태라는 건 앞에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면 폭동의 괴멸을 통해, 일반 독자들은, 이런 형태의 “바위를 향해 날아드는 달걀”이 언젠가는 바위를 쪼갤 것이란 확신, 신념을 주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으나, 아니었다. 기독교와 인도주의, 반혁명이라면 또 자본가나 권력과의 화해의 기미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산산이 부서지고 말 뿐이다. 실제가 그러하듯이. 말 그대로 우울한 미래비전의 세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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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1-0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서문문고는 폴스타프 님께 상줘야 할 거 같아요. ㅎㅎㅎㅎ

Falstaff 2021-01-06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근데 제본이 별로예요. 뒤표지에 직조공 폭동이 1984년이라고 쓰여 있네요.
이런 시리즈에 가끔 재미난 것들이 섞여 있더라고요. 주의해서 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1-06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안 읽고 리뷰만 읽어도 배부릅니다. 중요한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직조공 폭동이요.
더 알고 싶지만 책이 어려울까봐 저어됩니다 ^^

Falstaff 2021-01-06 20:27   좋아요 0 | URL
아하, 책이요,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즉각 이해되는 수준인데, 시대가 21세기라서 굳이 읽어야 하는지는 조금 그렇습니다. 별 하나가 빠진 이유? 하여간 뭐 그렇습니다. ^^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박미경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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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제목은 La Reine Margo, <마르고 왕비>이지만, 흔히 ‘카트린 드 메디시스’라 불리는 작품 속에서 가장 강렬한 여성 악역을 강조하기 위해,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이라 붙인 거 같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세계적인 명저를 16세기 초 피렌체의 통치자 우르비노 공작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헌정했는데, 이이의 증손녀가 이탈리아 발음으로 하면 카트린 메디치, 프랑스식으로 표기해 카트린 드 메디시스다. 프랑스의 왕 앙리 2세와 혼인해서 남편이 스페인 잔칫집에 가 마상 창 시합을 하다 사고로 죽은 이후 첫아들 프랑수아 2세 재위 기간, 둘째 아들 샤를 9세 재위 중 상당한 기간 동안 섭정으로 프랑스 전역을 들었다 놨다 한 인물. 이탈리아 여자가 프랑스에 와서 오랜 세월 동안 권력을 행사한 것에 좀 불만이 있을 수 있을 터. 알렉상드르 뒤마는 보편적 프랑스인들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서 그랬는지 카틀린 드 메디시스를 필요 이상 악녀화 했다. 읽어보시면 안다.

  책은 1572년 나바라 왕국의 신교도 통치자 앙리와, 프랑스 왕(이었던) 앙리 2세의 딸이자 샤를 9세의 여동생인 마르그리트와의 결혼식이 있던 8월 18일에서 시작한다. 나바라의 왕 앙리 부르봉은 프랑스 남서쪽의 위그노, 샤를 발루아는 중앙과 북동쪽을 지배하는 가톨릭. 이 두 집안의 화해로 작게는 앙리의 모후 잔 달브레 3세를 독살한 카트린 드 메디시스(직접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상당한 근거가 있는 사실처럼 보인다)와의 화해, 크게는 오랜 세월을 끌어왔던 신구교간의 화해를 의미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기의 결혼 바로 8일 후에 닥쳐온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밤을 기억한다. 축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성당마다 경종이 울리는 것을 신호로 군인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남성 시민들이 무기를 들고 눈에 띄는 개신교도, 즉 위그노들을 무참하게 학살했던 것을. 이미 시대는 중세에서 벗어났다. 중세 시대엔 비록 이교도를 화형에 처하기는 했지만, 집행하기 전에 심문을 통해 가톨릭으로의 개종을 권고한 후 그것을 거절할 때만 불을 질렀던 것이, 이젠 이교도들의 씨를 말릴 목적으로 무조건 학살을 감행하게 된다.

  자료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략 2만 명가량이 학살당한 후 수도 파리에서 거의 모든 신교도들과 신교도 귀족들을 잃은 나바라의 왕 앙리는 루브르궁에 감금 비슷하게 잡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가톨릭으로 개종을 해야만 했다. 개종 후에도 적어도 소설 속에서는 카틀린 드 메디시스의 숱한 암살 기도를 기적적으로 모면한다. 작품은 앙리가 모든 환란을 겪어내고 결국 다시 나바라의 왕으로 ‘도망할’ 때까지를 그리고 있다.

  알렉상드르 뒤마는 여기에 있을 법하지 않은, 앙리의 손자인 루이 14세 시절 삼총사 비슷한 의리남 두 명을 등장시켜 총과 칼이 난무하는 무협지를 그리기도 하고, 의리에 죽고 사는 남성들의 우정을 묘사하기도 한다. 섹스리스 커플인 앙리와 마르그리트의 공인된 애인들은 물론이고 여인들의 무기라고 일컫는 각종 독약과 어둠의 마법 같은 것도 적절하게 구비 해놓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진짜로 책 한 권을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의 속도감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웬만하면 읽지 마시라. 난 돈이 아까웠다. 토마스 만의 친형 하인리히 만이 쓴 <앙리 4세>가 더 났다. 같은 앙리 4세를 그린 작품이지만 하인리히 만은 앙리가 부르봉 왕가의 초대 왕인 앙리 4세로 등극하기 바로 전의 파리 공성전攻城戰까지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서술했으나, 뒤마는 철저하게 19세기 초중반의 프랑스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읽힐 수 있을까를 공략 포인트로 설정했다. 내가 읽은 뒤마 중에서도, 이렇게 말하면 출판사가 싫어하겠지만, 제일 처진다. 하긴 뒤마가 가장 저명한 대중문학가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절판인 공산주의자 하인리히 만의 <앙리 4세>를 읽기 위해 헌책방을 뒤지라는 것도 아니다. 그 책은, 세 권짜리인데, 하인리히 만의 문장이 그런지, 역자가 번역한 우리말 문장이 그런지, 하여튼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 다른 책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밤의 학살 만 감상하시려면, 차라리 쟈코모 마이어베어가 작곡한 오페라 <위그노교도>를 대본 읽어가며 듣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다.

  근데 더 좋은 건, 그냥 부르봉 왕가에 관한 역사책 한 권을 선택하시는 것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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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1-04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뒤마의 책이라 혹해서 읽었는데 축약본이라는 말에 어찌나 씁쓸하던지요...
아, 책은 읽고 나서 바로 팔아 먹었습니다.
영화 <여왕 마고>도 보았는데 당대 내로라하는 프랑스 배우들의 향연에 그만
뻑이 갔습니다.
젊은 날의 이자벨 아자니는 정말...

Falstaff 2021-01-04 14:18   좋아요 1 | URL
당시 이자벨 아자니의 나이가 서른아홉,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이었답니다. 그 나이에 스무 살 마르고 왕비 역을 했으니..... 와, 대단합지요.
근데 코코나하고 라 몰 백작이 실존 인물이라네요. 같이 참수 당한 것도 그렇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완전 허구인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아요. ㅋㅋㅋㅋ
 

 

  올 한 해 동안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좋았던 책들을 선정했습니다. 이름하여 Top 10 그리고 최고의 한 권. 그동안 최고의 한 권으로 선정한 책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6년. 이보 안드리치, <드리나 강의 다리>
  2017년.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늦여름>
  2018년. 김태정,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2019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저항의 멜랑콜리>

 

  올해는 연초부터 명편들을 많이 읽는 바람에 애초에 2020년 Top 10 선정이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짐작이 맞았습니다. 또한 처음으로 과연 열 권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궁리가 들기도 했습니다만, 아마추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우습더군요. 평론을 직업으로 하는 부류가 아닌, 그저 취미의 일환으로 책을 읽는 우리 아마추어 독자들은 자유롭게 올해 읽은 최고의 책을 선정할 자격이 있는 겁니다. 우리의 목적은 문학적 가치를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저는 앞으로도 매년 “Top 10 그리고 최고의 한 권”을 선정할 것입니다.
  책의 선정은 매 분기마다 포스트를 쓴 추천작품 모두 마흔 권 가운데 열 권과 최고의 한 권을 고르는 방식입니다. 올해 Top 10에 말 그대로 “아깝게” 들지 못한 책들로 말하자면 박재삼의 《박재삼 시집》, 유디트 헤르만의 소설집 《단지 유령일 뿐》,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이런 이야기>, 이성복의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 조리스-카를 위스망스의 <거꾸로>, 토니 모리슨의 <솔로몬의 노래>, 호르헤 셈프룬의 <잘 가거라, 찬란한 빛이여....>, 율리 체의 <새해>, 토머스 핀천의 <브이.>, 정말 아까운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의 <신사 배리 린든의 회고록>, 아흐멧 함디 탄피나르의 <시간조정연구소> 등이 있습니다.
  순서는 제가 책을 읽은 날짜순입니다.

 


1.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창백한 불꽃>

 

  이런 어처구니없는 책이 있을까. 이건 문학의 반란이다. 이렇게 소설을 쓰는 작가는 따로 영토를 탈취해 자신의 나라를 건설하거나 율법의 개로부터 참형을 선고받아야 마땅하다. 몇 번이나 책을 덮고 제일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기 시작하고 나서야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고생을 시킨 나보코프와 그의 역작 <창백한 불꽃>이 얼마나 짜릿하게 느껴졌는지는 이 책을 직접 읽은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야속한 오르가슴이리라. 장미 같은 책. 그러나 주의하시라, 하물며 대 시인조차도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을 수 있었으니.

 

 

2. 막스 프리슈, <슈틸러>

 

  프리슈를 읽으면서 재미를 기대하기는 애초 불가능하리라, 라고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물론 순식간에 책장을 넘기는 긴박하거나 즐거움을 바랄 수는 없겠지만 프리슈의 작품도 충분히 흥미진진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책. ‘나’는 독일계 미국인으로 오랜 세월이 흘러 스위스 취리히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어떤 스위스 사람으로부터 내가 아나톨 슈틸러라는 이름의 스위스 조각가라고 지목을 받는다. 근데 내가 진정 나일까? 아니면 정말로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내가 슈틸러일까. 원래 인생이 온전한 끝도 없고 온전한 의미도 없는 거잖아. ‘나’의 혼돈 속에 또 20세기 초중반의 현대사까지 가세해서 만들어낸 명편.

 

 

3.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사탄탱고>

 

  작년에 이이의 작품 <저항의 멜랑콜리>를 ‘최고의 한 권’으로 선택하는 바람에 올해 그 자리를 넘보지 않은 책. 처음 장면부터 어쩌면 이렇게 매혹적인지. 첫 번째 가을비 방울이 떨어지려는 무렵, 호흐마이스 벌판에서 종소리가 들리던 날,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이리미아시와 페트리나가 이곳 집단농장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불길하게 전해지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리하여 농장 구성원들은 횡령한 돈을 싸들고 도망칠 생각을 시작하기도 하고, 그들 덕에 집단농장이 다시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에 싸이기도 한다. 농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카프카 적인 접근을 감행하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게다가 무지하게 긴 문장의 신기한 긴장감까지. 그러나 주의하시라.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을 터.

 

4. 미셸 투르니에, <마왕>

 

  ‘최고의 한 권’ 후보작이었다. 왜소한 체격이었다가 1940년대 당시 190센티미터, 110킬로그램에 이르는 거인으로 성장한 아벨 티포주의 행적을 그렸다. 엄청난 힘을 가졌지만 급성 근시와 성기왜소증을 피할 수 없는, 이를테면 일종의 괴물. 2차 세계대전 발발 후 징집당한 티포주는 초기에 포로로 떨어져 동프로이센 지방의 수용소를 거쳐, 소년병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나폴라에서 거대한 검은 말을 타고 일대를 돌아다니며 소년들을 ‘수집’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마치 괴테의 시, 슈베르트의 리트 <마왕>과 비슷한 모양이라 제목을 이리 붙였던 것. 이런 단편적인 내용만 가지고는 왜 내가 이 책을 ‘명작’이라고 부르는지 전혀 설명이 되지 않을 터. 여기에 투르니에는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다양한 의미를 혼합하기 주저하지 않았다.

 

5. 리처드 파워스, <오버스토리>

  독후감을 쓰면서 제목을 “모든 비문맹인에게 권합니다.”라고 지었다. 저 광활한 열대우림, 인도차이나의 온대우림, 북아메리카의 한대우림을 떠올려보자. 지상 60미터 이상의 높이에서 끝도 없이 펼쳐지는 녹색 지평선. 이게 오버스토리Overstory다. 삼림의 덮개를 형성하는 엽군. 숲과 잡목과 거목과 균류와 기타 미생물, 그리고 온갖 동물들이 서로 교류하며 살아가는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생명집단이 오직 털 없는 원숭이 한 종의 편리를 위하여 급속도로 제거되어 왔고 제거되고 있는 곳. 그곳의 가장 중추적인 생명체인 나무를 지키기 위하여 모인 사람들의 활약을 그린 작품.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진정으로,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 장엄하고 겸손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 널려 있지만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인간은 숲과 지구에 미안해하며 불편한 것을 참고 겸손할 필요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리라.

 

6. 채만식, <탁류>

  1938년 작품. 우리나라에서 30년대 소설이라면 근대문학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탁류>를 읽고 그동안 우리 근대문학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나의 오만과 무지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다니. 에밀 졸라가 한반도에서 환생했으면 썼을 법한 작품이라 단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감칠맛 나고, 긴박하기도 하고, 이야기 진행에 따라 흥분도 하고 기뻐도 하고, 환장까지 할 한 바탕 사기극. 기본적으로 비극이긴 하지만 지뢰처럼 묻혀 있는 골계와 해학과 풍자와 능청이 기가 막힌 사투리와 버무려져 곳곳에서 펑펑 터져나간다. 30년대 당시 조선 최고의 물산 집합지 군산과 식민지 조선의 수도 경성에 살던 모든 그저 그런 인간들의 난장판. 아무리 난장판이라도 엄연한 향연을 어찌 이리 늦게야 읽게 되었을까.

 

7. 토마스 만, <요셉과 그 형제들>

  이거 토마스 만 아니면 못 썼다. 창세기에 겨우 몇 페이지 나오는 텍스트 가지고 무려 3천 페이지가 넘는 구라, 그것도 읽는 즉시, 즉각, 읽자마자, 거 그럴 듯해, 고개를 끄떡이게 만드는 장광설로 만드는 신공.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원래 토마스 만, 하면 길기만 길지 재미는 하나도 없는 소설가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기도 하니 아마 대표작 <마의 산>에 하도 덴 사람이 많아 그럴 거다. 그러니 내가 토마스 만만 나오면 앞 뒤 따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서평은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사 읽는 건 그와 내가 연분이 맞아서일 확률이 대단히 높다. 이 책은 이사악, 에서와 야곱, (르우벤과) 요셉 이야기를 알고 있기만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3천 페이지를 독파할 수 있으리라고 주장한다. 결국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도 다 사람 사는 일이라는 독일의 문호 토마스 만의 결론이, 진짠데, 심금을 울린다.

 

8.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중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하나만 가지고도 이 리스트에 오를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 작품이 1934년, 갑술 해에 쓴 것인데, 이상의 <날개> 2년 전에도 이런 모더니스트가 있었다니, 와, 놀랄 놋자字여. 한 지식인 청년의 삶에 천착을 해 종로, 광교, 남대문, 경성역 일대 까지 일상적인 생활, 그리고 생활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심리 또는 주인공의 내면세계가 절묘하게 절충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제임스 조이스의 스티븐 디덜러스다. 오전 열한 시 경에 어머니의 일찍 들어오라는 분부에 대답도 하지 않고 나가 다음날 새벽 두시까지 온갖 곳을 다니며 여러 명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고, 스쳐 지나가고, 모른 척하고, 괜히 아는 척 했다가 본전도 못 건지고, 술도 마시고, 예전에 선 본 아가씨를 회상하는 룸펜 인텔리겐치아의 삶을, 입에 착 달라붙는 맛으로 버무려놓았다.

 

 

9. 오르한 파묵, <눈>

  터키의 북동쪽 국경도시 카르스. 프랑크푸르트에 망명하다가 모친상을 당해 귀국한 카는 장례식이 끝나고 이스탄불의 신문사 임시기자로 유행하는 소녀들의 연쇄자살과 지방선거 취재차 카르스로 떠난다. 이때 습기를 머금고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저기압과 함께 폭설이 내리기 시작해 소설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상상도 하지 못할 눈의 도시에 파묻혀버린다. 여기까진 낭만적이지? 그러나 이제야 시작. 하필이면, 원래부터 주인공의 숙명이긴 하지만, 카가 도착한 날 밤, 도시의 유일한 공연장에서 군사 쿠데타가 터지고, 절세의 미인이자 카의 대학동창인 이혼녀와의 연애사업이 제대로 돌아가는지도 의문에 싸이고, 터키의 거의 모든 부조화가 이곳 국경도시에서 터지느니, 종교와 정치의 갈등, 빈부 격차, 부패한 정부와 군부, 도농 간 의식 차이 같은 모든 모순 속에 어느덧 눈이 그치며 대단원이 까마득하게 보이게 되는데, 가히 파묵의 대표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터.

 

 

10. 블라디미르 세묘노비치 마카닌, <아산>

  체첸 내전을 주제로 한 작품은 처음 읽었다. 그런데 무지 재미있다. 얼핏 보면 전쟁 소설이라 할 만한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주인공 알렉산드르 세르게이치 질린 소령의 보직은 전투대대가 아니라 보급대대. 특히 휘발유, 경유, 등유, 항공유, 윤활유 등의 병참 3종에 관한 한 체첸 일대에서 러시아군은 물론이고 체첸 반군 쪽에서도 절대 무시하지 못할 실력자다. 휘발유와 경유야말로 현대전의 피blood이니까. 아산이란 체첸 산山사람들의 영혼에 간직된 불분명한 신으로 두 팔이 달린 거대하고 웅장한 새의 모습을 갖추고 오직 파괴만을 위한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단다. 체첸 산사람들은 질린 소령을 아산 질린으로 호칭할 정도. 질린은 어느 의미에서 부패한 관리다. 그러나 휘발유를 악착같이 지키려 하면 죽고, 대신 판다고 하면 돈을 받고 팔 수 있을 때 당연히 적에게 죽임을 당하느니 팔지 않겠는가. 이런 딜레마에 빠진 질린 소령. 그를 통해 마카닌은 체첸 내전을 그야말로 처절하게 비꼬고 있다. 어차피 역사상 정의로운 전쟁은 한 번도 없었으니.

 

 

 


2020년 최고의 한 권
헤르만 브로흐, <현혹>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불리기도 했던 오스트리아 유대인 작가. 1938년,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후 나치에게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던 브로흐는 자신의 시대를 걸쳐 철저하게 전체주의를 경멸하게 되었을 것이다. 브로흐는 1951년에 죽었는데 <현혹>은 1953년에 발표가 됐고 1976년에 영문판이 출간됐다. 정확하게 몇 년 작품인지 모르지만 30년대 중반에 썼으리라 추측하고 있단다.
  이 우화적 소설은 저 까마득한 쿠프론 산자락에 있는 두 마을, 상부 쿠프론과 하부 쿠프론에서 한 영웅을 탄생시키는 이야기다. 관찰자이기도 하고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한 중년의 의사의 시점으로 쓴 작품인데, 이 두메에 피곤한 몰골의 마리우스 라티라는 인물이 들어와 전설 속의 한 장면, 쿠프론 산에 무한정으로 묻힌 황금을 채굴하겠다는 환상을 갖게 만든다. 고을이 생긴 이래 꿈이라고는 가져본 적 없는 사람들 앞에 황금덩이에 찬란한 빛을 비추어주는 마리우스의 약속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고, 이들의 (현혹된)꿈에 대항하는 모든 것들 사이에 금을 그어, 내 편과 네 편으로 이분화 시켜버린다.
  브로흐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전체주의는 언제든지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것. 진실과 관계없이 다중의 뜻이라는 현혹에 빠질 때, 2020년, 2021년의 한반도에도 언제든지 내 편만이 옳다는 최면상태로 돌입할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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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2-31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이 선택한 열권은 어떤것일까 아주 기대하며 읽었는데, 어떻게 여기에 제가 읽은 책은 한 권도 없을까요? 하하하핫. 전 지금 성경의 창세기를 읽는 중인데, 그래서인지 토마스 만의 작품을 한 번 읽어볼까 싶습니다.

폴스타프님, 내년에도 열심히 읽어주시고 열심히 써주세요. 폴스타프님 덕에 존재를 모르던 많은 책들에 대해 알게 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Falstaff 2020-12-31 09:57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도 다락방님 라이브러리 보면 생소한 것들 엄청 많아요. 늘 참고 하기만 하고 정작 책 고를 때는 살짝 기억에서 빗겨나는 모양입니다. ㅋㅋㅋㅋ
다락방님도 내년엔 행복 가득하세요. 제가 말하는 행복이란 당연히 물질적 풍요와 육체적 건강을 뜻합니다. ^^

단발머리 2020-12-31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클릭해서 들어오는 그 순간에 너무 떨리는 거 있죠. 역시나 처음 보는 작가에, 처음 보는 작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양식 같은 독서리스트 감사합니다.
올해 폴스타프님 <요셉과 그 형제들> 연재 페이퍼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책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alstaff 2020-12-31 10:08   좋아요 1 | URL
아이고, 과찬을 해주시네요. ㅋㅋㅋ (기분은 째집니다만)
요셉이 재미있으셨어요? ㅎㅎㅎ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내년에도 즐거운 나날들.... 말고 그냥 연초에 로또나 한 번 맞으세요!

coolcat329 2020-12-31 1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책 기다리고 있었어요. <슈틸러>, <오버 스토리>는 폴스타프님 리뷰읽고 사놨는데 역시 ‘탑10‘에 들었네요. 탁류와 구보씨도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라슬로라는 작가는 2년 연속 순위에 들었네요.
최고의 한 권인 <현혹>, 전 또 폴님에게 현혹당하네요.😅

Falstaff 2020-12-31 10:14   좋아요 3 | URL
ㅎㅎㅎ 좋은 작품들 고르신 겁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성이 크러스너호르커이고요, 이름이 라슬로인 이 양반, 내년에도 읽을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 올 12월에 출간예정인 책이 있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았답니다. 아주 매력적인 작가더군요. 아니면 저하고 찰떡 궁합일 수도 있고요. ^^

scott 2020-12-31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팔라프님
현혹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내년에도 좋은책 이야기 많이 많이 해주세요
2021년 새해 행복과 건강으로 가득차시길 바랍니다.
복주머니 하나 놓고 가여 ㅋㅋㅋ
\-----/
/~~~~~\ 2021년
| 福마뉘ㅣ
\______/

Falstaff 2020-12-31 10:22   좋아요 2 | URL
하하하하.... 고맙습니다.
근데 현혹, 취향이 아니라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0-12-31 11: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최고의 한 권이 <현혹>입니까?!
오르한 파묵의 <눈>이 최고의 열 권에 들어가 있는 게 의외군요. ㅎㅎ 파묵의 대표작이라고 하시니 이 작품만큼은 꼭 읽어보겠습니다. 비록 파묵이더라도........

여러분 그런데 <현혹>에 현혹되시면 코피 줄줄 흘려요.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0-12-31 11:07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그래도 현혹은 몽유병자한테 비하면 새발의 피, 조족지혈입니다!
생각보다 곤란하지 않았으니 코피까지는 그저 ㅋㅋㅋ 사람에 따라 뭐.... ㅋㅋㅋㅋ
옙. <눈> 괜찮더군요. 아마 연간 리스트에 올라온 첫 파묵일 거에요.
사실, 현혹이냐 불꽃이냐, 좀 고민했습지요. 뭐 인생이니까요. ^^

비연 2020-12-31 1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못본 책들이 이렇게 아름답게 펼쳐지다니. 몇 권 푱푱 보관함에 넣으며 아 내년 초 살 책들 리스트는 폴스타프님의 책들인가 합니다. 새해 복!

Falstaff 2020-12-31 11:24   좋아요 4 | URL
비연님도 새해 복 왕창! ㅋㅋㅋㅋ
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알라딘엔 워낙 고수분들이 많아서 사실 이런 추천 비슷한 거 쓰기가 좀 부담스럽기도 하답니다. ^^

겨울호랑이 2020-12-31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Falstaff 2020-12-31 11:24   좋아요 4 | URL
겨울호랑이 님도 내년에 건강하시고 돈 많이 버세요! 그게 제일입니다!!

막시무스 2020-12-31 12: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 항상 좋은 문학작품의 소개와 리뷰에 감사드립니다! 감히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지만 차곡차곡 잘 쟁여두고 있습니다!ㅎ 2021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책읽기의 나날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Falstaff 2020-12-31 12:45   좋아요 3 | URL
무슨 말씀을요. 막시무스 님의 내공이면.... 아이고.... ㅋㅋㅋ 그래도 말씀은 고맙습니다.
2021년, 무조건 건강하시고, 무엇보다, 주머니가 두둑해지시기 바랍니다.

초딩 2020-12-31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여~

Falstaff 2021-01-01 08:4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초딩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다른 건 몰라도 현금 대박 하나만이라도요. ㅋㅋㅋ

문수봉우리 2021-02-08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나라 작품과 작가들을 저 아래로 깜보다가,탁류를 겁나게 재밌게 읽고 아 그게 아니구나했었습니다,저는 채만식의 ˝논 이야기˝를 읽지는 않았지만 이 대사 하나가 채만식을 대변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독립됐다고 했을제,내 만세 안부르기 잘했지˝ .

Falstaff 2021-02-08 12:22   좋아요 0 | URL
아, 그 대사가 <논 이야기>에서 나오는군요.
채만식, 참 재미있는 작가입니다. 의미심장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