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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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참. 아 글쎄 누가 레베카가 죽었다고 그래요? 레베카는 영국 또는 세상 어느 구석에서 리모컨으로 맨덜리 장원을 조종하고 있거나, 아니면 드 윈터 가문에 의하여 저 지하 깊은 모종의 곳에 유폐되어 있거나, 하여튼 둘 중에 하나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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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7-12 21: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레베카에 대한 절묘한 생각이십니다.
정말 그런거 같아요~~
저는 레베카의 망령이 씌여있는 덴버스 부인을 노래한 옥주현 뮤지컬 배우가 넘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책으로도 어서 읽어봐야겠어요**

Falstaff 2021-07-12 21:45   좋아요 5 | URL
앗, 뮤지컬로도 만들었군요! 흠... 괜찮겠는데요. ^^

붕붕툐툐 2021-07-12 21:2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어제 강남역 2번 출구에서 레베카 본 거 같아요! 막 이래~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12 21:45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주머니 속의 송곳 같은 툐툐님!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2 21: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크- 별 다섯!!!!!

Falstaff 2021-07-12 21:46   좋아요 5 | URL
오, 정말 오랜만에 독자 뒤통수 후려 갈기는 통쾌한 작품이었습니다. 다섯 개 플러스!!

꼬마요정 2021-07-12 21: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레베카는 드 윈터 가문에 과분한 사람이라니까요^^

Falstaff 2021-07-12 21:47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 드 윈터 집안에서 보면 아닌 밤에 날벼락 맞은 꼴이니까 그게 그겁니다.
하여튼 레베카, 죽여주는 팜 파탈이었습니다. 아우.... 레베카하고 안 살아서 을매나 다행인지요.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7-12 22: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레베카는 폴스타프님 마음속에 살아 있는 듯 하네요 ~!! 저도 반전 예상 못하고 깜놀했었는데 ㅎㅎ

Falstaff 2021-07-13 08:55   좋아요 3 | URL
옙. 뒤에 가서 화들짝, 세상에... 했답니다. ㅋㅋㅋㅋ
근데 이 작품엔 착하고 용기있는 인간은 우짜 하나도 안 나온답니까?
전부 도라이 아니면 눈치보는 아부꾼, 아, 한 명 나옵니다. 산과 의사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1-07-13 1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화자보다 레베카가 훨씬 매력적이었어요.... 앗, 레베카가 이 먼 타국의 저마저도 리모컨으로 조종하고 있는가 봅니다!

Falstaff 2021-07-13 11:02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이 책이 매력적인 건, 다 잠재적 악당들이란 겁니다. 그래 더 사람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요. (심지어 바보 벤 마저 착하지 않더군요.) 화자는 바보, 소심의 극치, 비호감입니다. 고구마 세 개.
레베카는 가히 천재라고 할 수 있잖아요? 나쁜 방면으로. ㅋㅋㅋㅋ 세상에 이런 사람 둘이 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엿먹이기 시합하면 진짜 볼 만할 거예요.
듀 모리에가 좀 더 오래 살아 레베카하고 레이첼, 두 레씨 형제들 붙여놓았으면 볼만 했을 텐데요. ㅋㅋㅋㅋ
 
보헤미아의 빛 대산세계문학총서 51
라몬 델 바예-인클란 지음, 김선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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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들어보는 작가. Ramon Maria del Valle-Inclan, 1866~1936. 이 양반이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비야누에바 데 아로사의 지식인 계급 가정에서 태어나, 부르주아 인텔리겐치아 자제들이 자주 그랬듯이 부모의 뜻을 따르느라 법과대학에 진학했지만 결국 사주팔자를 따라 나중에 아버지가 죽자마자 1890년, 스물네 살에 공부를 때려치우고 마드리드로 가서 콩트와 비평서 등을 출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1892년에 (겨우 일 년 동안이지만) 멕시코로 건너가서 기자 생활도 하고 그랬는데, 짧은 멕시코 생활에서 바예-인클란은 자신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줄 모더니즘을 경험한다. 바예-인클란은 원래 전통적인 보수주의 세계관을 지니고 있었고, 당시 마드리드엔 부르주아 일상극 열풍이 불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새로운 사조의 문학은 바예-인클란에겐 큰 전환점이 되었으리라. 실제로 이후 이이의 작품엔 모더니즘 성향이 내재되어, 쾌락적인 에로티즘, 종교적 상징주의, 관능과 결부된 이교주의, 미술적 표현과 신비주의적인 요소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옮긴이 김선욱은 해설에 쓰고 있다.
  이 책 《보헤미아의 빛》은 1920년에 잡지 연재하여 24년에 출판한 표제작과 1919년에 발표한 <성스러운 말씀>, 1922년에 출간한 <은빛 얼굴>, 이렇게 세 편을 싣고 있는 희곡집으로, 바예-인클란 스스로 창안한 “에스페르펜토”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역자해설에 의하면 에스페르펜토를 스페인 한림원은 “첫째, 단정치 못하고 빈약한 외양의 추한 사람이나 사물을 지칭하는 것이고, 둘째는 엉뚱하고 불합리한 것”을 의미한다고 했으며, “바예-인클란의 새로운 미학에 대한 총칭으로 비극적인 것과 그로테스크한 것의 변증법적 조합”이라고 괜히 어렵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내 솔직한 의견을 말하자면, 여기서 변증법이 왜 나와? 그냥 “비극과 그로테스크의 동침”이라 하면 딱 이해가 안 되나?
  라몬 델 바예-인클란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98세대 작가다. 스페인 문학을 읽다보면 흔하게 “98세대”가 등장한다. 1898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떤 일이 있었느냐 하면, 독립운동이 일어난 쿠바를 진압하기 위해 스페인에서 군대를 보냈다가 쿠바 독립을 지원한 미국하고 전쟁이 붙어 쌍코피가 터지는 바람에 마지막 식민지 쿠바와 필리핀까지 모두 내주게 되어 이후 스페인은 식민지를 모두 상실하게 되어버린 사건이다. 스페인은 특히 라틴 아메리카에 수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어 그곳에서 들어오는 재화가 넘쳐흘러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산업혁명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았던 나라다. 그런데 이제 마지막 식민지까지 잃어버리니 이후 스페인은 유럽국가 가운데서 힘없고, 돈도 없고, 그저 가진 것이라고는 높은 영아사망률이라는 그림자가 있긴 하지만, ①사랑이 넘치는 나라라서 끔찍하게 높은 인구증가율과 ②굴뚝 공장이 없으니 청정한 물과 공기밖에 없었다. 여기에 하나만 더 꼽으라면 중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국민의 가톨릭 종교관. 이러니 당대의 스페인을 그대로 묘사만 해도 바예-인클란이 주창한 에스페르펜토가 구현이 되지는 않았을까.
  이런 와중에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1년이 지난 1915년, 바예-인클란은 전통적으로 독일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왔던 스페인 주류들과 단절을 선언했다는 것. 이건 당연히, 위에서 말한 98 세대답게 갈수록 쭈그러지던 스페인의 역사,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 작가 자신이 “급진적 진보주의로 전향해, 유산계급, 군대, 성직자 계층이 주도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노동 계층의 투쟁과 무정부주의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해설에 씌어있다. 이런 정치의식은 고스란히 책에 담긴 세 편의 희곡에 반영되어 있어, 세 작품 모두 정치적 공연을 위한 작품이라 한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이 책을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하나의 장애를 넘어야 하리라. 작품들의 무대는 모두 작가의 고향인 스페인 북서부, 포르투갈과 가까운 국경지대이며, 차승원과 유해진이 민박집을 하는 바람에 널리 알려졌으나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가톨릭 신자들이 평생 한 번 걷고 싶어하는 산티아고 순례 길의 마지막 도착지 산티아고를 주도로 하는 갈리시아 지방이다. 그래 주인공이 아닌 무지렁이 촌사람이 등장인물인 경우엔 전라도 사투리로 번역을 했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더라도, 지역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관용구를 어떻게 번역했는지, 역자는 과하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어 시도 때도 없이 무수한 각주를 읽어야 한다는 거. 그거 읽다가 정작 스토리는 놓쳐버리는 일이 정말로 생긴다. 만약 우리말 관용구 ‘언 발에 오줌 누기’를 스페인어로 번역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는. 이런 딜레마의 전도顚倒를 숱하게 경험해야 한다는 말씀.
  표제작 <보헤미아의 빛>에서는 ‘막스 에스트레야’라는 당대 최고의 시인이 등장하는데 맹인이다. 이이는 남부 스페인 세비야 출신의 실제 장님이자 광기의 시인인 알레한드로 사와를 극화한 인물이라고 한다. 막스는 비록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와 비견되는 스페인 최고의 시인이지만 밝혀지지 않는 이유로 정부와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 그래 네 편의 연대기를 신문사에 보냈음에도 황소 아피스로부터 원고계약 해지를 통보받는 끈 떨어진 갓 신세. 여기서 ‘황소 아피스’가 무엇일까. 이게 장벽이다. 막스 에스트레야가 일하던 신문사의 편집장이란다. 내놓고 신문사 이름을 대면 검열에 걸린 우려가 있어 이렇게 돌려서 써야 했다는데 각주가 없다면 우리나라 독자들 몇이나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여튼 이 위대한 맹인 시인이 이제 친구라기보다 객꾼이자 시인의 말대로 빌붙어 사는 ‘개dog’인 돈 라티노 데 이스팔라스와 함께 저녁때 집을 나서 몇 푼이나마 벌어 갈 요량으로 온갖 곳을 다 다니다가 술에 취해 돌아올 때까지의 하룻밤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의 12장에 소위 에스페르펜토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오목 거울에 비친 옛 영웅들의 모습”, “스페인은 유럽 문명의 그로테스크하고 뒤틀린 형상체”, “오목 거울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것도 부조리한 것이 되어”버린다는 등. 그래서 이 작품을 표제작으로 했던 거 같다.  두 번째 <성스러운 말씀>. 후아나 라 레이나가 뇌수종에 걸린 아들을 수레에 싣고 장터마다 다니며 아이의 장대한 아랫도리를 구경시키고 돈을 받아 생활한다. 그러다 어느 날 아들을 남겨놓은 채 혼자 죽어버리는 바람에 ‘돈이 되는’ 수레와 아이를 맡아 키우겠다고 이모와 외삼촌 내외 사이에 다툼이 인다. 결국 외삼촌에게 넘어가고, 엉뚱하게 외숙모가 수레와 아이를 이용해 돈이 생기자마자 외간남자가 생기는데 그만 아이가 죽어버린다. 외삼촌 부부는 자기네 돈으로 장례를 치르기 아까워 수레에 시신을 싣고 이모네 집 앞에 방치해버린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조카 시신의 일부, 주로 얼굴과 팔을 돼지가 다 뜯어먹었는데, 이모 역시 고분고분 장례를 치러줄 수 없어 다시 동생네 집으로 수레를 끌고 간다. 결국 수레를 성당 앞에다 끌어다 놓고 장레비용을 구걸하는 이모와 외삼촌 내외. 이 와중에 외숙모는 전에 정분이 있던 남자와 수풀 속에서 거사를 치르다 사람들한테 발각되어 옷을 홀랑 벗긴 채 춤을 추는 치욕을 당한다.
  마지막 작품 <은빛 얼굴>은 앞의 두 작품도 그렇지만 도무지 연극으로는 공연하지 못할 것 같은 장면(전환)과 등장하는 짐승들이 많다. 내용은 전형적인 서부극. 연극을 위한 희곡이라기보다 시나리오 같다. 몬테네그로 집안 역시 갈리시아 지방의 거대한 토지를 소유한 부르주아. 집안의 가장인 돈 후안 마누엘라는 재판을 걸어 여태 자신의 땅을 걷거나 말을 타고 가축시장으로 향하던 길을 폐쇄해버린다. 가축을 몰고 통과하려는 목동들과의 마찰을 일으키고 있던 주인공 ‘은빛 얼굴’이, 누구나 통행금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환자의 종부성사를 하기 위해 땅을 가로지르려는 먼 친척이기도 한 수도원장의 길 역시 막아선다. 그리하여 열받은 수도원장은 몬테네그로 집안에 위탁해 온 조카이자 은빛 얼굴이 사랑하는 사벨리타를 집에 데려오고, 두 집안은 철천지원수가 되어버린다. 이의 화해를 위해 은빛 얼굴은 카드 게임에서 수도원장이 속임수를 쓰는 것을 뻔히 알고도 일부러 거금을 잃어주지만 오히려 싸움이 나고, 원장은 이후에도 돈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며칠 후 사벨리타가 성당에서 마을의 거지에게 추행을 당하려는 찰라에 은빛 얼굴의 아버지 돈 후안 마누엘라에게 납치되어 다시 몬테네그로 집으로 오게 되고, 이를 알아차린 은빛 얼굴은 아버지를 쪼개 죽이기 위해 도끼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데, 복수를 위해 수도원장 역시 총을 들고 집에 와 있다.

 

  뭐 이런 작품들. 에스페르펜토라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고, 위에서 잠깐 말한 장벽도 있어서 읽어보시라 권하긴 힘들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작품을 발표했던 1920년대에는 전위라는 관까지 썼던 (극)작가이고 작품이다. 당연히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를 읽고 스페인 희곡에 관심이 생겨 선택한 책이지만, 그만큼의 감동을 느끼기는 힘들다. 우리 독자에게 동감이나 감동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세계문학의 중요한 한 지점을 차지한 작가의 대표작을 소개하기 위해 번역, 출간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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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카베자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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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게 마시고 있다. 근데 밤 열 시 배송은 뭐냐. 배송이 좀 늦어 하루쯤 커피 못 마신다고 결코 숨 넘어가지 않는다. 배송 기사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커피 맛있게 마시고 있지만 자꾸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이젠 오후 늦게 주문해야겠다. 여유있게 스케쥴 잡아서 보내라는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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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녀의 일기
옥타브 미르보 지음, 이재형 옮김 / 책세상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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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말 프랑스를 뒤집어 놓은 사건 가운데 하나가 향후 백 년 동안 지구상 모든 지식인의 양심과 행동의 모범으로 인용되는 ‘드레퓌스 사건’이었다. 여러 지식인이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 편에 서서 시대를 타고 들불처럼 번지는 반유대주의를 극복하고 그의 무죄를 주장해 결국은 해피엔드로 마감을 했다. 이때 가장 눈에 띄는 행동하는 지식인 상像으로 흔히 세 명, 에밀 졸라, 아나톨 프랑스, 그리고 옥타브 미르보를 꼽는다. 그래서 비록 작품은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옥타브 미르보라는 이름 하나는 굳세게 기억하고 있었던 터.
  일은 이렇게 생긴다. 엉뚱하게 조리스-카를 위스망스의 <저 아래>를 구입하기 위하여 기웃거리다가, 책읽기를 주제로 강의하는 유명 서평가, 평론가, 교육자, 노문학자께서 미르보의 책이 번역해 나와 있으며, 자신의 중요한 직업인 유료 강의에 프랑스 작품 가운데 여성 주인공의 운명을 다룬 작품들을 모아 강의를 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까지 읽게 된다. 책 좀 읽는다 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인사가, 돈 받고 하는 강의 대상 가운데 하나로 꼽은 작품을, 감히 돈 내고 강의 들을 생각은 아니더라도 어찌 한 번 읽어볼 생각이 나지 않겠느냐 하는 것. 그렇겠지? 그렇다니까. 그래 나도 그이의 짧은 소개 글을 읽고 생전 처음으로 한 권을 골랐으니 이게 바로 <어느 하녀의 일기>가 되겠다. 내, 다시는 그이의 쪽글을 읽고 책 사나 봐라.
  그런데, 이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솔직한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그 선생께서는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거 같다, 는 거.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그 양반이 이 책을 안 읽었다, 가 아니라, 안 읽어본 거 같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분명한 사실을 주장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요새 법적으로 호소하는 일이 많아 함부로 입 털었다가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 석교도 여러 번 노크한 다음에 워킹 크로스 해야 하는 시대니까 구차하게 말을 끌더라도 용서 또는 양해 바란다.
  나는 특히 장편 소설일 경우 등장인물의 가족, 친구, 친척, 연인관계, 이야기가 갈림길에 접어들 분수령이다 싶은 부분은 메모하면서 읽는다. 모두 17 챕터, 520쪽 분량의 장편 <어느 하녀의 일기>는 1장을 읽고 메모 노트 덮었다. 메모까지 하며 읽을 필요는 없다, 그만큼 정성을 들일 필요가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이의 다른 작품도 여럿 있다. 그것들도 다 이 책과 같은 수준이라고는 주장할 수 없으니 만일 번역되어 나온다면 적어도 한 편 정도는 더 읽고 판단을 하리라.

 

  프랑스 북부의 작은 항구 오디에른에 어부 부부가 딸, 아들, 딸, 2녀 1남을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소설을 만들기 위해 가난하지만 행복한 어부 가족에게 시련이 닥쳐 딸이 한 열서너 살 되었을까 했을 때, 아버지가 고기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을 만나 며칠 후에 익사체로 떠오른다. 이후 절망한 어머니가 의지한 것은 알코올. 한없이 술을 마시고, 술에 취했다 하면 자식들 가운데 특히 제일 어려서 힘도 없는 막내 셀레스틴을 두드려 패는 걸 멈추지 않았고, 지긋지긋한 살림살이도 하루 이틀이지 언니는 그길로 대강 남자 하나를 꼬드겨 대처로 나가 아마 매춘부가 되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오빠는 무턱대고 해군에 자원해 중국에 있거나 아니면 아프리카 근해에 빠져 죽었을 거라고도. 어린 셀레스틴은 주민들이 수녀들이 운영하는 보육원에 보내 그곳에서 읽기와 쓰기, 셈법, 청소, 바느질 등의 기본 자질을 배우고 출원과 동시에 하녀생활을 시작한다. 셀레스틴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셀레스틴이 최근 2년 동안만 따져서 열두 번째 일터로 선택한 곳이 노르망디 지방의 메닐-루아라고 하는 작은 시골 마을. 하녀로 일할 곳은 백만 프랑의 재산을 보유했으나 구두쇠로 이름이 드높은 알부자 라부르 씨 댁으로 저택의 이름을 르 프리외레라고 한다. 작품은 하녀로 일하기 위해 노르망디의 조그만 시골 동네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때가 9월 중순. 일기는 다음 해 7월 말까지 모두 열일곱 편이다. 셀레스틴은 그동안 세계의 수도 파리에서 하녀생활을 했을 뿐더러 몸매도 훌륭하고, 세기말 작품의 주인공답게 얼굴은 어여쁘고, 험한 하녀 생활을 해도 주로 식사 시중이나 안주인 몸종을 했기 때문에 손도 고운, 갈색 머리카락에 그거 있잖은가, 뽀얀 피부를 과시해, 시골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주민들 입초리 마를 새가 없게 만든다.
  그래 작은 동네에서 무슨 로맨스가 벌어지기도 하고 사건도 생기고 당연히 주인과 주민들 간의 갈등도 생기지만, 이에 못지않게 작품에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당시 부르주아, 귀족들의 허위에 찬 생활양식이다. 귀족, 부르주아의 도덕적 방탕과 물질주의, 어리석음 기타 등등을 나열하는데 오히려 더 열중하는 바람에, 미르보는 작은 마을 메닐-루아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소녀 강간 살인 사건과 주인공이 하녀 생활을 하는 르 프리외레에서 생긴 절도 사건을 긴장 없이, 전혀 긴장을 느끼게 하지 않고 그저 지나가는 에피소드 정도로만 읽히게 만들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스토리 라인이 셀레스틴이 다년간 경험했던 주인집들에서 발생했던 에피소드에 비해 분량도 적고, 심각하지도 않아서, 혹시 이게 전작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역자 및/또는 출판사 편집인에 의하여 축약된 결과물이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었다. 아니겠지. 믿고 살아야 건강에도 좋으니까 아니라고 믿겠다.
  그러면 결과는 당연한 것. 세기말의 모든 프랑스 부르주아와 귀족들은 멍청이, 부도덕한 자, 사치와 방탕, 혼외정사에 몰두하는 백치이며, 하인과 하녀들을 지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지배당하거나 적어도 조정당하면서 살고, 모든 부조리의 원흉이라는 거. 하층 계급 역시 부도덕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그게 다 먹고살고자 하는 몸부림이란다. 훤하게 그림이 그려지니? 그렇다. 맞다. 그래도 다행인 건 빈자, 약자가 선, 부자는 악이라는 이분법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
  이 책을 강의 목록에 포함시키겠다는 명사분이 읽으면 대단히 기분 안 좋을 독후감이지만 그렇다고 감상을 솔직하게 쓰지 않을 수 없다. 읽지 말라고 비추를 때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권하지는 못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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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7-0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Falstaff 2021-07-09 09:40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죠, 그 선생이 보면 기분 안 좋겠지요? 뭐 인생인 걸.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7-09 09:43   좋아요 1 | URL
못보시기에는 너무 가까운곳에 ㅋ
제 추측이 맞으면요;;

잠자냥 2021-07-09 09:43   좋아요 3 | URL
주정뱅이 폴스타프는 보란듯이 직설을 합니다. -제 말은 그러니까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09 09:44   좋아요 1 | URL
아이고.... 내가 졌음. 1:0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7-09 09:46   좋아요 1 | URL
저는 그럼 관람석에서 !

잠자냥 2021-07-09 09: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 전 1964년작 동명의 영화를 너무 재미나게 봐서 이 책 한 번 읽어볼까 싶었는데, 안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 책 정보 보니 사람들이 의외로 이 책을 많이 읽어서 놀랐는데, 아....최근 리메이크 작품 때문인 것 같군요(레아 세두 출연작).

500쪽이 넘네요? 이것도 뜻밖입니다. 두껍다.... 안 읽어야지;;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09 09:42   좋아요 2 | URL
뭐 제 입으로 읽지 말라고는 하지 못해도 두껍고 비싸고 그렇습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1-07-09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책 별로였다고 지난번에 댓글 달고 나서 ‘그런데 폴스타프 님은 엄청 좋게읽으시는 거 아닐까‘ 했는데 별 두 개 주셨네요. 어휴 속이 다 시원합니다.
책에서 갑과 을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공감하는 지점이 있었는데 소녀 성폭행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제가 전혀 공감할 수 없게, 욕하게 써놔서 제가 이 책을 싫어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인 하녀가 성폭행범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에게 욕망을 느끼는 그런 지점이요. 그래서 제가 이 책은 별로인 책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Falstaff 2021-07-09 09:55   좋아요 1 | URL
하여튼 전체적으로 다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락방님이 이 댓글 다실 줄 알았거든요. 저번에 하신 얘기는 제 감상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ㅋㅋㅋㅋㅋ
예. 강간살인범을 미화까지는 아니어도 지극히 정상인 남자처럼 묘사하는 것이 제일 정떨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거 말고도 다른 흉악범죄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이면서 겉으로는 진실한 일꾼인데, 그냥 휙 스케치하듯 지나가버리는 게 진짜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파이버 2021-07-26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아 세이두 좋아해서 영화 보고 책까지 읽었었는데 ㅎㅎ 저는 그나마 배우 영향이었던지 영화가 쬐끔 더 나았던 것 같아요…

Falstaff 2021-07-27 08:35   좋아요 1 | URL
아, 영화도 보셨군요. ^^
 
저 아래 제안들 15
조리스카를 위스망스 지음, 장진영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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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름은 샤를-마리-조르주 위스망스(Charles-Marie-Georges Huysmans). 어릴 때는 당연히 이 이름으로 살다가, 나이가 좀 들자, 자신의 부계 쪽이 네덜란드 화가 집안에서 흘러들어온 지라 프랑스 식 이름이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이름을 조리스-카를(Joris-Karl)이라고 바꾸어 사용했다. 1848년생으로 프랑스 자연주의의 위대한 작가 에밀 졸라보다 여덟 살 적은 나이인데, 사람이 진득하고 중뿔나게 나서지도 않고 그저 무난해 하급공무원으로 평생을 보내면서 소설도 쓰고, 미술평론도 하고 그랬단다. 젊은 시절엔 에밀 졸라에 경도하여 자신도 자연주의 소설을 써서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절은 벨에포크 시대. 과학은 날로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발전하고, 혁명의 기운과 관계없이 부르주아들은 본격적인 좋은 시절을 맞아 프롤레타리아의 노동력을 착취해가며 온갖 영광을 누리는 와중에 세기말을 맞이한 위스망스. 그가 보기엔 자연주의가 점점 따분해지는 거였다. 그리하여 세기말주의, 예술지상주의, 심미주의로 치달아 쓰게 된 책이 <거꾸로>. 그 유명한, 온갖 보석으로 등껍질을 치장한 거북이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1884년 작품인 <거꾸로>는 문학과지성사의 대산세계문학총서 59번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데 독자들이 그리 열광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나는 무척 인상 깊게 읽었다. 위에서 말한 세기말, 예술지상, 심미주의 같은 계열의 작품들, 퉁 쳐서 데카당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독자와의 합이다. 작품-독자의 합이 좋으면 장땡이고, 맞지 않으면 망통. 중간이 없다. 짐작하건데 <거꾸로>의 별점을 어중간하게 준 독자들은 혹시 위스망스의 이름에 눌린 건 아닐까 싶다.
  작품을 발표한지 14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현대인이 읽기에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거꾸로>를 쓴 위스망스는, 사실 읽기 만만하지 않는 게 작품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독자가 받는 느낌이 생소해서 그런 건데, 당시엔 당연히 획기적인 소설이었을 <거꾸로>, 즉 데카당스 문학을 맹목적인 부류의 문학 장르라고 규정하면서 “플롯, 묘사, 인물까지 거부하며 영적인 대화랍시고 전보문 같은 헛소리를 나열”한다고 비판한다. 그리하여 더 진보된 작품을 구상한다. 이런 진보(라고 주장하는 과정)를 거쳐 7년 후에 발표한 작품이 바로 <저 아래: La Bas>.

 

  La Bas를 우리나라에선 <피안> 또는 <저승에서>로 번역을 해왔으나 절판, 이번에 그동안 말로만 듣던 이 책을 워크룸프레스에서 <저 아래>라는 이름으로 발간했으니 눈이 확 띄어 단박에 골랐다. 내 취향엔 <거꾸로>가 아주 잘 맞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예술지상과 데카당스다운 엽기발랄에서 한 발 더 나갔다. 티포주 성에서 남녀 어린이들을 강간한 후 목 졸라 죽이고 온갖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해 나중에 “푸른 수염”의 원형이 된 ‘질 드 레’ 원수(또는 장군, 성주). 그의 일생을 소설로 쓰고 있는 ‘뒤르탈’을 주인공으로 한, 나 같은 비 기독교인들도 기독교인들과 생각을 같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신성모독의 방법과 전통을 담고 있다.
  뒤르탈 역시 그동안 간통, 사랑, 야망 등 당시 현대소설의 매혹적인 주제를 즐기다가 문득 자각을 했는지,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백년전쟁 당시 샤를 7세의 명령에 의하여 잔 다르크의 뒤를 받쳐 프랑스에 헌신을 하다가 한 순간에 휙 눈이 돌아 악마숭배와 흑마법의 세례로 뛰어든 질 드 레를 선택한 것이, 자연주의를 포기하고 세기말로 선회한 위스망스와 조금은 비슷하게 보인다. 백년전쟁까지는 중세로 봐야 마땅할 터. 뒤르탈과 그의 저술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의사 친구 ‘데 제르미’는 레 원수의 행적을 따라가다 자연스레 온갖 흑마법과 악마숭배의 전통, 더 나가서 연금술과 이 모든 것들이 19세기 말의 프랑스에서 여전히 구현되고 있는 현장까지를 추적한다.
  작품의 초기에 사십대에 이른 뒤르탈이 전에 독일의 카셀 박물관에서 본 마티아스 그뤼네발트가 그린 예수수난그림을 회상하는 여섯 쪽에 이르는 대단한 묘사가 나온다. 여태까지 본 십자가에 매달려 오른쪽 가슴에 창에 찔려 늘어진 고귀한 모습의 예수가 아니라, 인간의 모습. 벌어진 상처와 상처의 색깔과 몸에서 분비되는 장액, 아직 숨이 넘어가지 않았지만 부분적으로 경직 현상이 나타나는 근육 등.
  그러나 신성모독이란 주제로 보면 뒤르탈과 비교가 안 될 고수는 병약한 노르웨이인과 까다로운 영국인의 피가 흐르는 파리 의과대학 박사, 데 제르미. 첫 장면부터 뒤르탈과 문학적인 관심사에 대해 격렬하고도 유익한 토론을 벌일 정도로 문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보다 확실하게 작품을 평가하는 안목을 지니기도 했지만 중세 문화에 경도되어 있으며, 중세 이후로 지하로 잠적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는 악마주의, 흑마법, 연금술 등에 광범위한 지식과, 현존하는 관계 인물들을 알고 있다. 제르미 박사는 뒤르탈에게 미셸 신부와 더불어 파리에 단 두 명 있는 종지기 가운데 한 명인 카렉스와, 점성학자 제뱅제를 소개한다.
  이렇게 모인 네 명의 특별한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카렉스의 종탑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곁들여 나누는 대화를 통해 갖은 방법의 흑마법과 특히 악마주의의 핵심인 몽마夢魔와 몽정마녀를 이야기한다. 여기에 병렬로 뒤르탈의 작품 속 질 드 레 원수의 생애가 보태진다.

 

  데 제르미가 말하는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의 악마숭배의 전통을 한 번 보자.
  16세기에는 카틀린 드 메디시스와 발루아 왕가 사이의 악마와의 계약이 유명했고, 17세기 들어서는 우르술라 수녀회 수녀원에서 더욱 은폐된 환경에서 은밀하게 진행되었는데 최고 전문가는 사제 기부르로 벌거벗은 여자의 배 위에서 미사를 집전했다고 한다. 이 미사엔 수많은 여성들이 기원발복을 위하여 참석하였으며 루이 14세 치하에서는 아주 흔했단다. 18세기엔 뒤레 참사원이 마법에 몰두해 강령술로 악마를 소환하다 적발되어 1718년에 마법사로 몰려 화형에 처해졌고, 베카렐라 사제는 남성과 여성을 강간하고 교미촉진제를 개발해 신성모독죄로 기소되어 1708년에 7년간 갤리선의 노 젓는 노예 형벌을 받았다고 한다. 19세기에 들어서 1843년에 잡지 <라 셉텐의 목소리>에 한 악마단체가 25년 동안 악마의식을 통해 3,320명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는데, 살인과 관련된 모든 가학적인 광기를 엑소시즘이라는 고대의 경건한 외투로 가리고 있단다. 19세기, 그러니까 당시 현대에 강신 미사가 집전되는 것으로 파리, 로마, 브뤼헤, 콘스탄티노플, 낭트, 리옹, 아일랜드로 모두 가톨릭이 성한 곳이다. 왜냐하면 강신 자체가 신화神化, 즉 성체를 다룰 줄 아는 사제에 의하여 행해져야 했기 때문이란다.
  이 외에, 잔 다르크 사후에 티포주 성에 틀어박힌 질 드 레 원수의 사치스러운 행동을 기술한 것도 매우 흥미롭다. 전쟁이 끝나자 원수에게서는 완고하고 난폭한 군인의 모습이 사라지고 열성적인 예술적 세련미로 삼오한 문학, 악마를 부르는 예술에 관한 눈물 저술에 힘써, 수많은 장서에 직접 칠보로 그림을 그리고 화가를 고용해 장식글자와 세밀화로 꾸미고, 수소문해서 간신히 찾은 전문가가 금세공된 장정본 표지에 상감을 새겨 넣는 등 온갖 사치를 하느라 거의 무한대였던 재산을 다 탕진하게 된다. 이 모습을 위스망스는 “15세기의 데제생트”라고 말하는데, 데제생트가 누구냐 하면, 7년 전의 자기 작품 <거꾸로>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다. 질 드 레 원수의 파산이 가까이 오자 그는 소생할 방법으로 연금술에 몰두했고 서서히 빙의망상에 빠져버린다. 그리하여 과격한 악마숭배자, 잔혹한 학살자로 변해버리는 것. 이어서 그의 악행이 소개되는데, 레 원수의 악행에 비하면 사드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그저 소심한 부르주아이자 보잘 것 없는 몽상가에 불과할 정도다.

 

  이 독후감을 읽는 분께, 나는 이 책 <저 아래>를 선택하기에 앞서 <거꾸로>를 먼저 읽어보시기 권한다. <거꾸로>가 위스망스의 대표작이고, 분량도 약간 적고, 가격도 얼마 아니지만 저렴하니 우선 읽어보시고, 위스망스가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판단한 연후에, 호기심이 돋는다면 <저 아래>를 구입하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 단지 내 의견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당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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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08 09: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항상 흥미진진한 작가 이야기로 몰랐던 작가와 작품을 Falstaff 님 글을 통해 만나네요. ^^

Falstaff 2021-07-08 09:31   좋아요 5 | URL
ㅎㅎㅎ 고맙습니다.
근데요, 위스망스는 함부로 권하지 못하겠습니다. 연이 맞지 않으면 진짜 곤란한 책이거든요.

그레이스 2021-07-08 10: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별점 다섯개 올려주시네요
내용이 확 끌리네요
일단 시대가...^^

Falstaff 2021-07-08 10:32   좋아요 4 | URL
오.... 이 작품은 신중하셔야 할 텐데, 이거 참. 조금 난처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7-08 10:41   좋아요 3 | URL
^^;;
데카당 작품이라니 조금 그렇긴 하겠네요
거꾸로로 테스트!
더 자세히 보니 컬트 문학!
ㅋ ㅋ
점점 멀어지네요
ㅎㅎ

얄라알라 2021-07-08 11: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피안/저세상/저아래/거꾸로 - 진폭이 상당한데요? 저도 Falstaff님 취향 따라 ˝거꾸로‘에 한 표를^^

Falstaff 2021-07-08 11:13   좋아요 2 | URL
ㅎㅎㅎ 하여튼 전 책임 안 집니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7-08 11: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선택 ㅋ 별다섯에 그런말을 하시다니 ~! 근데 <거꾸로>를 이야기하시니 이거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

Falstaff 2021-07-08 11:15   좋아요 4 | URL
오죽하면 그리 하겠습니까. 에휴. 오늘 조금은 죽을 맛이네요. ㅋㅎㅎㅎㅎ
이 책은 함부로 추천하면 말 그대로 귀싸대기 세 대... 같아요. ㅎㅎㅎㅎ

그레이스 2021-07-08 19:33   좋아요 4 | URL
중매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이런 책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책이 많다보니 이제는 구입에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만권이 넘었거든요
읽고 싶은 책에 넣었다가 취소했어요
장바구니 보니까 falstaff님 소개하신 책이 많네요
몇개 구입한 책들도...!
잘 모르는 작가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Falstaff 2021-07-08 19:53   좋아요 3 | URL
ㅋㅋㅋ 말씀이 맞습니다.
근데요, 기껏 돈 주고 사서 읽었는데 폭망이면 진짜로 린치는 아니겠지만 속으로 욕 한 바가지 안 하겠습니까? ㅋㅋㅋㅋ
와..... 만 권이 넘었다, 이거 보관함 + 장바구니 합계지요? 설마 댁에 만 권의 책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ㅎㅎㅎ 제 독후감을 즐겁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그레이스 2021-07-08 20:04   좋아요 2 | URL
집에요^^
남편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ㅋ

Falstaff 2021-07-08 20:06   좋아요 3 | URL
헥!
저 까무러칩니다...... 꼴딱!

coolcat329 2021-07-08 16: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중간한 점수를 준 사람들의 심리까지 꿰뚫어보시는 폴스타프님. 위스망스 저는 자연주의 소설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예술지상주의 탐미주의 작가로 나아갔군요
...

Falstaff 2021-07-08 16:24   좋아요 5 | URL
ㅎㅎㅎ 말 하자면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입지요, 꿰뚫어보기는요. ㅋㅋㅋㅋ
위스망스, 자연주의에서 데카당으로, 정말 극에서 극으로 변신한 셈이지요.

mini74 2021-07-08 20: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폴스타프님 별 5개!! 방금 타타르인의 사막읽고 아프고 허한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데 ㅎㅎ 근데 내용은 재미있겠는데요*^^*

Falstaff 2021-07-08 20:59   좋아요 4 | URL
아이고, 아이고.... 일단 도서관에서 <거꾸로>를 먼저.... ㅋㅋㅋㅋㅋㅋ
근데요, 정말 타타르, 괜찮지요? 저만의 명작 아니지요? 그죠???

초딩 2021-08-06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2관왕 축하드려요!

Falstaff 2021-08-06 19:3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2021-08-06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생각나요.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잠시 멈추게 하신 그...!^^
축하드려요~♡

Falstaff 2021-08-06 19:35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도 기억납니다. 이 책이 걸릴 줄은 저도 몰랐답니다. ^^

mini74 2021-08-06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폴스타프님 *^^*

Falstaff 2021-08-06 19:35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미니74님! ^^

이하라 2021-08-06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Falstaff 2021-08-06 19:3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독서괭 2021-08-06 18: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폴님 2관왕 축하드립니다^^

Falstaff 2021-08-06 19:3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새파랑 2021-08-06 19: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과 폴스타프님 영혼의 투톱 인거 같아요. 그래서 2관왕? 축하드려요. 왠지 당선이라는 단어를 싫어하시기는 하지만 ^^

잠자냥 2021-08-06 19:3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영혼의 투톱 ㅋㅋㅋㅋㅋㅋ 서로 낚시하는 영혼의 투톱, 싸다귀 날리고 맞는 영혼의 투톱입지요. ㅋㅋㅋㅋ

Falstaff 2021-08-06 19:36   좋아요 1 | URL
근데 솔직히 저하고 잠자냥 님을 투 톱이라고 하시면 잠자냥 님이 기분 언짢지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06 19:51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 싸다귀 찰싹! 정신차려! 아닙니다. 제가 영광입죠!

오네긴 2021-08-06 19: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Falstaff 2021-08-06 19:3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