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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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읽어간다. 다른 독자는 어떻게 읽었을까, 싶어 들어와봤다. 내돈내산 한 나만 호구됐다. 이런 책을 왜 ‘무료제공‘하나? 읽을 각오 단단히 하지 않은 독자는 사놓고 못 읽을 책. 광고 오지게 해도 읽을 사람만 읽을 책. 엉덩이 질긴 독자여, 일독 도전하시라! 난 책씻이 겸 술 마시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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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9-03 16: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일선물로 받아 떡하니 갖고 있습니다.
이 책 좀 어려운가봐요.
도전해야겠어요^^
즐술하십시요^^

Falstaff 2021-09-03 16:50   좋아요 5 | URL
아오, 겨우 450쪽인데, 무려 나흘이 걸립니다. 유려한 문장이지만 속도가 나지 않는 책입니다. 여러 생각할 거리도 있고요.

행복한책읽기 2021-09-03 16:59   좋아요 5 | URL
저기.... 450쪽이 겨우에요?? 무려 나흘?? 일 하신다면서요. 술도 마신다면서요. 책을 언제??? 속독하세요??

독서괭 2021-09-03 22:15   좋아요 2 | URL
와 겨우 450쪽이라니 폴님 스웩~~

Falstaff 2021-09-03 22:1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전 몇 주 있으면 은퇴합니다.
회사에서도 이제 뒷방 늙은이라 일을 주지 않아요. 그래 하루 한 시간 정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북플 들락거리다가, 책도 읽고 그렇습니다.
아이고, 이런 건 안 물어보시는 것이 좋았는데, 제가 입이 좀 빨랐습니다. 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9-03 16: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어요. 읽고 마시고. 유다 읽음 술 생각이 절로 나나 봐요.^^ 엉덩이 착석이 요구되는 책이라는 거죠. 흠.흠.흠.

Falstaff 2021-09-03 16:51   좋아요 5 | URL
드디어 긴 고문이 끝난 걸 자축하는 겁니다. ㅋㅋㅋㅋ
게다가 불금이네요! 퇴근 5분 전이고요!!!

행복한책읽기 2021-09-03 16:57   좋아요 4 | URL
저도 퇴근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부러우면 진다는데 부러워 지다 죽겠습니다.^^;;

Falstaff 2021-09-03 21:53   좋아요 0 | URL
부러워하지 마세요. 다 일장일단, 뭐든지 다 좋은 거 없고, 다 나쁜 거 없잖아요. ^^

막시무스 2021-09-03 17: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걸이를 불금에 땡겨서 해주는 센스를 시전하셨군요!ㅎ 오늘 약주하시기에 정말 좋은 날씨입니다! 즐겁고 맛난 술 드십시요!ㅎ

Falstaff 2021-09-03 21:53   좋아요 0 | URL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아이고, 얼근 하네요. ㅋㅋㅋㅋ 인생입지요.

붕붕툐툐 2021-09-03 17: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술 마시는 거 부럽습니다!! 저는 <유다> 패쓰하겠습니다!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03 21:53   좋아요 0 | URL
훌륭한 선택입니다.
이 책은 함부로 권하지 않을 겁니다. ㅎㅎㅎㅎㅎ

그레이스 2021-09-03 18: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놓고 아직 안읽은 책인데...
각오하고 읽어야겠네요 ;;

Falstaff 2021-09-03 21:55   좋아요 1 | URL
사셨으면 읽으셔요!
피같은 돈 주고 사셨는데 아이고, 꼭 읽으셔야 합니다.
아주 괜찮은 작품입니다. 그레이스 님한테 맞을 것도 같습니다. 다만 좀 장황합니다.
그래도 좋은 선택인 거 같아요!!!

coolcat329 2021-09-03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이 4일 걸린다면 저는 열흘 걸릴 책이네요. ㅎ맘 편히 패스하겠습니다.
이 작가 책 <나의 미카엘>을 생각하면 어떤 스타일일지 감이 잡히는듯도 싶어요. 한나 그 여자 이해안가서 참 고생한 책이었거든요.

지금 맛있게 한 잔하고 계시겠죠?
저는 지금 마시고 와서 기분이 좋습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Falstaff 2021-09-04 09:11   좋아요 0 | URL
옙. 안 읽으셔도 만수무강에 전혀 이상 없습니다. ㅎㅎㅎ
읽다가 스트레스 받아서 중도작파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선택입니다!!!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 NFF (New Face of Fiction)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지음, 이경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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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읽기 전에 류드밀라 스테파노브나 페트루셉스카야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먼저 알았으면 좋았을 뻔 했다. 이이는 당연히 소설가이고, 희곡, 동화, 만화 시나리오를 썼으며, 70대엔 가수로 데뷔한 이력까지 있다.

 

  페트루셉스카야는 1938년에, 일찍이 신사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의 아지트로 유명한 모스크바의 웅장한 메트로폴 호텔에서 태어나, 볼셰비키 지식인이었던 아버지가 국가의 적으로 찍힌 1941년까지 그 호텔 건물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이후, 현재 지명 ‘사마라’ 당시 쿠이비셰프로 도망을 기도한 아내와 딸 루드밀라를 버리고 만다. 작가와 어머니는 당연히 역경에 처해 쿠이비셰프의 수용시설, 길거리 생활을 하다가 공산주의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작가 류드밀라 페르루셉스카야의 작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공동 아파트에서 살게 된다. 당시 류드밀라의 별명이 “모스크바에서 온 성냥개비”였을 정도로 비쩍 마른 몸매였다고. 이이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때 모녀는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온다. 이이의 작품집 《지금은 밤》에서 보듯이, 소련에서는 공동 아파트에 사는 극빈자라 하더라도 머리 좋은 청소년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대학에 갈 수 있어서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진학해 저널리즘을 공부해 학위를 딴다.
  페트루셉스카야는 당대의 가장 중요한 소비에트 작가인 동시에 동유럽에서도 가장 큰 찬사를 받는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유럽 잡지 <퍼블리셔 위클리>는 이이를 두고 생존해 있는 가장 훌륭한 러시아 작가라고 쓴 바 있다. 이이의 작품에서 독자는 포스트모던 경향, 심리학적 내면, 동시에 체호프에서 볼 수 있는 역설적 터치 등이 섞여 있을 거라는데, 하여튼 이건 위키 백과에서 주장하는 것이고, 내가 읽고 느낀 것이 기초해볼 때, 이건 과장이다. 뒤에 얘기하자.
  페트루셉스카야는 인생의 황금기를 불행하게도 철의 장막 안에서 보냈다. 이이가 쓴 작품들은 하나 같이 KGB에 의하여 검열을 받았고, 그렇게 해서 붉은 점의 대머리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를 선언하기 전엔 별로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후 세상이 좋아지자 그동안 출간하지 못했거나 했더라도 최소수량만 시중에 나와 독자가 접하기 극히 힘들었던 이이의 작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이런 와중에 작품이 조금은 과대포장된 것 같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서유럽에서도 페트루셉스카야의 책을 찍겠다고 출판사마다 이이의 전화번호를 찾느라 눈알을 뱅뱅 돌렸던 것인데, 왜 그랬냐 하면, 책이 잘 팔리니까, 돈이 들어오니까.

 

  이이의 대표작으로는 문학동네에서 번역 출간한 《시간은 밤》과 단편집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를 꼽는다고 한다. 《시간은 밤》. 재미있게 잘 읽었다. “출판사에 의하여 지원받은 도서”에 대한 독자서평 없이 평균 별점 4.7에 빛나는 잘 짜여진 단편집이지만 내가 《시간은 밤》을 읽은 시점이 하필이면 같은 러시아 여성작가, 그러나 수도capital면 같은 수도냐, 모스크바가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물론 태어날 때는 레닌그라드였지만) 출신이며 페트루셉스카야보다 한 살 언니인 빅토리아 토카레바가 쓴 매혹적인 중단편집 《티끌 같은 나》를 읽은 바로 뒤라서, 물론 페르투셉스카야를 이렇게 읽은 것도 내 팔자이긴 한데, 토카레바에 비해 아주 조금, 약간의 라면 스프 같은 맛이 빠져있는 느낌이 들었다. 안다, 알아. 토카레바는 오래 약사로 일하다가 나중에야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작가로의 경력이 페트루셉스카야하고 비교할 수조차 없겠지. 그런데도 하여튼 그렇다니까, 내 입맛엔.
  세계에서 최초로 사회주의를 넘어 공산주의를 채택한 것이 소비에트연맹. 공산주의, 즉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완성. 그러나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그대로 화폭이나, 화면이나, 극장무대나, 초등학교 학예회 단상이나, 원고지 위에 올려놓는 걸 가장 싫어하고, 못견뎌하고,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묘사한 인간들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잡아들여 일단 귀싸대기 한 대 후려치는 것으로 시작해, 두드려 패고, 고문하고, 또 고문하고 다시 고문해 체제 전복의 죄명을 자백하게 만든 다음, 재판을 통해 유배를 보내거나 형장의 이슬로 만들기 좋아했던 체제가 바로 프롤레타리아 독재체제였던 거다. 상황이 이런데 어려서부터 모스크바 성냥개비라는 별호를 받았던 페트루셉스카야 같은 작가가 있으니, 유소년기의 경험이 작가의 영원한 샘물이 되는 건 당연하여, 그걸 펜으로 그리는 것이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바에, 이판사판 공사판이라고, 제일 잘 하는 걸로 먹고 살며, 좋아하는 걸로 즐기는 법, 어떻게 프롤레타리아 독재 아래의 프롤레타리아 계급에서 벌어지는 짓을 쓰지 않고 견딜 수 있었겠는가.
  이래서 페트루셉스카야는 소비에트 시절 내내 지겹도록 검열을 받아야 했고, 무수하게 삭제를 당했으니, 비록 수십 년이 흐른 뒤의 일이지만, 이런 내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와 이 작가의 작품이 어찌 어여쁘지 않을 수 있을까. 서방의 문화계에서 보면 말이지. 솔직히 1920년대 이후 태어난 서양 작가의 경우에 포스트모던 경향이 하나도 없이 작품을 쓴 사람 있어? 있으면 두 명만 대보시지. 없다. 심리학적 내면을 작품에 포함시키지 않고도 소설을 쓸 수 있었나? ‘체호프 식 역설적 터치’ 대신 ‘도스토옙스키 식 죄의식’이나 ‘톨스토이 식 도덕관념’을 넣어도 전혀 문제 없……지? 아, 지금 내가 페트로셉스카야를 비난하고 있는 거 절대 아니다. 오늘의 책,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를 다른 방면으로 이야기하기 위해 위키 백과의 틀림없이 과장된 찬사에 조금 시비를 걸고 있는 것뿐이다.

 

  페트루셉스카야의 다른 직업은 희곡, 동화, 만화(영화) 시나리오 작가. 여기서 희곡만 제외하면 동화와 만화. 이들의 공통점은 어린 고객을 위한 작업이란 뜻이고, 특히 1930년대 생인 작가의 경우라면 어려서 숱하게 들은 노변담화, 즉 옛이야기가 작업의 커다란 자산이 될 수밖에 없을 터. 그런데 어린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가운데 생각보다 엽기, 공포물이 많다. 전 세계 동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캐릭터가 귀신, 도깨비, 괴물, 유아살해 같은.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는 러시아의 여러 잡지에 실렸던 것들을 모아 2009년 10월에 미국 펭귄 북스에서 초판 출간했다. 이 책에 실린 모두 스물한 편의 단편은 소비에트 시절이나 그 이전 시절을 무대로 온갖 엽기 귀신, 도깨비, 괴물, 유아살해, 혼돈, 이것들을 다 합해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충만하다. 동시에 뉴욕 타임스 북 리뷰는 2009년 12월에 베스트셀러로 치켜 올렸던 바, 작품이 미스터리와 우화적 요소를 담뿍 담고 있다고 평했다.
  동화와 만화영화 시나리오 창작에 깊게 관여했던 소설가가 생각하기에, 내가 알고 있는 옛이야기를 보다 현대적 옷을 입혀 다시 꾸며보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유아살해를, 20세기 초중반에 바닥 세척용으로 쓰던 가성소다, 즉 양잿물을 뒤집어 씌워 죽일 수 있다는 상상을 한다. 다른 방을 쓰고 거실과 욕실, 주방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이웃 여자가 아이 엄마이자 친구가 외출한 사이 방문 바로 앞에 서 있는 것이 분명한 아이의 발목을 향해 양잿물을 좌악 뿌려, 아이고 어머니, 잔인하게도 처리하는 걸, 미스터리와 우화적 요소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이건 70세에 육박한 소설가가 어릴 적 들어 알고 있던 우화 자체를 성인 독자 읽으라고 변주하기로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쓴 것이다,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첫 작품인 표제작부터 마지막 <검은 외투>까지 모두 다 그렇다.
  그리하여 이 책을 여름은 여름이되 날 선선해진 8월 말이 아니라, 진짜 찐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7말 8초의 성하에 읽으면 정말로 좋을 납량물로 보는 게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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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9-03 0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이모 토울스‘의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를 보면, 시 한 편 잘못썼다고 호텔에 감금하는 벌을 내려서 주인공이 호텔 바깥으로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삶을 살게 되거든요. (혹시 읽으셨나요?) 그런 벌이 있으니까 이런 소설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리뷰를 읽으니 이 작가는 실제 그런 삶을 얼마간이지만 살았던거군요.

그나저나, [시간은 밤] 이라면 제가 또 가지고 있습죠. 이 책은 패스하고 시간은 밤 읽으면 되니까 오늘은 충동 당하지 않고 얌전히 갈 수 있네요. 호호.

Falstaff 2021-09-03 08:51   좋아요 2 | URL
<모스크바의 신사> 주인공이 저 위에 이름을 올린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잖아요. ㅋㅋㅋㅋㅋ
페트루셉스카야의 아버지가 로스토프 백작과 비슷한 ˝인민의 적˝으로 찍혔었나봅니다. 이 와중에 처자식이 저 시골로 도망가려고 하니까, 스탈린한테 걸렸다 하면 무조건 사형에 처해질 위기라는 걸 직감하고 처자식을 버렸겠지요. 에휴, 하필이면 그때 태어나 모진 고생을 할 건 뭡니까.
금요일에 별 셋짜리 나오면 다부장님이 호호호 웃으시는군요! ㅋㅋㅋㅋ 참고하겠습니다!

다락방 2021-09-03 08:59   좋아요 2 | URL
앗. 저 방금 모스크바의 신사 폴스타프 님 리뷰 보고 왔어요. 이 이름이 그 이름인지 저는 전혀 몰랐어요. 아니, 그런 이름을 다 어떻게 기억하고 계세요?????

그나저나 모스크바의 신사 별 다섯 리뷰여서 너무 씐나요! 저도 그 책 재미있게 읽고 팔지 않고 갖고 있는 책이거든요. 그 리뷰 읽고나서 궁금한건데, 그런데 우아한 연인에는 별 셋 주셨네요? ㅋㅋ 저는 우아한 연인 먼저 읽었었고 그거 너무 좋아서 모스크바의 신사 나오자마자 읽은 거였거든요. 그런데 우아한 연인 읽고 <월든> 읽었다가 월든 너무 재미없어서 깜짝 놀랐어요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03 09:20   좋아요 3 | URL
우와.... 진심으로, 진심으로 다락방님이 <우아한 연인> 먼저 읽고 그게 재미나서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으셨을 거다, 라고 생각했답니다.
저는 거꾸로 읽었는데요, 기대가 잔뜩 오른 상태에서 <우아한 연인>을 읽으니 이게 영 아니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우아한 독후감이 별 셋 주고도 이달의 서재로 뽑혔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건, <월든>이 느므느므 재미없다는 겁니다. 재미로 읽는 책은 아니지만 (번역 때문이지는 모르겠고요)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아이고....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03 09:23   좋아요 2 | URL
월든 저도 재미 없었어요.. 심지어 헨리 소로 성격 꽤 나빠 보임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03 09:24   좋아요 3 | URL
저도 월든 읽고 소로 싫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뭐야 이사람 으으 했어요 ㅋㅋㅋㅌㅌ

독서괭 2021-09-03 11:38   좋아요 1 | URL
<모스크바의 신사> 엄마가 읽고 재밌다고 저 갖다 주셨는데..아직 고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ㅜㅜ

Falstaff 2021-09-03 12:22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모스크바의 신사>는 오늘 시작하세요. 하여튼 금요일이나 연휴 전에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한 번 열었다 하면 도무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습니다. 평일 시작하시면 직장에서 하염없이 졸 수도 있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1-09-03 13:31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그렇다면 <우아한 연인> 먼저 읽어주시면 안돼욤? 🙄

Falstaff 2021-09-03 13:3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03 13:40   좋아요 1 | URL
헛.. 폴님, 그정도로 재밌나요? 다락방님, <우아한 연인>은 사야하잖아요. 이미 오늘 또 추가주문하는 바람에 이번달 주문 끝났어요. <독서공감>이 곧 올거란 말이죠 ㅎㅎㅎ

Falstaff 2021-09-03 14:13   좋아요 1 | URL
괭님, 모스크바 신사 재미있어 하는 건 남녀노소가 없다니까요!

잠자냥 2021-09-03 09: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도 이거 첫 단편만 읽고 일단 내려놨는데! 여름이 다 갔어요!!! 그럼 내년 여름에? ㅎㅎㅎ

Falstaff 2021-09-03 09:24   좋아요 3 | URL
앗! 내년 여름은 이 책 때문에 션~하게 보내겠네요! ㅋㅋㅋㅋ

독서괭 2021-09-03 11: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아 첫줄의 작가 풀네임 너무 어려워서 입속으로 굴려봤어요 ㅋㅋㅋ 절대 못 외울 것 같아요 ㅋㅋ 위키의 평에 대한 폴님의 시비걸기 넘 재밌습니다. 그리고 이 책 리뷰로 얻은 결론은 <티끌 같은 나>를 읽어야겠군.. 이네요!>ㅁ<

Falstaff 2021-09-03 12:24   좋아요 1 | URL
ㅎㅎㅎ 러샤 이름이 좀 그런데, 나중엔 익숙해집니다.
옙. 이 책은 지금 품절이기도 하고 그러니 <티끌....>부터 ㅎㅎㅎ

그레이스 2021-09-03 1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토카레바에게서 아주 조금 라면수프가 빠진 맛을 알기 위해서는 토카레바 먼저 읽어야겠네요^^
신사배리린든읽고 있는데 폴스타프님 리뷰 보고 ...암튼 재미있네요. ㅎㅎ

Falstaff 2021-09-03 12:27   좋아요 3 | URL
와우 신사배리린든 읽으셔요? 아참, 그거 제가 별 닷 개 준 소설 아닙니까. <허영의 시장>은 별로더니 베리 린든 보니까 진짜 디킨스 라이벌이더라니까요! 판매지수가 오르지 않아 나중에 백자평 하나 더 썼다는 거 아닙니까. ㅎㅎ

토카레바하고 페트루셉스카야, 아무나 먼저 읽으시면 되는데, 하여튼 전 토카레바가 조금 더 좋았습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1-09-03 12: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간의 밤을 먼저 읽어봐야 겠네요~!! 저도 <티끌 같은 나> 좋았었는데 약간 스프가 빠지더라도 좋겠죠? 😅 여름이 가서 아쉽네요 ㅜㅜ

Falstaff 2021-09-03 12:56   좋아요 3 | URL
글쎄 아무나 먼저 읽어도 된다니까요. ㅋㅋㅋㅋㅋ
전 여름 가니까 살 접히는 곳에 땀 안 차서 좋은 걸요!
 
화이트 타이거 - 2008년 부커상 수상작
아라빈드 아디가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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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작가다. 이이의 바이오그래피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인도 남부 벵갈루루(구 방갈로르)에서 기차로 하루 쯤 걸리는 첸나이(구 마드라스)로 이주해온 마드하바 아디가 박사와 우샤 아디가 여사 사이에서 1974년 10월에 태어난 이 범띠 사내는, 태생부터 범상치 않아 수리야나라야나 아디가 할아버지가 인도에서 열두 번째 서열을 자랑하는 카르나타카 은행의 전임 행장이었고, 외증조 할아버지 라마 라오 씨는 유명한 의료 변호사로 활약하다가 의회에 진출한 이력을 자랑했으니, 비록 이들 가문이 북인도의 델리나 뭄바이 같은 대도시 출신이 아니었다 해도 상당한 카스트였음은 말로 할 필요도 없을 거 같다. 태어나기는 첸나이였지만 줄곧 벵갈루루, 책 <화이트 타이거> 후반에 주인공 발람이 정착해 성공하는 도시에서, 카나라 고등학교와 벵갈루루 성 알로이시우스 대학을 다녔다. 대학 재학중에 가족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로 이민을 간 아디가는 제임스 루즈 농업고등학교와 뉴욕의 콜럼비아 대학교(University)의 콜럼비아 대학(College) 영문과에서 사이먼 샤마를 사사하고, 1997년에 차석 졸업한다. 하여튼 검색하면 뭐든지 다 나온다. 차석. 자랑이지, 그럼 자랑할 만하지. 이외에도 지도교수 가운데 한 명이었던 허미언 리Hermione Lee 선생을 좇아 15세기 중엽에 초석을 박은 옥스퍼드의 막달렌 대학에서 공부하기도 했단다.
  그러나 화려한 학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이력은 <파이낸셜 타임스>지에서 재무 저널리스트로 시작한다. 이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이제 다른 곳도 아니고 <타임스>에서 스카우트 해 남아시아 특파원으로 3년 동안 일하게 되는데, 이 시기에 쓴 소설이 바로 <화이트 타이거>다. 2008년에 <화이트 타이거>로 덜컥, 부커 상을 부여잡아 전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르게 되며,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챈 그는 2010년 현재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 주의 주도인 뭄바이에서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될 시간이 지났음을 감안하시기 바란다.

 

  제목이 좀 낡아서 그렇지 재미있는 책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발람 할와이’라는 이름을 가진 천민계급 카스트 출신으로 원래는 과자를 만드는 일에 종사해야 하는 할와이 가문이지만, ‘나’ 발람의 아버지 비크람 할와이는 고향이며 깡촌인 락스만가르에서 인력거꾼으로 평생을 일하다가 백 쪽을 얼마 남기지 않고 그만 결핵에 걸려 가난한 생을 마감한다.
  원래 신생독립국이 다 그렇지만,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일에는 상당히 많은 부작용이 뒤따랐다. 1947년에 인도, 한 나라로 독립한 나라가 결국 1971년에 인도와 동·서 파키스탄, 이렇게 세 나라로 분리한 것부터 시작해 가뜩이나 큰 영토와 (엄격하고 쪼잔한 계급의식에 박혀있는)인구를 가진 나라가 오랜 진통을 겪었으니 이 와중에 신생국 공통의 현상이었던 부정부패가 얼마나 심했을지, 부작용을 일부 겪어본 내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와중에 비참한 수준으로 살고 있던 ‘나’ 발람은 사촌누이의 결혼 때문에 빚을 지고 그걸 갚기 위해 학교를 때려치우고 찻집 꼬마로 일할 수밖에 없는, 슬픈 과거라고 하기엔 당시에 너무 일반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학교 다닐 때 무료급식비와 교복과 무료 학습교재를 몽땅 중간에서 팔아 잡수신 담임선생 크리쉬나 씨가, 부모가 너무 무식해 이름도 지어주지 못하고 그냥 ‘아이’라는 뜻의 ‘무나’라고 불렸던 ‘나’에게 붙여준 이름이 발람이었던 거였으며, 왜 이름을 붙여주었느냐 하면, 수십 년 동안 자기가 가르친 학생 중에 거의 유일하게 힌두어를 읽고 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쉬나 선생의 좋은 시절이 한 방에 훅 갈 뻔한 일이 있었다. 갑자기 파란 사파리 양복을 차려입고 단장까지 제대로 짚은 신사 장학사가 암행어사처럼 학교를 시찰했던 거였다. 장학사 양반이 학생들을 모아놓고 학력을 점검해보니 이게 개판이라, 아주 쉬운 문장의 뜻도 이해하지 못했던 거였다. 그래 크리쉬나 선생이 ‘나’ 발람을 대표선수로 장학사 앞에 내세워 답을 하게 했는데, 원래 공부머리가 있던 ‘나’가 장학사 앞에서 청산유수로 떠벌떠벌 읊어내니까, 장학사가 ‘나’더러 화이트 타이거라고 칭해주었다.
  화이트 타이거. 한자말로 백호. 우리말로 하면 흰 범. 인도에서는 어떤 정글에 가더라도 가장 희귀한 짐승으로 한 세대에 딱 한 마리만 나타나는 영물로 추앙받는다고 한다. 하여튼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저 시골 촌 동네 락스만가르에서 인력거나 끌다가 한 세상 말아먹은 선량한 비크람의 맏아들로 태어나, 짧은 초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발람’이 되었으며 덤으로 ‘화이트 타이거’란 별호를 얻었지만 결국 최하의 빈민 소년으로 떨어진 머리 좋은 꼬마가, 나중에 기술 및 아웃소싱의 세계적 중심지라고 주장하는 인도의 방가로르(현 지명 벵갈루루)에서 자신을 기업가인 동시에 생각하는 인간인 “화이트 타이거”라고 소개하면서,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살며 다음 주에 인도를 방문할 예정인 원지아바오 총리에게 보내는 길고 긴 여덟 통의 편지가 바로 이 책이다.

 

  원지아바오가 인도를 방문하는 목적. 인도는 중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열악한 사회간접자본과 환경 인프라를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중국엔 별로 없는 “기업가 정신”이 충만하여 이를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서란다. 이를 들은 발람이, 비록 출신은 미천하였으나 도살되어 식탁에 오르기만 기다리는 닭장 속에서 튀어나온 수탉 신세에서 이젠 위대한 인도의 화이트 타이거의 자격으로, 인도 중부 최고의 공업도시에서 세계 최고 아웃소싱 업계의 대표로 있는 자신 말고 누가 있어 감히 기업가 정신을, 인도와 더불어 앞으로 세계를 선도해나갈 강대국 중국의 총리에게 이야기할 수 있으랴, 하여 ‘나’ 발람 할와이는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경험한 모든 것을 편지로 썼다.
  곤충 수준으로 살다가, 제복 입고 목에 황금색 호루라기를 걸고 다니는 버스 차장 비제이를 본보기 삼아 고초 끝에 운전을 배운다. 락스만가르에는 지주가 네 명 살았는데 가장 탐욕스러운 물소와 황새, 멧돼지, 까마귀로 불리는 가문이었다. 발람은 별짓을 다해 이 중에서 황새네 두 번째 자가용 운전사로 취직을 하고, 때마침 미국 유학을 끝내고 인도에 정착한 황새의 장남 아쇽 선생과 사모님 핑키 마담을 주인님으로 모시게 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첫 번째 운전수가 회교도임을 밝혀내 잘라버리고 자신이 아쇽 선생을 따라 대 인도의 수도 델리로 가서 살게 되니, 월급이 무려 더블, 두 배가 되는 거였다.
  그런데 델리에서 정작 발람이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극도로 부패한 인도에서 살아가는 방법과, 수천 년 동안 내려온 계급, 천민 카스트에서 탈출해(마치 시장의 닭장에서 튀어나와 도망하는 것처럼), 신분 상승을 이루는 방법이었다. 신분상승을 위하여 발람이 선택한 것은, 작품을 시작하자마자 화자 ‘나’ 발람 할와이가 직접 말하고 있으니 스포일러가 아님이 확실하다, 자신의 주인님 아쇽 선생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70만 루피를 빼앗아 남쪽에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거였다. 그리고 화이트 타이거, 발람 할와이는 성공했던 거였다. 당당하게 중국의 총리 원지아바오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시인이 네 명 있단다. 이 가운데 아크발이라는 작자가 있어서 그가 쓴 시 두 구절이 중요한 힌트로 제시된다. 옮겨보겠다.
  “그들은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 노예로 남아있다.”
  “나는 여러 해를 두고 열쇠를 찾고 있었도다. / 그러나 문을 줄곧 열려 있었던 것을.”
  이 시를 통해 발람의 개안, 신분에서의 탈출과 친절한 악당인 주인님 아쇽 선생 살해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구절, 열쇠를 찾고 있었지만 정작 문은 줄곧 열려 있었다는 건 어디서 읽어본 느낌이 들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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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9-02 0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발람의 어투가 폴스타프님 스타일과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Falstaff 2021-09-02 09:51   좋아요 2 | URL
앗, 그렇습니까!
ㅋㅋㅋㅋ 그럼 별호를 화이트 타이거나 발람으로? 이 책은 미미 님 낚시에 옆구리 꿴 겁니다. ㅎㅎㅎ 더 자주 낚아 주세요!!!

다락방 2021-09-02 09: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읽어볼라고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뺐다가 넣었다가 뺐다가 해서 결과적으로 현재는 뺀 상태인데 다시 넣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도 그냥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소설 한 번 써봤는데 덜컥 부커상 타가지고 깜짝 놀라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02 09:5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님, 부커 상 타시면 (그거 영어로 쓴 작품이면 누구한테든지 줍니닷!) 저한테 다른 거 모르겠고요, 소고기 생면전골 두 봉만 택배로....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02 10:00   좋아요 4 | URL
딱 기다리고 계셔요. 바로 보내드립니다. 네 봉 보내드립니다. 딱 기다리셔요. 부커상 타는 그 날 바로 보내드릴게요. 슝-

청아 2021-09-02 10:06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예전에 구매하신 책 탑에서 본것 같은데 필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 기억이 틀릴 수도 있지만요.ㅋ그때 ‘다락방님도 사셨구나! 재밌으셔야 할텐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ㅋㅋㅋㅋ
제 착각일수도 심지어 꿈일가능성도 몇프로 있습니다😆

잠자냥 2021-09-02 10:16   좋아요 2 | URL
앗, 다락방님 저랑 완전 똑같아요. 저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하다가 결과적으로 뺀 상태였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넣을지? 우리 오늘 또 우주점 쟁탈전 하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

그나저나 부장님 부커상 타시면 저도 소고기 전골 좀...굽십굽신 다부장지향올림

Falstaff 2021-09-02 10:14   좋아요 2 | URL
와, 미미 님 댓글이 사실이면, 진짜 대박입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02 10:18   좋아요 3 | URL
미미님/ 제가 미미님 리뷰 읽고 사려고 넣었다가 뺐다가 넣었다가 뺐다가... 로 어쨌든 뺐다가가 결론인데 미미님의 이 댓글 읽고 아닌가? 하고 지금 제가 책 구매하고 인증한 사진들 주루룩 보고 있었는데 아닌게 맞는것 같습니다. 안보여요.. 없을거에요. 그래서 살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 제가 오늘 아침에 우주점에서 세 권을 주문하는 바람에 우주점 쟁탈전 해도 더 살 중고책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번 검색은 해봐야겠네요.
부커상 타면 잠자냥 님께도 소고기 전골 그거 네 봉 보내드립니다. 엣헴-

청아 2021-09-02 10:18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좀 다락방님 서재 찾아봤는데 언제인지는 기억나지않아 찾다 포기하고 말씀드린거라ㅋㅋㅋㅋ

다락방 2021-09-02 10:19   좋아요 2 | URL
(잠시후) 우주점에 상태 <중>인거 한 권 뿐이어서 저는 새 책 갑니다. 새 책 별로 안비싸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02 10:36   좋아요 2 | URL
다락방 님 전 그냥 전자책으로 사기로 했습니다. 표지가 너무 구려서? ㅋㅋㅋㅋㅋㅋㅋ 그것보다는 이 책은 다 읽고 팔려고 해도 얼마 못 받으니까 걍 전자책으로.... 쿠폰 받아서 5천4백원에 합의.

다락방 2021-09-02 10:42   좋아요 2 | URL
표지가 너무나 구린건 사실이지만, 저는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9-02 12:16   좋아요 2 | URL
부커상 보다는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이 더 좋은거 아닌가요? 😆

다락방 2021-09-02 13:42   좋아요 2 | URL
아이, 새파랑 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9-02 10: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커상 작품 좋아하는데 좋아는 하는데...
이 책 제목 너무 촌스러워, 표지 너무 구려 이러면서 멀리하고 있습니다.
음 재미있겠군요. 앞으로 한동안 저 표지의 구림과 부커상이 저의 내면에서 격렬하게 싸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ㅎㅎ

Falstaff 2021-09-02 10:27   좋아요 3 | URL
책 표지에서 오른쪽 세로로 노란 띠 있잖아요. 그게 색깔을 다르게 한 게 아니라 다음 장이랍니다. 그거 때문에 손에 들면 좀 어색하고 그렇더라고요.
하여튼 디자인은 염병인데, 뚝배기보다 장맛인 건 확실합니다.
처음 보는 출판사와 역자라서, 이거 혹시 실수하는 거 아닌가 했다가, 잘한 선택으로 결론 봤습니다. ㅎㅎㅎ

잠자냥 2021-09-02 10:34   좋아요 2 | URL
진짜 표지 너무 구려요..... 너무 구려서 멀리하게 됨. 책에 대한 모든 신뢰를 떨어뜨리는 표지. 심지어 엄청 재미없어 보임. ㅋㅋㅋㅋㅋ 디자인 염병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02 10:39   좋아요 1 | URL
차라리 존 버거의 <결혼식 가는 길>처럼 흰 표지에 색깔 있는 글씨로 깔끔하게.... 쓰려고 했다가, 조금, 아주 잠깐 생각해보니, 그 책은 미술 전문 출판사인 열화당에서 나온 거잖아요. 아이고, 하여튼 세상에 뭐 쉬운 게 하나도 없다니까요!
저 표지 때문에 매출 30 퍼센트는 깎아 먹었을 거 같습니다만, 우리 이거 비밀로 해두기로 하지 않겠습니까. 저 회사 디자인 담당자 어떻게 합니까. ㅠㅠ

독서괭 2021-09-02 11: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예전에 <확신의 함정>이라는 책에 나와서 담아두기만 했던 것 같아요. 오래전에라 희미하지만.. 표지가 촌스럽긴 하네요 ㅎㅎ 덜컥 부커상 정말 부럽습니다~ 덜컥 이달의당선작만 해도 얼마나 좋은데🤣🤣🤣

Falstaff 2021-09-02 12:1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이달의 서평, 옳으신 말씀입니다.

새파랑 2021-09-02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있던데 ㅋ 제목이랑 표지가 끌리지 않지만 믿고 보는 폴스타프님 별 다섯개니까 다락방님이 버리신 중고로 눈을 돌려봐야겠군요~!!

Falstaff 2021-09-02 12:16   좋아요 2 | URL
ㅎㅎㅎ 근데 제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도 아시지요?

coolcat329 2021-09-02 14: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 저도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에요~저 이거 보고 트레이더스 가서 조니워커 블랙 세일하길래 사와서 맛있게 마셨네용! ㅋㅋ
조니워커만 보면 와잇 따이거!가 생각나요.

Falstaff 2021-09-02 14:51   좋아요 2 | URL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까지는 압도적으로 조니워커 블랙이 최고였습니다. 조니워커 레드만 있어도 광분하던 시절인데 딱 한 번의 대중 노출로 조니워커가 뒷골목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무슨 일이었냐 하면,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씨가 젊은 가수와 여대생을 옆에 앉히고 술을 자시다가 세상에서 제일 믿던 김씨의 권총에서 뿜어져나온 총알을 머리통으로 막았을 당시 즐기던 미주가 ‘시바스 리걸‘ 숙성 12년짜리였던 겁니다.
이후 대한민국에서 급속도로, 과장 조금 해서, 단박에 시바스 리걸이 조니워커 블랙을 잠식해버렸던 겁니다.
ㅋㅋㅋㅋㅋㅋ 때마침 강남 개발을 시작해 땅 팔아 졸부, 천부가 막 생기기 시작하기도 했고요.

coolcat329 2021-09-02 15:00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술과 죽음은 참 가까이 지내는 친구같아요.

행복한책읽기 2021-09-02 15: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덜컥, 부커상을 부여잡아> 라는 문장에서 덜컥, 걸려버려 ㅋㅋㅋㅋ 웃다가 휘청거리다 어질거리다 긴 리뷰를 기어이 읽었습니다. 폴스타프님 글은 만연체에다, B급 같은데 왠지 고급진 듯한 아리까리한 유머가 있어 제가 발을 잘 못 맞추겠어요. ㅋ 근데 재미는 있습니다. 책은, 언제 읽을지 모를 책 같으나 찜해 두려 합니다. 다들 뭔 책들을 이리도 많이, 잘도 읽어내시는지.^^;;;

Falstaff 2021-09-02 15:45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어쨌거나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저야 장땡입니다. 기분도 삼삼하고요.
이 책 재미 있습니다. 그렇다고 강력추천 운운 하는 건 아니니,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지 않습니다. ^^;;;
만연체라 하시는데, 아이고, 진짜 유려한 만연체는 제가 지금 읽고 있고 다음 주 목요일에 독후감 올린 작품이 정말 고급진 만연체군요. 어떤 책이냐 하면, 당연히, 안 알려드립니다. ㅎㅎㅎㅎ
전 소싯적에 서라벌예대 동기동창 박상륭과 이문구를 탐독하다가 어떻게 이렇게 글이 길어지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안 그랬습니다. 안 그랬던 거 같습니다. 흑흑...

고양이라디오 2021-09-02 17: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을 거 같은 책이네요ㅎ 근데 댓글들이 더 재밌는 거 같아요ㅎㅎㅎ 댓글상은 어디 없나요ㅎ

Falstaff 2021-09-02 19:1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댓글이 더 재미있으면 안 됩니다.
책이 훨 좋습니다. 물론 책임지지 않지만 말입니다.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21-09-03 10:0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요새 읽을 소설이 없었는데 감사합니다^^

초딩 2021-10-1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선정되신거 축하드려요~
좋은 하루 되세요~

thkang1001 2021-10-1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의 옛 연인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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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흔히 윌리엄 트레버라고 칭하는 윌리엄 트레버 콕스 경(Knight Commander: KBE)은 1928년에 아일랜드 자유국(Irish Free State) 코크 주 미첼스타운에서, 아일랜드 거주 중산계급 영국인 은행가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직업 때문에 대여섯 군데의 아일랜드 지역에서 자라다가 더블린의 콜럼바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트리니티 대학에서 역사학 학사학위를 받는다. 이 역사학도는 트리니티를 졸업하고 트레버 콕스라는 이름으로 엉뚱하게도 조각가로 활동하기도 하다가 1952년에 죽음이 이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평생을 함께 할 제인 라이언과 결혼하고 2년 후엔 영국에 정착한다. 트레버의 바이오그래피를 다시 확인한 이유는, 그저 검색을 해봤을 뿐인데 두 아들의 이름이 패트릭과 도미닉 ‘콕스’라고 나와, 혹시 아들 둘 달린 돌싱하고 결혼을 했을까, 싶어서였다. 하여튼 이이가 아일랜드에 사는 잉글랜드 인의 자손이었다는 건 <루시 골트 이야기>에서 짐작을 했더라도, 세상 사람들은 윌리엄 트레버를 아일랜드의 소설가, 극작가, 단편작가로 여기고 있다.
  이이가 1964년부터 2008년까지 호손덴 문학상을 시작으로 영국과 아일랜드의 온갖 문학상을 싹쓸이 했는데, 아쉽게도 받지 못한 상이 두 개가 있으니 하나는 노벨문학상이고, 다른 하나는 다섯 번이나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하는 부커상이다. 그의 숱한 작품 가운데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작품의 면면을 보면, 그까짓 노벨상이나 부커상 같은 건 받지 않아도 너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게 진짜로 트레버의 작품성이 뛰어나서 그런지, 아니면 그의 작품 속에 충일한 상실과 치유의 정서가 우리나라 독자들하고 딱 맞아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두 경우 다인 거 같지만.

 

  윌리엄 트레버가 우리나라 책방에 소개된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나온 <펠리시아의 여정>을 빼면 나머지는 2015년부터 18년까지 시중에 나왔다. 내가 마지막으로 읽은 트레버는 2018년 5월에 구입했다. 당시 구할 수 있는 모든 트레버를 다 읽은 셈이었고, 여전히 그런 줄 알았다가 그해 8월에 출간한 《그의 옛 연인》을 이제야 읽게 됐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트레버는 언제 읽어도, 그저 할 수 있는 말은 “좋다.” 말고 별로 찾을 수 없다. 여전히 좋다.
  열두 단편소설을 실었다.
  언제부턴가, 아주 오래전에 저지른 실수와 잘못들이 생각날 때마다 미치겠다. 진심이다. 물론 형사 입건이 될 정도의 잘못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젊은 시절 저질러놓고 당시엔 그게 창피한지도 몰랐던 것들이 떠오르기라도 하면 아무리 머릿속에서만이라도 창피하고 부끄럽고, 홧홧거리기도 해서 소리 내 책을 읽던지 혼잣말을 하던지 하는 경우가 많다. 진짜다. 내가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직업이라면 이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 글감으로 쓸 수도 있겠지만 그럴 주제로 아니니 어떤 일들이었는지 타인에게 밝혀 굳이 새로이 쪽팔림을 무릅쓰기는 싫다. 나이 들면 다들 이렇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우울증의 초기증상일지도 모른다. 정말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저 먼 시절, 어쩌면 그냥 지나간 추억의 부스러기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 생각하지도 않았던 기억이 수시로 불쑥 피부를 자극하는 기분.
  혹시 당신도 이런 증세가 있다면, 윌리엄 트레버를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지 모른다. 누구나 까마득하게 먼 곳에, 아니면 까마득하게 먼 곳이라고 착각하는 곳에 두고 온 자잘하거나 덩어리가 져 있거나 아니면 커다랄 수도 있는 잘못, 실수, 착오, 오해, 비탄으로 끝난 연애, 저질러버린 불손 등이 있을 수 있어, 그것들 가운데 하나가 문득, 비록 짧은 시간일지언정 그게 언제까지 짧은 시간일지는 모를 상처, 딱지까지 떨어져 아문 줄 알았더니 여전히 아프게 벌어진 상처가 느닷없이 당신의 등골을 덮치는 증세가 있는 당신에게,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당신의 상처를 덮은 딱지와 말라붙은 붕대를 한 순간에 떼버리는 격통을 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당신이 느낄 격통은 정신이나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아픔이 아니니. 당신이 이 책 《그의 옛 연인》을 통해 얻을 격통은 작품에 대한 깊은 공감에서 비롯하는 감각의 건강한 통증, 기원전 몇 백 년 전의 희랍 사람들이 말했던 ‘쾌락’과 매우 유사한 접촉성 엑스터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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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8-31 09: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트레버의 이력이 그렇군요.
이 작가의 글이 언제나 좋으니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젊은 시절의 잘못이 어쩌면 그때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해봤어요^^실수는 당연하고요**

Falstaff 2021-08-31 09:16   좋아요 5 | URL
옙. 아일랜드의 물이 좋은 거 같아요. 그 동네 출신 작가들이 대단하더라고요.
에휴. 어쨌든 세상 살면서 안 할 수는 없지만, 실수 적게 하고 사는 게 좋아요. ^^;;

다락방 2021-08-31 10: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가 읽어야 할 책이네요.
저 역시 폴스타프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과거에 제가 저지른 일들이 불쑥불쑥 떠오르고 그 때마다 너무 괴롭거든요. 다시는 그러지말자 라고 되새기긴 하지만 과거의 그런 일들이 떠오를때면 제 자신이 너무 밉고 싫어서 어서 빨리 다른 기억으로 옮겨가려고 하는데 잘 안돼요. 얼마전에 SNS 에서 보니까 그런 생각들이 찾아와 괴로우면 앞에 있는 물건을 쥐었다 놓는다든가 하는 어떤 액션으로 다른 생각,행동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라더라고요. 앞으로는 그런 시도를 해봐야겠어요.

그런데 이 리뷰를 읽고나니 저만 그런게 아니라서, 누구나 과거의 잘못으로 때로 고통받는다는 걸 알게되어서 조금은 위로가 되네요.

Falstaff 2021-08-31 11:18   좋아요 2 | URL
아휴.... 그렇다고 과거의 실수가 잊혀지지는 않더라고요. 흑흑흑....
하여튼 제가 누구에게 위로를 줄 수도 있었다니, 이거 참, 보람차다고 할 수도 없고, 그래도 위안이 되는군요.

그레이스 2021-08-31 1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딱지와 말라붙은 붕대...에서 몸이 움츠러드네요.

Falstaff 2021-08-31 11:31   좋아요 4 | URL
음. 뭐 조금 과장이었습니다. 그 부분은 써둔 독후감을 실제로 올리면서 좀 더 인상적으로 보이려고 가필을 한 건데, 그레이스 님처럼 귀신같이 찾아내시는 분들이 꼭 계셔요.

그레이스 2021-08-31 11:29   좋아요 3 | URL
^^

mini74 2021-08-31 14: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처방전같은 책 소개네요 ㅎㅎ 제 요즘 증상과 유사합니다. 하루에 한편씩 식후에 읽으면 되나요 ? *^^*

Falstaff 2021-08-31 15:09   좋아요 3 | URL
아, 이런 증상이 보편적이군요! ㅎㅎㅎ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

바람돌이 2021-08-31 17: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펠리시아의 여정으로 윌리엄 트레버를 알았으니 앞으로 계속 달려보겠습니다 ^^

Falstaff 2021-08-31 19:15   좋아요 2 | URL
어느 책을 선택하셔도 괜찮을 겁니다.
이렇게 자신하는 몇 안 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

coolcat329 2021-08-31 17: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과거 쪽팔린! 실수 없는 사람 없을거에요.ㅠ
저도 그 증세가 느닷없이 오거든요 ㅋ 그래서 폴스타프님 리뷰 믿고 좀전에 중고로 나와있길래 시간은 없고 2만원은 채워야하고 해서 아이 책 끼워서 주문했습니다~^^

Falstaff 2021-08-31 19:16   좋아요 3 | URL
오호, 그것도 저럼하게 얻으셨으니 좋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 엄원태 시집 창비시선 363
엄원태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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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년 대구에서 태어나 지역 명문 경북고를 거쳐 서울농대에서 학사,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일반대학원에서 박사를 하고, 대구 가톨릭대학 환경원예조경학부의 조경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시에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문화센터 소장으로 있단다. 이 양반을 아무리 검색해도 바이오그래피는 뜨지 않는다. 다만 1987년부터 만성신부전증으로 일주일에 세 번씩 혈액투석을 하며 교수 생활의 삶을 견뎌왔단다. 2013년에 나온 이 시집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의 제일 뒤에 나오는 “시인의 말”과 실린 시의 내용을 유추하면 2007년 이후 대구 동북쪽 변두리 아파트로 이사를 해 고속도로 건너편 초례봉 산자락 들길을 오가는 산책을 즐겼으며, 지병인 신장병 때문에 특별히 병원치료를 받았던 것처럼 보인다.
  이 시집이 시인 개인적으로 “생의 가장 중차대한 고비에 한 매듭처럼 묶이는 것”들로 모았다고 하니, 자신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집일 수 있겠다. 다만 시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더라도 독자가 공명하지 못하면 오직 시인에게만 의미있는 시집이 될 우려와 염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의 어느 시인이 시집을 내면서 그 책자가 자신에게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 시집의 행간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시인이 그간 겪은 고초와 일신상의 변화가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시의 업을 변호하고자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자주 이야기하는 분류법에 따르면 엄원태의 시는 착하다. 즉 독자가 시 읽기를 마침과 동시에 시인이 주장하거나 그린 현상, 사물 또는 감정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요즘 시의 난수표나 암호화, 파편화된 시를 읽느라, 아니, 읽어내느라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이런 시집을 읽는 일이 반가울 수 있다.
  그런데, 더욱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동안 요즘 시들의 특징을 그토록 비난했으면서도 정작 이런 시를 읽으니 조금은 촌스럽다느니 낡았다느니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새 나도 모르는 동안 요즘 난해한 시에 익숙해져서, 쉽게 말해 “겉멋이 들어서”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는 모두 4부로 만들었다. 이 가운데 1부에는 아픈 사람들과 병원을 소묘하는 시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시들이 조금씩 아프다. 책 뒤에 실린 평론가 양경언의 해설 “수행의 미학”을 비록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첫 번째 실린 시 <타나 호수>의 부분을 제일 앞에 인용해놓았다. 나도 <타나 호수>의 전문을 인용해보자.

 


  이제 너는 타나 호수로 돌아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타나 호수, 내 침침한 흉강 한쪽에 넘칠 듯 펼쳐져 있다. 거기에 이르려면 슬픔이 꾸역꾸역 치미는 횡경막을 건너야 한다. 고통의 임계 지점, 수평선 넘어가면 젖가슴처럼 봉긋한 두개의 섬에 봉쇄수도원이 있다. 우리는 오래전 거기서 죽었다. 파피루스 배 탕크와는 한때 내 몸이었다. 언젠가 다시 그곳에 가리라. 그때면 너는 물론 거기 없을 테지만, 한 무리 펠리컨들이 너를 대신해서 오천년쯤 날 기다려주리라. 그때, 내 입에선 문득 악숨 말로 된 노래가 흘러나올 것이다.  (전문. 띄어쓰기는 본문에 따름. 다른 인용도 같음.)

 


  타나 호수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호수로 해발 1,830미터에 위치하며 청나일강의 유수지다. 사람이 태어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1,001가지 절경에도 든다는 관광지이지만, 설마 시인이 독자한테 관광지 광고를 하기 위해 시를 쓰진 않았겠지. 그에게 타나 호수는 청나일강을 시원하는 태고의 생명을 품은 곳이자 그리하여 이승을 마치면 돌아가야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고통의 임계지점”이라 하니 삶과 죽음의 바로 그 가는 경계선일 터. 수평선 너머엔 “젖가슴처럼 봉긋한 두개의 섬에 봉쇄수도원이” 있다는 클리셰를 어떻게 할지는 독자 각자가 알아서 하되(하여튼 뭔가가 둥글기만 하면 남자나 여자나 다 젖가슴 운운하는 건 말리지 못한단 말이지) 시인이 먼 훗날 타나 호수에 당도하면 한때 자신의 몸이었던 파피루스로 만든 배도 있고, 태고의 언어인 악숨 말로 만든 노래가 들린다니 아니 그러한가.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말한 청산靑山과 매우 유사한 곳이리라.
  몸이 불편하면 마음이 외로운 법. 이때 시인의 눈엔 자신 말고 또 다른 외로운 생명체가 눈에 띈다. <극지에서>라는 시에 외로운 포유류가 둘 등장하는데 북쪽의 북극곰과 남극의 얼룩물범이다. 북극곰의 외로움의 총량은 구백 킬로그램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따듯해지는 봄에서 다시 겨울이 올 동안 제 몸에 저장된 고독을 태워버리면 삼백 킬로그램 정도로 비쩍 말라붙는단다. 반면에 남극의 얼룩물범은 색다른 방법으로 외로움을 견딘다.

 


  얼룩물범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너무 외롭고 심심해서, 물범은 애써 잡은 먹이 목도리펭귄을 갖고 논다. 상처입은 먹잇감을 수면에 가만히 띄워놓고 무슨 공처럼 입으로 툭툭 치며 논다. 그 방심의 순간, 펭귄은 죽을힘을 다해 육지로 도망친다. 하지만 이미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붉은 피로 가슴이 물든다. 도적갈매기들이 이를 놓치지 않는다. 물범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더 많이 먹으려면 외롭더라도 물속 깊이 숨어서 먹어야 하는 거다.  (<극지에서> 부분)

 


  2부와 3부는 “시인의 말”에서 나오듯이 대구의 동북쪽 변두리 아파트 주민들과 초례봉 산책길에서 본 풍경들의 소묘가 많이 등장한다. 변두리라서 아무리 아파트에 산다 하더라도 자기 땅인지 아닌지는 다음으로 하고 하여튼 작은 짜투리 땅에 푸성귀 심어 먹는 할머니도 있고, 비닐하우스를 지키는 개도 있고, 목줄도 안 했지만 움직일 기분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늙은 개도 등장한다. 그래 자기가 사는 아파트, 또는 살지는 않더라도 시로 쓰고 싶었던 작은 아파트 단지를 많이 등장시킨 2부의 첫 번째 시 <별마을아파트>를 인용해본다.

 

 

  408호 꼬부랑노파별은 오년째 연락조차 없는 떠돌이별 아들 때문에 기초수급권 박탈은 물론 두달 기한 퇴거처분통보까지 덤처럼 받았다. 초신성 폭발이란 늙은 별의 장렬한 최루를 일컫는다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던 밤이었다. 결코 이천만광년이나 떨어진 은하의 일만은 아니었다. 1509호 우울증아저씨별은 석달 전 폭발은커녕 한순간 소리조차 없이 명멸하는 별똥별로 스러져갔다. 재개발이며 재건축 따위는 그저 먼 이웃 은하의 얘기였다.

 

  읍내 노래방 나가는 704호 도우미아지매별의 퇴근길 노래가 긁힌 엘피판처럼 밤 깊은 마포종점에서 몇번이고 되돌이표별로 흐르는 밤이었다. 살다보면 개밥바라기같이 외로운 행성이라는 걸 누구나 알게 될 테지만, 이 별마을은 자체발광 대신 자주 자가발광을 해서 생의 에너지를 보충하곤 한다. 부부별 싸움에 아래윗집별 싸움, 아이별 싸움에 어른별 전쟁이 그것들이다. 회사의 부도 소식이 전해진 날에도 별반 다를 바 없이 한판 악다구니가 휩쓸고 지나간, 들판 가운데 홀로 우뚝 선 별마을 임대아파트의 얘기였다. 뭇별이 총총한 밤이었다.  (전문)

 


  그런데, 엄원태의 시집은 처음 읽는 바, 저 위에서 <타나 호수>를 인용하면서 슬쩍 얘기한 것처럼, 수상경력이 많은 시인에게는 참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불경한 얘기지만, 유난히 클리셰가 눈에 많이 띈다. 엄 시인을 좋아하는 분들은 도대체 어떤 시구를 클리셰라고 하느냐고 따질 수도 있으나, 그것들을 진짜로 밝힌다면 오히려 더욱 민망한 일일 거 같아 인용하지 않는 선의를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그렇다고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내가 느낀 감상을 그대로 쓰는 것이 책이나 시집을 읽은 독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또 시 읽기 경험이 일천한 나는 과한 의미의 과장도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 “촛불 앞에서”라는 부제를 단 <아름다운 얼굴>이 특히 그랬다. 시를 인용하지는 않겠다. “엄원태 아름다운 얼굴”로 검색하면 읽어보실 수 있다는 선에서 그만하겠다.
  착한 시집이다. 착한 시집이라고 다 내 취향에 맞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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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8-30 11: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폴스타프님. 마지막 문장에서 웃음이 터졌어요. 맞아요. 사람도 착하다고 좋아지는 건 아니더라구요. 님도 읽으셨고, 저도 지금 읽고 있는 <나는 고백한다> 베르나트도 말하잖아요. 자기는 진짜 변덕스런 인간인데, 똑똑한 아드리아가 계속 친구로 남아 자기 변덕을 참아준다고요. 둘이 취향이 맞았겠죠.^^ 엄원태는 몰랐던 시인이라 일단 검색 돌입요. 제 취향에 맞을 수 있으니^^

Falstaff 2021-08-30 11:15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맞아요.
저하고 안 맞는 것이지 다른 분하고는 모르지요. 수상경력이 많다는 건 그래도 빵빵한 시인일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
근데 시집을 권해드리기는 좀 그렇습니다. 제가 만족하지 못한 걸 읽어보시라고는... ㅋㅋㅋㅋ

2021-08-30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08-30 11: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이 시 읽기 경험이 일천하다고 하시면 다른 사람들은 어쩌라고요 😅 폴스타프님과 착한 것은 안어울리는 것으로 😆

(아름다운 얼굴 찾아서 읽어봤습니다. 전 어렵네요 ㅎㅎ)

Falstaff 2021-08-30 11:24   좋아요 4 | URL
아이고.... 저하고 착한 게 안 어울린다니요.
제가 을매나 착한 인간인데요.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