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으로
모신 하미드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수첩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펀자브와 카슈미르 출신의 후예인 모신 하미드는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대학교수의 아들로 1971년에 태어났다. <서쪽에서>의 주인공 사이드도 정확하게 어디라고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슬람을 믿는 나라의 한 도시에서 대학교수 아버지와 고등학교 교사 어머니의 늦둥이로 태어난다. 얼마나 늦둥이냐 하면, 배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혹시 임신이 아닐까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의견을 냈을 때, 아이 없는 중년 부인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의심을 했을 정도였다. 작가 모신 하미드 말고, <서쪽으로>의 주인공 사이드가 말이지.
  하미드는 아버지가 박사학위 취득하기 위해 스탠퍼드에서 공부할 때 따라가 세 살부터 아홉 살까지 살았다. 한참 어학능력이 발달할 때였으니 영어 하나는 죽이게 했겠다. 이후 다시 파키스탄 라호르로 돌아가 아빠는 대학교수를 하고, 아들은 파키스탄의 미국인 학교에 다닌다. 열여덟이 되어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가 1993년, 스물세 살에 127 페이지에 달하는 논문 <파키스탄에서의 통합자원계획>을 제출해 프린스턴을 최우등으로 졸업한다. 이어서 내친김에 하버드 로스쿨까지 마친다. 근데 이상하지? 소설가가 이런 논문을 써서 다른 곳도 아니고 프린스턴에서 최우등? 그렇다. 모신 하미드의 직업이 작가이자 뉴욕에서 활동하는 브랜드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프린스턴에서 전공은 경영이었지만 최우등 논문을 쓰는 틈틈이 조이스 캐롤 오츠와 토니 모리슨을 사사해, 컨설턴트로 돈벌이를 하면서 2000년에 서른 살 되는 기념으로 소설 <나방연기 Moth Smoke>를 써 데뷔하기에 이른다. 이래봬도 모신 하미드가 프린스턴 출신이잖은가. 개츠비의 아빠 핏제럴드하고 동문이다. 2007년엔 두 번째 소설, 지극히 짧은 장편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를 발표해 우리나라의 민음사 모던클래식 시리즈로 읽어볼 기회를 주었다. 와우, 프린스턴 출신으로 2001년 당시 8만 달러 초임을 받기로 하고 기업평가 컨설턴트 회사에 입사해 퍼스트 클래스에 올라 필리핀으로 업무출장을 다니며, 같은 프린스턴 출신의 에리카와 사랑에 빠지는 파키스탄 젊은이 찬게즈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하미드의 책을 수배하다가 이번에 골라 읽었다.

 

  <…… 근본주의자>에서는 느긋하게 누워 필리핀을 향해 가는 도중 911 테러가 터져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서쪽으로>는 이슬람 지역의 특정, 그러나 익명의 국가에서 내전이 발생해 원리주의를 요구하고 처형을 밥 먹듯이 자행하는 반군의 폭정을 견디지 못해 조국을 탈출하는 주인공 커플 사이드와 나디아의 이야기다. 대학까지 졸업해 직장을 다니며 야간 강좌를 듣는 두 주인공. 이들이 처음 만났을 당시는 여자들의 옷차림이나 머리모양을 완전히 자유스럽게는 아닐지언정 어느 정도 원하는 대로 하고 다니던 시절이었지만 나디아는 고전적인 검정색 옷으로 몸을 가리고 다녀, 사이드가 첫눈에 반했지만 함부로 가까이 다가가기는 힘들었다. 마음을 크게 먹고 “커피 한 잔 하실까요?” 라고 말을 붙였으나 결국엔 “물론 학생식당에서 말입니다.”라고 토를 달아야 했다. 나디아가 한 번 쓱 훑어보더니, “아니요.”라고 단칼에 거절해버린다. 이게 처음 만남이었다.
  그러나 나디아는 결혼도 하지 않은 여자가, 미혼여성이라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불경스럽게, 학교 졸업과 동시에 보험회사에 취직도 했으니 부모에게 집을 나가 독립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정말로 나와 혼자 살고 있는 신여성이다. 나이든 과부가 주인인 삼층집의 삼층에 살면서 스스로를 전사한 육군 장교의 아내로 지금은 독신과부라고 소개해 그나마 방을 얻은 거였다. 언더그라운드 콘서트, 라기보다 그냥 발표회 수준의 공연에서 만난 뮤지션과 한동안 연애한 경험이 있으며 뮤지션의 집에 들른 그날 밤에 바로 처녀성의 짐을 내려놓기도 했다. 사귀다 보니 남자가 자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오해해 이별을 선언했는데, 남자가 두 달 뒤 폭탄에 터져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있었다는 건 끝까지 알아내지 못했다. 이별 선언을 하던 밤, 뮤지션은 뮤지션답게 이별을 감수했으며, ‘마지막 한 번’을 요구해 받아들였는데, 마지막 한 번이 놀랍지도 않게 놀랄 만큼 좋았었다고 한다.
  반면에 사이드는 둘이 서로 정신적 사랑을 확인하고, 이어서 몸의 사랑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이제 딱 하나 남았는데, 바로 그 순간, 결혼하기 전까지 순결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라고 주장하면서, 한껏 달아오른 몸을 스스로 식히는 고문을 감수한다. 한 번도 아니고 책이 끝날 때까지. 이미 “기쁨을 아는 몸”(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중 <우국>. 1983. 주우. 김후란 역)인 나디아는 속으로, “네가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에 동의하면서도 계속 서로의 몸을 만진다. 물론 이미 죽은 뮤지션과의 경험은 결코 말하지 않은 채.

 

  그러나 도시는 반군이 조금씩 점령하기 시작했고, 사이드와 나디아의 집이 있는 지역이 가장 뜨거운 전선이 되는 바람에 위험은 더욱 심해진다. 이어서 불행하게도, 잘못 날아온 빗맞은 대구경 탄환이 차 속에 떨어진 귀걸이 한 쪽을 찾기 위해 고개를 수그린 사이드 어머니의 머리통 삼분의 일을 날려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완전히 반군이 점령해버린다. 단지 자신과 다른 종파가 쓰는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참수를 당하고 머리 없는 시신은 전봇대에 거꾸로 매달리며, 상습적인 야만이 판을 치는 도시에서 더 살 수 없을 지경이 된 참담함. 이때 문을 열어주는 에이전트가 등장한다. 검은 문. 완벽하게 어두운 검은 문. 도시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문. 사이드의 아버지는 아내가 잠든 땅을 떠나지 않겠다고 끝까지 주장해, 서로 부부의 관계가 아닌 사이드와 나디아만 많은 돈을 에이전트에게 넘기고 문을 통과한다.
  어둡고 긴 터널을 뚫고 나오니 그곳은, 그리스 미코노스 섬의 난민수용소. 여기서 ‘문’은 명확하게 우화적 표현이다. 어떤 수단을 썼든지 하여튼 도시와 나라를 빠져나와 지중해의 그리스 섬까지 도착했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난민수용소도 결국 사람 사는 곳. 미코노스의 아름다운 구시가지에 사는 선한 그리스인 에이전트가 있어, 이들은 그곳을 떠나 런던으로 옮기고,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가 정착한다. 이제 난민은 이슬람 지역에서 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에서 온 갖가지 민족들, 라오스와 미얀마의 소수민족, 미국으로 향하던 라틴아메리카 출신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세상의 모든 디아스포라로 확장한다.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여튼 살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이들은 생명의 이어짐이라는 인간 최고의 숙명을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있고, 생활을 이어가고, 생식을 하고, 늙어서야 죽는다. 이게 합당한 일이라서.
  마지막은 샌프란시스코 정착 후 50년이 지난 시점. 시기로 따지면 2050년 중반 이후다. 그러나 ‘문’이 다른 세계로 곧바로 가는 플루 가루(<해리 포터> 시리즈 참조)로 작용하기 시작할 때부터 웬만한 산술적 계산을 의미가 없어진다. 그저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이라고 여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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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1-25 0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소개 감사합니다.

Falstaff 2021-11-25 08:47   좋아요 2 | URL
옙. 저도 <...근본주의자>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을 골랐답니다. ^^

다락방 2021-11-25 0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좋았고,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법>도 나쁘지 않게 읽었는데요, 이 책의 소식은 모르고 있었네요. 둘다 좋게 읽었지만 챙겨볼 작가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나봅니다. 그러나, 이렇게 이 작가의 다른 책 소식을 알게된 이상 안읽을 수 없지요. 사실 이 감상문 보니 음 ‘너무 남자가 썼다‘라는 걸 아마도 책을 읽다가 느끼게 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지만, 그러나 저는 모신 하미드의 책을 읽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보니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 좋아요. 뭔가 읽을 책 생기는 거. 물론 그런 책 넘나 많지만... (시무룩)

Falstaff 2021-11-25 10:41   좋아요 2 | URL
아, 저도 <..부자되는 법> 딱 꼽고 있습니다!
남자가 너무 쓰는 게 어디 있어요. 여자도 마찬가지지요. 다 가서 마지막에 에이, 이제 그만, 이것보다 열 받는 일이 어디 있다고. ㅋㅋㅋㅋ 안 그런 척했지만 패버리고 싶었을 지도 모르잖아요.
하여튼 흥미있는 작가입니다.

공쟝쟝 2021-11-25 1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제가 문외한인 부분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네요. 주저하는… 을 먼저 읽어봐야겠지만 언제 읽을 것인가.
퐐님. 어제 이리가레로 밤늦게까지 너무 두뇌 혹사시켜가지도 오늘 나르치스로 하루 시작했는 데…. 수도사들 내용. 어쩜…. 벌써 맘에 쏙 들어요 ㅋㅋ 저의 골드문트는 아직 소년이고 이제막 밤나무와 친구가 된 참입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1-11-25 11:28   좋아요 2 | URL
앗 뭐야 시작했어요? 😱 나도 할래!!

공쟝쟝 2021-11-25 11:32   좋아요 2 | URL
진짜 이제 막 친구가 됐어요 ㅋㅋㅋ 시작하자 ㅋㅋㅋ 근데 난 나르치스도 좋아용 ㅋㅋㅋ 껄껄 ㅋㅋㅋ

Falstaff 2021-11-25 11:5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드디어 첫 장을 넘기셨구먼요! 축하합니다.
하여튼 내년 초부터 문패 바꿔 달 겁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1-25 1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잠자냥 님은 모신 하미드를 안 읽으셨을 것 같은 느낌이...

Falstaff 2021-11-25 11:58   좋아요 2 | URL
그죠, 그죠?

잠자냥 2021-11-25 11:58   좋아요 2 | URL
어마나 우리 다부장 님 돗자리 까셔도 될 거 같아용!
어쩜 그리 저를 잘 아세요! ㅋㅋㅋ 1개도 안 읽었습니다.
제가 또 은근 작품 편식이 심해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1-25 12:02   좋아요 3 | URL
제가 또 감히 짐작해보자면 만약 잠자냥 님이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를 읽으신다면 별 넷, 아시아 부자 읽으신다면 별 둘에서 셋 일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11-25 12:1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아니 또 이렇게 낚으시네. 이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을 앨리 스미스 계절 4부작 1
앨리 스미스 지음, 김재성 옮김 / 민음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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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았어, 알았어. 언어를 가지고 노는 천재적 재능인 건 알아먹겠는데, 불행하게도, 역자 김재성이 친절한 번역을 해주었다고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하게 네 번째 읽은 앨리 스미스, <가을>은 노잼이었으며, 스미스가 쓴 ‘사계절 4부작’은 이 책 딱 하나만 읽고 그만 두겠다, 라고 결정했다.
  유년시대라고 하지만 소학교 시절이니 사실 소년시대에 주인공 엘리자베스네 옆집으로 이사 온, 팔순에 가까운 노인이며, 작사를 한다니까 시인이기도 하고, 그것보다는 작곡가라고 해야 더 어울릴 대니얼 글럭 씨. 엘리자베스, ‘자’에 z가 아니라 s를 쓰는 꼬마가 글럭 씨와 우정을 쌓았는데 그로부터 영향을 받아 특히 예술적 감수성이 발달했는지 미술평론을 공부하게 됐고, 근 이십 년 만에 글럭 씨가 몰팅스 요양원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벌써 백한 살이 된 그의 요양실에 찾아가 책을 읽어주며 옛 생각을 하는 내용이다.
  이 양반이 한 세기를 넘게 살았으니 경험한 것만 해도 얼마나 많겠는가. 서른두 살이 된 엘리자베스가 다시 각색한 글럭 씨의 과거에, 그보다 스무 살이 적은 여성, 영국 유일의 팝 아트 화가 폴린 보티가 있었으니, 글럭 씨가 평생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연모하다 죽어가는 운명이었다. 엘리자베스의 각색에 의하면. 그러나 글럭 씨가 폴린 보티를 처음 만난 것은 그녀가 클라이브와 결혼하기 불과 열흘 전이었으니, 이후 글럭 씨의 가슴은 나무좀에 시달려 구멍이 숭숭 뚫린 나무 꼴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나무 얘기가 나온 김에, 다시 첫 장면으로 올라오면, 나는 이 책도 이이의 전작 <호텔 월드>에서처럼 귀신이 등장하나보다 싶었다. 앨리 스미스의 상상력은 도무지 멈추지 못해 별의 별 짓을 다 하니까, 귀신이나 사후 세계가 나온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는 말이지.
  노인이 조수를 타고 해안으로 떠밀려온다. 귀에도 모래가 가득하고 무엇보다 입에도 모래투성이라 뻑뻑하기 이를 데 없어 퉤퉤 뱉어낸다. 죽음이 인간을 증류시키리라고, 썩어문드러지는 부패를 벗겨내 모든 것을 구름처럼 가볍게 만들어 주리라고 상상했지만, 정작 죽어보니 굉장히 밝고 지독하게 춥다. 태양은 전혀 온기가 없고 나는 알몸 상태. 아오, 죽음아. 나를 받아주어 고맙다. 근데 이미 죽었는데 왜 춥지? 하다가, 노인은 일어서 해변을 떠나 숲으로 들어가고, 숲에서 다시 젊어지는 듯, 체모가 검고 굵어지는 걸 보니 분명 천국은 맞는데, 몸에서 나뭇잎과 풀이 돋아 나무처럼 변신하는 거였다. 이러면서.
  후렴: 한 손에 세계를 몇 개나 담을 수 있을까 / 모래 쥔 한 손에.
  음. 후렴이라고? 사람이 숲 속에 들어가 나무가 됐다고? 오비디우스의 <변신>. 실제로 죽음의 근처에 늘 있는 수면증가기를 맞은 대니얼 글럭 씨의 침상 옆에서 엘리자베스는 환자에게 <변신>을 읽어주기도 한다. 그러면 위의 후렴은 그리스 희곡 특유의 코러스가 노래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그렇지? 상상력만 보면 정말 대단하지? 글쎄 앨리 스미스를 도무지 싫어할 수 없다니까. 근데 왜 이 책에서 우체국에서 여권국 민원을 대행해주며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관료적 우체국 직원들이 민원인을 애먹이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은 분량으로 두 번씩이나 나오는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영어의 라임 놀이는 또 뭐고. 이 정도면 애초에 영어를 사용하는 독자들만을 위해 작품을 썼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대니얼 글럭 씨에게 늙은 호모라며 엘리자베스에게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주문했던 엄마가, 이십 년 후에 이웃 조이 아줌마의 무릎 위에 올라 소파에서 진한 키스를 나누다가 딸에게 직빵으로 들키는 일은 완전 앨리 스미스 스타일이어서 귀엽기라도 하지만.
  하여튼 난 과한 언어유희, 정확하게 '우리말로 쓴 영어유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신선한 아이디어로 산뜻하게 작품을 썼더라도 좋은 마음으로 읽기는 쉽지 않았다. 영어가 유창하여 원서로 읽었다면 흥분했을 지도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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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1-24 09: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데어 벗 포 더’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더 산만하고요. 어지러웠지만 (뭣도 모르면서) 그래도 좋았어요;;; 전 겨울도 읽어볼라구요.

Falstaff 2021-11-24 10:53   좋아요 3 | URL
오, <겨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ㅎ

blanca 2021-11-24 10: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 영어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원서로도 저는 개인적으로 완독하지 못했습니다. 지..루..했어요. 저의 문제일 수도...열광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Falstaff 2021-11-24 10:55   좋아요 3 | URL
아, 원서로 읽으셔도 그렇군요.
앨리 스미스다운 발칙함이 좀 덜한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지루해 하시지 않았나 싶기도 하군요.

coolcat329 2021-11-24 11: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이 책 푸근한 그림 표지와 가을이라는 끌리는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정이 안갔던 제 촉이 옳았네요. 😅
폴스타프님이 영어를 모국어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동하셨다면 날아다니셨을텐데요. 그냥 상상해봤습니다.🤭

Falstaff 2021-11-24 12:27   좋아요 3 | URL
ㅎㅎㅎ 그래도 좋은 평가가 더 많은 책입니다. ^^;;
아이고, 제 주제를 아는 걸요. 자꾸 소쿠리 비행기 태우시면 어지럽사옵니다. ㅋㅋ

잠자냥 2021-11-24 1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아, <가을>이 그렇군요. 내년 가을에 읽는 것으로..;;;

Falstaff 2021-11-24 12:28   좋아요 4 | URL
저도 11월, 아주 제대로 된 만추에 읽으려고 딱 맞췄는....데! ㅋㅋㅋㅋ

scott 2021-11-24 12: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앨리 스미스
넘 장황하게 늘어 놓고는 수습을 못하능 ㅋㅋㅋ

에세이를 더 맛깔나게 쓰는 작가 입니다!^^

Falstaff 2021-11-24 12:29   좋아요 4 | URL
에세이도 잘 쓰는군요!
그래도 전 앨리 스미스의 발칙한 상상력이 참 좋습니다. 이 책도 스토리에 집중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물론 비영어권 독자를 위해서요. ^^

Jeremy 2021-11-24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Autumn, Winter, 그리고 Spring 까지는 읽었는데
겨울은 별루였고 Shakespeare 의 Pericles 와 병렬해서
UK 의 socio-political tension 과 변화를 두 남녀 주인공을 통해
그려낸 ˝봄˝ 은 ˝가을˝ 보다 좋았습니다.

전 ˝Autumn˝ 의 글 전반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내용,
그 자체보다 더 좋아서 Kindle 로 읽었다가 종이책도 샀답니다.
˝Summer˝ 는 ˝Spring˝ 보다 평이 더 좋아서 Amazon sale 노리고 있습니다.
이 Seasonal Quartet 은 끝으로 갈수록
Ali Smith 의 어조와 매력이 더 분명해지나 봅니다.
겨울은 별로 추천하지 않지만.

아무리 부커상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아도
부커상에 4 번이나 Finalist 로 선택되었다는 것은
보통 내공이 아니고 글발 역시 장난이 아니라는 증명이니까요.

Falstaff 2021-11-24 14:40   좋아요 1 | URL
아무리 앨리 스미스라고 해도 쓴 작품 마다 다 대박일 수는 없겠지요.
저는 <데어 벗 포 더>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연이어 매우 재미있게 읽다가 이번에 읽은 <가을>, 기대가 컸는지 좀 안 맞은 경우입니다.
여전히 주목하고 있는 작가이고요.

독서괭 2021-11-24 1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계절 4부작이라니, 참 끌리는데 재미가 없군요.. 저도 외국어로 쓰인 글이 말놀이를 많이 하면 읽기가 힘들던데요. 읽을 책 많으니 일단 뒤로뒤로 미뤄야겠어요.ㅎㅎ

Falstaff 2021-11-24 14:41   좋아요 2 | URL
노잼이긴 합니다만, 얘기하신 말놀이, 그것만 좀 적었어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
 
캐나다
리처드 포드 지음, 곽영미 옮김 / 학고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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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포드를 읽으려면, <스포츠라이터>, <독립기념일>, <캐나다> 순서로 읽는 것이 좋을 듯싶다. 지금은 절판된 프레스21에서 찍은 <잃어버린 나날들>은 원 제목이 “Independence Day”로 <독립기념일>과 같은 책을 번역한 것이다. 《여자에게 약한 남자》는 단편집이다. <캐나다>는 1944년생인 포드가 67세에 거의 대부분을 쓰고, 68세인 2012년에 미국이 아니라 제목과 같은 나라, 캐나다에서 처음 출간했다. 단편집은 별개로 하고, 위에 거론한 세 편의 장편소설은 하나같이 결혼과 가정이 붕괴한 이후 구성원들의 소외, 고독, 그리고 상실감을 다루고 있다. 앞의 두 작품(특히 <독립기념일>)은 이혼한 두 남자, 소설가 출신의 스포츠잡지 기자와 부동산거래업자의 상태를 철저하게 파헤치는 훌륭한 심리소설이지만, <캐나다>는 부모와 강제로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쌍둥이 남매, 이 가운데서 남자동생 델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인생론에 가까울 수 있다.
  소설은 아주 이색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는 우선 우리 부모가 저지른 강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말할 것인데 이 “강도 사건이 더 중요한 이유는, 그 사건이 결국에는 나와 누나의 운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며 이 이야기를 빼면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통상적인 소설에서 보면 아버지가 악당이고, 어머니는 피해자인 경우가 보통인데, 부부가 공동으로 강도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도 의외고, 더구나 소설 주인공이 처음부터 자신의 부모가 벌인 강도행각을 깔아놓고 시작하는 건 여태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베브 파슨스. 1923년 앨라배마의 산골 머랭고 카운티에서 목재 견적인의 수다스러운 외아들로 출생한 출중한 외모와 180센티미터의 늘씬한 체격의 소유자. 1920년대생 미국인에게도 180cm는 매우 큰 키였단다(베브보다 10년 젊은 내 아버지도 180이었으니 당시 식민지 조선에선 전봇대라 할 만했겠지?). 1939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데모폴리스에서 공군의 전신인 육군 항공대에 입대해 전투기 조종사를 꿈꾸었지만 신체검사, 적성검사 결과 전투기 대신 ‘미첼’이란 이름의 중형 폭격기 B-25를 타고 필리핀, 오사카 상공에서 무차별 폭격을 감행해 수천 명의 인명을 살상한 공으로 훈장까지 받은 예비역 대위였을 뻔했다가 모종의 부정 사건에 연루되어 일계급 강등당한 예비역 중위였다. 천성이 수다쟁이고 편견이 없으며, 친절하고 자상한 성격에 늘 웃는 얼굴이었다. 태평양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걸고 조국을 위해 수많은 생명을 앗았으니 이젠 국가가 자신에게 이에 합당한 보상을 마땅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는 의식의 저변에 깔려있었다. 여기다가 매사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갈 것 같은 낙천주의가 결과적으로 파멸의 깊은 우물 속으로 헛발을 딛게 만들었다.
  원래 이름이 니바 캄피친스키였지만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에 의하여 니바 캠퍼로 이름을 고쳤다가 1945년 3월에 디트로이트 근처에서 열린 귀환공군 환영파티에서 키 크고 잘 생긴 남부 출신의 대위를 만나 분위기에 휩쓸려 한 번 자빠졌더니 덜컥 쌍둥이를 임신해서 결혼하는 바람에 본격적으로 신세 망쳤다. 폴란드 출신 유대인 부모 레나타와 보이테크 캄피친스키는 대학졸업장이 있는 딸이 변호사나 회계사, 적어도 교수 사모님의 지위에 오를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얼마나 배신감이 컸고, 이에따라 얼마나 니바의 반발심이 컸던지 결혼 15년이 되도록 부모자식 간에 전화 한 통이 없었다. 하필이면 군인하고 결혼하는 바람에 자주 이사를 다녀 주로 군 주둔지 근방의 중고등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날개 꺾인 작가지망생. 얼굴은 예쁘장하지만 왜소한 덩치와 근시, 독립적인 성격으로 밀드레드 렘링거 여사를 제외하고는 친구는커녕 말 섞는 이도 드물다. 즉 외모와 성격, 지적 능력 같은 것이 남편과 완벽하게 반대편이다. 결혼을 하고서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 전에는 자신과 매사에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 그렇게도 매력적이었는데, 이젠 얼마나 견디기 힘든 이질감을 초래하는지를 알게 됐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악착같이 성사시킨 결혼을 깨기가 쉽지 않아 오늘날까지 이럭저럭 살아온 것. 게다가 하나도 아니고 한꺼번에 딸 아들 쌍둥이까지 생겼으니.

 

  전쟁이 끝나 아버지 베브 파슨스 대위는 이제 더 이상 폭격할 일이 없을 것이라 예단하고 주특기를 병참으로 바꾸어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터졌다. 다시 참전하기 싫어 국내 주둔을 결정했다는 건 결국 진급을 포기하고 대위로 제대하여 얼마 되지 않는 연금으로 남은 생을 살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병참부대. 이게 전 세계 모든 부대를 막론하고 또 쏠쏠한 거거든. 병참부대의 유구한 전통으로, 몬태나 그레이트폴스 인근 목장에서 암소를 훔쳐 밀도살한 인디언에게 통갈비를 야매로 구입해 부대 장교식당에 넘기는 거였다. 그토록 오래 잠잠했다가 갑자기 무슨 정보가 들어갔는지 부대 감찰반에서 조사를 나와 장물 취득 범죄가 들통나는 바람에 병참대위 파슨스는 일 계급 강등당해 중위로 떨어졌고, 이것이 결정적 이유가 되어 20년 가까이 복무한 공군 경력을 마감하게 된다. 그러나 천성이 낙천적인 베브는 긍정적인 성격과 특유의 친화력을 자신하여 작은 읍 규모의 공군주둔지 그레이트폴스에서 GM 자동차 딜러를 시작해, 시작하자마자 중고차 매매로 직업을 바꾼다. 중고차 매매를 했지만 별로 소득이 없어 다시 목장, 농장 중개업으로 전직한다. 이 세 가지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베브는 눈부신 옷차림과 외모 꾸미기에 여념이 없어, 겉으로 보면 세상에 이런 온유한 사람이 없었으니, 대강 짐작하시겠지, 어떤 부류인지.
  애초부터 목장, 농장 중개업은 말이 그러했다는 것이고, 올즈모빌, 닷지, 중고차, 오토바이 판매가 생각처럼 되지 않았을 때부터 생각해놓은 사업이 병참장교 시절 재미가 쏠쏠했던 야매 소고기 중개업. 국가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전쟁영웅으로 이 정도의 웬만한 비리는 나중에 발각이 나더라도 국가가 당연히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환상도 있었다. 그래 사업을 시작했는데, 인디언의 고기를 풀 곳이 다시 군대일 수는 없어서, 그레이트 노던 철도회사 소속 열차의 식당칸을 담당하는 흑인 스펜서 딕시와 접촉을 했다. 문제는 딕시는 인디언을 무서워했고, 인디언은 흑인 딕시를 믿지 못했는데도, 인디언들이 고기를 중간상인 베브에게 넘긴 것이 아니라 직접 딕시에게 전달해야 했다는 점. 하여튼 어느 날, 딕시는 소 몇 마리 분의 고기를 받고, 고기가 상해 미주리 강에다 버렸으며 돈을 지불하지 못하겠다고 버텼다. 그러더니 다음 날, 시카고로 날라버렸다. 이제 인디언은 베브와 베브 가족의 목숨을 위협하며 한 시간에 차를 몰고 두 번씩 파슨스 댁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고, 하루에도 수십 번 씩 전화벨이 울렸다.
  이걸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베브는 은행 돈은 정부 돈이며, 정부를 위해 베브는 그동안 수없이 희생하고 수천 명을 죽인 애국자라서 정부 돈을 일부 사취한다 해도 그리 큰 도덕적 잘못이 아니라는 외골수로 빠져버린다. 그리하여 1960년 8월, 나 델과 쌍둥이 누나 버너 파슨스가 열다섯 살일 때, 아버지는 사우스다코타 주로 건너가 아침에 은행 문을 열자마자 농업은행에 진입해 권총으로 위협해 꼴랑 2천5백 달러를 강도했으며, 어머니는 강도가 끝난 후 남편을 집에까지 태워 와, 졸지에 강력범죄자가 되었는데, 주인공 델과 델의 쌍둥이 버너는 이걸로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었다.
  은행 강도의 딸과 아들. 이 꼬리표를 달고 새털처럼 많은 날들, 어머니 니바의 말처럼 남아 있는 수천 날을 살아가야 했으니, 앞길이 구만 리 같은 이 아이들은 도대체 어이할꼬.
  결론은.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것. 어쨌든 살아야 한다는 거.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나도 좀 살았는데, 아직도 그걸 모르겠다. 예순 일곱 살 작가가 쓴 <캐나다>를 읽고도, 그래도 모르겠다. 하긴 알게 되면, 그걸 아는 순간 숨이 넘어갈 거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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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11-23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정교열 때문에 별점 하나 뺐음!

coolcat329 2021-11-23 0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잊지못할 첫문장이네요!
인간은 평생 방황하다 끝내 삶의 의미 모르고 죽거나 운이 좋으면 이반 일리치처럼 죽기 직전 알고 가는거 같아요. ㅎ

Falstaff 2021-11-23 09:37   좋아요 1 | URL
모르고 죽는 게 속은 편할 거 같아요. ㅋㅋㅋ
재미있는 작품이긴 합니다만, <독립기념일>을 워낙 재미나게 읽어서 말입죠, ^^;;;

독서괭 2021-11-23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첨 들어보는 작가인데 재밌어 보입니다. 교정교열만 아니면 별 다섯이란 말씀이죠? <독립기념일>이 더 재밌고요? 메모메모..

Falstaff 2021-11-23 12:22   좋아요 0 | URL
ㅎㅎ 맘 편하게 걍 <독립기념일>로 가셔요!

다락방 2021-11-23 13:55   좋아요 0 | URL
오오 독립기념일 문동세계문학으로 있네요? 1,2권으로.. 재미있을 것 같아요!

Falstaff 2021-11-23 13:59   좋아요 0 | URL
옙. 문둥이네 집에서 찍었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톰 울프 <허영의 불꽃>과 더불어 잘 쓴 미국식 대중소설! 전 무지 괜찮게 읽었습니다!!!
 
주눈
잘릴라 바카르 지음, 유효숙 옮김 / 연극과인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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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유행하는 난해한 시집을 읽다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으면 자주 책 뒤에 실린 해설을 먼저 읽었다. 그러면 시를 읽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나는 지금 무릎을 치고 있다. 역자 유효숙의 작품 해설을 먼저 읽을 것을.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을 텐데.
  <주눈>은 원작이 있다고 한다. 튀니지의 여성 신경정신과 의사 네쟈 잠니가 쓴 <정신분열증 환자의 이야기>. 이것을 각색해 극작품으로 만든 이가 잘릴라 바카리. 내가 지금 ‘희곡’이란 말 대신 ‘극작품’이라고 표현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드라마투르기, 또는 드라마터지, 라는 직업이 있다. 희곡을 연극으로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개입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연출자. 그럼 연출자는 희곡을 그대로 연극으로 전환시킬까? 요즘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드라마터지가 있어서 희곡을 연극으로 올리기에 적절한 대본으로 만드는 것을 필두로, 극 전반에 걸쳐 해석하고, 희곡이 아닌 대본을 다시 편집하는 등 예전엔 연출이 담당했던 것들의 일부를 수행함으로써 연출자를 보좌하는 일을 한다.
  잘릴라 바카르는 1952년에 튀니지에서 태어나 불문학을 전공한 극작가, 드라마터지 그리고 배우로 활약했다. 남편 파델 쟈이비가 유명한 연출자라서 자신도 연출을 하기보다는 연출을 보좌하는 드라마터지에 만족했을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정신분열증 환자의 이야기>를 <주눈>이라는, 희곡 말고, 연극의 대본으로 고쳐 썼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유효숙은 작품해설에서 “잘릴라 바카르는 문학적으로 뛰어난 희곡을 완성시키려는 목적이 아닌 정확하고 진실된 말, 등장인물들이 꼭 하고 싶은 말에 대해 고민”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글에 집착하지” 않았다고 하며, “남편 파델 쟈이비의 연출로 극단 단원들과 함께 즉흥을 통한 집단창작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썼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즉흥을 통한 집단창작’이 대충의 스토리를 갖고 무대에 오른 연기자들이 즉흥적으로 소위 애드립을 쳐가며 연극을 만들었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 대본을 만들기 위해 연출자, 배우, 그리고 드라마터지가 각 부분을 연기해보고 토의를 거쳐 최종 대본을 확정지었다는 의미다.
  아직 재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이 나온 2007년에 우석대학의 연극영화학과 (지금은 미디어영상학과가 있고 연극영화학과는 없어졌다. 문창과를 포함한 교수진 명단에 이름이 없는 걸로 봐서 이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교수였던 역자는 책이 담고 있는 소기의 목적, “제대로 된 연극 문법과 언어”로 만들기 위해 연극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리딩reading을 시켜 문학적 언어가 연극적 언어로 잘 바뀌었는지 의견을 물었다고 밝히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설마 마음만 표했을까. 자장면, 짬뽕 말고 탕수육, 양장피에다가 고량주도 시켜줬겠지? 아니면 인간도 아니다. 그지?
  <주눈>은 2005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주눈의 눈>이란 제목으로 아랍어 공연을 했고, 이때 유효숙이 자막 번역을 위해 작가 잘릴라 바카르가 직접 옮긴 프랑스어 판본을 사용했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튀니지에서 불문학을 전공했으니 거의 불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할 정도였을 것. 번역 때문에 의미가 어긋나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제목 “주눈Junun”은 우리말로 정신착란 상태, 광기, 광란이란 의미란다. 게다가 주인공의 이름이 “눈”이다. 그래서 첫 장을 넘기자마자 눈이 등장해 여성을 혐오하는 내용의 독백을 하면, 분명히 미친놈인 건 알겠는데 조금 헷갈린다. 역자는 “원래 제목의 강렬한 의미가 제목의 번역으로 살려지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제목은 번역하지 않고 원작의 아랍어 <주눈>으로 표기”했다고 하지만 <주눈>이라고 해서 오히려 독자를 헤매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생각을 해보기 바란다. 우리들 가운데 불어 단어 다섯 개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나는 심통나면 회사 서류 서명 란에 “Merde”라고 쓰기도 했는데, 아직까지 해고 안 당하고 있다. 며칠 남지 않았지만.

 

  눈이란 이름의 정신분열증 환자와 이이를 치료하는 전문의 ‘그녀’가 주인공이다. 지독하게 가부장적인 아랍과 이슬람 문화 속에서 살아야 하는 남자의 스트레스. 남자라면 이래야 하고, 남자라면 저래야 한다는 사회적, 가정의 요구. 폭력적인 아버지와 장남만 사랑하고 나머지는 내가 미쳤지, 저런 딸들과 아들을 또 낳았다니, 하는 눈치를 끊임없이 던지는 어머니. 아버지가 죽자 또 다른 폭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맏형.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독일로 가버린 수치를 집안의 동생들에게 배설해버리는 형, 11명의 형제자매 속에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실어증에 걸리고 급기야 분열증까지 생겨 열두 살에 가출, 열네 살에 소년원, 열일곱에 감옥, 열여덟에 군대, 스물네 살에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눈. 모두 11명의 형제자매 가운데 둘은 어려서 죽고, 맏형 ‘카’는 감옥에 수감 중인데 극 중에 출감한다. 맏딸은 외국인하고 결혼해 집에 없다. 형제 하나는 소년원에 있고 두 명은 이탈리아로 도망갔으면 지금 집구석에는 네 명의 자녀, 세 딸 ‘사’, ‘와우’, ‘카프’와 눈만 어머니와 살고 있다.
  콩가루 집안도 이런 콩가루가 없어서 맏아들 카는 술과 약을 사기 위해 돈을 받고 셋 남은 여동생을 시간제로 나누어주는 이른바 포주도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여동생들을 두드려 패고, 남동생 눈은 좀 더 심각한 수준으로 두드려 패는 걸 취미생활로 여긴다. 눈의 착란증세에 가세했던 건, 그가 최악의 것으로 여기는 여자의 몸에 한 번 가까이 했다가 냉큼 걸려버린 매독도 한 몫을 했을 것. 눈의 분열증은 병원에서도 수시로 탈출하기에 이르러 마치 자식처럼 회복을 바라던 그녀 말고는 눈의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어떤 의사도 협력하지 않는다. 그녀는 병원 안에서 말고 눈의 집, 눈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계속해 치료를 멈추지 않는데, 무시무시한 여성 혐오가 그녀의 헌신적인 치료의지를 조금씩 사랑하며 완쾌…… 되면 연극이 아니겠지? 그렇다. 20세기도 아니고 21세기 현대극에서 조건 없이 해피엔드를 줄 수는 없다.
  아랍과 이슬람 사회에서도 갈등을 겪는다. 결국 사람 사는 일은 그것이 천국이나 지옥이 아니라면 다 거기서 거기구나. 무슬림도 그들의 계율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위하고 사고하지만 맹목적인 계율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해 머리가 헤까닥 돌기도 하는구나. 결국 종교는 이거나 저거나 어차피 다 아편이라는, 망치를 든 철학자의 이야기가 맞는 말이었구나. 뭐 이런 걸 배울 수 있다고? 아니다. 한 불쌍한 영혼이 겪는 격렬한 갈등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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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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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2020년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 열 권을 추렸었다. 해당 글에 2021년에는 장강명의 <표백> 독후감을 읽고 싶다고 하신 분이 계셔서 내내 기억하고 있다가 이제야 독후감을 쓴다. 사람 마음이 참. 워낙 잘 나가는 작가라서 오히려 선뜻 집어 들게 되지 않았던 거 같다. 2011년에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아 데뷔를 하고, 이후 굵직한 문학상을 수집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으며, 을지로 인쇄골목의 종이 값을 올리는데 기여한 작가다. 내는 책마다 대박이라, 억대 연봉으로 유명한 동아일보사를 때려치우고 지금은 전업 작가로 활약 중이다.

 

  <표백>. 발표했던 십년 전은 물론이고 지금 읽어도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센세이셔널한 주제를 다루었다. 표백이라. 백 년 전까진 힘이 좋아 무쇠 칼을 휘두르며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저편에 있는 적들을 쳐부수기만 하면 영웅의 관을 쓸 수 있었고, 일제강점기엔 독립투쟁을 하느라 목숨을 버리기도 했고, 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후에 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 기꺼이 보도블록을 깨 같은 젊은 세대인 전투경찰을 향해 던지기도 했다. 이런 덜 성숙했던 시절을 지내며 이미 몇몇 선배들은 거대 담론을 독차지 할 수 있었으며, 큰 영광을 차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른 꾀바른 몇몇은 어수룩한 시운을 타서 하다못해 아파트 투기 몇 번을 통해 탄탄한 중산 계급장을 깔고 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사회 전반은 틀이 꽉 잡혀 어디 한 군데 허술한 곳을 발견하기 힘들 지경이 되고,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제의 확립은 오히려 젊은 세대들에게 옴짝달싹 못 할 규격화 “만”을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쌓아올린 스펙, 좋은 대학 졸업해 판검사 또는 5급 공무원이 되거나 의사가 되거나 반도체, 이동통신, 금융 같은 일류 대기업에 입사해야 하거나, 아니면 중견기업, 그것도 아니면 중소기업,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7급이나 9급 공무원, 하다못해 이것도 아니면 그저 루저가 되어 월 88만 원짜리 아르바이트생으로 빌빌거려야 하는 규격.
  위대한, 또는 영웅적인,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이슈는 모두 완결이 된 이후의 사회 속에서 사는 젊은이들의 허무. 이들 가운데 상위 천 분의 일에 해당하는 두뇌와 천부의 미모를 갖춘 정세연이란 젊은이가 현대의 사도로 등장해 소크라테스, 재프루더, 루비, 하비, 제리, 메리, 여섯 명의 제자를 두기에 이른다. 이들은 기성세대를 향하여 거대한 복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니, 어떻게 읽으면 이제 이들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영웅적, 또는 위대한 반항, 항의의 뜻으로, 자살을 선언하고 실제로 죽어버리는 일이다.
  어차피 세상살이는 선택으로 이러진다. 젊은이들이 현실에 고뇌하고, 탐색하다가 절망하고, 출구를 모색하고, 타협하고, 분노도 하는 건 언제나 같다. 이들이 기성에 항의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자살선언과 실행. 백 년 전에도 있었다. 다만 살해의 대상이 내가 아니라 부모였을 뿐. 그래서 생긴 것이 살부계殺父契, 아버지 죽이는 집단. 이들의 아버지들도 살부계 자식들을 용인했다. 왜냐하면 자신들 역시 젊은 시절 살부계를 만들어보았기 때문. 물론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말 생명의 결단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제일 싫어하는 말이 “부모님을 제일 존경한다.”는 거다. 부모는 극복과 타도의 대상이지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내가 키운 두 아이는 어려서부터 절대로 이런 얘기는 입도 벙긋하지 말라고 교육받아서, 어디 가서 “저는 부모님을 존경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는데, 미친다, 어감이 꼭 “우리 집구석이, 콩가루 집안이에요.” 라는 뜻 같기도 해서. 그것도 참.

 

  하여튼 자살선언서 작성, 자살 종교의 사도 재키 정세연과 여섯 제자, 그리고 주인공이자 2년 공부 끝에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과천 종합청사의 농림부에서 근무하는 ‘나’ 적그리스도. ‘나’가 적그리스도? 그렇다. 그럼 그리스도는, 당연히 사도, 재키, 정세연이다. 정세연. “정의 세우기 연대”가 아니고, 작가 장강명이 졸업한 학교 연세대학의 ‘연세’를 뒤집어 놓은 것도 아니고 오직 하나, 자살교의 교주이자 사도. 그럼 적그리스도는 비록 처음엔 그리스도와 한 편이었을지 모르지만 지혜와 판단을 장착해 나중엔 악착같이 그리스도, 라기보다 자살교 교주에 바락바락 기어올라 방해만 일삼을 거 아냐? 맞다.
  ‘나’ 적그리스도와 비슷한 성격의 등장인물이 하나 더 있는데, 나중에 주간지 기자가 되는 소크라테스 휘영. 아, 스포일러일 수 있는데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재키 정세연이 겨우 50 센티미터 깊이의 연못에서 고개를 들지 않아 자살에 성공하고 (말도 안 된다. 편의점에서 산 복분자술 한 병 마시고 숨이 끊어질 때까지 물속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고? 왜, 숟가락 놓을 때까지 숨을 안 쉬어보지 그랬어. 하여튼 그랬다고 치자. 이 정도는 돼야 현대의 ‘사도’라 이거지?) 5년 후에 재키와 약속한 대로 죽지 않은 이유가 그때까지 화려한 성공을 한 번도 못해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세연이 제자들에게 성공적인 자살을 위하여 인생의 절정을 맞았을 때 죽으라 했다. 그리하여 루비는 미국 동부의 모 대학에서 거의 모든 과목에 A학점을 받아 유수의 대학원 입학이 확정된 순간 호숫가에 자기 차 캠리를 세워두고 견인줄을 허리에 묶은 다음 호수로 걸어 들어가, 폐에 가득 물이 찰 때까지(가히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죽을 때까지) 견인줄을 잡아당기지 않아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는데 성공한다. 하비는 아이비리그의 MBA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이제 재계서열 6위의 대기업 진호그룹 회장의 장남 자격으로 기획실 과장 자리에 앉기 바로 전, 필라델피아 자신의 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는데 결국 자살로 판명이 난다. 재프루더는 마포대교에서 죽겠다고 선언을 하고, 예정된 시간에 목에 끈을 묶은 상태로 약 10미터 아래로 자유낙하, 목뼈가 똑, 부러져 죽어버린다. 이때 재프루더는 바로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상태였다. 소크라테스도 조중동 같은 유명 일간지나 KBS, MBC, SBS 같은 방송국 기자로 취직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었겠지. 하여튼 이래서 루저들만 살아남는다는 책.

  근데 이게 다냐고? 아니지. 장강명이 만일 재키 정세연의 편을 들어 이 땅의 젊은이들한테, 죽어, 죽어, 죽으라고, 이제 자살하는 게 바람직한 시대정신이야, 라고 말했다 하면, 그의 인기가 이토록 하늘을 찌를 리도 없고, 한겨레문학상을 받지도 못해 아직 데뷔도 못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장강명도 이 책을 내고 쫄았을 거다. 나 같아도 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만일 한 명의 젊은이가 책을 읽고 재키 정세연의 말에 감동을 받아 열심히, 열심히, 열씨미 공부해 행정고시 패스한 다음 날 자살선언서 한 장 쓰고 죽어버리면 조금 곤란했을 터이니까. 두 명이 죽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세 명, 네 명, 다섯 명, 한 다스가 그러했다면 장강명은 이민을 갈 수밖에 없었을 거라서, 서문을 이렇게 써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디에서도 자살선언문을 보게 되지 않길 바라며.”

 

  이제 이 책이 나오고 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직은 그렇지 않더라도 당시 20대 중후반이었던 등장인물은 30대 중후반이 되어 인생의 황금기를 우울하게 보내고 있을 터이고, 새로이 등장한 젊은 세대들은 또다시 십 년 전의 이들처럼 반란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흘러간다. 웃긴다면 웃기고, 드럽다면 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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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11-19 08: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은 바로 접니다 ㅋㅋㅋㅋ 태반은 금융치료 주식하고 비트코인 하며 살껍니다…ㅋㅋㅋ 그러니 코인에 세금때리겠다는 이 정부를 어찌 아니미워하겠습니까? 많이잡아 15퍼센트는 페미니스트가 되었습니다. 다시 읽는다면 아마 이 소설의 ‘나’를 한남충이라고 비웃을 겁니다 ㅋㅋㅋ

Falstaff 2021-11-19 09:04   좋아요 3 | URL
아 다 사는 방법이 있다니까요. 그냥 건들지 말고 냅두면 알아서 잘 살 텐데 코인 세금처럼 없는 거 만들어 귀찮게 하니까 더 복잡해지는 거 아닙니까.
장쟝님 이거 읽으셨군요. ㅎㅎㅎㅎ

공쟝쟝 2021-11-19 09:14   좋아요 3 | URL
네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가 옳은지 저는 모르겠지만 세대로만 놓고보면 코인한탕 심리나 쿠데타 한번 거하게 일으켜서 힘좀 써보자 하는 심리나 그렇게 다르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1-11-19 09: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Falstaff 님 리뷰는 책을 안읽어도 왠지 읽은 듯한 느낌이 들게 하네요. ㅎㅎ 장강명작가 책은 에세이 한권 읽었는데 딱히 흥미롭진 않아서 살짝 미뤄뒀는데 소설은 또 다른 분위기네요. 기억해두겠습니다.

Falstaff 2021-11-19 09:58   좋아요 2 | URL
ㅎㅎㅎ 흥미로운 작가더군요. 발상도 발칙하지만 자살이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기자 출신답게 문장도 깔끔하고요.

그레이스 2021-11-19 09: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토리만 보면 별로 읽고 싶지 않은책! 작가의 의도를 읽는다면 다르겠죠^^
작가가 걱정이 되긴 했겠네요 ㅎ

Falstaff 2021-11-19 10:02   좋아요 3 | URL
완전히 두뇌에 의존해서 쓴 글 아닌가 싶었습니다. 여기에 신문사 재직하면서 주워 들은 사건 사고 몇 개를 응용했을 거 같아요. 저도 자살선언 뭐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안 읽었을 겁니다. ^^;;
이 책 읽고 죽어버린 사람 없는 것이 다행이고요, 있다면 드러나게 자살 선언문 같은 거 써놓고 죽은 사람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불행한 일이겠습니다. 읽는 내내 흥미롭긴 해도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씨. 애써서 사는 얘길 써도 부족한 시간에 스스로 죽는 얘길 쓰다니 말입니다.

coolcat329 2021-11-19 1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강명 작가 소설은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을 소재로 한 <댓글부대>만 읽어봤는데 이때 느낀게 ‘와 이 작가 거침없네!‘였어요.
10년이나 지난 소설인데 내용보니 지금도 어필할 주제네요. 찜! 합니다.

Falstaff 2021-11-19 11:26   좋아요 4 | URL
댓글부대... ㅎㅎㅎ
거침없이 쓸 수 있는 세월이 얼마나 좋습니까.

잠자냥 2021-11-19 12: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기자 출신 작가로 한국에서는 인기 독보적인 두 사람, 김훈, 장강명. 그런데 저는 이 둘 작품에 손이 안가요. 거참... 이상하죠? ㅎㅎㅎ 심지어 폴스타프 님의 이 매력적인 리뷰를 봐도 읽고 싶은 기분이 안 드네요. ㅋㅋㅋ

Falstaff 2021-11-19 12:36   좋아요 4 | URL
전 김훈은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어요. 읽다가 지쳐 스르르르....
장강명도 이거 읽어보라는 권유가 없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듯하고요.
근데 이게 완전 취향이라 김훈, 장강명 좋아하는 분들은 그냥 흠뻑 취하더라고요.
그건 그렇고, ㅋㅋㅋㅋ 이 독후감이 매력적이라고요? ㅋㅋㅋㅋ 농담 잘하셔!!!

다락방 2021-11-19 13:09   좋아요 4 | URL
잠자냥 님의 댓글을 다락방이 좋아합니다. 공감도 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11-19 13:15   좋아요 3 | URL
저는 김훈 작가를 좋아하는데 장강명 작가의 책은 아직 한권도 읽어보지 않았어요. 한 권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폴스타님 리뷰로 했습니다.
처음 시작을 뭘로 하면 좋을까요?

stella.K 2021-11-19 18: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책을 읽어 본 적은 없는데
TV에 나온 거 보면 인상이 좋더라구요.
조근조근하고 착한 인상이죠. 교회 오빠 같은.ㅋ
저는 기자 출신 작가가 쓴 책 좋아합니다.
각이 딱 잡혔잖아요.
장강명 작가도 읽어 볼만할 텐데 왜 안 읽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ㅠ

Falstaff 2021-11-19 19:34   좋아요 2 | URL
기자 출신 작가가 쓴 거 좋아하시면 얼른 읽으셔요! 누구보다도 에피소드로 사용할 거리가 많을 거 같아요.
전 우연히도 노먼 메일러도 헤밍웨이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말입죠. 이게 다 팔잡니다, 그죠? ㅋㅋㅋㅋ 읽고 멋있는 리뷰 올려주세요!

Conan 2021-11-2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전 아주 흥미있게 읽었던 책 입니다. 당시에 리뷰도 남겼었구요~
위에 언급된 김훈과 장강명의 책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특유의 매력이 있는 작가들이라 생각합니다.~

Falstaff 2021-11-21 19:2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다 독자들의 취향 차이지요. 다 같은 감상이면 세상 재미없어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