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요.
뭔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그 즐거움의 절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
- 백영옥 에세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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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뭘 사기는 많이 사고 (책) 보기도 많이 보는데 (영화) 기록은 자꾸 미뤘다.

빌려 읽는 책들도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까먹을까봐 사진은 찍어뒀는데 갤러리에 그대로 남아있고.

요즘 왜 이러지 정말.


12월에 알라딘에서 산 책들과 11월말에 예스24에서 구매한 책들.

그리고 최근 2개월간 플라이북에서 받은 책 2권. 더 늦기 전에 짧게 기록해둔다.


먼저 플라이북 2권.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와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요새 관심사를 여행으로 설정해둬서 여행 관련된 책을 받아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전자 쪽이 내 취향에 가까웠다.


예스24에서 11월에 구매한 책 6권.
선물하려고 구매했던 《파리의 아파트》는 진작 내 품을 떠났고, 강철의 연금술사 세 권은 책장에 함께 꽂아두었다.

《현남 오빠에게》는 아직 읽지 못했고, 《아이 캔 스피크 영상대본집》은 구성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서 만족.


알라딘에서 12월에 구매한 책 7권.

리젤로테와 마녀의 숲 3-5권을 중고책으로 마저 구입했다.

5권을 다 읽고 깨달았는데, 장기 휴재에 들어간 작품이었다. 작품이 내 취향을 저격해서 여러모로 아쉬운 휴재.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도서관에서 연이은 대출-예약-상호대차를 기다리다 지쳐서 구매했다.

믿고 보는 중혁작가님의 에세이 《무엇이든 쓰게 된다》와

아르테미스 표지에 치여서 구매한 《마션》-《아르테미스》 2권 세트.


다이어리가 3권이 더 생겼다.

2018년엔 다이어리만 쓰다 보낼 생각인가.

사진에 없는데 마리몬드 가계부도 받아서 요건 엄마한테 토스할 생각이고

알라딘은 내가 쓰고 아르테미스 다이어리 2권 중 한 권은 요즘 책 읽는데 재미붙인 지인 분께 드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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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도기 Trip Doggy - 털북숭이 친구 페퍼와 30일 유럽여행
권인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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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트립 도기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이 책이 으레 외국 책이라고 생각했다. 유럽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그랬고, 책 제목도 외국 책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참을 표지 속 활짝 웃고 있는 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옆에 자리한 ,사진 권인영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한국 책이었구나! 다시 말하자면 한국 책이었다는 사실에 놀란 것 보다 한국에서 거주중인 저자가 반려견 페퍼와 유럽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었다. 요즘은 너도 나도 가는 게 유럽 여행이라지만,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반려견과 함께 하는 유럽 여행이라니!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라, 두려움 반 설렘 반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프롤로그와 인트로만 읽었을 뿐인데 내가 다 유럽 여행을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 책을 읽는 법을 조금 달리해서 읽기로 했다. 여행 책을 읽을 때 종종 써먹는 방법인데, 책을 나눠 읽기 괜찮다고 생각되면 분량을 적당히 나눠서, 며칠에 걸쳐 책을 읽는 것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인트로-네 개의 파트-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루에 한 파트씩 읽기에 아주 적당했고, 정말 그렇게 나눠 읽었다. 나 역시 저자와 페퍼 뒤를 따라 여행하는 기분으로 말이다.

 

털북숭이 친구 페퍼와 함께하는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여행 이야기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대체로 맑고 때때로 흐린 이야기였다.

 

유럽 사람들은 동물에게 호의적이고, 동물에게도 아름답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고 쓰는 것 같다. 유럽에서는 동물과 함께인 모습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나는 그것이 부러웠다. 동물들도 아름다운 것들을 인간과 함께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순간을 존중하는 그들이 고마웠다. 덕분에 페퍼와 내가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도 쌓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p.107)

 

페퍼와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들 틈에 실제로 궂은 날씨가 끼어들기도 하고, 예상외의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숙소에서 생기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라던가, 여행지를 옮기면서 기온 차이로 인해 페퍼가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일들이 그렇다. 사람끼리 떠난 여행에서 벌어진 일이어도 쉽지 않은 일. 그럴 때마다 저자는 당황하거나 짜증내기보다 다른 좋은 상황으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고, 때때로 페퍼와 저자를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 멋진 풍경만큼이나 반짝반짝 빛나는 여행의 순간이었다.

 

함께 케이블카와 버스를 탔던 사람들 모두 페퍼를 어찌나 흐뭇하게 쳐다보던지. 페퍼는 어느새 대중교통 탑승 고수가 되어 있었다. 버스에 타면 내 발밑에 자리 잡고 척 엎드리고, 기차를 타면 내 옆에 딱 앉아서 기다린다. 처음에 기차를 탔을 때는 맨바닥이 어색하고 불편한지 자꾸 의자 위로 올라오려 했지만, 이제는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세상모르고 잘 정도가 됐다. 개들도 새로운 경험을 하며 성장하는 건 사람이랑 똑같은가 보다. (p.158)

 

때때로 흐린 여행이 대체로 맑은 여행일 수 있었던 건, 이 여행이 페퍼와 함께하는 여행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위하고, 반짝이는 곳에서 해맑게 뛰어 놀며,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한결 따뜻했던 여행. 자신에게 이 여행이 잊을 수 없는 기억이듯 저자의 예쁜 친구 페퍼에게도 이 여행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남을 기억임이 분명하다.

 

 

 

p.s. 반려견의 출국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 숙소를 예약하는 과정과 반려동물 동반 가능 호텔을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도 덧붙여 있고, 반려동물의 비행기 탑승 기준, 반려동물과 호텔을 사용할 때의 에티켓, 해당 여행지에서 반려견이 뛰어놀 수 있는 공원 정보 등등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가 많아서, 반려견과의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밑줄 친 구절들

 

어디를 가던 개와 함께인 사람들을 만나면 더 반갑고, 더 멋있다고 느낀다. 특히 파리 사람들은 유독 페퍼를 예쁘게 봐줬다. 한 남자는 페퍼에게 다가와 한참을 어루만지며 떠나질 못했고, “내가 페퍼를 집으로 데려가면 안 되겠지?”라는 조금 무서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페퍼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페퍼가 사는 한국의 말을 알려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만득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니(만득이는 페퍼가 특히 사랑하는 장난감 이름이다) 옆에서 떠나지 않고 어색하고 어설픈 발음으로 만득이라는 말을 계속하며 페퍼를 향해 열정적 구애를 이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페퍼가 내 눈에만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어디서도 사랑받는 존재라는 생각에 내가 칭찬을 받는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페퍼를 향한 파리 사람들의 웃음, 애정, 따뜻한 손길, 사랑스러운 눈길까지 모두 기억에 남는다. 우리의 파리 여행은 그들을 만났기에 한결 따뜻했다. (p.70)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올 때는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인이 채소를 고르는 동안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는 푸들, 가게 안에서 페퍼를 보고 인사하기 위해 뛰어오는 사람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이들의 행복한 표정, 낡고 오래되었지만 그래서 더 가치 있는 건물들, 할머니 할아버지 때부터 늘 그곳에 있었을 것 같은 세월이 느껴지는 상점들까지. 길에는 아름다운 로마의 풍경이 가득했다. 그제야 멈춰 서서 페퍼의 사진도 찍고, 에쁜 풍경을 남기기 위한 행동을 해봤다. 아름다운 곳에서는 어김없이 페퍼의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데, 이게 바로 엄마의 마음인가 싶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함께 하는 시간들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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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만났을까요. 당신과 나 사이의 깊고 조용한 공간, 어느 날 나비 한 마리가 꽃잎처럼 날아들어 작은 떨림을 만들었는데.


­
당신이 읽었던 책의 페이지를 소리 내어 읽은 적이 있어요. 당신이 앉았던 의자에 앉아 당신이 기댔던 등의 온도를 느끼려 눈을 감은 적도 있지요. 당신이 마셨던 머그잔의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쓰다듬은 적도 있어요. 동백나무 아래를 걸어가던 당신의 뒷모습,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향을 향해 구부러지던 길, 그 길을 따라 당신 발자국 위에 내 발을 조심스럽게 포갰던 날. 그게 사랑이었던 것일까. 마술처럼 바다를 덮쳐오던 노을, 그 앞에서 세상엔 설명할 수 없는 일, 설명 안 해도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면 그게 사랑이었던 것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만나 여기까지 왔을까요. 당신의 사랑과 나의 사랑이 겹쳤던 봄날의 모퉁이. 돌연한 기적. 거리를 걷다 슬그머니 잡았던 손, 전봇대 아래 민들레가 환하게 흔들리던 시간, 파도가 무너뜨렸던 협재 해변의 모래성, 우리가 나눴던 이어폰, 거기에서 흘러나오던 누자베스의 음악들, 남반구의 어느 나라에서 어깨를 기대어 바라보았던 남십자성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먼 시간을 지나올 수 있었을까요. 사랑을 지나와 사랑에 당도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사랑 앞에서 우연이라는 건 없다고 믿게 됐어요. 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우주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까지 계산한다고 믿게 됐어요. 기적 같은 필연. 내가 당신 앞에 설 수 있었던 걸 한낱 우연으로 돌리긴 싫었던 거죠. 그러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는 거죠.

나는 지금 당신의 사랑을 지나가는 중입니다.


­
- 최갑수,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p.18
 

 


 

 

 

어제. 해밀(비 온 뒤 맑게 갠 하늘) 아래,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을 품에 안은 퇴근길.

내일이면 드라마가 끝난다는게 안 믿기고,
애정하는 하백이랑 소아 보낼 생각에 먹먹하고,
이렇게 추억할 수 있는 책 한 권이 있어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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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이라는 말의 온도를, 지훈을 짝사랑하는 세경이에게서 배웠다. 


지붕 뚫고 하이킥 121화.
지훈에게 수학 과외를 받으러 나가는 길, 세경이 앞으로 외국에 나가 있던 아빠의 편지가 날아든다.

동생 신애와 함께 자신이 있는 곳으로 와서 함께 살자는 편지. 세경은 편지를 받고 고민한다.

떠나려고 보니 지훈에게서 받은 것이 너무 많았다.
눈대중은 없지만 그냥 추석이니까 입으라며 안겨준 추석빔도,

사랑니로 고생하던 자신을 치과에 데려갔던 것도,

겨우내 입고 다녔던 검은 코트도, 겨울을 버티는데 큰 힘이 된 빨간 목도리도,

없으니까 연락도 안 되고 답답하다며 선물해준 핸드폰도,

시린 손에 쥐어주었던 아메리카노 모두 지훈이 준 것이었다.

다음 날. 지훈에게 서류를 전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 길, 세경은 지훈을 위한 선물을 함께 챙겨간다.

선물은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났던 그날, 지훈이 세경에게 들려주었던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 LP판이었다.

세경이 병원을 떠나고, 지훈은 홀로 휴게실을 찾는다.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려놓고 소파에 몸을 묻은 지훈의 모습 위로 세경과의 통화 내용이 흐른다. 

지훈 : 이거 언제 샀어?
세경 : 그날요. 아저씨랑 우연히 만났던.
지훈 : 그날 나랑 헤어지고 레코드점 다시 갔었니?
세경 : 예.
지훈 : 왜?
세경 : 그냥요. 


당시 세경이에게 감정을 200% 이입해서 챙겨보던 나는, 세경이의 “그냥요.”가 사무쳤다.


­
“조용히 어떻게 놀았냐고? 이렇게.” 하며 벽에 기대 음악을 듣는 지훈을 바라보던 그 눈빛.

지훈이 먼저 자리를 뜨고 혼자 남은 학림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다 발견한 낙서,

‘지훈이 다녀가다’ 아래 ‘세경이도 다녀가요’라고 써넣는 그 마음.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느라 마음이 급하지만, 저 LP판을 구매하지 않고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던 레코드점에서의 발길.

학림다방을 다시 찾아 ‘Pale Blue Eyes'를 다시 들으며, 대학생인 지훈의 모습을 상상하는 시간.
이 모든 것 하나 하나에 지훈을 향한 세경의 마음이 묻어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저한테 주신 것들 감사드려요.’
라는 카드와 함께 놓인 LP판을 보며 뒤늦게 세경의 마음이 궁금해진 지훈이 물었다.

왜 그곳에 다시 갔냐고, 왜 이 LP판을 사온 거냐고. 지훈의 물음에 세경은 이렇게 답한다. ­


­
“그냥요."


­
어쩌면 가장 가까운 답은 ‘지훈의 추억이 담겨있는 음악이자,

이제는 자신의 추억이 되어버린 그 음악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가까운 답을 설명하기에는 지훈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너무 깊었다.

그 모든 감정을 설명하자니 어려워서, 그런 마음을 담아내기에 가장 쉬운 말을 골랐을 세경이.

그냥요.

이유가 하나 둘 쌓이면서 지훈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한 존재가 되었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보다 더한 표현은 없었을 게 분명하다.



­
­
“추억이 사는 기쁨의 절반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 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늘도 추억이잖아.”
­
추억이 사는 기쁨의 절반이라는 말을 들려주고, 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늘도 추억이라는 걸 알려준 사람.

그런 지훈을 짝사랑하는 세경이를 지켜보면서 내가 배운 것은, 이 책의 제목처럼 ‘언어의 온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에도 온도가 있음을, 그 온도가 내게 얼마나 전해졌는지를.

그렇게 전해진 온도가 그 겨울, 내 마음을 얼마나 데워주었는지를 말이다.

 

 


이 책 《언어의 온도》에서 ‘그냥’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을 마주했을 때, 그냥 좋았던 건 그 때문이다.

 


p.s.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려서,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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