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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죽은 잔 다르크는 대중을 움직이고자 하는 후세의 권력에 의해 다시 살아난다. 결국 잔 다르크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고, 여전히 전사로서 자신의 왜곡된 이미지와 싸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작가 아나톨 프랑스는 이렇게 말했다.

"처녀 전사, 예견자, 술사, 주님이 보내신 천사... 사람들은 그렇게 보았다. 괴물을 본 사람도 있다. 모두 자기 식으로 보았다. 자기 형상대로 꿈꾼 것이다. (중략) 사람들은 언제쯤에야 잔 다르크 모습의 진정한 윤곽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까?"

-아나톨 프랑스(앞의 책에서 재인용) - P126

『안네의 일기』를 읽은 독자들은 이 책에서 안네와 안네의 가족이 겪는 비극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한 인간의 무리가 다른 인간의 무리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학살하는 끔찍한 역사가 왜 발생하고 계속 반복되는지를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유대인 학살 사건은 인류 전체에 공통적으로 내재해 있었던 어떤 폭력의 전통이 히틀러와 나치즘을 계기로 폭발했을 뿐인 사건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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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 나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들은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뿐.


-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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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에서 잠깐 멈추다


우리가 사랑하면
같은 길을 가는 거라고 믿었지
한 차에 타고 나란히
같은 전경을 바라보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봐
너는 네 길을 따라 흐르고
나는 내 길을 따라 흐르다
우연히 한 교차로에서 멈춰 서면

서로 차창을 내리고
-안녕, 오랜만이네
보고 싶었어
라고 말하는 것도 사랑인가 봐

사랑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고

이걸 알게 되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오래 고통스러웠지

아, 신호가 바뀌었군
다음 만날 지점이 이 생이 아닐지라도
잘 가, 내 사랑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

- 양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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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화실을 나섰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시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진짜 혼자가 되는 시간이다. 일과를 끝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인 셈이다. 마침 일과를 끝낸 동네 친구를 만나 맥주 한잔으로 내일을 외면하기도 하고, 아끼는 수면 양말을 신고서 잠들기 전까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본다. 좋아하는 시를 연필로 적어보기도 하고 하루 종일 머릿속에 맴돌던 노래의 가사를 찾아 흥얼거리기도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보라고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나만 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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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별이 사라지거나 진다면
나는 배워야 하리, 텅 빈 하늘을 바라보는 법을
그 암흑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법을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분명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슬퍼하는 많은 이들은 이 암흑의 시간에도 내면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있다고 전했다. 그건 바로 잊지 않은 한 그 사람은 당신의 사람이라는 깊은 감사의 마음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우주라는 책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실리고, 그 사람이 당신의 사람(당신의 부모, 당신의 자식, 당신의 형제, 당신의 연인, 당신의 유쾌한 친구)이었다고 적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궁극적으로 그 사람이 당신에게 소중했듯 당신도 그 사람에게 소중했다. 부디, 때가 되면 이런 의미를 마음에 새겨 슬픔을 이겨내길 바란다. 지금은 무리한 주문처럼 들리겠지만 이렇게 자문해보라. 당신이 느끼는 모든 슬픔을 잊어버릴 방법이 있다. 그런데 그러려면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 인생에 존재했던 기억마저 삭제해야 한다. 자, 이 계약서에 서명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아주 많은 사람에게 이 질문을 했다. 하지만 그러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과거에도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도 의미가 있다는 이 깨달음, 어쩌면 이것이 당신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론 마라스코, 브라이언 셔프 『슬픔의 위안』 p.3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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