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쓴 시에 동생의 재치있는 그림을 더해 만들어진 시집 <읽어보시집>.

책 소개 글처럼, 읽으면 기분 좋아지는 시였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세 편을 담아본다.

*

나의 꿈

우리는 현실에 치여 살며
꿈을 잊고 있다가
잠이 들고야 비로소 꿈을 이룬다.

다시 아침이 와
현실에 눈을 뜨면
꿈은 쉽게 사라지지만

마음속에 항상 있는 꿈들이
또 하루를 살게 한다.

(p.31)

*

이렇게

헤어진 다음 날
일부러 약속을 잡고
일부러 사람들을 만났어.

이렇게 잊는 거구나.
네 생각이 하나도 안 났어.

근데 자려고 누워있을 때
네가 한꺼번에 밀려오더라.

(p.136)

*

나의 의미

우리가 우주의 먼지라고 생각하면
끝없이 무의미한 사람이지만

우리가 부모님의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무한한 의미가 있는 사람이 된다.

(p.291) 




작가님의 손글씨로 읽어야 더 제맛이긴 하다


brown_and_cony-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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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5-18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헤어진 다음 날
일부러 약속을 잡고
일부러 사람들을 만났어

이렇게 잊는 거구나
네 생각이 하나도 안 났어

근데 자려고 누워있을 때
네가 한꺼번에 밀려오더라....

일이 너무 많아서.. 일단은 사무실에서 나왔습니다.. 카페 창가로 비치는 넘어가는 햇살이 좋네요..

잘 읽었어요❤

해밀 2015-05-19 21:38   좋아요 0 | URL
제가 쓴 시는 아니지만, 잘 읽으셨다니 기분 좋네요^^

요즘은 7시가 넘어도 환해서 저도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아쉽더라구요.
사무실에 있어야하는 건 그거대로 아쉽지만요.

<이렇게>라는 시가 마음에 드셨다면, 다른 시를 읽으셔도 마음에 들어하실 것 같아요~
언제 기회 되면 한 번 읽어보시길 *_*!
 

 

 

 

작가의 말

 

 

말하지 않는 말로 말할 때, 말하지 않은 말로 말할 때, 서로에게 서로를 마라는 우리는 누구인가.

그때,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만 희미한 암시로. 다만 흐릿한 리듬으로.

 

뜻 없는 것들. 뜻 없는 것들. 뜻 없는 것들.

 

무한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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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늙은 지금도 나는 젊은 때나 마찬가지로 많은 꿈을 꾼다.

얼마 남지 않은 내일에 대한 꿈도 꾸고 내가 사라지고 없을 세상에 대한 꿈도 꾼다.

때로는 그 꿈이 허황하게도 내 지난날에 대한 재구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꿈은 내게 큰 축복이다.

시도 내게 이와 같은 것일까.

 

 

2014년 1월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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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눈앞의 것에 연연했으나 이제 기다려본다. 되울려오는 것을.

귀와 눈과 가슴께로 미동처럼 오는 것을.

그것을 내가 세계로 나아가는 혹은 세계가 나에게 와닿는 초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생활은 눈보라처럼 격렬하게 내게 불어닥쳤으나

시의 악흥(樂興)을 빌려 그나마 숨통을 열어온 게 아닌가 싶다. 그 빚의 일부를 갖고 싶다.

새로운 시집을 내니 난(蘭)에 새 촉이 난 듯하다. 바야흐로 새싹이 돋아나오는 때이다.

움트는 언어여. 오늘 나의 영혼이 간절히 생각하는 먼 곳이여.

 

2012년 2월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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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것들을 위하여

 

 

아무래도 나는 늘 음지에 서 있었던 것 같다

개선하는 씨름꾼을 따라가며 환호하는 대신

패배한 장사 편에 서서 주먹을 부르쥐었고

몇십만이 모이는 유세장을 마다하고

코흘리개만 모아놓은 초라한 후보 앞에서 갈채했다

그래서 나는 늘 슬프고 안타깝고 아쉬웠지만

나를 불행하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나는 그러면서 행복했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러려니 여겼다

 

쓰러진 것들의 조각난 꿈을 이어주는

큰 손이 있다고 결코 믿지 않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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