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눈앞의 것에 연연했으나 이제 기다려본다. 되울려오는 것을.
귀와 눈과 가슴께로 미동처럼 오는 것을.
그것을 내가 세계로 나아가는 혹은 세계가 나에게 와닿는 초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생활은 눈보라처럼 격렬하게 내게 불어닥쳤으나
시의 악흥(樂興)을 빌려 그나마 숨통을 열어온 게 아닌가 싶다. 그 빚의 일부를 갖고 싶다.
새로운 시집을 내니 난(蘭)에 새 촉이 난 듯하다. 바야흐로 새싹이 돋아나오는 때이다.
움트는 언어여. 오늘 나의 영혼이 간절히 생각하는 먼 곳이여.
2012년 2월 문태준